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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납니다" "평생 후회합니다"… 겁주기 상술 이대로 좋은가]

뚝섬 2025. 6. 22. 08:14

"큰일 납니다" "평생 후회합니다"… 겁주기 상술 이대로 좋은가

 

과장 광고의 진화
번지는 공포 마케팅

 

“깻잎 이렇게 먹으면 진짜 큰일 납니다. 절대 다음의 방법으로 깻잎을 먹으면 안 됩니다.”

 

인스타그램에 뜬 한 게시물을 클릭하자 어색한 AI의 음성이 준엄하게 경고했다. 깻잎을 절대 장아찌로 만들어 먹지 말라고. 이게 무슨 소린가, 한국인의 밥도둑 깻잎 장아찌를 먹지 말라니? 15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이 자칭 건강 정보 계정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내 유명 식품영양학과 교수’를 인용하며 깻잎 장아찌의 해악에 대해 단언했다. “암이나 치매 같은 중증 질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포 마케팅 콘텐츠들. “큰일 납니다” “평생 후회합니다” 등 겁주는 문구로 조회 수를 끌어올려 수익을 창출하는 계정이 대부분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처럼 정보를 준다는 명목으로 상식을 뒤흔들면서 불안을 조장하는 게시물들이 넘쳐 난다. 완전 허위이거나, 부분적으로 맞더라도 지나치게 과장된 경고를 늘어놓는다. 일단 ‘큰일 납니다’ ‘평생 후회합니다’ ‘암 걸립니다’ 등의 무시무시한 말로 시선을 끈 뒤 뒤에는 근거 없는 주장이나 추측성 정보를 갖다 붙여서 조회 수를 끌어올린다. 이른바 공포 마케팅형 클릭베이트(clickbait·클릭을 유도하는 미끼) 콘텐츠다.

 

“멸치볶음을 이렇게 먹으면 신장이 망가지고 골다공증이 올 수 있다”고 하더니, “멸치와 견과류를 함께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한다. 이유는? 견과류가 멸치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라면을 끓일 때 수돗물을 쓰면 역시나 큰일이 난다. 배수관이 오염됐을 수 있으니까. 된장찌개에 차돌박이를 넣어도 큰일 난다.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이런 콘텐츠에 따르면 덜 익은 토마토는 전신 마비를, 상추는 장어랑 함께 먹으면 위암을 유발한다. 유튜브로 건강 콘텐츠를 즐겨본다는 주부 이모(55)씨는 유튜브만 보면 온갖 게 위험하다고 하니, 내가 지금껏 살아있는 게 용할 정도”라며 “요새는 (SNS에) 유용한 정보보다 헛소리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육아 정보 계정에도 이런 콘텐츠가 범람한다. 모성애와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해 클릭을 유도한다. “유아기 아기들, 이거 안 먹이면 영양실조 걸립니다”라며 시작한 유튜브 쇼츠는 ‘다양한 채소를 먹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한다. 등급이 높은 한우를 두고도 “기름기가 많아 아기에게 독(毒)”이라는 게시물도 있다.

 

노골적인 광고도 적지 않다. 아이에게 목초유를 먹이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는 인플루언서는 영상 말미에 자신이 진행하는 공동 구매 상품을 띄웠다. 현명한 부모는 이미 먹이고 있습니다” “지금 안 해주면 아이에게 평생 원망 들어요 등의 문구를 보기 어렵지 않다. 13개월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 송모(37)씨는 “두뇌 영양제를 꼭 먹여야 아기가 똑똑해진다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보고 소아과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거에 혹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진짜 도움 되는 정보와 광고를 점점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재테크 분야에서도 이거 사면 폭삭 망합니다” “지금 매수 안 하면 평생 후회 등의 도발적인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특정 주식의 이름과 함께 “지금 안 사면 끝”이란 제목을 단 콘텐츠는 AI의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인다. “지금부터 제가 드릴 이야기는 단순한 투자 정보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삶을 바꿀 진짜 기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별 근거 없이 투자 종목을 찍어주는 게 대부분이다.

 

왜 이런 콘텐츠들이 판을 치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조회 수가 곧 수익이기 때문에 일단 클릭만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 ‘유튜브 썸네일 공식’ ‘블로그 제목 짓는 법’ 등의 영상이나 글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조언이 있다. 바로 ‘부정적·단정적 표현으로 주목 끌기’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사람들은 광고는 피하려고 하지만 공포는 피하기 어려운데, 여기에 건강이나 육아처럼 나와 직접 연결된 주제면 본능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며 정보 약자는 직접적 피해를 보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피로가 극심한 상황이지만, 규제가 미비한 실정에서 지금은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옥진 기자, 조선일보(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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