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출신 한국 병사, 중국에 포섭… ] [여성 징병제]
[中 출신 한국 병사, 중국에 포섭… 軍은 다문화 병사 통계도 없었다]
[여성 징병제]
中 출신 한국 병사, 중국에 포섭… 軍은 다문화 병사 통계도 없었다
다문화 병사 1만명 시대 준비해야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병사들이 대열을 형성한 채 지나가고 있다. 한국군도 다문화 장병의 증가에 발 맞춰 다문화 군 정책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군 검찰은 8만8000위안(약 1700만원)을 받고 한미 연합 훈련 관련 문서와 담당자 연락처 등을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 조직에 넘긴 혐의로 육군 A 병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후 군 검찰이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을 통해 A 병장이 2003년 중국에서 태어나 인생 대부분을 베이징에서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A 병장은 한국 국적자다. 그러나 중국에서 외조부모와 오래 생활했고, 외조부는 중국 로켓군 장교 출신이었다. A 병장은 중국 대학에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2023년 12월 군 입대를 위해 귀국했다. 전방 부대 보급병으로 배치된 그는 입대 후 몇 달 만에 중국군 정보 조직의 정보원으로 포섭됐다. A 병장은 포섭 과정에서 중국 측의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병장이 만 5세였던 2008년 약 5개월간 한국에 체류한 것 외에 입대 전까지 한국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다. 정보기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전문가는 “모든 생활 근거와 가족이 외국에 있으면 해당국 정보기관이 보기에는 쉬운 포섭 대상”이라며 “가족을 빌미로 협박을 하기도 쉽고, 진로 보장 등을 빌미로 매수하기도 쉬워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군에는 이처럼 사실상 ‘두 개의 조국’을 가진 병사의 군 생활 적응이나 국가관 정립을 위한 별도의 교육 등이 없다. 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장교나 부사관은 신원 조사를 하지만 징집병의 배경을 확인하거나 분류하는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 병사가 취득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이 낮아 그럴 필요성이 작다는 판단도 있지만, 법적 근거나 관련 정책도 없다는 것이다.
2009년까지는 ‘외관상 명백한 혼혈아 또는 부(父)의 가(家)에서 성장하지 아니한 혼혈아’의 경우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2010년 병역법을 개정하면서 이 조항은 삭제됐다. 저출산으로 병력 자원은 줄어드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변화였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성으로서 국적 유지 의사가 있고 신체가 건강하다면 어떤 배경을 가졌든 현역 입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와 동시에 국제결혼이 늘고 한국 사회가 국제화되면서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거나, 부모 모두 외국 출신이지만 한국으로 귀화한 ‘다문화 장병’은 증가하고 있다. 병역법이 처음 개정된 2010년 51명이었던 다문화 장병은 2018년쯤 1000명을 돌파했다. 지금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증가 추세’란 사실만 알 뿐, 정확한 숫자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국방부는 ‘다문화 가정 출신인지 따로 식별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16년 이후 다문화 장병 통계 작성을 중단했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122조에는 ‘병영 내 장병들에 대해 설문이나 별도의 조사를 통해 다문화 장병 식별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문화 가정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가 국방부에 ‘다문화 장병을 식별하지 말라’는 권고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문화 장병 식별 금지 조치 때문에 오히려 통합을 위한 교육이나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분류가 필요하지 않나란 의견도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출생아가 늘어나면서 통계청은 2008년부터 통계를 따로 내고 있다. 2009년 이후 매년 전체 출생아의 4~6% 정도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 앞으로 우리 군의 5% 정도는 외국과의 혈연 관계를 가진 병사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의 홍숙지 연구원은 지난해 1월 국방논단을 통해 “2030년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다문화 장병이 입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다문화 가정 출생아 통계를 바탕으로 현역 입영 대상을 추려보면 그때쯤부터 다문화 장병이 군에서 5% 정도 비율이 된다는 것이다. 매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 가운데 만 18세가 된 남성을 추려내, 이 중 87%가 현역 판정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올해 4400명 정도의 다문화 장병이 입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31년이면 9700명을 넘는다.
국방부는 다문화 장병 증가에 대비, 2012년 군인 복무 규율을 개정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라고 시작되던 입영·임관 선서문에서 ‘민족’을 ‘국민’으로 바꿨다. 2013년에는 ‘다문화 군대 대비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 2019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군인은 다문화적 가치를 존중하여야 한다’란 조항도 넣었다. 국방부 장관이 다문화적 가치의 존중과 이해를 위한 교육을 매년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그러나 국방정신전력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곽태환 박사는 지난해 발표한 ‘우리 군과 다문화’란 논문에서 “이와 같은 변화는 ‘서면(書面)’에만 국한되었다”고 평가했다. 2016년 이후 다문화 장병의 현황 파악이 중단되면서 실질적 정책 동력도 상실됐다는 것이다. 곽 박사는 해당 논문에서 군이 다문화 장병을 사실상 “외면과 방치”하고 있다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전우로서 호흡해야 할 미래 병영에서 그들 간의 결속을 보장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모집병 비율이 높은 공군·해군은 아직 그런 문제가 적지만, 징집병이 많은 육군에서는 다문화 정책 부재로 적응 문제를 겪는 병사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상관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병사가 아무 지원 없이 전방 부대에 배치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지휘관들이 재량껏 이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난다”는 말도 있다.
현재 해군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곽 박사는 본지 통화에서 “다문화 병사가 외국의 정보원으로 포섭된다든지 하는 문제는 방첩 부대가 더 열심히 활동하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전에 다문화군의 국가관 정립, 한국어·한국 문화에 서툰 다문화 장병 지원 등 다른 실질적인 문제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또 “좋은 정책만 있다면 ‘전우의 결속’이 있는 군에서 오히려 다문화 통합이 수월할 수 있다”며 “헌법에 부합하고 대한민국의 지향점, 방향점, 정체성이 녹아있는 ‘우리’의 개념을 재정립해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모든 징집병 신원 조사
다문화 장병의 통합은 한국보다 이민자가 많은 선진국들이 먼저 고민해 온 문제다. 저출산 기조로 선진국 대부분의 가용 병력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영주권자나 외국인의 입대를 허용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출신 장병이 모국에 기밀을 유출하는 사건도 계속 발생해, 신원 검증과 방첩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8~2016년 외국인 특기자를 대상으로 한 모병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미군으로 복무하면 가족까지 이민이 가능해 인기가 있었지만 2017년 중단되고 현재는 영주권이 있어야 입대가 가능하다. 호주도 병력 자원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영주권자의 입대를 허용했다. 그러나 모병 대상은 뉴질랜드,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우방국 출신으로 제한돼 있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영주권자에게도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이라도 자국에 영주하고 싶으면 군 복무를 하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외국 거주 유대인들을 위한 모병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히브리어 교육 등도 따로 하고 있다.
중국계, 인도계, 말레이계가 섞여 살아가는 싱가포르는 징집병도 신원 조사를 해서 배치를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군사학 프로그램의 창쥔옌 부교수는 “배치되는 자리의 민감성에 따라서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모든 징집병이 검증받는다(vetted)”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소수인 말레이계가 군 내에서 조직적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팀 헉슬리 박사는 싱가포르의 방위 정책 관련 저서에서 “말레이계는 여전히 높은 등급의 비밀 취급 인가를 받기가 힘들고 전투 병과에 덜 배치된다”고 했다. 그러나 한 싱가포르 전문가는 “군에서는 충성심이 중요하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 과연 어느 나라 편에서 싸울 것이냐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조선일보(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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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
2차 세계대전 때 여성 징병제를 처음 실시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하지만 전투에 투입하지는 않았다. 미국과 독일도 여성을 타자수나 전화교환수 등으로만 활용했다. 처음으로 여성을 전투에 투입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비행연대가 ‘밤의 마녀’로 불리며 독일군에 공포의 대상이 됐다. 인내심과 관찰력이 뛰어나다며 여성을 저격병으로도 대거 투입했다. 독일군 1만명이 이들 손에 저격됐다.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소련 내에선 ‘그래도 전투와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후일담이 적지 않았다.
▶여성 징병제 대표국 이스라엘도 여성 전투병은 소수다. 전체 병력 35%가 여성이지만 전투병은 5% 정도다. 하지만 여성들 요구로 보직에 남녀 구별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1995년에 한 여성이 전투기 조종사 훈련소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승소했다. 여성에게 비전투 업무만 맡기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2004년엔 혼성 전투부대도 생겼다.
▶최근 몇 년 사이 북유럽 국가에 여성 징병제가 앞다퉈 도입됐다. 영토 대비 인구수가 적은 상황에서 러시아 등 안보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6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여성 2명에 남성 4명을 의무적으로 한 내무반에 배치한다. 남녀 병사가 등 돌린 채 옷 갈아입는 내무반 영상이 화제가 됐다. 군인들은 “우리는 전우일 뿐”이라고 했다. 몇 년 뒤 보고서는 우려했던 생활 문란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남성만을 징집 대상으로 규정한 병역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위헌 소송이 10여 차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 신체는 전투에 부적합하고, 여성을 복무시키면 군 시설 마련 등에 큰 비용이 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 평등 병역이 옳다는 여성계 인사들도 많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대표자다. ‘남자들의 군부심(군대 갔다 온 자부심)이 보기 싫으니 여성 징집제 도입하자’는 여성 댓글도 인터넷에 적지 않다.
▶청와대 게시판에 ‘여성도 남성과 같이 징병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비슷한 청원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제기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재밌는 이슈”라며 웃어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남자들의 이탈 때문이다. 정치권이 앞장선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남녀 모두 100일간 의무 군사훈련을 받게 하자고 했다. 군 가산점제 부활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의 여성 징병제 논의는 ‘강하고 효율적인 국방’보다는 ‘기계적 평등’ ‘남성 표심 잡기’ 측면이 더 크다. 얄팍한 주장일 뿐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성 평등이 아니라 안보 강화였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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