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와버린 '스테이블 코인'] [중국발 본격 인플레 온다] ....
[우리 곁에 와버린 '스테이블 코인']
[중국발 본격 인플레 온다]
[언스테이블 코인(unstable coin)]
우리 곁에 와버린 '스테이블 코인'
2019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CEO의 뒤쪽 화면에 커다란 지폐 그림이 나왔다. 1달러를 모방한 지폐 가운데 저커버그 사진이 들어있고 ‘페이스북 세계 연방’과 ‘원 리브라(ONE LIBRA)’라는 문구가 담겼다. 가상 지폐의 이름은 달러(buck)와 저커버그를 합성한 ‘저크 벅(ZUCK BUCK)’이었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하려 하자, 이를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저커버그를 조롱하려 동원한 것이었다.
▶저커버그가 추진한 ‘리브라’는 달러·유로 등과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스테이블(stable) 코인’이었다. 미국 등 각국 금융 당국이 반발해 중단했지만,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지금은 페이스북 이용자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디지털 통화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발행 1위사는 ‘테더’이고, 이 회사가 발행하는 코인이 1달러로 연동돼 있는 ‘USDT’다.
▶스테이블 코인 회사는 발행 물량과 같은 규모의 달러나 미 국채 등을 일종의 담보처럼 준비 자산으로 쌓아둬야 한다. 이런 담보 없이 임의로 달러와 일대일 연동으로 설계해 발행한 코인이 2022년 ‘테라-루나 사태’의 테라USD였다. 테라USD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루나’라는 코인을 알고리즘으로 연동해 발행했는데, 알고리즘이 감당 못 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에 두 코인이 연쇄적으로 폭락하며 붕괴했다.
▶오늘날 개도국에선 스테이블 코인이 자국 화폐보다 신뢰받고 있다. 현금 뭉치를 벽돌처럼 쌓아놓고 공예품으로 팔거나 휴지로 썼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급여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지급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를 식료품점과 숙박 업소 등에서 불편 없이 쓸 정도로 일상의 화폐로 자리잡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부패 척결로 곤경에 놓인 일부 중국인은 거액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꾸고 있어 이 세계의 ‘큰손’으로 통한다.
▶해외 송금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편의성은 압도적이다. 이틀 이상 걸리고 수수료도 비싼 기존의 국제 송금과 달리 단 몇 초 만에 수십 배 싼 비용으로 외국 어디든 보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 무역 거래의 3.4%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하루 1억2000만달러 꼴이다. 우리 기업과 개인들도 이미 국경을 넘는 거래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하기 쉬우면서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맥가이버칼’로도 비유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일상의 결제 수단으로 진격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 조선일보(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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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본격 인플레 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스1
글로벌 노동시장을 분석하는 해외 학자들은 오랫동안 중국과 멕시코를 비교해왔다. 임금이 낮고, 인력 숙련도는 높고, 생산량은 많다는 3박자가 엇비슷했다.
이제는 중국과 멕시코를 함께 묶기가 어려워졌다. 2020년 기준으로 시간당 인건비가 중국(6.5달러)이 멕시코(4.82달러)보다 35% 높다. 멕시코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전을 벌이며 “중국은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평균 인건비는 2009년 이후 10년 사이 2배가 됐다. 경제 수도 상하이의 월 최저임금은 2590위안(약 49만원)인데, 20년 전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이 맡던 ‘세계의 공장’ 역할이 다른 나라로 배턴터치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 0 순위인 인도는 인건비가 낮고 덩치가 큰 나라다. 그러나 인력의 숙련도 및 성실도에서 한참 멀었다는 평가가 많다. 다른 대체 후보인 베트남은 인구가 중국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당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시적 요인이다. 한 고위 경제 관료는 “전쟁이 끝나면 중국에 의한 ‘싸고 질 좋은 대량생산’이 막혔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전체의 0.03%인 4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처음으로 인구가 꺾이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젊은 중국인’의 감소는 전 세계적인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이 공장을 돌리지 않고 디지털화된 나라가 되면 세계 물가에는 재앙”이라고 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수출에서 내수로 무게 추를 옮겼듯 중국 기업들도 서서히 풍족해진 내수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오는 10월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종신 집권을 선언할 예정이다. 서방과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사태에 호되게 당한 터라 세계 주요국은 원료며 생산물을 넉넉히 쌓아놓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유무역이 번성하던 시기에는 신속한 원료 조달 덕분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시 생산(just-in-time)’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두고 뭐든지 비축해두려는 ‘예비 생산(just-in-case)’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산 원가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들어 내내 유지된 글로벌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탄이다. 다시 인플레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고, 중국은 그런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중심에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며 중국 정부가 주요 도시를 봉쇄한 것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물가를 자극한다는 걸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정부는 물가 대응을 위해 넓은 시야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손진석 기자, 조선일보(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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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테이블 코인(unstable coin)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3월 테슬라 차를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발표하곤 두 달 뒤 슬그머니 철회했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에 화석연료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란 핑계를 댔지만 실제 이유는 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8만달러 선을 오르내리며 연일 춤을 추니 도저히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없었다.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서 한 고객이 최근 비트코인 차트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의 약점인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대개 달러를 준비금으로 쌓고 1대1 교환을 약속하고 발행한다. 보유한 금(金)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금본위제와 비슷하다. 2019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가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Libra)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해 세계 금융가를 뒤집어 놨다. 페이스북 사용자 23억명이 달러 대신 리브라를 쓸 경우 달러 헤게모니가 무너질 수도 있다. 곧바로 미 재무부가 ‘리브라 금지법’을 거론하며 제동을 걸었다. 저커버그의 ‘코인 반란’은 그렇게 제압됐다.
▶이후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절대 강자 없는 춘추전국 시대가 됐다. 달러뿐 아니라 비트코인 가치에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도 잇따라 등장했다. 아무 담보 없이 화폐 공급·수요량을 조절해 가격을 유지한다는 알고리즘 방식 코인도 등장했다. 이번에 가격 폭락 사태를 빚은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terra)도 알고리즘 방식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땅(terra)처럼 굳건할 것이라던 코인 가치는 하루아침에 99% 폭락했다.
▶'리브라 반란’을 제압한 뒤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대규모 환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제금융기구(FSB)는 “사용자가 많은 빅테크 기업이 코인을 발행하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 1대1로 연동된 테더(USDT)이다. 발행량이 800억개가 넘는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달러 준비금을 800억달러어치 갖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가상화폐 시장에선 테더가 주요 결제 수단 역할을 한다. 지난달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67%가 테더 결제로 이뤄졌다. 그런데 테라 사태 이후 테더의 ‘1달러 방어선’도 자주 무너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 의회가 스테이블 코인 발행 기관을 은행으로 한정하는 규제 법안을 서두르는 사정이 이해가 된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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