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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꾼 선행.. 스웨덴-노르웨인 연합왕국]

뚝섬 2023. 11. 12. 05:45

운명을 바꾼 선행


[차현진의 돈과 세상] 

운명은 거부할 수 없다지만, 스스로 운명을 바꾸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장밥티스트 베르나도트가 그렇다. 그는 왕과 왕정을 거부하던, 열렬한 공화주의자였다. 하지만 외국에 가서 스웨덴 왕 칼 14세가 되었다.


17세에 프랑스군에 졸병으로 입대한 베르나도트는 평민 출신이라서 장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분제도가 철폐되는 바람에 운 좋게 장교로 진급했다. 그리고 참가하는 전투마다 큰 공을 세웠다. 나폴레옹은 그를 원수로 임명하고 혁명의 아이콘으로 키웠다.


그는 전투의 귀재였다. 프로이센의 뤼베크성은 철통같은 요새로 유명했지만, 베르나도트는 반나절 만에 성문을 뚫고 들어가 그 안에서 저항하던 프로이센군을 제압했다. 그런데 성 안에는 전투 의지가 전혀 없는 스웨덴 병사들도 2000명 있었다. 이미 다른 전투에서 패한 뒤 본국으로 돌아갈 배만 기다리던 그 처량한 포로들을 베르나도트는 가혹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들의 고단함을 측은히 여겨 정중히 예우한 뒤 귀국시켰다. 어떤 보상도 기대하지 않았다. 


4년 후 스웨덴 왕실에 문제가 생겼다. 왕위를 계승할 사람이 없어서 후계자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었다. 그때 베르나도트가 급부상했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나폴레옹의 최측근이라서 러시아를 견제하기에 유익했다. 위기에 몰린 스웨덴 포로들을 따뜻이 돌본 인간미도 있었다.


베르나도트는 외국 왕실의 왕위 제안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초빙이 거듭되자 스웨덴 왕으로 즉위했다. 이후 노르웨이를 병합하여 거기서도 왕이 되었다. 그 발단은 1806년 11월 6일 뤼베크성에서 존재감 없는 외국인 포로들에게 베푼, 아주 작은 선행이었다. 명심보감은 ‘덕을 쌓으면 반드시 경사가 따른다(積德之家 必有餘慶)’고 일깨운다. 예수는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고 가르쳤다.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조선일보(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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