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아니라 대만이 핵심이다] [일파만파 대파 논란]
[대파 아니라 대만이 핵심이다]
[일파만파 대파 논란]
대파 아니라 대만이 핵심이다
[朝鮮칼럼]
대만 마쭈 열도 해저케이블 파손, 경제·사이버에선 이미 침공 시작
세계 교역량 50% 대만해협 통과.. 무력 충돌 여파 상상 어려워
국운 좌우할 국제 정세가 대파 따위와 비교되겠나
지정학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그들은 대파나 흔들고 있다
“제가 오늘 참 해괴한 얘기를 들었는데, 대파를 가지고 선거 투표소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랬대요.” 지난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사전 투표소에 대파를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을 비판한 것이다.
투표소에 대파를 들고 가려는 이유는 뻔하다. 정부 심판 여론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4월 둘째 주 현재 시중 대파 가격이 한 단에 2000원 선으로 내려왔건 말건,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이 코로나 지원금 살포와 최저임금 폭등 때문이건 말건, 대파를 ‘밈’으로 삼고 여세를 몰아 선거를 치를 요량이다.
‘대파 문제’를 허투루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이나 초록은 동색일 뿐인 소위 ‘민주개혁진보’ 세력이 ‘대파 문제’를 앞세워 현 정부를 심판하려 드는 모습은, 이 대표의 말마따나 해괴하기 짝이 없다. 이번 총선의 핵심 쟁점은 ‘대파’가 아니라 ‘대만’이기 때문이다.
2024년 4월 현재, 세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감돌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만이 아니다. 푸틴은 구소련이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국가를 ‘수복해야 할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러시아는 에스토니아를 향해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한 바 있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독일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해군력을 강화하는 이유다.
대만해협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대만 여행을 하고, 대만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누린다. 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가 북한의 도발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과 유사한 현상일 뿐이다.
대만의 마쭈 열도는 연평도처럼 대만보다 중국 본토에 더 가까운 최전방이다. 2023년, 마쭈 열도와 대만을 잇는 인터넷 해저케이블 두 개가 파손되었다. 주민들은 한동안 느리고 불안정한 무선 인터넷으로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중국의 소행을 의심하고 있다. ‘물 밑’에서는 전쟁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CNN의 앵커 겸 수석안보분석가인 짐 슈토(Jim Sciutto)는 미국과 전 세계를 넘나들며 안보 전문가와 군인을 만났다. 그가 신간 ‘강대국의 귀환(The Return of Great Powers)’에서 보여주는 섬뜩한 현실. 공화당 하원 의원인 마이크 갤러거는 2023년 8월 슈토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실, 경제나 사이버 공격 같은 의미라면, 대만 침공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월 22일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에서 내놓은 이른바 ‘셰셰 발언’을 떠올려 보자.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고맙습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고 무슨 양안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합니까? 대만해협이 뭐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 있어요?”
일단 눈에 걸리는 대목.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라니? 대만을 향한 중국의 위협을 ‘국내 문제’로 일축하는 것은 중국의 입장이지 국제사회의 합의된 견해가 아니다. 만약 호주처럼 중국의 개입에 민감한 나라였다면 정치생명을 위협했을 발언이다.
더 의아한 건 그 바닥에 깔린 현실 인식이다. 대만해협은 매일 전 세계 상업 교역량의 50%가 지나다니는 경로로, 우리의 생명줄과도 같다. 그곳에서 발생할 무력 충돌의 여파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과 군사 동맹이다. 대만을 지키려고 미국이 중국과 맞선다면 그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농산물의 가격은 날씨와 작황, 심지어 유통과 경매 현황에 따라 바뀌는 단기적 사안일 뿐이다. 반면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변화는 훨씬 크고 심각한 일이다.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국운을 좌우한다. 먹고사는 일, 나아가 국민의 생존을 좌우하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그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듯하다. 대만해협에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대파나 흔들고 있다. 반미를 외치며 자식 미국 유학 보내는 자들이 또 국회에 들어가려 한다.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에 동참’한다던 전직 대통령은 무슨 염치로 선거에 끼어드나. 심판받아야 할 사람들이 심판하겠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 희비극을 끝낼 수 있는 건 유권자의 선택뿐이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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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 대파 논란
[천광암 칼럼]
韓 총선 키워드로 외신에도 등장한 ‘대파’
선관위 반입금지 조치 놓고 與野 공방
“875원 합리적” 맥락 어떻든 부적절
‘인플레 이기는 정부 없다’ 되새겨야
‘Green Onion(대파)’.
미국 최대 통신사인 AP가 5일 한국 총선 이슈를 다루는 기사에서 3대 키워드를 꼽으면서 가장 첫머리에 올린 단어다.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18일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소 안에 대파를 들고 들어갈 수 없도록 한 것을 계기로 오히려 공방이 격해지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관위 조치에 대해 5일 “기가 차다”는 반응을 내놓은 데 이어 6일에는 “‘칼틀막’ ‘입틀막’도 부족해 이제는 ‘파틀막’까지 한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와 함께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까지 싸잡아 겨냥해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나”라고 맞받았다.
“대파값도 모르는 대통령”이라는 야당 공세에 대해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선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18일 발언이 나올 당시 영상을 보면 농협 측 관계자가 직전 판매 가격과 당시 할인 가격에 대해 설명하자, 윤 대통령이 “여기 지금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야”라고 되묻는 장면이 있다.
야당이 대파를 앞세워 ‘민생실패’ 공세를 하기에 앞서 자신의 과거를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는 것도 맞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상반기 기준 파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156%나 급등해 1994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상승률을 보였다. 가격이 급등한 먹거리는 파뿐만이 아니었다. 사과 배 복숭아 등이 나란히 고공행진을 하면서 농축수산물 전체의 물가지수 상승률은 12.6%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어찌 됐든 대파 공방에 대한 국민의 판단과 심판은 불과 이틀 뒤면 내려질 것이다. 다만 선거 결과가 어떻든 윤 대통령과 정부는 ‘대파 논란’을 그간의 물가정책을 되돌아보는 뼈아픈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의석수가 어떻게 바뀌어도 물가는 발등의 불이고, 그것을 꺼야 할 1차 책임이 윤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첫 번째로 곱씹어 봐야 할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다. 윤 대통령은 1월 4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24차례에 걸쳐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1회부터 22회까지만 계산해도 총 4970km를 이동해 국민 1671명을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갤럽의 3월 넷째 주 정기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들이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23%)를 압도적 1위로 꼽은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광역급행철도 노선 확대, 철도·도로 지하화, 신공항 건설 등 하루하루 서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중장기 ‘토건 이슈’가 주를 이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메시지 관리다. 물가는 심리적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정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도 중요하다.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이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취지는 ‘장바구니 물가 현장 점검’이다. 그런 현장으로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액, 농협 자체 할인, 정부 할인쿠폰을 다 갖다 붙인 가격으로 서울 시내 최저가 수준으로 할인판매를 하는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적절한가.
여기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영상과 육성이 방송을 탔으니, 전후에 어떤 맥락이 있어도 ‘실패를 자초한 메시지’다. 현장 민심을 가까이서 접하는 여당 총선 후보들 사이에서 “할인에 또 할인을 거듭하고 쿠폰까지 끼워서 만들어 낸 가격이라면 결코 합리적 가격일 수 없다”거나 “보좌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실이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고통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전 정부보다는 낫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은 것도 국민 눈으로 보자면 책임 회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근 경제 각료들의 입에서 “3월이 물가 정점”이라거나 “현장에서 뵙는 소비자는 체감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들 하신다”와 같은 말이 쉽게 나오는 것도 불안불안하다. 동서양을 할 것 없이 과거 실패한 ‘물가와의 전쟁’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섣부른 낙관론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인수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전문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습니다. 국민들은 성장 못 하는 것은 용서해도 인플레이션을 못 막으면 분노할 겁니다”라는 것이 요지였다. 이 말을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야 할 시점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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