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화하는 이재명의 ‘일극 정치’] [서로 통하는 극과 극 정치] ....
[노골화하는 이재명의 ‘일극 정치’]
[국가 서열 2위를 이런 식으로 뽑아도 되나]
[서로 통하는 극과 극 정치]
[변죽 울리는 한동훈의 ‘목격담 정치’]
노골화하는 이재명의 ‘일극 정치’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3선 의원 이상 나이순’이던 기존 관례를 깨고 3선만 되면 나이 상관없이 ‘전문성과 실력’을 우선으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론 법안의 신속 통과 같은 성과를 낼 인물들로 배치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주요 상임위원장 후보로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된다. 당내에선 “결국 상임위원장도 ‘강성’을 기준으로 따지겠다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7∼8월 시도당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지역 조직을 총괄하는 시도당위원장에도 주로 친명계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4·10총선 이후 민주당을 보면 사실상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일색의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를 완성해 가는 분위기다. 친명을 넘어 ‘찐명’으로 불리는 인물이 원내대표 선거 단독 후보로 나와 사실상 추대된 데 이어 오늘 국회의장 경선을 앞두고선 친명계가 나서 다른 친명 후보 2인을 주저앉히고 초강성 후보를 밀고 있다. 그러니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시도당위원장까지 오직 이 대표의 뜻에 따른 친명 독주체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석 달 뒤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온 ‘또 대표는 이재명’(또대명)이란 연임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친명계가 당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지만 이런 일사불란한 체제가 정상적일 수는 없다. 당내에선 친명 일체화의 폐해와 그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대립군(代立軍·군역을 대신해 주는 사람) 국회의장’ 추대론을 두고선 “어떻게 야당 대표가 대한민국 서열 2위를 결정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중립성을 잃은 의장의 편파적 국회 운영은 정부의 거부권과 여당의 결집,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밖에 없다.
작금의 이재명 체제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다는 목소리는 안팎의 강성 세력에 압도당하기 일쑤다. 이 대표 지휘 아래 압도적 승리를 이뤘다는 신화만 지배한다. 이런 모습은 다양성을 토대로 통합을 추구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던 민주당의 오랜 전통과도 거리가 멀다. 브레이크 없는 친명의 질주는 갈수록 지지층의 기반을 좁힐 뿐이다.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민주당’으론 민주도 역사도 국민도 함께하기 어렵다.
-동아일보(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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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서열 2위를 이런 식으로 뽑아도 되나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추미애(왼쪽)·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나란히 서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171명이 16일 당선자 총회를 열어 추미애, 우원식 당선자 중 1명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한다. 대통령 다음의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최종 결정되지만, 다수당 의원 총회에서 다선 중진들의 경쟁을 통해 사전에 의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2년 여야는 입법부 수장의 정치적 중립의 상징적 의미로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회법을 합의 처리했다. 지난 22년 동안 국회의장들은 당적을 버리고 자신의 친정인 당심(黨心)보다는 민심(民心)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22대 전반기 국회를 이끌겠다고 나선 국회의장 후보들은 당심도 모자라 “이재명 대표가 나를 지지한다”며 명심(明心)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번도 없던 해괴한 일이다. 친명 경쟁을 하던 추미애 당선자와 조정식 의원이 갑자기 단일화를 하더니 친명 좌장이라는 정성호 의원도 후보 사퇴를 했다. 그래도 우원식 의원이 완주 의사를 보이자, 추 당선자는 “순리대로 갔으면 좋겠다.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이 대표가 말씀을 줬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들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원식 의원이 “이 대표가 나한테만 이야기한 게 있다. ‘형님이 딱 적격이다.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추미애, 조정식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내가 제일 세니까 둘이 힘을 합친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 최고 어른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발언 수준을 학생들이 알게 될까 봐 겁난다.
6선, 5선들의 국회의장 경쟁이 볼썽사납게 흐르자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조정식, 정성호 의원의 사퇴를 언급하며 “당대표와 가까운 분들의 권유를 받아 중단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박수현 당선인도 “국회의장까지 당심과 명심이 개입해서 정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 내 다수 중진은 침묵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총선 때 ‘비명횡사’한 정치인들을 목격한 효과일 것이다.
역대 국회의장은 형식적이지만 최소한의 중립을 지키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이렇게 노골적인 방식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하겠다면 명목뿐인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게 위선이라도 덜어내는 길일 것이다.
-조선일보(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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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통하는 극과 극 정치
국회의장 경선을 앞두고 후보로 나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당심(黨心)이 명심(明心)이고 명심이 민심(民心)”이라고 했다.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에 대한 당원들과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모두 본인에게 있다면서 한 말이다.
사실 이 말의 원 저작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작년 초 전당대회 당시 ‘윤핵관’으로 불린 장 의원은 “윤심(尹心)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했다. ‘김·장 연대’로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밀면서 했던 말이다.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은 “윤심이 민심”이라는 명제가 과연 맞았는지를 놓고 여전히 내부 논쟁 중이다. 정반대로 “민심이 윤심”이 되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다. 이런 모습은 ‘여의도 대통령’ 수준의 ‘이재명 일극 체제’라고 하는 민주당에서도 향후 나올 내부 분열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지난해 국민의힘에서 가장 많이 애용됐던 ‘단일대오’라는 말이 최근 민주당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조만간 국민의힘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내부 총질’까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 결과는 이번 총선에서 모두가 지켜봤다.
법무부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는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그러자 추 당선자는 “수사팀이 공중분해 됐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하는 검찰 수뇌부를 인사로 날렸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추 당선자의 입에서 이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수사팀 공중분해’의 원 저작자는 추 당선자다. 그는 문재인 정권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2020년 1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똑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다. 추 당선자는 당시 장관 임명 5일 만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조국의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진을 해체 수준으로 교체했다. ‘대학살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4년 만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공수만 바뀐 채 정반대 말을 상대 진영에 쏟아내고 있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한동훈 이슈’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출마한다면 4월 총선 패배로 자신이 물러났던 당대표 자리에 석 달 만에 다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전례가 있다. 앞서 이재명 대표 역시 2022년 3월 대선 패배 이후 석 달 만인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전당대회에 나와 당대표가 됐다. 그때 이미 선거에 패한 정치인의 책임과 성찰 논란이 제기됐다.
싸우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시차를 두고 비슷비슷한 일이 좌우 진영만 바뀌어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정치의 속성과 권력의 본능은 여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는 돌고 극과 극은 통한다.
-박국희 기자, 조선일보(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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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 울리는 한동훈의 ‘목격담 정치’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비공식 활동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 팬클럽 게시판엔 그를 봤다는 소식과 함께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소식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 등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음 게시돼 확산됐다.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봤다며 팬클럽 회원들이 11일 게시판에 올린 다수의 인증사진들을 보면 고양이 티셔츠를 입은 한 전 위원장은 분홍색 골전도 이어폰을 끼고 한국 SF소설을 읽는 모습이었다. 앞서 자택 인근에서 통화하며 걷는 뒷모습이나,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는 사진도 공개됐다.
최근 이런 종류의 목격담이 부쩍 잦아진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공 장소인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을 읽는 모습 등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 연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원 전 장관과의 만찬 소식이 팬클럽을 통해 알려진 것도 마찬가지다. 공개 활동이나 공식 입장 표명은 피하면서도 대중의 궁금증과 관심을 일으키는 일종의 입소문 마케팅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이 이런 행보를 하는 건 나름대로의 전략에 따른 것일지 모른다. 벌써 정치판에 돌아오려 한다는 비판을 희석시키면서 복귀 시점을 가늠하기 위한 여론 떠보기일 가능성도 있다.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지지층을 향한 호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후에 ‘누구를 만났다더라’ ‘어디 어디를 다녀왔다더라’는 식으로 팬들을 통해 전달되는 ‘목격담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입은 열지 않은 채 여론의 관심만 높이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공식 활동을 중단했던 한 전 위원장의 이런 행보를 놓고 국민의힘에선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이 실제 어떤 길을 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당의 진로도 흐릿한데 그의 알쏭달쏭한 행보까지 겹쳐 국민은 혼란스럽다.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올바른 태도다.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정치 행보를 우연이나 팬들의 자발적 활동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
-동아일보(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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