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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없는 시대] [‘AI 거품론’이 부른 검은 금요일] ....

뚝섬 2024. 8. 6. 09:03

[데이터가 없는 시대 ]

[‘AI 거품론’이 부른 검은 금요일 ]

["AI가 모든 걸 바꾸겠지만, 경제성장 가속하는 건 당장 보기 어려울 듯"] 

[돈 먹는 하마 된 AI… 월가선 커지는 거품론]

 

 

 

데이터가 없는 시대

 

[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한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는 학습에 사용된 모델과 데이터의 크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모델과 데이터가 커지면 커질수록 성능이 향상된다는 말이다. 그것도 단순히 기능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모델은 본질적으로 풀 수 없었던 문제를 초거대 모델은 쉽게 해결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실리콘밸리 빅테크들 사이에선 LLM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수십 조를 투자해 경쟁사보다 더 큰 모델을 만들고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세 가지 문제가 생긴다. 우선 LLM 학습에 필수인 GPU 확보가 큰 문제다. 가장 최근 출시된 1조 크기 거대 언어 모델 학습에는 1만대 이상 GPU가 필요하고, 5년 후 등장할 100조 LLM은 GPU가 수백만 개 필요할 거라고 예상한다. 둘째 문제는 전력이다. 1조 변수를 가진 LLM은 거의 1GW, 그리고 100조 모델은 100GW 정도 전력이 필요할 수 있다. 탄소 배출량도 문제지만, 그 많은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학습에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최근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인류는 천문학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냈고, 지금도 여전히 만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LLM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데이터를 대부분 이미 사용했다. 앞으로 비공개 데이터까지 사용할 수는 있지만, 지금보다 100배, 1000배 큰 LLM 학습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해 LLM 학습에 필요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면?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로 생성된 데이터는 LLM 학습에 치명적인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사회. 그런 시대에 인간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새로운 춤을 추고,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미래 인류가 허락받은 유일한 ‘노동’이 될 수도 있겠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조선일보(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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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이 부른 검은 금요일 


변덕스럽기가 기후변화 못잖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서머랠리’(여름 강세장)를 외치던 글로벌 주식시장 분위기가 한여름 때아닌 한파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미국 경기 침체의 공포와 ‘AI 거품론’에 2일 아시아 증시는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코스피는 3.65% 급락하면서 50여 일 만에 2,700 선이 뚫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5.81% 폭락해 3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불안한 투심에 불을 지핀 것은 AI 산업에 대한 회의론이다. 미국 소비와 고용이 침체되면서 AI 투자가 계속될 수 있을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불안감이 커졌다. AI 열풍을 대표하는 엔비디아는 6월 중순 세계 시총 1위에 오르며 화려한 대관식을 치르자마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고점이던 지난달 11일 이후 한 달도 안 돼 20%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 시총 4조 달러 선점 경쟁을 벌이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는 이제 뒤로 달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AI 시장을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에 빗대고 있다. 엔비디아의 부상과 위기를 보면서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장악하며 단번에 빅테크 반열로 올랐다가 주가가 폭락한 시스코를 떠올린다. 챗GPT의 충격과 찬탄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이제 시장은 AI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은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는 연간 6000억 달러(약 822조 원)에 이르지만, 수익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1000억 달러(약 137조 원)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AI 진화 속도에 맞춰 인프라가 뒤따를지도 의문이다. 특히 전력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2030년 미국의 AI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8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력 공급 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모두가 밝은 미래를 의심치 않았던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듯이 산업의 성장은 불균형을 피할 수 없다.

▷AI라는 용어는 1955년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가 발표한 ‘지능이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한 과학과 공학’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AI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며 1970년대 초반과 1980년대 후반 두 차례의 혹독한 겨울을 겪어야 했다. AI의 미래가 장기적으로 낙관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꽃길이 아닌 굽이굽이 비탈길이다. 이번 위기가 ‘세 번째 겨울’의 전조일지, 아니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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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모든 걸 바꾸겠지만, 경제성장 가속하는 건 당장 보기 어려울 듯"

 

[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김지희 카이스트 교수가 말하는 인공지능과 성장

 

2022년 11월 말 챗GPT가 첫선을 보인 이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인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경제학계에선 AI가 반도체·컴퓨터 같은 관련 산업뿐 아니라 전체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로 앞으로 10년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7%, 즉 세계 GDP가 100조달러 정도이니 7조달러(약 9700조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선진국 경제가 매년 0.5~3.4%포인트 성장하면서, 글로벌 GDP는 17조1000억~25조6000억달러(약 17~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AI 영향으로 글로벌 GDP가 앞으로 10년 동안 0.93~1.16%쯤 완만하게 늘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AI가 성장과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는 김지희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전기, 인터넷 등 혁신 기술도 성장 확산까지 영향을 주는 데 30년 가까이 걸렸다”며 “생성형 AI 같은 기술 혁신이 경제성장을 가속하는 정도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희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가 최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 교수는 김지희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전기, 인터넷 등 혁신 기술도 성장 확산까지 영향을 주는데 30년 가까이 걸렸다”며 “생성형 AI 같은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정도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 기술 혁신과 성장

 

- 생성형 AI를 과거 혁신 기술과 비교하면.

 

“이런 기술들을 경제학에선 범용 기술, 즉 General-purpose Technology라고 부른다. 이런 기술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는 특징이 있다.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관 기술이 계속 나오게 된다.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끌어낼 수 있다. 증기기관은 1차 산업혁명, 전기는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은 3차 산업혁명을 불러왔다. 생성형 AI는 누구나 하는 기본 업무인 글쓰기와 콘텐츠 생성을 도와줘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성형 AI 기술을 더 잘 구동하기 위한 새로운 반도체, 클라우드, 로보틱스 기술 등 연관 기술 발전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걸 봐서, 이 기술이 더 많은 기술을 상호 발전시킨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생성형 AI를 범용 기술로 볼 수 있다.”

 

- 범용 기술은 성장을 가속했나.

 

“2차 산업혁명 후 인류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서 기술 발전의 혜택을 알뜰히 챙겼을 미국 경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수업 때 학생들에게 물으면 매년 10%, 20%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150여 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매년 평균 2% 성장을 지속했을 뿐이다. 가끔 가속이 붙으면 4~5% 성장도 했지만, 결국 2%로 안정화됐다. 기술이 성장을 가속하는 게 생각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2% 성장하면 35년이 지나면 경제 규모가 2배가 된다. 길게 보면 상당히 빠른 성장이라 볼 수 있다.”

 

- 혁신이 사라져 미국 성장이 정체됐다고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제 회복이 예전처럼 빠르지 않자 미국의 성장이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혁신이 사라져 미국 성장도 정체됐다고 했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거대한 침체(great stagnation)란 개념을 꺼냈다. 코웬은 과일 따는 비유를 써서 낮은 곳에 있는 기술은 우리가 다 따서 앞으로 기술 개발을 통한 성장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특히 챗GPT가 나온 즈음부터 AI 혁신을 누구나 인식하게 됐다. 코웬도 요즘은 ‘거대한 침체는 끝났다’고 얘기한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조선일보DB

 

◇ AI는 성장을 가속화할까

 

- 생성형 AI가 성장을 추동할까.

 

“범용 기술의 특징 중 하나는 경제성장이나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로 측정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는 것이다. 그 기술이 구석까지 퍼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는 상업적으로 쓸 수 있게 발명된 뒤 성장 효과를 보기까지 30년쯤 걸렸다. 실제 공장에 전선이 들어가고,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들이 만들어지고, 공장 구조도 전기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바뀌는 데 그 정도 걸렸다는 것이다. 인터넷도 1990년대 퍼지기 시작했지만, 경제학계에선 2010년대까지도 ‘인터넷의 경제 효과가 잘 안 보인다’는 말이 많았다. 최근 와서야 인터넷을 경제 활동 곳곳에서 생산성 향상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AI가 모든 걸 바꾸겠지만, 아직 생성형 AI가 성장이나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숫자로 얘기하긴 이르다. 다만 다양한 추정은 나온다.” 

 

- AI 영향 추정의 차이가 크다.

 

“AI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려면 우선 일을 업무 단위로 쪼갠 후 그중 몇 퍼센트가 AI의 영향을 받을지 가정하고 추려내야 한다. 업무가 얼마나 AI로 대체될지, 생산성 증가에 도움을 받을지 따지는 것이다. 가정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추정된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보다 AI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생각한다.”

 

- 경제학자들 전망은.

 

“작년 시카고대에서 유명 경제학자 50명을 설문 조사했다. 앞으로 20년간 AI가 경제성장에 주는 영향이 지난 20년간 인터넷이 준 영향보다 더 클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경제학자 61%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고, 20%만이 그렇다고 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당장은 그 영향이 잘 보이지 않고 영향이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AI 선진국인 미·중만 좋지 않은가. 한국 성장에도 도움 될까.

 

“개발도상국은 미·중의 AI 기술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은 AI 선진국 대열에 끼어 있다고 봐야 한다. 미·중처럼 자본력과 데이터로 밀어붙이는 기반 기술 분야는 약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 디바이스 기술, 초기 AI 기술 등 AI 생태계에서 잘할 수 있는 요소를 다 갖고 있다. 과거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등의 혁신 기술 태동기엔 한국이 낄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AI는 그에 비하면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기술 격차가 어느 정도 있긴 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 방향성을 잘 정해서 안정적 투자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생산성 향상과 성장에 분명히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학력 근로자, AI 도움받아 일자리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초 선진국 일자리 60%가 AI에 강하게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희 교수는 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신하겠지만, 저소득층이 AI 도움으로 예전엔 얻지 못한 지식 기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텐데.

 

“과거 자동화 기술은 비교적 저학력 직군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AI는 인지 기능을 보조할 수 있어 영향이 다를 수 있다. 특히 AI는 특정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인지 능력이나 학습 능력을 낮춰 저학력 노동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정원사를 예로 들어 보자. 예전엔 정원사가 식생을 다 알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젠 AI에 물어보면서 물을 얼마나 줘야 하고,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답을 얻을 수 있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정원사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계, 법조계, 의사 등 고학력 고소득 계층의 일이 대체될 수 있다는 것도 과거 자동화와는 다르다.”

 

―AI가 새로 만드는 일자리는.

 

“이미 AI가 새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미국, 유럽에선 AI를 규제하거나 AI 모델의 윤리적 문제나 오류를 찾아내는 일자리 등이 생기고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발전하는 AI 기술 특성상 AI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만드는 직업도 생겼고 점차 확대될 것 같다. 고고학자처럼 숨어 있는 데이터를 찾아내 AI에 주는 직업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AI는 불평등을 심화할까.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AI가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의견이 다소 많다. AI를 장악한 자본가들이 이득을 모두 가져가 자본과 노동 소득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저학력 근로자가 AI 도움으로 새 일자리 기회를 갖게 되면 불평등이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AI 발전을 불평등을 완화하는 쪽으로 유도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생성형 AI

 

생성형 인공지능(AI)은 AI의 일종으로 대화, 이야기,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 새로운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생성형 AI는 사람이 만든 콘텐츠의 데이터 집합에서 패턴과 관계를 학습해 새 콘텐츠를 만든다.

 

김지희 교수는

 

김지희 교수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경영과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로 경제성장론을 연구하고 있다. 2021년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루커스를 기려 만든 루커스상을 소득 불평등 관련 논문으로 받았다. 인공위성 사진을 기반으로 경제지표를 개발하는 AI 기술 개발에도 참여해 작년엔 AI로 북한의 경제 발전 지도를 제작, 발표하기도 했다.

 

-방현철 경제부 차장, 조선일보(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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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된 AI… 월가선 커지는 거품론

 

골드만삭스 등 'AI 적신호' 보고서

 

23일 구글의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사, 증권사 분석가들은 최고 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에게 “분기당 12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하는 인공지능 투자가 언제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피차이 CEO는 AI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AI 붐이 둔화되더라도 회사가 확보한 데이터 센터와 AI 반도체는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AI 거품이 꺼지면, AI를 위해 투자한 자산을 다른 서비스로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분기 구글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 순이익은 29% 증가했지만, 이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오히려 5% 하락했다. 당장 실적보다 앞으로 들어갈 AI 투자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 후 급격하게 성장하던 AI 산업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에 비해 수익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골드만삭스, 바클리 등 대형 투자은행과 세쿼이아캐피털 같은 벤처캐피털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AI가 한동안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성 보고서를 잇달아 내고 있다. 일부에선 2000년 전후 ‘닷컴 버블’ 때처럼 ‘옥석 가리기’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이 수익을 독차지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돈 먹는 하마’ AI, 언제 돈버나

 

골드만삭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짐 코벨로는 최근 발표한 AI 관련 보고서에서 “엄청난 투자에도 AI는 필요한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며 “세상에 쓸모가 없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구축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1년 전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이 “AI가 전 세계 일자리 3억개를 자동화하고 향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 생산량을 7%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 보고서와 정반대 내용이다.

 

바클리가 최근 낸 보고서도 AI의 수익성에 의문 부호를 달았다. 바클리는 “생성형 AI 열풍이 분 지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비자나 기업 대상으로 성공한 AI 서비스는 오픈AI의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MS) 깃허브 코파일럿밖에 없다”고 했다. 또 빅테크들이 2026년까지 AI 모델 개발에 연간 약 600억달러(약 83조원)를 투자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 AI를 통한 수익은 연간 약 20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쿼이아캐피털도 지난달 “빅테크의 연간 AI 투자 금액으로 미뤄봤을 때 올해 6000억달러 매출이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1000억달러에 못 미친다”는 보고서를 냈다. 올해만 AI 업계에 5000억달러의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경고에도 투자금은 계속 AI에 몰리고 있다. 올 2분기에 벤처 투자자들이 미국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556억달러로, 이는 2년 만에 단일 분기 최고치다.

 

◇“버블도 기술 발전의 일부”

 

AI 붐 초기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스타트업은 수익성 악화로 주요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거나 대규모 해고를 하고 있다. 구글의 딥마인드 연구소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인플렉션 AI는 작년에 13억달러 투자를 유치했으나, 지난 3월 창업자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했다. 이미지 생성 AI로 유명한 스태빌리티 AI는 경영난으로 직원을 해고했다.

 

AI 거품은 기술 발전에서 필연적 현상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워싱턴포스트(WP)에 “AI에 대한 성급한 투자로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관련 기술과 산업이 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인터넷, 스마트폰 등 신기술은 ‘버블 시기’를 거치며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1994년에 창업한 아마존은 7년 뒤인 2001년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구글은 창업 3년 만인 2001년부터 영업이익을 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AI 반도체를 엔비디아가 독점하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AI 반도체 비용이 낮아지고 AI 수요가 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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