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리 인하, 집값에 발목 잡힌 韓 금리는 어쩌나] ....
[미국發 금리 인하, 집값에 발목 잡힌 韓 금리는 어쩌나]
[美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 마냥 반길 수 없는 ‘부채 공화국’]
미국發 금리 인하, 집값에 발목 잡힌 韓 금리는 어쩌나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선 19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의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려 대책을 협의했다. 왼쪽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은 총재, 최 부총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대폭 인하)’을 단행하면서 2년여 동안 계속한 금융 긴축을 마감했다. 연내 추가 인하도 예고했다. 미국은 코로나 때 풀린 돈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 2022년 3월 이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왔지만 물가가 안정되자 금리 인하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두 차례 금리를 내리고 영국·캐나다·스위스·스웨덴·뉴질랜드 등도 가세하는 등 주요국이 금리 인하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미국 등이 고금리 해소에 나선 것은 물가가 잡히면서 경기 부양에 나설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때 9.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월별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5%로 3년 반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면서 안정되는 추세다. 반면 7월 고용 시장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이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제적 경기 부양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한국도 경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둔화하면서 2년 가까이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있다. 반면 내수(內需) 경기는 침체 조짐이 뚜렷하다. 살림살이의 여유를 보여주는 가계 흑자율은 8분기 연속 하락했다. 우리 역시 경기 진작을 위한 금융 완화에 나설 타이밍인 것이다.
그러나 집값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3주 연속, 전셋값은 67주 연속 상승 중이다. 8월 가계 대출은 역대 최대치로 늘었다. 집값 상승 초기에 정부가 “추세적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오판하고 정책 대출 신설,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실책을 범했다. 그 결과 금리를 내려야 할 때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지금 금리를 내리면 집값에 기름을 부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발(發) 금리 인하를 따라가기 보다 ‘국내 요인’을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은과 정부가 긴밀히 공조해 가며 세계적 금리 인하 국면에 대응하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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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 마냥 반길 수 없는 ‘부채 공화국’
AP뉴시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낮췄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 내린 것이다. 앞서 인하를 시작한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등에 연준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도 내수 부진 대응을 위해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하지만, 들썩이는 집값과 폭증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예고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사는 금리 인하 폭이었다. 연준이 ‘빅컷’을 결정함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연 4.75∼5.0%로 떨어졌다. 연준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팬데믹의 여파로 4년 반 동안 이어져온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빚 많은 가계, 기업이 오래 기다려온 금리 인하 시대의 막이 올랐는데도 한국은 마냥 반길 수 없는 처지다. 기준금리 3.5%인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1.5%포인트로 줄면서 외국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는 감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2.0%로 한국은행의 목표에 부합한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 동안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빚이 줄어든 미국 등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부채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들어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확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연기 등 정부의 정책 오류가 반복되면서 지난달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로 폭증했다. 늘어난 빚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쏠려 서울 아파트값은 24주 연속 상승세다. 금융 당국이 전방위로 은행을 압박해 대출 증가 속도가 이달 들어 다소 떨어졌지만 ‘나만 낙오될 순 없다’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소외 공포증’과 주택 구매 의지는 여전히 최고조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려 내수 띄우기에 나설 경우 ‘영끌’ ‘빚투’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늘어난 빚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더 위축시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연준의 결정을 ‘글로벌 복합위기 종료 신호’로 해석하고,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내수 활성화에 두겠다며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은이 10월에 금리 인하를 개시하려면 체감할 수 있는 수도권 아파트 공급 확대, 투기성 부동산 대출 통제 등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의 조바심 때문에 위험 수준으로 부풀어 오른 부채 폭탄을 더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아일보(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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