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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된 베컴… 영국선 어떤 사람이 작위를 받나] ....

뚝섬 2025. 6. 15. 05:46

[기사 된 베컴… 영국선 어떤 사람이 작위를 받나]

[9만원 내면 당신도 남작? 귀족 작위 사는 사람들]

[노동당수 스타머,  'Sir'라 불릴까]

 

 

 

기사 된 베컴… 영국선 어떤 사람이 작위를 받나

 

영국 왕실 최고 수준 영예 

 

전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로이터 연합뉴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잉글랜드팀을 이끌었던 축구의 전설 데이비드 베컴(50)이 영국 최고 수준의 영예인 기사 작위와 함께 ‘경(卿·Sir)’의 칭호를 받는다. BBC 스포츠 등 영국 매체들은 “베컴이 14일 열리는 찰스 3세 국왕의 생일 기념행사에서 기사 작위를 받을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각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총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하는데, 이 중 훈격 1·2등급의 훈장에 기사 작위가 함께 주어진다. 수훈자에게는 ‘경’의 칭호가 붙는다. 베컴은 2003년 4등급에 해당하는 ‘장교 훈장’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기사 작위를 받는 과정에서 흔히 받는 첫 훈장”이라고 했다. 22년 만에 기사 작위가 수반되는 상위 훈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베컴은 A매치 115경기에 출전하며 영국 축구를 이끌었다. 잉글랜드·스페인·미국·프랑스 4국 리그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최초의 영국 선수라는 타이틀도 따냈다.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오른발 프리킥이 장기였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는 총리(휴 그랜트)가 영국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열거하며 “우리에겐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스, 숀 코너리, 해리 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이 있고, 베컴의 왼발도 있다”고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국에서 베컴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실력만큼 출중한 외모로 여러 광고에 출연하고, 2005년부터 20년간 유니세프 홍보 대사로 활동하며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유치에 앞장섰고 성화도 봉송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기사 작위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BBC 스포츠는 “축구 경력으로 인정받고 영국 사회에 공헌한 점을 볼 때 베컴은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영국 왕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분야에 상당한 공헌을 한 사람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고 설명한다. 기사(騎士)라는 호칭이 말해주듯 과거에는 주로 군인에게 주어지는 작위였다. 1917년 조지 1세 국왕이 제1차 세계대전의 비(非)전투원을 기리는 대영제국 훈장을 제정하면서 분야가 확대돼 예술가, 과학자, 교장 선생님, 기업인 등이 기사 작위를 받았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제작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 등이 기사 작위를 받았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정보기관 국장 ‘M’을 연기한 주디 덴치처럼 작위를 받은 여성은 ‘데임(Dame·여성 기사)’ 칭호를 받는다.

 

왕족이나 고위 공직자 등에게 주어지는 다른 종류의 훈장과 함께 기사 작위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베컴처럼 업적이 뚜렷한 민간인은 대개 대영제국 훈장과 함께 작위를 받는다. 수훈 후보자는 총리·장관 또는 일반 시민들의 추천으로 정한다. 영국 세무 및 관세청(HMRC)에서 추천서를 검토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수여 대상자는 내각 소속 명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자신을 ‘셀프 추천’할 수는 없다. 키어 스타머 현 총리는 검찰총장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공로로 2014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기사 작위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지만, 왕실에서 수락 의사를 묻는 서한을 발송했을 때 거절할 수도 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과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롤링 등 인사들이 서훈을 거부했다. 가수 데이비드 보위도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기사 작위를 포함한 대영제국 훈장을 두 차례 거절했다.

 

외국인도 명예 기사 작위·훈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국 영화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성폭력 근절에 힘쓴 공로로 명예 작위를 받았다. 스페인 오페라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 문화·산업계 인사들도 명예 작위를 받았다.

 

명예 기사 작위를 받은 한국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승수 전 의원, 김상만 전 동아일보 회장, 강영훈 전 국무총리 등 세 명이다. 외국인의 경우 ‘경’이나 ‘데임’ 호칭은 주어지지 않고 대신 훈장의 종류를 이름과 병기한다. 2023년에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작위가 수반되지 않는 5등급 명예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김보경 기자, 조선일보(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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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원 내면 당신도 남작? 귀족 작위 사는 사람들

 

“아빠가 성을 샀다며 해외 배송 온 문서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성(姓)을 사고 판단 말인가. 게다가 해외 성씨? 자녀 이름도 ‘김순자’에서 ‘순자 존슨’으로 바뀌는 셈이니 혼란스러울 만도 하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이상하다. “성은 250만원이고 50만원은 남작 작위라며 아빠가 자꾸 남작으로 불러 달라고 한다.” 성(城)을 샀다는 말이었다. 이 아버지는 결국 밤 11시에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에게 집에서 쫓겨났다고.

 

매관매직이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해외 귀족 작위다. 구매하면 귀족 등록 증서까지 보내준다. ‘이말년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이자 유튜버 침착맨(본명 이병건)은 지난달 듣도 보도 못한 나라의 남작 작위 구매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 277만명이 그를 “남작 병건”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순진한 우리 국민이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데 진짜 있었다. 국가라 부르기도 애매한 그 국가가. 

 

영국 입스위치 앞바다에 있는 시랜드 공국. 농구 코트 2개 정도의 면적이다. /시랜드 공국

 

◇영국판 봉이 김선달일까

 

우리 돈 4만5000원만 내면 누구나 영주나 아가씨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칭 독립국’ 시랜드 공국(Principality of Sealand) 이야기다. 남작·남작 부인 작위는 9만원, 백작·백작 부인은 45만원…. 공작·공작 부인 작위가 가장 비싸다. 112만3000원. 유럽 귀족제에서는 공작이 왕족 다음으로 높다.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정1품’ 정도. 기념 주화나 A4용지 1장짜리 헌법 전문도 판매.

 

시랜드 공국은 영국 동해안 도시 입스위치에서 11㎞ 떨어진 바다 한복판에 있다. 거주 인구 31명(추정), 정치 체제는 입헌군주제, 화폐는 시랜드 달러, 남북한 미수교(?). 두 콘크리트 기둥에 철제 구조물을 얹은 형태의 요새가 영토를 대신한다. 농구 코트 둘 정도 면적.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이 건설한 해상 요새 중 하나다.

 

그런데 1967년 9월 2일 영국군 소령 출신인 패디 로이 베이츠라는 사람이 이곳을 점령하고 독립국가를 선포한다. 아내 생일과 같은 날이라 생일 선물이었다는 추정이 있다. 영국 해군은 강제 퇴거를 시도했으나 이듬해 영국 법원이 “시랜드는 공해상에 있어 영국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판결, 충돌은 일단락된다.

 

시랜드 공국은 현재까지도 국제적 독립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1982년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이 채택돼 영국 영해에 속했다. 그러나 베이츠 일가는 “우리는 정식 국가로 인정받은 독립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는 이렇다. 1978년 한 용병 집단이 “카지노를 만들겠다”며 시랜드 공국을 습격하는데, 이들 중 독일인 일부가 인질로 잡히는 바람에 독일이 외교관을 보내(!) 국가 대 국가로 석방 협상을 했다는 것이다. 실재한 일이다. 

한 프리랜서 작가가 구매한 귀족 작위 증서. /브런치

 

◇특별한 정체성 갈망

 

“이걸 누가 사나” 싶지만 영국 BBC는 2015년 “불분명하지만 시랜드 공국의 GDP는 60만달러 정도”라고 했다. 한화로 약 8억8100만원, 영주·아가씨 작위로 따졌을 때 연간 세계 1만9500여 명이 사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1~2년에 한 명꼴로 “작위를 샀다”는 사람이 인증 사진과 함께 등장한다. 로스쿨에 다닌다고 소개한 한 블로거는 “기사가 되고 싶다는 오랜 환상을 성취했다”고 말했고, 한 프리랜서 작가는 “귀족 신분으로 언젠가 저 땅을 밟아보고 싶다”고 했다. “귀족 작위를 받는다는 꿈 하나를 달성했다”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불러온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 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현실에서 얻기 힘든 권위와 신분에 대한 체험 욕구를 채운다는 것.

 

스코틀랜드의 한 마케팅 업체는 회사 사유지인 에들리스턴 지역 고지대의 땅을 ‘판다’며 “영토 사고 영주(Lairds·귀족) 칭호도 얻으라”고 홍보한다. 약 0.2평에 350달러(약 51만원). 판매 금액 일부는 그 땅에 나무 심는 데 쓰인다. 증서는 발급하지만 법적 효력이 없다.

 

어디다 쓰냐고? 영토를 산 사람들은 비행기 탑승권이나 호텔 예약 때 선택할 수 있는 호칭으로 ‘미스터(Mr)’ ‘미스(Miss)’ ‘닥터(Dr)’ 등 대신 ‘로드(Lord·귀족)’를 택한다.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린다. 인하대 이은희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정체성을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 일종의 비즈니스”라며 “결국 명품으로 ‘고급이라는 환상’을 소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조유미 기자, 조선일보(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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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수 스타머, 왜 'Sir'라 불릴까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2일 더비셔주 클레이 크로스에서 총선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4일 진행될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예정이다. 영국 언론에서는 그를 ‘키어 스타머 경(Sir Keir Starmer)’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2014년 기사 작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스타머 대표는 인권 변호사를 거쳐 2008~2013년 검찰총장을 지냈다. 영국에서 검찰총장은 보통 임기가 끝나면 기사 작위를 받는다.

 

영국에서는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 새해, 국왕의 생일날이다. 정해진 숫자는 없고, 매번 수십명씩 기사 작위를 받는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이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에서 경이라는 존칭을 쓸 때는 보통 뒤에 성을 쓰지 않는다. 전체 이름이나, 아니면 이름과 함께 쓴다. ‘키어 스타머 경(Sir Keir Starmer)’이나 ‘키어 경(Sir Keir)’이라고 쓰지 ‘스타머 경(Sir Starmer)’ 이라고 쓰지 않는다. 이 호칭은 과거 귀족들에게 사용되던 것인데, 뒤에 성을 붙이면 같은 성을 쓰는 가족들끼리는 구분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을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류재민 기자, 조선일보(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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