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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보름] [李 "한미일 공조로 지정학 위기 대응" 이 길로 가야]

뚝섬 2025. 6. 19. 09:28

[이재명의 보름]

[ "한미일 공조로 지정학 위기 대응" 이 길로 가야]

[북-러 밀착에 트럼프 변덕까지… 더욱 중요해진 ‘이웃집 韓日’]

[증시 부양, 내수 살리기 '묘수' 될까] [대통령 이미지 만드는 ‘허니문 시기’ 사진 한 장]

 

 

 

이재명의 보름

 

[송평인 칼럼]

당선 사례 하듯 기어이 전 국민 지원금
대선 뒤 아들 결혼식 관련 설왕설래
상대편 범죄 몰이 특검과 내 편 봐주기
대북 전단 금지까지 이래도 실용 중도인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사례라도 하듯 여당이 전 국민 지원금을 기어이 주겠다고 한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생활 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이 문재인 정권 때의 전(前)고점을 경신하는 시점에서 물가의 추가 상승이 우려된다. 지역화폐 예산도 더 늘린다고 한다. 지역화폐는 100만 원을 쓰면 그중 10만 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식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추가되는 전 국민 지원금이다.

대통령 아들의 결혼식이 하필 대선 뒤인 얼마 전이었다. 사전에 전해진 말은 비공개 스몰 웨딩이었으나 삼청각에서 열린 사실상 공개된 결혼식에 눈에 보이는 하객만 800명이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 측이 축의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축의금에 대한 얘기가 설왕설래다.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면 받지 않았다고 밝혀주는 것이 좋겠다.

김민석 의원이 총리 역량이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오광수 전 검사장이 민정수석에 임명됐다가 ‘차명 재산’ 논란으로 낙마한 가운데 김 의원은 더한 돈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세비 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한 사실과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준 장본인으로부터 다시 돈을 받고 갚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모친의 전세 계약에도 의혹이 있다. 대통령은 김 의원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두 사람에게 공정한 기준이 적용될 것인지 볼 일이다.

 

수감 중인 조국 씨 사면 얘기가 대통령 측근인 정성호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조 씨가 자녀의 대학 및 대학원 입학을 위해 한 부정 행위는 과거 정권 같았으면 전국의 대학과 법조계를 다 조사해 뿌리 뽑았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조 씨의 처벌에 대해서마저도 소극적이다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충돌해 결국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다. 조 씨의 사례는 결국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노멘클라투라 같은 새로운 특권 계급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다.

현 정권의 노멘클라투라(소련 시절 소련 공산당의 당원으로서 당이나 국가의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던 자들. 종종 공산귀족이라는 표현으로 불린다) 1호는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이 되자 재판이 줄줄이 연기됐다. 재판이 연기되지 않았으면 입법권을 동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의 구성 요건을 바꿔 면소(免訴) 판결이라도 받아낼 태세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헌법 84조 논란을 제기하며 이재명 재판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칼럼을 쓴 바 있다. 대통령이 재판을 받으러 다닐 수는 없다. 다만 무책임하게 사건을 질질 끈 판사들에 대해서는 ‘기록형(記錄刑)’으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신을 수사한 검사의 탄핵 소추까지 한 사람이 ‘정치 보복은 없다’고 했다고 해서 정말 정치 보복이 없다고 여긴다면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다고 해서 정말 존경한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3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만 무려 120명이다. 특검이란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할까 봐 야당 주도로 하는 것이다. 대통령직을 차지하고 여당이 돼서는 여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의 수사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일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권은 자기 사람(그때는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혀 적폐 수사를 했다. 그때는 그래도 계통을 밟으려 했다. 이제 계통이고 뭐고 없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안보회의 서기가 2주간 두 번 북한을 다녀간 뒤 북한이 추가 파병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북한 주민들은 푸틴에게 인신공양(人身供養)되는 병사들의 소식을 알고 있을까. 북한 주민에게 외부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대북 전단, 대북 라디오 방송 외에 무엇이 있는지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진실을 알고 진실을 전하는 건 인권의 문제일 뿐 아니라 폐쇄 사회를 향해서는 수백 개의 미사일보다 더 강한 무기다. 정부가 지원해줘도 모자랄 판에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까지 제동을 걸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도 전에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그런 결정 속에 그들의 무속과 무모함이 다 들어 있었다. 그것이 결국 계엄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보름에 그가 어떤 일을 어떻게 추진할지가 다 들어 있다고 본다. 외교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아 가시화된 게 없지만 이 대통령이 알고 보면 실용 중도라고 한 사람들은 좀 불안하겠다.

-송평인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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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한미일 공조로 지정학 위기 대응" 이 길로 가야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지속 유지·발전”시키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제 정세는 유례없는 격동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트럼프 관세 파동이 겹치고 여기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더해졌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이란을 향해 “최고지도자(하메네이)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무조건 항복하라”고 했다. 하메네이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입 원유의 72%를 중동에서 가져오는 한국에는 비상사태다.

 

이런 가운데 전투병 1만5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했던 북한이 공병 1000명과 건설 인력 5000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러시아 안보 수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번 달에만 두 번이나 평양에 가서 김정은을 만났다. 북한의 인력 제공 대가로 러시아가 지원할 경제 보상과 군사 기술을 논의했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에 방공 무기와 전자전 무기·기술, 탄도미사일 유도 기술 등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런 지원을 받아 어디를 겨냥할지는 명확하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한국 혼자 힘으로 헤쳐나갈 성격이 아니다. 국제적 변수들이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굳건한 한·미·일 공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작은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현 국제 정세 차원에서 보면 실로 ‘작은 차이’다. 북·중·러 등이 일으키는 공동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18일 한·미·일 공군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3국 연합 공중 훈련을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런 협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조선일보(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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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에 트럼프 변덕까지… 더욱 중요해진 ‘이웃집 韓日’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밝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캐나나스키스=송은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 같은 관계”라며 양국 간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이시바 총리도 “올해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기념비적인 해”라며 셔틀 외교 등 긴밀한 소통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특히 과거사 문제를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을 더 키워 미래지향적 관계를 꾸려 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일 두 정상이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회담을 통해 소통과 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은 관계의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간 양국 간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등 부침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과거사 문제가 늘 발목을 잡은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도 전임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에 매우 비판적이었지만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은 좋은 출발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작금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간 협력의 필요성은 한층 커진 게 사실이다. 각종 지정학적 위기 앞에 양국은 비슷한 처지에서 공동의 대응 과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각각 “국제 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 정세가 정말 대단히 엄중해지고 있다”며 보완적 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장 북한과 러시아는 공생의 결탁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1만 명 넘는 특수부대를 파병했던 북한은 이제 전면전 일보 직전의 급박한 중동 정세를 틈타 공병부대와 군 건설 인력 6000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북한은 파병 대가로 식량 석유 등 연명 수단은 물론이고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받음으로써 주변국에 대한 위협을 키우고 있다. 한일, 한미일의 더욱 비상한 공조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한일 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발 불확실성의 파고도 헤쳐 나가야 하는 처지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동병상련의 대응이 필요한 데다 향후 북-미 직거래,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하는 ‘스몰딜’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북핵 대응에는 미국과 함께 3각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도 현기증 날 만큼 어지러운 트럼프 2기의 예측불허 행보에는 공동의 경계심 아래 공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동아일보(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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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양, 내수 살리기 '묘수' 될까

 

李대통령, 증시 역할 중시
'자산 효과' 주가 오르면 소비 진작
기업 현금 가계로 돌리는 효과도
상법 개정만으론 5000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후 첫 경제 현장 방문지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임기 내 코스피 5000돌파'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수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뉴스1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임기 내 코스피 5000 돌파’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주가 2900 돌파에 고무된 듯 취임 후 첫 경제 현장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도 “상법 개정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면서 “민생 법안 중 상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먼저 호응한 투자자는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대선 이후 5조원가량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인으로 지적돼온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상법 개정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관망하던 개미 투자자들도 매수 행렬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제2의 동학개미 운동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새 대통령과 민주당이 ‘증시 부양’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유는 뭘까. 새 정부의 당면 과제는 경제 살리기이다. 증시 부양이 내수 진작의 묘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주가가 오르면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로 인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 증시 호황은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 투자·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이 대통령 말대로 투자금이 부동산 대신 증시로 흐르면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이 억제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늘어나면 증시로의 달러 유입이 늘어나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환율이 안정되면 한미 간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기준 금리를 더 내려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새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상장기업의 배당 확대 압력이 높아지면 기업의 금고에 잠겨 있는 현금이 배당 형태로 풀려 가계 소득 상승을 낳고, 이것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 사내 유보금을 배당·투자·임금 인상 재원으로 쓰도록 압박하기 위해 ‘기업소득 환류 세제’를 시행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엔 재벌 대기업에만 실시돼 효과가 미진했지만, 상법·세법 개정으로 상장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면 이번엔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배당률(26%)은 선진국 중 꼴찌 수준인데도,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현금배당액은 45조5000억원에 달했다. 배당 성향이 우리나라 2배인 대만 수준(55%)으로만 끌어올려도 매년 100조원에 가까운 돈을 기업에서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호주머니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법과 세제의 개혁만으론 ‘코스피 3000’은 몰라도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근본 변수는 기업의 이익 창출력이다. 국내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4.3%)은 미국 S&P500기업(12%)의 3분의 1 수준이다. 상장기업 40%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 기업들이다. 배당은커녕 생존조차 버겁다.

 

한국 증시가 미국처럼 장기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려면 산업·기업의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 매출·수익의 장기 우상향을 믿고 주식에 노후 자금을 맡기는 장기 투자자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늘려 신성장 동력을 찾고, 낡은 기업들은 혁신 기업으로 물갈이되는 건강한 증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는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교육·노동·규제 개혁에서 성과를 내 국가 경쟁력을 더 높여야 ‘코스피 5000 시대’의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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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미지 만드는 ‘허니문 시기’ 사진 한 장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5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직원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당시 79세로 고령인 바이든이 다섯 살짜리 입맛을 가진 젊고 소탈한 지도자로 보일 수 있도록 백악관이 연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클리블랜드=AP 뉴시스

 

어떤 정부든 집권 초기 ‘허니문 기간’에는 대통령실이 언론에 비교적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브리핑을 자주 연다. 개혁 슬로건이나 국정 철학을 비주얼로 전달하는 언론 홍보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기자들과의 스킨십도 늘어난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공개 일정이 많아지며 사진취재의 범위가 넓어지고 시간도 길게 허용해 경호에 가로막혀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대민 접촉 행사가 많다 보니 활짝 웃는 밝은 표정의 대통령 사진이 많이 출고되는 경향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초기 가장 ‘클래식한’ 일정은 전통시장과 군부대 방문이다. 전통시장에선 아이를 안고 셀카를 찍고 장을 보며 상인들과 대화를 한다. 군부대에서 장병들을 만나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은 ‘신입 대통령’이 거쳐야 하는 일종의 ‘사진 코스’다. 서민경제를 상징하는 시장은 물가, 경기, 민생이라는 키워드가 있고 군부대는 군통수권자의 권위와 굳건한 안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줄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2주간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며 집권 초기 이미지를 쌓아 가고 있다. 6일에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남성시장을 찾았고, 13일에는 경기 연천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났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1박 3일의 첫 순방 일정도 소화했다.

 

특히 5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나온 ‘김밥 국무회의’ 사진은 이전 정부의 사진 스타일과는 달라 주목을 받았다. 한 줄짜리 김밥에서 하나를 입에 넣고 있는 이 대통령과 표정 없이 김밥을 먹고 있는 전 정부의 국무위원들을 담고 있는데, 공식적이고 통제된 이미지를 주로 제공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정제되지 않고 현장감을 살린 사진으로 평가된다. 역대 정부도 일반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탈피해 새롭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이 과정에서 때로 잡음도 불거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백악관처럼 매일 기자 앞에서 질문받는 모습을 보이는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총 61차례 진행했다. 탈권위의 상징으로 시행했지만 취임 6개월 만에 한 언론사와 충돌을 겪은 직후 중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점심 식사 후 청와대 경내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과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노출했다. 이는 당시 소통과 권위 내려놓기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면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행사 자체를 기획하고 동선까지 연출했다는 논란도 남겼다.

외국 대통령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한 뒤 그해 5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직접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직원들과 대화하며 소탈한 모습을 노출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2015년 취임한 뒤 다운타운 지하철에서 시민들과 셀카를 찍었다. 막내아들 아드리앙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기도 있다.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며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생활형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는 ‘비공개 사진’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기자들이 충분히 취재할 수 있는 행사를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했고, 이후 입맛에 맞는 사진만 제공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의정 갈등 후 8차례 병원을 찾고도 기자들을 동행하지 않았다. 또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의 ‘차담 회동’은 지금까지 최악의 정치 이미지 연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순천만 정원 방문,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 면담 장면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릴 법한 이른바 ‘화보 사진’으로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이 연설하거나 재난 현장을 찾는 장면을 사진에 담는 행위는 국가의 통치력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과도하게 연출된 사진은 되레 논란만 부르고, 거칠어도 자연스러운 장면은 더 큰 감동이나 신뢰를 주기도 한다.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은 권력의 최정점에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도 있고,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카메라를 노려보며 눈썹을 치켜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사진처럼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대다. 대통령의 사진은 단순한 초상사진이 아니다. 표정과 자세, 복장, 누구와 함께 있느냐는 권력의 스타일과 태도를 보여 줄 수 있다.

-최혁중 사진부 차장, 동아일보(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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