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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대상'들이 권력 쥐고 있으니 '개혁 의지 0점'] ....

뚝섬 2025. 7. 2. 08:44

['개혁 대상'들이 권력 쥐고 있으니 '개혁 의지 0점']

[중증 환자 '보수'는 왜 아직도 치료를 거부하는가]

[반이재명만 외친 국민의힘의 성적표]

 

 

 

'개혁 대상'들이 권력 쥐고 있으니 '개혁 의지 0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비대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식 비대위원, 조은희 비대위원, 박덕흠 비대위원, 송 비대위원장,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뉴시스

 

국민의힘은 1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재부 차관 출신으로 특정 계파에 속하지는 않지만,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구주류(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날 지명한 비대위원 중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관저 앞에서 열린 반탄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계엄으로 탄핵과 대선 패배라는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받고도 구주류가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 수도권 아닌 영남 지역구인 송 의원이 당 원내대표로 뽑힌 자체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김용태 의원은 퇴임 회견에서 ‘대선 이후 국민의힘 개혁 점수’를 묻는 질문에 “0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의 몰락을 가져온 기득권이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힘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기득권’은 당내 구주류들이다. 김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당무 감사 등 개혁안을 내놨지만, 이들의 반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신임 송언석 비대위원장도 이에 반대했다.

 

구주류들이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는 당이 개혁되면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힘은 영남 지역으로 쪼그라들었지만 구주류는 국힘 안에서는 여전히 다수다. 개혁이 이뤄질 수가 없다. 국힘 김재섭 의원은 김용태 의원 퇴임에 대해 당은 변화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변화를 말하는 사람(액세서리)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눈속임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구주류는 국힘이 지난 대선에서 40% 이상 득표한 것을 두고 “선전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자신들의 존재 근거로 삼는다고 한다. 국힘 후보에게 표를 준 40% 국민 중 상당수는 국힘 지지가 아니라 ‘반이재명’이었을 뿐이다. 이 사실을 구주류들도 잘 알 것이다.

 

국민의힘은 2016년 이후 총선에서 연전연패했다. 한때 과반을 차지하던 의석이 이제 100석 남짓으로 줄었다. 민주당의 수도권 의석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개혁을 거부하면 다가오는 선거의 결과도 같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국회에서 아예 없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야당의 견제 없는 정치는 독주로 흐르고 이는 나라에 해롭다. 국힘이 바뀌려면 영남 지역 의원들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영남 지역의 유권자들이 알량한 의원 자리를 지키려 개혁을 거부하는 지역 의원들에게 불벼락을 내려야 한다.

 

-조선일보(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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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환자 '보수'는 왜 아직도 치료를 거부하는가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12·3 비상계엄은 ‘민주주의·헌법·보수 위기’를 불러왔다. 비상계엄이 ‘3중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시각도 꽤 있다. 원인이든 결과든 ‘민주주의 위기’와 ‘헌법 위기’는 ‘조기 대선’ 수술로 급한 위기는 넘겼다. 문제는 ‘보수 위기’다. 중증인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1987 체제’ 이후 불가역적이라고 봤던 ‘군사 독재’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2017년 대통령 탄핵’도 평화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세계의 찬사를 받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자부심에 상처를 입은 국민은 ‘민주주의 위기’를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렸다.

 

6·3 대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비전·리더십·정책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공고하다는 국민의 강력한 의사 표시다. 비상계엄은 헌법 해석과 헌법기관·국가기관의 권한에 관한 숱한 문제도 드러냈다. ‘헌법 위기’도 개헌과 입법으로 빨리 수술해야 한다.

 

문제는 수술을 거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①위기에 동의하는가? ②원인은 무엇인가? ③해결책은 있는가? 순으로 풀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위기감이 전혀 없다. 그게 위기의 핵심이다. 오죽하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선거에서 이긴 당처럼 행동한다”고 개탄했을까.

 

대선 직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원장 강원택)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웹 조사(1500명)에 따르면 보수의 위기를 촉발한 원인으로 ①12·3 비상계엄 사태 36% ②보수 정치인 내분 20% ③윤석열 정부 실정 19% ④강경 보수 노선 11% ⑤대선 후보 단일화 불발 6% ⑥영남 정당으로 축소 2% ⑦기타·모름 7%로 답했다. 보수 정당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①윤석열 전 대통령 등 계엄 관련자 절연 26% ②아스팔트 우파, 극우 유튜버와 단절 15% ③계파 정치 청산 15% ④기득권 정당 이미지 탈피 14% ⑤청년 리더십 발굴 9% ⑥경제 민주화 같은 어젠다 구축 8% ⑦영남 정당 탈피 4% ⑧기타·모름 9%였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것은 6·3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뽑았다는 응답자들은 윤 전 대통령 국정 운영(10점 만점)에 5.3점을 줬다는 사실이다. 특히 잘했다(6~10점)는 응답(47%)이 잘못했다(35%)는 응답보다 12%포인트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국정 평가 점수가 2.6점이고 잘못했다(0~4점)는 응답(71%)이 잘했다는 응답(19%)을 압도한 것과 비교하면 인식 차가 크다.

 

국민의힘 위기의 핵심은 ‘민심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 친윤 핵심 장제원이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라고 말한 순간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정당이 됐다.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다”라고 대통령에게 말할 수 있는 당이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호남을 포위했던 거대 ‘보수 동맹’이 이젠 거꾸로 ‘대구·경북당’으로 역포위됐다. 민주당은 이젠 김대중의 호남당도 아니고, 노무현·문재인의 PK당도 아니다. 수도권 정당이다. 대선 후보, 당대표, 원내 대표 모두 수도권 기반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인할 수 없는 ‘대구·경북당’이다. 그 인식 세계에 당이 갇혔다. 오류는 고칠 수 있어도 한계는 넘을 수 없다. 국민의힘에서 혁신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정치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두 방법이 있다. 자기 생각에 맞춰 현실을 바꿀 물리적 힘이 있거나, 아니면 현실에 맞춰 자기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독재하거나 선거를 잘하거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둘 다 실패했다. 민심 읽는 능력을 잃어버린 국민의힘은 ‘선거 공포증’ 상태다. 선거 포비아의 극단적 행태가 ‘부정선거론’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대 ‘탄핵 찬성’, ‘자유 우파 결집’ 대 ‘중도 외연 확장’, ‘당심’ 대 ‘민심’, ‘극우 유튜버’ 대 ‘레거시 미디어’의 노선 대립에서 전자가 당 주류다. 도무지 선거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틈을 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중도 보수’로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중도 보수’는 국민의힘을 ‘극우’로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전략 무기는 ‘국민’이다.

 

레토릭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성공 시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행복 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세계화 흐름을 타고 국가 위상이 올라가고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도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책으로 현실화시키지는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상법 개정안’ 같은 정책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우군으로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독재나 사법·언론 장악이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이나 대통령 자리를 감당할 능력과 책임감이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기저 효과’로 인해 정상적(?) 국정 운영만으로도 지지율을 관리할 수 있다.

 

전에는 보수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는 세력’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있는 반면 진보는 ‘대한민국과 싸우는 세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다. 이젠 반대다. 윤석열 이후 국민의힘이 법치·선거·언론을 부정하는 세력과 결탁하면서 ‘대한민국과 싸우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서비스업의 가장 단순한 정의는 ‘고객이 갖기를 원하나 자기는 만들 수 없는 것’을 파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 고객이 간절하게 갖고 싶고, 공급 측면에서 ‘Only One’이나 ‘Number One’이라면 높은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찍고 싶은’ 정당이 아니라 (마지못해) ‘찍어 주는’ 정당이다. 실력·품격·헌신 같은 보수의 상징 자본을 탕진했다. 구매할 매력이 없다.

 

민주당은 마침내 한국 정치의 주류가 됐다. 1905년·1945년·1985년·2025년 40년마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우리 운명을 흔들어 놓았다. 1905년 러·일 전쟁은 러시아에 의존하던 우리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1945년 미국과 소련은 독일과 일본을 항복시켰다. 그 결과 우리는 분단과 전쟁을 겪었다. 1985년 소련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는 1988년 ‘신베오그라드 선언’으로 ‘제한 주권론’으로 알려진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폐기했다. ‘(사회주의) 제한 주권론’은 ‘(소련) 제한 방어론’으로 대체됐다. 2025년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판) 제한 방어’ 독트린을 선언했다. 역사적 변곡점에 우리의 운명을 가를 전략적 키를 이번에는 국민이 민주당에 맡겼다. 보수는 신뢰를 잃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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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재명만 외친 국민의힘의 성적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오찬에서 “만약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한다면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는 것을 약속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반(反)이재명’ 정서가 매우 강한 국민의힘에서도 적지 않은 의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처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정치 이벤트에서 이미 실패한 대선 캠페인인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공격을 들고나오는 게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을 힐난할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의 국민의힘 관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직후 지도부가 와해됐다. 비대위원장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대위원과 주요 당직자들의 총사퇴로 지도부 기능은 상실했다. 국민에게 목소리를 낼 당 지도부 역할은 사실상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지도부가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지 3주가 지났지만 원내대책회의를 보면 ‘이재명’ 얘기만 한다.

새 원내지도부는 17일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을 20번 언급했다. “‘이화영 조국 사면론’은 이 대통령 당선 밀실야합 채권을 청구하는 것”, “이재명식 경제학으로 현금 살포하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전철” 등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식이다. 비판과 견제는 야당의 본령이라는 점에서 크게 틀린 메시지는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메시지 대부분에 이 대통령만 있고 국민의힘은 없다는 점이다.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이 어떤 쇄신을 하겠다는 건지, 어떤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건지에 대한 메시지 없이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만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20일 두 번째 회의, 24일 세 번째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의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 이름은 59번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기승전이재명’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느냐”고 비아냥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행정권력과 입법부 과반을 차지하고, 보수정당은 100석 남짓 소수 야당이 된 건 5년 전 이맘때와 꼭 같다. 하지만 당시 총선 패배 뒤 새로 들어선 지도부는 메시지의 주어를 ‘문재인’으로만 두지 않았다. 2020년 6월 ‘김종인 비대위’ 첫 회의에선 ‘문재인’이란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데이터청 설립” “플랫폼 노동자의 4대 보험 문제 의제화” 등 정책 제시에 집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저출생 해결을 얘기했고, 총선 패배 반성문을 썼고, 혁신을 약속했다. 당시 주호영 원내지도부 회의도 비슷했다.

그때도 당내에선 소수 야당이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 대신 실현할 수단도 없는 정책 얘기만 하고, 자아비판만 하는 게 맞느냐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보수정당의 정책을 강조하고, 혁신을 얘기하자 민심이 반응했다. 이듬해 국민의힘의 재보궐선거 승리와 2022년 대선 승리는 스스로 거듭나려는 이 같은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대선에 지고도 3주 내내 당 쇄신 대신 이 대통령만 얘기하던 국민의힘은 26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지지율 20%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쯤 되면 이번 대선에서 진 게 이 대통령을 더 열심히 때리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걸 느낄 때도 되지 않았나.

 

-김준일 정치부 기자, 동아일보(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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