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협치" 민주당은 야당 무시, 사전 각본인가] ....
[대통령은 "협치" 민주당은 야당 무시, 사전 각본인가]
[사상 최초 정치인 국세청장, 부적절하다]
대통령은 "협치" 민주당은 야당 무시, 사전 각본인가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대화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남강호 기자
민주당은 27일 본회의를 열어 김병기 원내대표를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이춘석·한병도·김교흥 의원을 각각 법제사법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장·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뽑았다. 국민의힘은 줄곧 “법사위원장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며 여야(與野)의 협치를 강조한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신임 원내대표 체제 출범 뒤 열흘간 원 구성 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예결위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내놓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 이 자리를 독식해서 큰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법안이 본회의로 올라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원(上院) 격 상임위고, 예결위는 정부 예산 심의권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과 소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2일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를 한남동 관저로 초대해 오찬을 했다. 26일엔 시정연설 직전 야당 지도부와 따로 대화를 하면서 “제가 이제 을(乙)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시정연설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어려운 자리 함께해 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연설이 끝나고는 국민의힘 의원석을 찾아 의원들과 악수했다. 앞으로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는 인상을 풍긴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의 대화 상대인 민주당은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바꾼 적이 없다.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은 시작일 뿐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까지 40건의 법안 처리를 예고했다. 사회적 쟁점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상법개정안 등이다. 여기에 KBS·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방송 3법’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모두 지지층을 위한 법안이거나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해주는 내용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준도 강행할 태세다. 이재명 대통령이 ‘굿캅(Good Cop)’ 역할을 맡으며 유화적 메시지를 내는 사이 ‘배드캅(Bad Cop)’인 민주당은 야당을 무시한 독주로 실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의 행동은 딴판이다. 대통령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이, 민주당은 일방 독주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우리를 대놓고 조롱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역할 분담은 사전 각본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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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정치인 국세청장, 부적절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세청장 후보자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국세청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사정 기관으로 꼽힌다. 권력을 가진 기관이기에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그 자리에 사상 최초로 정치인, 그것도 여당의 현역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국민의힘은 “국세청을 여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임 후보자는 조세 행정 전문가로 공정한 조세 행정과 납세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임 후보자는 29년간 국세청에 재직하며 차장까지 지냈다. 국세청에 계속 있었다면 청장 후보로 거론될 자격을 갖췄다. 그러나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당에 입당,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에서는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조세 공약을 만들었다. 물론 국세청장이 되면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놓겠지만 그의 업무 처리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 더구나 임 후보자는 국세청 재직 시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과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조사통’이라고 한다. 대통령 측근이자 세무조사 전문가를 국세청장에 앉히는 것을 보고 기업인들이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목적의 세무 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을 세무 조사했다. 부산에 있는 회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했다. 10년 뒤에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 의혹이 불거진 다스를 세무 조사했다. 이때도 경주에 있는 회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인원을 투입했다. 문 정부는 “국세청장에 대통령 측근 임명 금지”를 공약하고 형식적으로나마 이를 지켰지만, 이 정부는 그런 것도 없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정권이 사정 기관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것도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앞으로 국세청이 정당한 세무 조사를 하더라도 여당과 친한 사람은 봐주고 야당과 친한 사람은 손본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나. 작은 불신과 오해가 쌓여 결국 정권의 발목을 잡았던 역사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조선일보(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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