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들 덜미 잡은 대통령실 5층 CCTV] ....
[국무위원들 덜미 잡은 대통령실 5층 CCTV]
[‘뇌물 방지용’이라던 성남시 CCTV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나]
[‘CCTV는 보고 있다’]
국무위원들 덜미 잡은 대통령실 5층 CCTV
국무회의는 용산 대통령실 2층 국무회의실에서 열리지만 12·3 비상계엄 당일 장관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모인 곳은 5층 대접견실이었다. 보통 외부 손님들이 대통령을 만나는 곳인데 그날 밤엔 장관들이 집합했다. 윤 전 대통령이 어떤 논의 끝에 계엄을 선포했는지는 그동안 이들의 입만 바라보며 퍼즐을 맞춰 왔다. 하지만 그날 대통령실 5층엔 ‘무언의 목격자’가 있었다.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대접견실 내부와 주변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특검의 출국 금지 대상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진술에는 공통점이 있다. 계엄에 반대했고, 계엄 관련 문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문이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한 전 총리) “받은 쪽지를 보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은 뒤 다음 날 열어 봤다.”(최 전 부총리) “단전 단수 내용이 적힌 쪽지를 멀리서 슬쩍 봤다.”(이 전 장관)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에 크게 놀라며 만류했다면서도 관련 문서는 보는 둥 마는 둥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접견실 CCTV가 남긴 기록은 달랐다. 계엄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던 한 전 총리의 진술과 달리 CCTV에는 두 사람이 국무회의 전 대화하는 모습이 찍혔다고 한다. 한 전 총리가 대접견실과 연결된 윤 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간 뒤 손에 문건을 든 채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보도도 있다. 그는 계엄 관련 문건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도 했는데 그가 계엄 이틀 뒤 작성된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다가 며칠 뒤 폐기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날 밤 대접견실 회의 참석자들은 계엄 이후 입장이 둘로 갈렸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국무회의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일부가 계엄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 전 총리 등은 회의가 요식 행위였고 계엄에 가담하거나 동조하지 않았다며 거리를 두려 한다. 계엄을 주도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만 다른 국무위원들의 진술 역시 객관적 증거와 배치된다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선거사무소를 도청한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증거는 대통령 전화기 속 자동 녹음 장치였다. 녹음 기록이 공개되자 스스로 물러났다. 이번에 확보된 대통령실 CCTV 영상은 일부 국무위원들에겐 빠져나갈 수 없는 ‘스모킹 건’이 될 수도 있다. 영상이 3개월마다 덮어쓰기 방식으로 지워지는데 경찰이 대통령경호처에 자료 보전을 요청하고 집요하게 압박해 손에 쥐었다고 한다.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지 모른다. 국무위원들은 그날 밤 대통령실 5층에서 벌어진 일을 이제라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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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방지용’이라던 성남시 CCTV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나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억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진상씨가 29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씨 사무실은 시장실 옆 비서실에 있었고, 그가 받았다는 뇌물 중 3000만원은 세 차례에 걸쳐 비서실에서 전달된 것으로 기소돼 있다. 정씨는 이 대표가 뇌물을 막기 위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시장실과 비서실에 설치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곧바로 거짓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검찰이 법정에서 “(비서실에 설치된) CCTV는 실제로 회로가 연결돼 있지 않아 촬영 기능이 없었다”고 공개한 것이다. 검찰은 “민원인이 찾아와 항의할 때도 직원들이 CCTV가 촬영되지 않는 걸 알고, 따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왔다”고 했다. 당시 비서실 직원들도 이런 내용을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시청 CCTV는 관리 연번이 부여돼 계속 유지되는데 비서실 CCTV에는 관리 연번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뉴스1
이 CCTV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사진까지 공개해가며 언론에 홍보했던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돈 봉투 가져오거나 인사 청탁하는 사람이 많아 설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씨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이 CCTV가 “대국민 사기극 중 하나”라고 했다. “과거 정씨에게 ‘CCTV가 있는데 시장님이 불편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정씨가 ‘그거 다 가짜야’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뇌물 방지용’이라고 홍보한 CCTV가 실제론 촬영되지 않는 것이었고 이를 직원들이 알고 있었다면 대국민 사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검찰 조사를 통해 비서실 CCTV는 보여주기용임이 확인됐지만 검찰이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어 시장실 CCTV도 그런 것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
이제 이 대표와 측근 인사들의 말은 신뢰를 잃고 있다. 이 대표는 극단 선택을 한 김문기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김씨와 함께 해외 출장을 가 골프를 하고, 호주 식당에서 김씨와 마주 앉아 식사하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대장동 일당에게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 측근 김용씨도 돈 전달 시기와 장소, 액수를 적어둔 메모가 나왔는데도 “창작 소설”이라고 한다. 이 대표를 위한 쌍방울의 대북 송금에 관여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쌍방울 측이 다 인정했는데도 “일절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조선일보(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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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는 보고 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350m가량 떨어진 골목길 폐쇄회로(CC)TV 카메라엔 참사 당일 오후 10시 59분 용산경찰서장이던 이임재 총경이 뒷짐을 진 채 걷는 장면이 찍혔다. 10시 20분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는 상황보고서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같은 날 오후 8시 22분 이태원의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나왔다. 지방 출장을 다녀온 뒤 집 근처 골목을 2분간 걸었을 뿐이다. “8시 20분 거리 점검을 했다”는 용산구의 설명은 “퇴근길을 업무로 속인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메랑이 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CCTV는 약 1600만 대로 추정된다. 인구 3.2명당 1개꼴이다. 구청이나 경찰이 설치한 것보다 민간 부문이 보유한 것이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이 총경과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포착한 것도 옷 가게나 식당 등 상인들이 설치한 카메라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감시 카메라 노출 빈도를 조사한 결과 하루 최대 110회, 이동 중에는 9초에 한 번꼴이었다. 대수가 그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노출 빈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참사 현장 인근에는 최소 수십 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과거엔 저해상도 노후 카메라가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설치된 지 5년 미만의 최신형으로 교체됐다. 고화질의 화면에 줌인 촬영도 가능해서 현장의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감시 카메라의 화면은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경찰은 사고 현장과 인근이 찍힌 157건의 영상자료를 확보했다. 이 중에는 수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이른바 ‘스모킹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CCTV를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볼 수 있는 관제센터는 구청에 있다. 구청이 관리하고, 경찰관들이 상황실에 파견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범죄나 재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강원 강릉에서 초등학생 인질범의 동선을 구청과 경찰이 실시간으로 추적해 4시간 만에 검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당일엔 용산구 관제센터는 위험 신호를 보낸 게 없다. 모니터링은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감시 카메라의 천국’ 영국은 전국적으로 425만 대, 런던에만 62만 대의 CCTV가 있다. 카메라가 시민들의 행동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는 곳이다. 서울도 8만 대의 공공 부문과 그 10배인 민간 카메라까지 합치면 런던 못지않게 감시망이 촘촘하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행적을 숨기거나 포장하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따름이다.
-정원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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