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 첩보전…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어떻게 최고가 됐나] ....
[그림자 속 첩보전…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어떻게 최고가 됐나]
[트럼프가 하룻밤에 3000억원을 태운 사연]
[휴민트 역량의 최정점,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백악관의 독립기념일 격투기]
그림자 속 첩보전…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어떻게 최고가 됐나
모사드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당시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이스라엘군. 이 전쟁을 거치며 전문 정보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모사드가 설립됩니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에 다시 한번 긴장이 높아졌습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군사 작전을 실시한 것인데요. 특히 이번 충돌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쟁 초반부터 모사드는 드론을 이용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 군대의 장군들에겐 협박 전화를 걸어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사드는 미국 CIA, 영국 MI6와 더불어 오늘날 ‘세계 3대 정보기관’으로 불립니다. 모사드는 그림자 속에서 세계 각국의 정보를 수집하며 현대 전쟁에서 정보기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사드는 언제 탄생했고, 어떻게 ‘세계 최정예 정보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국가 안보 위해 설립한 정보기관
모사드는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졌어요. 유대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민족 국가를 세우고자 했는데요. 특히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동안 유대인 수백만 명이 희생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대인을 위한 독립 국가가 필요하다는 공감이 생겼어요. 그 결과 1947년 국제연합(UN)은 팔레스타인을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로 분할하는 방법을 제시했죠. 유대인들은 이를 수용했고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됩니다.
모사드의 문장(紋章). 유대교를 상징하는 촛대 ‘메노라’가 그려져 있고, 그 주위로는 히브리어로 ‘지략이 없는 백성은 망하지만 지략이 있는 백성은 평안을 누린다’고 적혀 있어요.
하지만 팔레스타인 땅에는 이미 수백만 명의 아랍인이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외부에서 온 유대인이 자신들의 땅에 새로운 국가를 세우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지요. 주변 아랍 국가들도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5개 아랍 국가(이집트·요르단·시리아·레바논·이라크)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1차 중동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아랍 국가들의 연합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무엇보다 정보력이 중요했어요. 당시 이스라엘은 인구도 적고, 국력도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수집해 효율적으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을 보호하고 외부의 위협을 감시할 수 있는 전문 정보기관이 절실했죠.
결국 이스라엘은 1949년 최초의 통합 정보 기관을 만들었고, 1951년 이 조직은 히브리어로 ‘기관(Institute)’을 뜻하는 ‘모사드’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이후 모사드는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등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점점 작전 능력을 키워갔어요. 단순한 정보 분석 기관이 아니라, 실제 작전에 관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죠.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에서는 그런 모사드의 능력이 잘 드러났어요. 당시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한 뒤, 운하 운영권을 갖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를 공격합니다. 이때 모사드는 이집트 내 유대인 커뮤니티와 협력해 이집트 군의 동향과 중요 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영국과 프랑스에 제공해 전쟁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죠.
예루살렘 법정에 출석한 아돌프 아이히만(가운데). 모사드는 아르헨티나에 숨어 있던 그를 비밀리에 납치했습니다. /브리태니커·위키피디아·게티이미지코리아
‘보복 작전’으로 세계적 명성 얻어
모사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작전이 있습니다. 바로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납치해 이스라엘로 데려온 사건이에요.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핵심 인물 중 하나였어요.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도피 생활을 했고 1950년엔 아르헨티나로 도주한 후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었어요. 모사드는 수년간의 은밀한 조사 끝에 그가 살고 있는 곳을 확인했고, 196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서 비밀리에 그를 체포해 이스라엘로 이송했습니다.
이후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에서 열린 재판에서 15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아 교수형에 처해졌죠. 이 작전은 아르헨티나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외교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치의 끔찍한 전쟁 범죄 사실을 다시 알리고 모사드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어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지속되면서, 모사드는 갈수록 과감한 작전을 감행하는 정보기관이 되어 갔습니다. 특히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사건이 일어난 후엔 직접적인 무력 행동도 불사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주었죠.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은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촌에 잠입해 11명을 인질로 잡았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234명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실패로 끝났고 결국 인질 전원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모사드는 비밀 보복 작전을 진행합니다. 작전 이름은 ‘신의 분노(Operation Wrath of God)’. 모사드는 테러에 연관된 사람들을 수년간 추적하고 사살했습니다. 위장, 암살, 독극물, 저격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이들을 제거했죠.
첨단 기술 이용해 상대 무력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모사드는 기술 중심의 정보기관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이제는 예전처럼 몰래 잠입해서 사진을 찍거나 도청만 하는 게 아니라, 사이버 공격, 해킹, 인공지능(AI) 분석, 생체 정보 추적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작전을 펼치고 있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발견된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입니다. 이는 이란의 핵 시설 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악성코드로, 미국과 모사드의 합작품으로 알려져 있지요. 최근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피해를 입힌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사건의 배후도 모사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직접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를 무력화하는 새로운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지요.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조선일보(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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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하룻밤에 3000억원을 태운 사연
이스라엘의 솔깃한 계산서 美의 '이란 폭격' 이끌어내
계산과 힘이 앞서는 밀림서 한국만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미국이 최근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한밤의 해머(Midnight Hammer)’ 작전 때 사용한 벙커버스터 GBU-57은 1발당 가격이 400만달러(약 55억원) 정도다. 미 공군은 이 폭탄을 포르도·나탄즈 지하 핵 시설에 14발 떨어뜨렸다. 이 비용만 800억원 가까이 된다. GBU-57을 싣고 나른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번 뜨면 연료·정비 비용 등을 합쳐 시간당 15만달러(약 2억1000만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번 작전에 미국은 B-2 9대(교란 작전용 2대 포함)를 투입했다. 미 중부 공군기지에서 이란 핵 시설까지 왕복 36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또 680억원 넘게 들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핵잠수함에서 한 발당 가격이 30억원 하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20발 이상 발사했고, 5세대 전투기와 공중급유기·정찰기 등 125대 이상의 항공기가 참여했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한밤의 해머’ 작전에 든 비용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해외 분쟁에 돈 쓰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던 사람이다. “미국 세금으로 왜 남의 나라를 지켜주냐”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 그런 트럼프가 갑자기 이스라엘을 위해 이란 본토를 선제 폭격했다? 그것도 하룻밤에 3000억원을 태우면서? 아무리 한 해 국방비가 1000조원이 넘는 미국이라 해도 300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한국에서 받아내는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1년 치의 20%쯤 된다.
트럼프의 소신이 갑자기 바뀌었을 리는 없고, 이스라엘이 제시한 솔깃한 손익 계산서가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방공망을 완벽히 파괴하면서 닦아준 길로 미국은 손쉽게 들어가 ‘최후의 일격’만 날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트럼프는 외교·안보 업적 리스트 최상단에 ‘이란 핵 문제 해결’(논란이 있지만)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미군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트럼프는 “연일 관짝에 미군 전사자가 실려 오게 하던 부시·오바마·바이든과 난 다르다”고 자랑할 수 있다. 노벨평화상에도 한발 다가섰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때, 이 정도면 3000억원 써도 남는 장사 아냐?”라는 이스라엘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의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했다. 미군 무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크라이나에 트럼프는 패트리엇 미사일 등 핵심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한다. 이란과는 체급이 다른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이 폼 나는 전리품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영양가’ 없는 우크라전 부담을 나토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불과 몇 주 간격으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대의명분 같은 고상한 가치는 뒷전이고, 비정하고 냉엄한 계산과 힘의 논리가 앞서는 국제정치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 학자는 이를 ‘잘 다듬어진 정원(庭園)은 가고, 잡초와 넝쿨이 뒤덮은 밀림이 돌아왔다’고 표현한 바 있다. 밀림의 상징적 인물인 트럼프는 일방적 관세 부과 내용을 담은 ‘죽음의 편지’로 전 세계를 떨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욕하고 미국 탓하는 건 쉽지만 그렇다고 이게 답이 될 순 없다. 트럼프는 약육강식 세상을 가장 노골적이고 천박한 모습으로 보여줄 뿐, 누가 미국을 이끌든 미국이 과거와 같은 ‘정원사’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나라가 저마다 생존법을 고민하는 이유다. 이스라엘의 경우 과정의 정의로움 따위는 제쳐놓고 최고 포식자와 철저히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원하는 밥상을 차려주고 행동을 이끌어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살아남는 게 최고의 선(善)인 이 밀림에서 한국만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임민혁 기자, 조선일보(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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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역량의 최정점,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최초의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 림 리야시. X 캡처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타격하며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비롯한 다수의 군부 지도자와 핵 과학자를 표적 살해했다. 2024년에는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숙소에서 폭살당했다. 이스라엘 정보력의 상징인 표적 살해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자살폭탄 테러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탄생했다.
2004년 1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에레즈 국경 이스라엘 측 검문소에서 전례 없는 여성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범은 하마스 조직원 림 리야시로,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남편 또한 하마스 요원이었다. 그녀가 자살폭탄 테러에 투입된 데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사실 그녀는 하마스 고위 간부와 불륜을 저지르다 들통나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하마스 측은 ‘명예 회복’을 위한 자살폭탄 테러를 제안했고, 그녀가 이를 받아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리야시는 최초의 여성 자살폭탄 테러를 통해 국민적 영웅이 됐다. 이 사건 이후 하마스는 상대의 경계심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성들을 자살 테러에 적극 투입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대응 카드로 꺼내 든 것이 바로 표적살해였다. 엄격한 조건하에 테러 배후 인물이나 관련자들을 직접 제거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든 것이다.
표적살해의 첫 대상은 당시 하마스가 주도한 모든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하마스 최고지도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이었다. 이스라엘은 리야시 자살폭탄 테러 발생 2개월 만인 2004년 3월 모스크에서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야신을 아파치 헬기 미사일로 사살했다. 이어 야신 사망 후 보복을 선언하며 후임자가 된 압델 아지즈 란티시 역시 표적살해 대상이 됐고, 경호원이던 아들과 함께 미사일 공격을 받고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표적살해 이후 하마스의 자살폭탄 테러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 리야시의 불륜 상대였던 하마스 간부가 일련의 자살 테러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정보기관 신베트는 그를 제거하기 위한 암살 공작을 추진했다.
아랍계 이스라엘 여성으로 위장한 신베트 요원이 그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로 관계를 이어 가면서 이들은 깊은 사이로 발전했다. 신베트 요원은 두 사람의 교제 1주년을 맞아 고가의 골든돔 사원 모형물을 선물로 보냈는데, 그 안에는 여성 속옷과 향수가 숨겨져 있었다. 신베트는 선물을 받은 그가 여성 요원과 통화하며 모형물 속 물품을 확인하려는 순간 선물로 위장한 폭탄을 원격으로 터뜨려 그를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대테러 정책의 일환으로 선제적 표적살해를 공식적으로 실행한 최초의 국가다. 표적살해를 두고 ‘정상적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형 집행’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테러범 처벌이 아닌 특정 형태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표적살해는 목표 인물의 동선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란 지도부를 대상으로 한 표적살해는 이스라엘 휴민트망이 이란 핵심부 내부까지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말해 준다. 이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이 모사드 스파이였다’는 영화 같은 뉴스가 나온다 해도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일천 가톨릭관동대 초빙교수·전 국정원 국장, 동아일보(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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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독립기념일 격투기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07년 WWE(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경기장에서 직접 주먹을 날렸다. 대회 명칭은 ‘억만장자 대결’. 원래는 WWE 회장 빈스 맥마흔과 각각 대리 선수를 내세워 패배한 쪽이 삭발하는 이벤트였는데, 관중석의 트럼프가 뛰쳐나가 맥마흔의 목을 감고 쓰러뜨린 뒤 펀치를 날린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이 영상에서 그는 결국 링 위 의자에 결박된 맥마흔의 머리를 전기 바리캉으로 끝까지 밀어버린다. 물론 사전 각본대로였다.
▶실제 격투인 UFC(종합 격투기 대회)와의 인연도 2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특유의 잔인함과 폭력성 때문에 ‘인간 닭싸움’으로 비난받으며 UFC가 경기장 섭외에 어려움을 겪던 2001년, 트럼프는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카지노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을 때 트럼프만이 문을 열어줬다”고 했다. 둘의 우정은 깊어졌고, 화이트는 세 번의 대선 캠페인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트럼프 지지 연설을 했다.
▶삭발당한 맥마흔 회장은 그즈음 트럼프 재단에 500만달러를 기부했고, 2013년에는 트럼프를 WWE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당연히 미국 대통령 최초다. 트럼프는 빈스 맥마흔의 아내이자 WWE 공동 창업자인 린다 맥마흔을 대통령 1기 때 중소기업청장, 이번에는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UFC 핵심 중계진이자 세계 최대 팟캐스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 로건은 이번 유세 기간 내내 열렬한 트럼프의 지지자였다.
▶종합 격투기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매번 보여준다. 실제로 링에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자수성가 세계관과 통하는 면이 있다. 애국심·군인·가족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스포츠의 팬들은 주로 백인 남성·중소도시·농촌 거주자들이다. 트럼프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년 미국 250주년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백악관 잔디밭에서 UFC 경기를 개최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발표했다. 잔디밭에 옥타곤(8각형 링)을 짓고 2만~2만5000명 관중을 초대하겠다는 것이다. 화이트 회장은 소셜미디어에 트럼프가 이 소식을 발표하는 영상을 공유하며 “굉장할 것”이라고 적었다. 뉴욕타임스는 “로마 시대 검투사 쇼”라고 비판했다. UFC는 살벌한 격투로 선수가 기절하거나 피를 흘리는 경우도 있다. 백악관이 그 무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어수웅 기자, 조선일보(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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