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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만6000원 이상 지출하면 당신은 '중산층'] [중산층의 기준]

뚝섬 2025. 6. 29. 05:35

[하루에 1만6000원 이상 지출하면 당신은 '중산층'입니다]

[중산층의 기준]

 

 

 

하루에 1만6000원 이상 지출하면 당신은 '중산층'입니다 

 

중산층 연대기

호미 카라스 지음|배동근 옮김|arte

 

책의 서문을 빌려 말하자면,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은 글로벌 중산층일 가능성이 높다. 저자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절반인 40억명이 중산층이거나 더 부유한 상태기 때문이다. 세계은행과 브루킹스 연구소 등에서 40여 년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중산층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는 2030년이면 전 세계 중산층 규모가 50억명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고한다.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와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지난 200년간 전 세계 중산층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됐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끈기 있게 추적한다.

 

먼저 책에서 정의하는 중산층 기준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흔히 계층을 구분할 때 쉽게 사용하는 지표는 ‘소득’과 ‘부’다. 최근 이재명 정부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민생 지원금을 15~50만원씩 차등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저자는 “단지 소득이란 잣대만으로 판단하면 오늘날 중산층의 모습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아르바이트하는 고학생과, 부모에게 용돈 받아 학교 다니는 학생 중 소득 수준만으로 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높게 분류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 역시 부동산 버블 등으로 인해 자료로 삼기엔 변덕스럽다고 말한다. 

 

한국의 중산층은 대개 맞벌이 부부가 열심히 저축해 아파트와 승용차를 구입하고 자식들을 욕심껏 가르치는 사회로 요약된다. 사진은 서울 잠실의 아파트.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지출’이다. 고학생은 번 돈을 학비에 쓰지, 해외여행에 쓰거나 외식으로 낭비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부모님께 용돈 받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더 쉽게 지출할 수 있다.

 

저자는 전 세계 다양한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글로벌 중산층의 최저 지출 기준을 1인당 하루 최저 12달러(한화 약 1만6300원)로 잡는다. 이 이하로 지출하는 경우 중산층에 들 수 없다는 것. 상한으로는 하한선의 10배인 1인당 120달러(한화 약 16만3000원)로 정한다. 이 이상 쓰면 중산층이 아닌 상류층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 이래 사람들은 늘 중산층이 되는 것을 선망해왔다. 부자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여길 때가 많았다. 중산층은 달랐다. 스스로의 재능과 근면으로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사회는 그들에게 그만큼 대가를 지불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1830년 겨우 전 세계 인구 11억명 중 1000만명에 못 미치는 사람이 중산층이었다. 저자는 전 인구의 1퍼센트도 안 됐던 중산층이 어떻게 두 세기 만에 500배 이상 폭증했는지를 크게 다섯 시기로 구분해 설명한다. 19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서구에서 대규모로 등장(1830~1975년)한 중산층은 세계화와 경제성장의 물결을 타고 동아시아·남미·동구권(1975~2006년)으로 퍼졌다. 이어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2006~2014년)과, 소프트웨어 산업 강국 인도(2014~2022년)를 거쳐 여전히 확장하고 있다.

 

이 중 단연 관심 가는 대목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 중산층을 분석한 두 번째 세계화 물결이다. 시작은 일본이었다. 1975년 일본은 비서구권에서 시민 대다수가 중산층이 된 유일한 나라가 됐다. 특히 ‘샐러리맨’은 일본에서 새로운 중산층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언어였다. ‘대기업에 평생 고용돼 회사의 경제적 성공에 헌신한 사무직 노동자’로 정의되는 이들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장시간 일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개인의 여가를 누리는 서구 중산층과 달리 회사 업무를 더 중요시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일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도성장을 이뤘다. 한국도 마찬가지. 특히 교육이 신분 상승 사다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2006년에 전 세계 중산층 가운데 4억2000만명이 동아시아인이었다.

 

저자는 2030년을 전후해 50억 번째 중산층에 진입하는 사람이 나오리라 예상하면서도, 단서를 단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50억명 도달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새로운 동력원이다.” 저자는 이를 갖추지 못하면 지금까지 계속 그들 계층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만 보고 살았던 중산층들이, 처음으로 고배를 마실 거라고 경고한다. 이미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 사이에선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될 거란 인식이 퍼져있다. 저자는 기후 위기나, AI의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위협 등 전 세계가 공통으로 마주하고 있는 난제들을 중산층 중심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로 돌파할 것을 제시한다. 중산층이 단순히 ‘더 잘 살기 위한 계층’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함께 설계하고 책임지는 주체’로서 우뚝 서자는 것이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를 덜 타고,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이용하며, 중산층이 뭉쳐 AI를 지식 노동자의 대체물이 아닌 조력자로 삼아 지적 업무를 해나가자는 식이다.

 

200년 만에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회 집단으로 부상한 중산층의 궤적을 심도 있게 탐구한 수작이지만, 마지막 부분에선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중산층이 뭉친다고 해서 AI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남정미 기자, 조선일보(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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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의 기준

 

♦ 미국 공립학교가 제시한 '미국 중산층'
△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보는 비평지가 놓여 있는 사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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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옥스포드대학이 제시한 '영국 중산층'
△ 페어플레이를 할 것
△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며, 신념을 가질 것
△ 나만의 독선을 지니지 말 것
△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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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
△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의 경험을 갖출 것
△ 한가지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 남들과 다른 맛을 낼수있는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를 할 줄 알 것
△ 사회 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할 것
△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짓을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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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중산층
△ 부채가 없는 30평(100㎡)대 아파트에 살고
△ 월급이 500만원 이상 되며
△ 자동차는 2000cc급의 중형차를 타며
△ 통장잔고는 1억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 해외여행은 1년에 몇 회 이상 다닐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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