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면 심장도 못 쉰다, 수면장애 막는 행동 치료법 5가지]
[잠 못 자면 심장도 못 쉰다, 수면장애 막는 행동 치료법 5가지]
[수면장애 진료 100만명... 아침에 먹은 계란, 밤잠 늘린다]
[잠은 왜 중요한가]
[편안히 잠들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깨운다]
[나이 들면 밤새 뒤척이는 이유]
잠 못 자면 심장도 못 쉰다, 수면장애 막는 행동 치료법 5가지
불면증 환자 심혈관 질환 사망률 8배 높아
국내 수면 장애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수면 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109만8819명에 달한다. 2018년(85만5025명)과 비교하면 29% 늘어난 규모다. 현대사회에서 수면 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카페 문화로 인한 과도한 카페인 섭취 영향도 크고, 갈수록 느는 우울증과 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도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잠들기 직전까지 이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 역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수면 장애 전문가인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잠은 신체 건강과 직결된다”며 “수면 부족은 심혈관 질환 사망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조선일보 의학 유튜브 콘텐츠 ‘이러면 낫는다’에 출연해 수면 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구체적인 치료법을 소개했다. 수면 장애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상태로 인구의 약 20%가 경험한다. 밤잠 부족으로 낮 시간대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거나 지속되는 졸음 운전 등 일상에 주는 영향으로 수면 장애 여부를 판단한다. 수면 기회가 있는데도 본인 의지와 달리 못 자거나 수면 중 깨거나 하는 증상이 3회·3개월 이상 지속되면 중증 수면 장애인 불면증을 진단받는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수면 장애는 건강과 직결된다.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가 1994~2008년 수면 다원 검사를 받은 사람 4225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불면증 환자(661명)는 수면 장애가 없는 사람(776명)에 비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8.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장은 “숙면은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고 혈압도 10~20% 낮춘다”며 “잠을 못 자면 심장도 쉴 수가 없어서 불면이 심장을 지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잘 자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문제를 자주 겪는다. 안 자려고 하면 졸리고, 자려고 하면 잠들지 못하는 ‘역설적 의도’라는 심리적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잘 깨어 있으면 잘 자고, 잘 자면 잘 깨어 있게 된다”며 “자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게 숙면에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보통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졸피뎀 같은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졸피뎀보다 인지 행동 치료가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심리적 졸피뎀 의존이 심해지면, 약 복용 중단 후 불면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인지 행동 치료법은 올바른 수면 패턴을 만들게끔 인식과 행동을 교정하는 방식이다. 졸리지 않을 때는 침대에 누워 있지 않고, 졸릴 때만 침대로 가는 ‘자극 조절법’은 침실을 수면 공간으로 인지하게끔 해준다. 또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침대에 눕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수면 제한법’도 수면 습관 교정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 ‘몇 시간밖에 못 잤다’ ‘몇 시간을 자야 한다’ 같은 수면 시간 강박을 버리고, 침대에 눕기 전 복식호흡이나 근육 스트레칭 같은 이완 요법을 통해 안정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센터장은 수면 장애 해소에 도움이 되는 생활 팁으로 ‘커피의 카페인은 12시간 갈 수도 있기에 커피는 오전에만 즐기기’ ‘긴 낮잠은 밤잠을 뺏어 가기에 낮잠은 30분 이내 짧게’ ‘아침 30분 이상 산책’ ‘주말 몰아 자기 2시간 이내’ ‘숙면용 ASMR(편안함을 느끼는 백색 소음)은 수면 유도용으로만 쓰도록 시간 제한 설정’ ‘잠자리 눕기 전 스마트폰은 멀리’ 등을 제시했다.
-안상현 기자, 조선일보(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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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진료 100만명... 아침에 먹은 계란, 밤잠 늘린다
[김철중의 생로병사]
계란 성분은 햇빛에는 세로토닌, 해 지면 멜라토닌으로 바뀌어
오전 6시에 일어나면 밤에 졸리기 마련,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라
침대는 가성비가 낮은 가구다. 쓰는 시간은 기껏 8시간인데, 온종일 널찍한 공간을 차지한다. 공간 크기가 돈인데, 침대가 집주인인 듯싶다. 매번 이부자리를 펴고 접고,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는 좌식 생활이 불편한 탓에 요즘은 다들 침대 생활을 한다. 식당 좌석이 의자와 탁자로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 삶에서 침대 역사는 길다. 기원전 3600년경 고대 이집트인들은 끈으로 엮어 만든 나무 틀 침대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 침대는 잠자는 동안 바닥에서 올라오는 해충이나 습기를 피하는 도구였다. 고대 로마 시절부터 침대에 양모나 깃털을 채우면서, 지금 형태로 발전했다. 중세에는 침대가 사각 탑처럼 화려해졌고, 모양새는 지위와 부의 상징이 됐다. 최근에는 코일 스프링과 매트리스 공학의 발달로 침대 본질이 안락함으로 바뀌었다. 이는 숙면에 대한 현대인의 바람을 반영한다. 이제 침대는 수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침대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최근 수면 장애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병원에 가지 않고 밤잠을 설치는 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60대 이상은 넷 중 한 명이 수면 장애를 겪는다. 고령으로 가면 하루 생체 리듬이 변하여 점점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난다. 잠을 유지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줄어든 탓이다. 젊었을 때는 잠에서 깨어나기 힘들고, 세월이 흐르면 잠에 빠져 들기 힘든 법인가 보다.
활력 총명 장수하려면 숙면이 기본인데, 적정 수면 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수면제는 임시방편일뿐, 일상적 해결책은 못 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쾌면을 위한 인지 행동 요법과 수면 위생이다. 국제수면학회는 인지 행동 요법 효과가 수면제만큼 강력하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숙면을 위한 침대 사용법이 등장한다. 핵심은 ‘침대=잠’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는 것이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라는 얘기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거나, TV를 봐선 안 된다. 왜? 침대는 잠자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망막을 자극하여 수면에 이르는 시간을 최소 1시간 늦춘다. 침대에서는 딴 거 하지 말고 잠만 자야 한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뒤척이면 침대에서 빠져나오라. 침대는 잠 자는 곳이지, 뒤척이는 곳이 아니다. 거실에서 저강도 행동과 멍한 생각을 하면 다시 졸리기 시작한다. 그때 침대에 다시 누워 잠을 청해야 한다. 낮잠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 침대는 오로지 밤잠을 위한 곳이다.
이쯤 되면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떠올릴 것이다. 개한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렸더니,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렸다는 조건반사 실험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도록 조건반사 훈련을 하자는 뜻이다. 필자는 이런 훈련을 몇 개월에 걸쳐 실천한 결과, 이제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게 됐다. 반복 학습으로 형성된 조건반사는 신체 활동도 변화시킨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해야 한다. 밤에는 전기 빛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자. 밖의 조명으로 침실이 밝다면, 빛 차단 커튼을 쓰는 게 좋다. 수면 시간을 신경 쓰게 만드는 벽시계도 침실서 치우자.
밤잠은 아침에 결정된다. 휴일이건, 오전에 할 일이 없건, 전날 늦게 잤건, 항상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야 한다. 기상 후에는 햇빛을 보라. 그러면 뇌의 생체 시계가 가동한다. 이후 15~16시간 뒤 우리 몸은 반드시 졸리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오전 6시에 일어나면, 밤 10시에 잠이 온다는 의미다. 수면 전문 의사들은 아침에 필수 아미노산 트립토판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라고 권한다. 계란, 두부, 연어, 참치, 견과류, 귀리, 닭·돼지 살코기 등에 많다. 섭취한 트립토판은 햇빛을 받으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고, 해가 지면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아침에 먹은 계란이 꿀잠 되어 돌아오는 식이다. 낮에 받은 햇빛 양이 밤잠 길이를 늘린다. 비가 오는 날에도 햇빛은 실내 빛보다 강렬하다. 언제든 낮에 밖을 돌아다녀야 긴 잠을 이룬다.
현대 생활에서 숙면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위대한 내일을 위해 근사한 잠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침대는 가장 가성비 좋은 삶의 도구가 될 것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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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왜 중요한가
OTT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재미 때문에 시간을 너무 쉽게 빼앗겨서다. 흥미로운 건 넷플릭스의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가 자사의 경쟁 상대를 ‘인간의 수면 시간’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의 수익 구조는 우리의 관심과 직결돼 있다. 이것이 ‘관심경제’라는 말이 나온 맥락인데, 추천 목록부터 자동 재생 기능까지 온라인 세상은 점점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의사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수면 박탈’이라는 현대적 질병의 유발자라고 비꼬기도 한다.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 수면 시간부터 줄인다. 마거릿 대처나 로널드 레이건, 윈스턴 처칠 같은 인물이 하루 4~5시간만 자고도 많은 일을 했다는 건 널리 알려졌다. 이들 모두가 ‘낮잠러’에 시간 관리의 달인이었지만 말년에 모두 치매에 걸렸다는 건 그저 우연이 아니다. 찰스 스펜스의 책 ‘일상감각 연구소’에는 불면증이 만성 통증에 이어 둘째로 흔한 정신 질환이며, 유병률이 33퍼센트라고 밝힌다. 여섯 시간보다 적게 자는 사람이 1942년에는 8퍼센트 미만이었지만 2017년에는 두 명 중 한 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만약 청소부나 관리인이 사무실을 청소해놓지 않는다면 아침 사무실 풍경은 어떨까. 교체하지 않은 전구는 여기저기 깜빡일 거고 쓰레기통마다 오물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의 뇌를 사무실이라고 가정하면 수면은 청소부 역할을 한다. 청소부가 밤새 사무실의 이곳저곳을 청소해 리셋하지 않으면 상쾌한 아침은 물 건너간다. 고도의 주의력을 요하는 중요한 일에 실수를 거듭하는 건 수면 부족과 연관이 깊다. 필립스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은 6.7시간이다. 2016년 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51시간으로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31분이 부족한 꼴찌다. 수면 부족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적은 게 안타깝다. 잠은 낭비가 아닌 투자다.
-백영옥 소설가, 조선일보(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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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히 잠들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깨운다
꿀잠을 도와줘, 급성장하는 수면산업
40대 직장인 윤모씨는 하루 7시간 이상 잠을 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30만원짜리 스마트 워치를 샀다.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밤새 몇 시간 동안 잠을 잤는지, 코골이는 얼마나 했는지 등을 가장 먼저 체크한다. 최근에는 87만원짜리 베개도 하나 샀다. 이 베개는 사용자가 코고는 소리를 감지해 높낮이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윤씨는 “잠을 얼마나 잘 잤느냐에 따라 하루 컨디션이 완전히 결정되기 때문에 이 정도 돈을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밤잠 설치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수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침대·베개 등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업체뿐만 아니라, 야쿠르트 같은 식품업체도 수면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애플, 삼성 같은 IT 기업들도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수면의 질을 진단·분석하고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sleep-tech)’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폴라리스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면 시장(수면 보조 제품 판매) 규모는 2021년 640억8000만달러(약 80조7700억원)였는데, 매년 7.1%씩 성장해 2030년이면 1183억1000만달러(약 14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수면 시장도 2011년 4800억원에서 2020년대 들어 3조원대로 6배 이상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한국 수면산업협회). 덩치가 커진 수면 산업은 우리의 잠과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깊은 잠 못 잤네요’ 점수까지 매겨준다
요즘 수면과 관련해 기술 개발과 상품 출시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진단’ 분야다. 아무리 자도 찌뿌둥할 때 예전엔 수면 클리닉을 찾아 각종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요즘엔 스마트 워치만 있어도 내 수면의 문제가 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에 내놓은 ‘갤럭시워치5′는 잠을 잘 때 ‘총 잠잔 시간’과 ‘렘수면’(깨어 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수면 중 깸’ 등으로 나눠 시간을 측정한다. 이용자가 코를 골면 코골이를 녹음해 들려주고, 코를 곤 시간도 측정해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깊은 수면을 늘리려면 이른 시간에 취침하라”는 식의 조언과 수면 점수도 내놓는다. 시계 내에 있는 가속도 센서가 사람의 호흡을 미세 운동 신호로 감지하고, 광학심박센서가 사용자의 심박지수·변화·편차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애플워치와 ‘오토슬립’이라는 유료 앱을 통해 이용자의 수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기록한다. 특별한 기기 조작 없이도 사용자가 언제 잠드는지 자동으로 감지해 수면 시간, 중간에 잠깐 깨거나 뒤척거린 횟수, 심박 수 등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면의 질을 퍼센트로 알려주고, 잠잘 때 주변 소음도 측정해 이용자가 소음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아마존의 수면용 탁상시계 ‘헤일로 라이즈’. 몸에 착용하지 않고도 이용자의 활동 상태를 감지해 적절한 수면 습관을 조언한다. /아마존
아마존이 자난해 9월 출시한 탁상시계 ‘헤일로 라이즈’도 이용자의 수면을 파악해 조언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 기기는 방 온도와 습도, 밝기를 측정하고 사용자의 움직임과 호흡 패턴을 감지한 뒤 AI 알고리즘으로 신체 변화를 분석해 수면 단계를 추적한다. 잠자기 전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행동과 본격적으로 자려는 단계 등도 구별해 낸다. 아마존은 이 기기 개발을 위해 ‘야간 수면다원검사’라 불리는 임상 표준에 따라 AI를 훈련하고 검증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109.99달러에 팔리고 있다.
핀란드 헬스케어 기업 ‘오우라(Oura)’가 내놓은 스마트 반지도 이용자가 깊은 잠, 얕은 잠 등을 얼마나 잤는지 기록한다. 심장 박동 수와 온도 등을 고려해 잠을 얼마나 잘 잤는지 점수도 알려준다. 폭 7.9mm, 두께 2.55mm 크기에 가벼운 티타늄 재질로 제작돼 무게가 4~6g에 불과하지만, 반지 내부에 온도와 심박 수를 측정하는 센서, 혈중 산소를 측정하는 적외선 LED 등이 장착돼 있다. 손가락에 끼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손목에 차는 스마트 워치보다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도 조절 매트리스, 숙면 유도 야쿠르트
진단을 넘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제품에도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메모리폼이나 라텍스, 필로톱 등 고급 침구류 소비가 늘면서 전 세계 매트리스 시장은 2017년 270억달러에서 2020년 326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한국도 2011년 3000억대 규모이던 매트리스 시장이 2022년엔 1조8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에이스 헤리츠’, 시몬스침대의 ‘뷰티레스트 블랙’ 등 가격이 무려 2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매트리스 판매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크게 늘었다.
숙면 유도를 위해 전통적인 침대에 각종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매트리스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매트리스 회사 사트바(Saatva)가 내놓은 스마트 매트리스는 공기층이 내장돼 경도를 조절할 수 있다. 템퍼사가 출시한 2500달러짜리 ‘에르고’는 상·하부 각도 조절과 마사지 기능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코웨이가 내놓은 스마트 매트리스도 사용자가 잠자리에 들면 각 지점에 가해지는 ‘압’(壓)을 측정해 아홉 단계로 딱딱한 정도를 조절한다. 가령 사용자가 잠잘 때 주로 침대 위쪽에 눕는 습관이 있다면 매트리스 위쪽이 보다 딱딱해지는 식이다. 신권섭 코웨이 슬립케어팀장은 “기존 침대 매트리스 내부에는 스프링이 들어가 있지만, 스마트 매트리스에는 80여개의 에어포켓이 있어 딱딱함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낮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스마트 베개, 온열과 마사지 기능 등을 갖춘 전자식 안대, 코골이를 완화하는 양압기 등도 인기다. 국내 기업 10마인즈(Tenminds)가 개발한 베개 ‘모션필로우3′는 센서가 사용자 머리 위치와 무게, 코골이 소리 등을 감지하고 베개 안에 장착된 에어백이 움직여 최대한 편하게 잘 수 있게 베개의 높낮이가 조절된다.
알아서 온도를 조절해 숙면을 유도하는 이불이나 매트리스도 있다. 영국의 침구 전문 업체 심바(simba)사가 개발한 이불 ‘심바 하이브리드 듀벳’은 열을 흡수하고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배출하는 방식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덥거나 추워서 잠못드는 사람들을 겨냥해 만든 제품으로, 여름·겨울 구분 없이 4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다.
‘꿀잠’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침구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숙면을 돕는다고 알려진 요구르트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야쿠르트사가 내놓은 ‘야쿠르트1000′은 한 병에 ‘시로타’라는 유산균 약 1000억개가 함유돼 있다. 이 유산균은 숙면을 돕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됐다. 한 병당 가격은 130엔(약 1230원)으로 기본 모델 ‘야쿠르트400′(80엔)보다 비싸지만, 지난해 중순 일본에서 하루 157만병씩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 스트레스 해소와 숙면을 돕는 식품 시장이 2013년 11억엔에서 지난해 331억엔 규모로 성장했다.
명상을 유도하는 앱도 숙면을 위해 이용된다. 미국 명상 유도 업체 캄(Calm)은 ‘수면 스토리’라는 메뉴를 통해 빗소리, 숲소리 등 자연에서 들리는 소리와 원하는 스토리를 들으면서 잠잘 수 있도록 유도한다. 유튜브에도 심리 안정과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ASMR 영상들이 조회수 수백만을 자랑한다. 미국의 의료기기업체 피셔 월러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불면증 치료용 전기 자극기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뇌를 자극해 세로토닌처럼 수면을 개선시킬 수 있는 물질을 나오도록 방식으로 작동된다.
수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을 상대로 수면 관련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국내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카이스트에서 AI와 사물인터넷(IoT)을 전공한 이동헌 대표가 2020년 6월 설립했다. 이 업체는 스마트 워치처럼 몸에 착용하지 않아도 AI가 호흡 소리를 정확히 인식하고 호흡 패턴을 분석해 수면 단계를 판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약 7000여 명의 수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숙면을 돕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둥을 개발하는 LG전자 같은 기업이 주고객이다.
◇‘4당5락’에서 잠 못 드는 사회로
사실 슬립테크 제품은 이미 1990년대 국내에서 반짝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엠씨스퀘어’라는 기기다. 검은 선글라스와 이어폰, 본체 등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원래 기기에서 방출되는 빛과 소리를 이용해 깊고 빨리 잠들 수 있게 돕는 용도로 만들어졌는데, 집중력 향상과 공부에 도움을 준다는 마케팅에 힘입어 당시 30만~40만원짜리 기기가 350만대나 팔려나갔다. 엠씨스퀘어 제작사인 지오엠씨 김병철 전무는 “잠을 잘 잔다는 말조차도 생소한 시절이었는데, 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에 있던 80여 개 대리점 주인이 새벽부터 본사로 와서 서로 먼저 물건을 가져가겠다고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고 했다. 그래도 ‘사당오락’(四當五落·하루 네 시간만 잠자면서 공부하면 대학 입학에 성공하고 다섯 시간 이상 잠을 자면 실패한다)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사회 전반적으로는 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2010년대 이후 웰빙과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수면 산업이 급성장세를 맞았다. 잠에 대한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국내외 소비자들이 수면 관련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성인은 100여년 전 증조부모 세대보다 2시간 정도 적게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의 질도 하락해 글로벌 가전업체 필립스가 2021년 한국, 미국, 호주, 일본 등 세계 13개국 국민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5%만이 수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은 수면 만족도가 전체 평균보다 훨씬 낮은 41%에 그쳤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49만명에서 2021년 70만명으로 43% 늘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수도 2010년 2만명에서 2019년 8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불면은 개인적으로도 고통이지만 경제·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미국 근로자들이 수면 부족으로 결근하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손실이 연간 1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가 고혈압·알츠하이머 등으로 이어져 지출되는 의료 비용 등이 연간 4000억달러(약 49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요한 한 건 습관, 일찍 일어나 많은 빛 봐야
하지만 시장에 쏟아지는 다양한 첨단 제품들도 불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꿀잠에 빠지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지난해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가 현재 나와있는 수면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컨설팅업체 록헬스어드바이저리의 2021년 조사에서도 수면 관련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 가운데 약 40%는 효과가 없다며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싼 침대나 스마트 워치 같은 기기들은 잠을 잘 자게 돕는 도구일 뿐 가장 중요한 건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수면 환경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잠을 잘 자기 위해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날 것 ▶침실을 조용하고 어둡고 편안하게 할 것 ▶TV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을 침대에서 멀리 둘 것 ▶잠자기 전 과식이나 카페인, 알코올 섭취를 피할 것 등을 권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의학과 이헌정 수면센터장은 “사람은 보통 잠에서 깬 지 15~16시간이 지나면 졸리게 돼 있는데, 늦게 일어나면서 밤에 잠이 잘 오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몸은 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로 전달돼 생체시계를 맞추기 때문에 아침에 충분히 많은 빛을 봐야 생체가 활성화되고 밤에 잘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장(서울대 교수)도 “잠을 잘 자려면 기상 시간이 제일 중요하고, 특히 주중·주말 구분 없이 매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빛을 늦게 볼 수 있으니 아침에 조명을 켜서 뇌를 일찍 깨우는 것이 좋다”며 “아무리 비싼 스마트 기기와 침대를 쓴다고 해도 기본 생활 습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소용이 없다”고 조언했다.
-곽창렬 기자, 위클리비즈(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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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밤새 뒤척이는 이유
불면증 해마다 증가세
환자 68%가 50대 이상… 노화로 멜라토닌 분비 줄어
수면제 부작용 걱정된다면 멜라토닌 보충제 도움
나이가 들면 잠이 준다. 자리에 누워도 잠 드는 게 어렵고, 일찍 깬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자주 뒤척이게 돼 깨도 개운하지 않다. 이 모든 게 불면증 증상이다. 단순히 잠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다. 잠의 질도 떨어진다.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허경 교수는 "나이가 들면 수면시간과 상관 없이 잠을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낮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나이 들면 '깊은 잠' 어려워져
지난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7만9876명으로 2011년(21만3887명)에 비해 3년새 6만6000여 명 늘었다. 이 중 50대 이상 환자가 68%나 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수면은 잠이 들락말락한 1단계부터 깊은 잠에 빠지는 3단계까지 진행된 후 렘(REM)수면 단계에 이른다. 수면이 진행될수록 뇌세포 활동은 물론 호흡, 심장박동이 줄고 체온도 조금 내려간다. 그러다 렘수면에 이르면 뇌가 각성상태가 돼 꿈을 꾸게 된다. 허 교수는 "렘수면 단계에서 뇌의 전두엽은 낮에 깨어 있을 때 만큼의 에너지를 쓴다"며 "정상적인 수면을 한다면 이런 과정이 하룻밤 새에 5~6번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하고 1~2단계의 얕은 잠 상태가 늘어난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이후 단계인 렘수면에 도달하기도 어려워진다. 허경 교수는 "20대는 깊은 수면이 20%, 렘수면이 30% 정도 차지하지만 60대는 깊은 수면이 2%, 렘수면은 20% 정도로 깊은 잠이 크게 줄어든다"며 "깊은 잠을 못 자면 기억력,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비롯해 소화기계, 순환기계, 면역계의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멜라토닌 양, 젊은이 절반 이하
나이가 들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뇌의 노화로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면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은 잠자기 2시간 전쯤부터 분비량이 늘기 시작해 자정을 지나 새벽에 이를 때까지 고농도를 유지하다 해가 뜨면 급격히 분비량이 줄어든다.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뇌의 송과체가 나이가 들어 퇴화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게 된다. 51~65세의 멜라토닌 최고 분비량은 20~35세의 절반에 불과하고, 65세 이상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중장년 불면증, 멜라토닌 보충으로 효과
불면증이 심하면 뇌의 수면중추를 자극하는 수면제 복용을 고려해본다. 그러나 이런 약은 중추신경에 직접 작용하다 보니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낮에 무기력하거나, 술에 취한 것 같은 중독의 우려가 있다. 이런 부작용은 중장년층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신진대사능력, 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효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단순히 나이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잠을 쉽게 못 자는 중장년층이라면 멜라토닌을 보충해주는 것만으로도 잠을 충분히 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허 교수는 "중추신경에 직접 작용하는 기존 수면제보다 수면 효과는 적지만 사람에게 원래 있던 것을 보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멜라토닌을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제품은 혈중 멜라토닌 농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금방 줄어들어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2014년 우리나라에 선보인 '서카딘'은 멜라토닌 제제지만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 오래 지속돼 실제 멜라토닌이 방출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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