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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녹스] [골드바] [불안정한 세계가 밀어올린 역대 최고.. ] ....

뚝섬 2025. 2. 25. 06:49

[포트 녹스]

[골드바]

[불안정한 세계가 밀어올린 역대 최고 金값]

[금 1g짜리 돌 반지]

[1그램, 0.5그램짜리 선물 金반지 유행]

[환율전쟁 촉발하는 트럼프]

 

 

 

포트 녹스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틀 뒤 육군 헌병대가 한국은행 금고로 급파됐다. 1차로 금 1070㎏, 은 2500㎏을 경남 진해 해군본부로 실어 날랐다. 하루 뒤 서울이 함락된 탓에 나머지 금 260㎏, 은 1만6000㎏은 북한군 수중에 들어갔다. 이런 경험 탓인지 한국은행은 보유 금 104t 전량을 영국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인 미국의 금 보관소는 켄터키주에 있는 포트 녹스(Fort Knox)이다. 남북전쟁 때 맹활약한 헨리 녹스 장군의 이름을 따서 만든 육군 기지이다. 두께 50㎝ 이상 강철로 만들어진 포트 녹스의 금고에는 미국 독립선언서, 링컨 대통령 게티즈버그 연설문 등 국가적 유물도 함께 보관돼 있다. 난공불락 이미지 때문에 영화 ‘007 시리즈- 골드 핑거’의 배경이 됐다. 영국 금 매매 업자가 금값을 올리려고 포트 녹스 금을 폭파시키려다 제임스 본드에 의해 좌절되는 스토리이다. 

 

베일에 싸인 곳이라 “미 정부가 금 시세를 조작하다 금괴를 모두 탕진했다”는 음모론이 생겨났다. 트럼프 1기 정부 땐 재무장관이 의회 대표단과 함께 포트 녹스를 방문한 뒤, “금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포트 녹스의 금이 도난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가 장담하느냐”며 음모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금이 거기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부정선거 등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새삼 포트 녹스를 부각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1971년 달러와 금을 바꿔주는 ‘금 본위제’를 폐기한 미국은 금이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금 가격을 억눌러 왔다. 금값이 급등하면 정부 소유 금을 대거 풀거나, 금 선물 거래 보증금을 대폭 올려 금 투자자를 혼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달러를 너무 푸는 바람에 이 방법도 통하지 않게 됐다. 1970년대 가격으로 평가해 놓은 미국 금을 시가로 재평가하면 정부 보유 금 가치가 110억달러에서 7500억달러로 68배 불어난다고 한다. 국가 부채를 줄이거나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등 다른 용도로 요긴하게 쓸 수도 있다. 트럼프가 바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추측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채굴한 금은 20만t, 올림픽 수영 경기장 2개를 겨우 채우는 분량이다. 20%는 국가가, 80%는 민간이 갖고 있다. 트럼프가 실제로 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는 선택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글로벌 시장에 대파란이 일 수도 있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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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전남 함평군은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 황금박쥐가 162마리 발견되자 순금 162㎏에, 은 281㎏으로 2008년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다. 세금 27억원을 들였는데 ‘혈세 낭비’로 지탄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함평의 테슬라’로 불린다. 금값이 치솟아 가치가 10배로 뛴 270억이 된 덕분이다. 테슬라나 엔비디아 못지않게 높은 수익률의 금(金)테크다.

 

금은 얇게 펴지고 늘어나는 성질이 뛰어나 1g 정도의 금을 최대 3㎞ 가까이 늘일 수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금을 얇게 펴면 3층 건물을 뒤덮을 정도여서 장신구 등에 많이 쓰였다. 그간 지구에서 채굴된 금은 통틀어 18만7200t이다. 90% 이상이 미국 서부 ‘골드 러시’ 이후 채굴됐다잔존 매장량 5만여t이 15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부여 편에 우리 조상들이 금은을 모자 장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태종 때는 “금이 나지 않는데 해마다 중국에 바치는 것이 700여 냥쭝(26.25㎏)이나 되니 매우 염려된다”며 궐내에 금은 그릇 사용을 금지했다. 지금처럼 아기 돌잔치에 금반지를 선물할 정도로 대중화된 건 1973년 금 수입 자유화 이후다. 2000년에 순금 1돈(3.75g)의 도매가가 약 3만9600원이어서 돌반지 선물도 줄 만했다. 지금은 60만원을 넘어가니 선뜻 돌반지 선물도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인데 한국은행 금 보유량(104.4t)은 세계 36위에 불과하다. 미국(8133t), 독일(3352t), 이탈리아(2451t), 프랑스(2436t) 순으로 중앙은행 금 보유량이 많다. 러시아는 2014년부터 금을 대거 사들여 세계 5위가 됐다. 최근엔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고 금을 집중 매입한다. 보석용 수요 외에,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 수요가 늘어 금값이 치솟고 있다.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31.103g)당 2908.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 자산이라고 하나 오랫동안 별로 매력 없는 투자처였다. 1980년 트로이온스당 680달러에서 1985년 300달러 밑으로 반 토막 났다. 27년 만인 2007년에야 1980년 시세를 회복했다. 유럽 재정 위기가 벌어진 2011년에 1900달러까지 올랐다가 또 반 토막 났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금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금 판매를 일시 중단할 정도로 국내에도 골드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불안한 경제를 방증하는 불안한 금값 상승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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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세계가 밀어올린 역대 최고 金값

 

세상이 지옥을 향해 가고 있을 때만 가격이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는 건 괴상한 짓이다.” 작년 11월 99세로 타계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2011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회사 주주총회에서 금 투자에 관한 의견을 묻는 주주에게 이렇게 답했다. 수십 년간 워런 버핏 회장의 조언자이자 파트너였던 멍거 부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한 투자자의 자세를 잃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사상 처음 트로이온스(31.1g)당 2300달러 선을 뛰어넘은 요즘 금값을 본다면 뭐라고 조언할까.

▷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가 2315달러를 찍었다. 지난달 4일 2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10%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했는데, 시장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표현보다 ‘인하’에 주목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의 대체 안전자산인 금은 가격이 오른다.

▷금값 급등에 미중 패권전쟁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몇 년 새 지속적으로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사들이고 있다. 작년 말 현재 보유한 금이 2235.3t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제재로 러시아 자산거래가 동결되는 걸 지켜본 중국이 언젠가 닥칠 미국과의 정면충돌에 대비해 금 보유를 늘린다는 거다. 최근엔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자 1g짜리 ‘금콩’에 투자하는 중국 청년들까지 늘었다고 한다.

 

미국의 재정적자 폭증에 대한 우려도 금값을 자극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작년 말 97%였던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9년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역대 최대치였던 116%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30년 뒤엔 16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대전 때 진 빚은 호황과 인구 증가에 힘입어 갚았지만, 지금 늘어나는 빚은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감당하기 대단히 어렵다. 결국 달러를 더 찍어 내는 수밖에 없어 금의 가치가 오를 거란 전망이다.

▷국내 금값도 천정부지다. g당 10만 원을 돌파했고, 세공비 포함 한 돈(3.75g)짜리 돌반지는 45만 원을 넘었다. 그제 한꺼번에 몰린 투자자들로 인해 한국 금거래소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까지 있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말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 씨티그룹은 12∼18개월 내에 3000달러까지 금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세계의 큰손들은 세상이 더 불안정하고, 어지러워지는 쪽으로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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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1g짜리 돌 반지  

 

베스트셀러 ‘화폐 전쟁’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금의 귀환’이란 또 다른 저서에서 금을 “궁극의 화폐”라고 썼다. 주기율표의 고체 원소에서 독성이 있거나 녹슬고 부식되는 것, 너무 약해 동전으로 만들 수 없거나 너무 단단해 제련하기 어려운 것을 추려내면 금속 8개가 남는다. 그중 실제 통화량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보유한 것은 금과 은인데, 은은 변색하기 쉬워 단연 금이 최고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 17만t의 금이 있고, 이 중 3만5000t을 각국 중앙은행이나 재무부, 국부 펀드가 갖고 있다.

 

▶강대국들은 금을 확보해 패권 경쟁의 우위에 서려 했다. 영국은 1931년까지 파운드화를 금과 교환해줬고, 미국은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하는 금환본위제를 1970년대 초반까지 유지했다. 달러는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지만 패권 화폐인 달러를 견제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은 금을 부지런히 사 모으고 있다. 2020년 기준 러시아는 세계 5위 금 보유국으로 올라섰고, 중국도 비공식 수량까지 합치면 러시아보다 2~3배 많은 금을 보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최고 가격을 찍었던 금값은 지난해 약세였지만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인터넷 맘카페엔 “애들 돌 반지 지금 팔면 어떨까요” “금값이 너무 좋아 황금 열쇠 처분했어요” 등의 사연이 올라온다. 20년 전 사뒀던 100g 골드바를 팔아 3배로 돈을 불린 재테크 성공담이 일본 미디어에 소개될 정도다.

 

▶돌잔치엔 한 돈짜리 금반지를 들고 가는 것이 오랜 풍습이었다. 그런데 하도 금값이 뛰자 금 1g 돌반지가 나왔다고 한다. 금 1돈(3.75g) 가격이 35만원에 육박하자, 금 무게를 거의 4분의 1로 줄여 반지를 만든 것이다. 그래도 시세가 10만원을 웃돈다. ‘1g 금반지’는 12년 전에도 있었다. 귀금속에 미터법 도량형을 확산시키려는 정부 의도와 줄어드는 돌 반지 수요를 붙잡으려는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당시 1g 금반지는 6만원 선이었다. 그사이 가격이 두 배로 뛴 셈이다.

 

▶지갑은 얇은데 금값이 치솟자 심지어 0.5g 돌 반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반지 대신 현금 봉투를 건네는 풍속도 자리 잡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금값에 돌잔치 찾는 하객들도, 초대하는 아기 부모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래도 출산율이 높아져 금은방 진열장마다 돌 선물용 ‘1g 금반지’가 넘친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박종세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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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램, 0.5그램짜리 선물 金반지 유행

 

전국 금은방에서 1g짜리 순금 돌반지를 팔기 시작한 건 2011년 6월부터다. 찾는 손님이 많아서라기보다 정부와 귀금속 업계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정부는 일제 잔재인 ‘돈’ 대신 국제 표준인 ‘그램(g)’을 정착시키고자 했고, 업계는 치솟는 금값 때문에 손님이 뚝 끊긴 돌반지 시장을 살리고 싶었다. 그해 동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같은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국제 금값은 역사적 고점을 찍었다. 국내에서도 순금 한 돈(3.75g)이 25만 원을 뚫었다.

▷정부가 당시 소비자물가지수 대상에서 금반지를 제외하자 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나 낮아질 정도였다. 물가를 마사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결국 금반지는 물가 산정 품목에서 빠졌다. 그렇게 1g 반지 제작용 금형이 전국에 보급됐고, 겉모습은 한 돈짜리와 똑같지만 두께는 얇은 6만 원대 돌반지가 등장했다. 그래도 1g 반지는 낯간지럽다며 현금 봉투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시큰둥했던 1g짜리 돌반지의 인기가 요즘 뜨겁다. 10만 원이 든 현금 봉투보다 1g 금반지가 훨씬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10만 원 봉투는 부담되고 5만 원은 약소하다며 0.5g짜리 돌반지를 선물하는 젊은층도 많아졌다. 2011년의 고점 이후 오랜 세월 암흑기를 거쳤던 금값이 다시 천정부지로 뛰면서 나타난 변화다. 세공비를 더하면 요새 금반지 한 돈은 40만 원이 넘는다.

 

금은 ‘불안 심리’를 먹고 산다. 팬데믹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쳐 최근 미국, 유럽발(發) 은행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지정학적, 경제적 불안이 일상화되자 그야말로 신(新)골드러시가 펼쳐진 모습이다. 이에 힘입어 세계 중앙은행들도 공격적으로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편의점에는 최대 열 돈짜리 골드바를 구입할 수 있는 ‘금 자판기’까지 등장했는데 인기가 많아 돌반지, 금 모양 카네이션 등 판매 상품을 늘린다고 한다.

▷고공비행하는 금값에 장롱에서 잠자던 금붙이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즘 서울 종로3가 귀금속 거리에는 금을 사는 손님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하루 10건 안팎의 돌반지 판매 글이 올라온다. 금니를 팔기 위해 폐금업체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한 돈 금반지를 팔면 당장 30만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으니 고물가, 고금리로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불황이 불러온 역(逆)골드러시라 할 만하다. 치솟는 금값을 보는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은 이유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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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촉발하는 트럼프

 

트럼프와 그의 각료들이 연일 중국, 독일, 일본의 인위적인 환율 조작을 맹비난하면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환율전쟁을 펼칠 태세다. 여기에 잘못하면 우리 원화도 덩달아 곤혹을 치를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이 이야기하는 환율조작국이란 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초과 ②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③ 당국이 GDP 대비 2%를 초과한 달러 순매수 개입 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300억 달러를 초과했으며,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8%에 육박했다. 우리니라의 경우, 아직은 두 개 요건에만 해당되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거 같지는 않은데 문제는 미국이 언제라도 이 요건들을 강화해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무역에도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해 미국이 환율조작국에 대해 강도 높은 무역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베넷-해치-카퍼(BHC: Bennet-Hatch-Carper)법을 발효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제조업 비중이 GDP의 10% 남짓한 국가로, 제조업 국가가 아니다. 때문에 환율이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환율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크게 호전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가 노리는 속내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그간 미국 환율정책이 지나온 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4차례의 큰 환율전쟁에 휩싸여 곤혹을 치러야 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1차 환율전쟁

 

1970년 브레튼우즈 체제를 붕괴시킨 닉슨 쇼크로 촉발된 2차 환율전쟁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촉발된 3차 환율전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4차 환율전쟁

  

그런데 이 4차례 환율전쟁의 공통점은 모두 당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각료들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대공황 이래 미국은 자기들의 경제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평가절하를 시도해 환율전쟁을 촉발했다. 이로 인해 달러 가치는 1934년 이래 80년 동안 의도적으로 93%나 훼실되었다. 이제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실체를 환율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1차 환율전쟁 

 

대공황 때 루스벨트는 경기를 살려내기 위해 유대 자본과 유대인들을 끌어들였다. 당시 루스벨트 정부의 초대 재무차관이 유대인 모겐소 2세였다. 대통령과 모겐소 2세는 시중에 돈이 돌게 하고 미국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달러의 평가절하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1933년 4월 미국은 통화량 확대를 위해 금본위제를 이탈했고 모겐소가 재무장관에 취임한 1934년 1월 달러의 평가절하를 공식적으로 단행해 온스당 20.67달러였던 금값을 35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달러 가치는 무려 69%가량 떨어졌다. 덕분에 미국의 산업생산이 연간 10%씩 늘어났다. 대공황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버냉키가 이끄는 연준이 추진했던 대책이 바로 대공황 시의 성공을 참고로 한 것이다. 게다가 금은복본위제였던 미국은 국제시장에서 은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하여 통화량을 늘려나갔다. 이로써 국제시장 은 가격을 폭등시켜 은본위제 국가들을 초토화시켰다. 이 통에 중국이 은본위제를 포기하면서 혼란에 빠져 공산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세계 환율전쟁의 시작이었다.

  

2차 환율전쟁 

 

그 뒤 갈등의 정점은 1971년 8월의 ‘닉슨쇼크’였다. 닉슨 대통령은 달러를 금과 바꿔주는 금태환의 정지를 전격 선언해 ‘브레턴우즈체제’를 무너뜨렸다. 미국은 당시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면서 엔화 가치를 달러당 360엔에서 250엔으로 절상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를 그 만큼 절하시켰다. 그 결과 충격과 혼란으로 세계 외환시장이 폐쇄되었다. 위기가 점증하면서 2년 동안이나 심한 혼란이 지속되었고, 이러한 혼란을 거쳐 금본위제는 결국 달러본위제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달러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금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는 OPEC이 국제 원유가를 2달러에서 10달러로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일명 ‘오일 쇼크’였다. 닉슨쇼크 시점 4개월 전부터 7년 7개월간 지속된 달러약세기(1971년 4월~1978년 10월)에 달러화의 가치가 엔화와 마르크화에 대해 각각 39%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차 환율전쟁  

 

이후 갈등의 산물은 1985년 9월의 ‘플라자 합의’였다. 주요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달러화 약세 유도를 결정했다. 환율전쟁 이후 달러화는 일본의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플라자 합의 7개월 전인 1985년 2월부터 10년 3개월간 지속된 달러약세기(1985년 2월~1995년 4월)에 달러 가치는 엔화에 대해 3분의 1,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절반 수준으로 각각 급락했다. 

 

4차 환율전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유동성 살포가 시작되었다. ‘헬리콥터 버냉키’라는 말이 상징하듯 마치 공중에서 돈을 살포하듯이 미국의 유동성 살포는 무제한, 무대포 식이었다. 금융위기 초기에 유대 자본가들의 반대로 부실채권을 걷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공적자금을 부실 제거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지 못하고 전 방위로 유동성을 뿌려댄 것이다.  

 

여기에 대응해 유럽과 일본도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 확대에 참가했다. 이를 학자들은 4차 환율전쟁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2010년 10월,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준이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하고 중국에 대해 환율절상을 촉구하면서 이른바 ‘환율전쟁’이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당시에 환율전쟁을 두고 미국과 신흥국들 사이에 입장이 엇갈렸다. 미국은 중국, 한국 등 신흥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절하하여 수출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대규모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신흥국의 환율을 절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현상을 자기들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결과 2012년 8월 말까지 브라질 헤알화가 75% 급등(2002년 말 대비)한 것을 비롯해 일본 엔화(46%), 중국 위안화(30%) 등 모두 통화가치가 올랐다. 우리 원화도 2012년에만 미국 달러화 대비 8%가량 절상돼 세계 주요 통화 중에서 절상 폭이 가장 컸다. 

 

미국의 양동작전, 달러의 곡예 

 

달러는 금리기조와 외환시장에서의 수급 결과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일견 맞는 말이다. 또한 유럽과 일본의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우려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약달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전망할 수도 있다. 중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달러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저 깊숙한 속내는 시종일관 ‘약달러 정책’이었다.  

 

그래야 경기가 살아나고 빚 탕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미국의 환율정책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약달러 정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알게 모르게 화폐 발행을 늘려 달러 가치를 서서히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아예 드러내놓고 하는 무대포 평가절하이다.   

 

미국은 호황기에는 빚을 내서 수입해 즐기고, 빚이 턱밑에 차오르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누적된 외상값, 곧 국제채무의 대대적 탕감으로 덕을 본다. 이렇듯 남의 빚으로 살아가는 국가는 약달러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빚 탕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의 고민은 있다. 미국은 약달러 정책을 지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동시에 강달러를 지지한다. 여기서 강달러란 돈의 실질가치가 높아서가 아니라 국제결재통화로서 강한 힘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달러를 요구하게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유동성 확대로 달러를 많이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축통화의 장악력이 유지된다. 미국은 기축통화의 권력이 주는 엄청난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를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이 재정정책상 약달러 정책과 국제기축통화로서 강달러 정책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누가 약한 통화를 보유코자 하겠는가? 이 모순된 딜레마를 가능한 눈치 채지 못하도록 끌고 나가는 과정이 교묘한 달러 곡예의 역사다. 

 

트럼프 정권의 속내  

 

트럼프가 달러의 평가절하에 목매는 까닭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미국은 현재 경제가 살아나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게다가 올해 금리 인상이 2~3 차례 예고되어 있다. 달러가 강세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지금도 달러가치 곧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나들고 있는데 이를 시장에 맡기면 달러는 앞으로도 더욱 강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처지에서는 강 달러로 가는 게 반가울 리 없다. 그래서 시장 밖의 힘 곧 트럼프의 무대포가 발동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는 그 자체로 평가 절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주요 상대국들의 통화들을 절상시켜야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그래서 주요 통화 상대국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속내는 사실 재무부와 월가의 속내를 대변되고 있는 것이다. 재무부로서는 달러 가치가 높게 형성되면 국채 이자 부담이 너무 커진다. 그럼 월가는 왜 달러 가치 하락을 원하고 있을까? 월가의 헤지펀드들은 통화상품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 그런데 달러가치가 고공비행을 하면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크게 제한된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환산한 달러인덱스는 2월 초 현재 100 내외에 걸쳐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전 오랜 기간 달러인덱스는 항상 80에 수렴하는 추세였다. 평상시에 미국이 내심 선호하는 달러 가치가 바로 달러인덱스 지수로 80인 걸로 추정되는 이유이다.

 

 중국, 위안화 절상 못하는 두 가지 이유  

 

트럼프가 중국을 유독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심하게 압박해도 중국은 위안화를 쉽게 절상할 수 없는 처지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하나는 수출 감소다, 또 그로 인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될 때 발생할 실업자 문제이다. 중국도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면 고용을 줄이거나 신규채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1985년 프라자합의 이후 일본 경제처럼 국제 투기성자본의 유입과 유출에 따른 중국경제의 혼란 가능성이다. 위안화 평가절상 기대감으로 국제 유동성이 중국으로 이동하면 중국 자산시장 거품이 발생한다. 그 다음 거품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중국 경제도 1990년대 일본 경제처럼 자산시장 거품붕괴에 따른 휴유증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글=홍익희 세종대 교수]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조선닷컴(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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