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화진포(花津浦)] [하다 하다 '김일성 별장'까지] ....
[고성 화진포(花津浦)]
[하다 하다 '김일성 별장'까지]
[인천·여순·동학… 역사 '정치 무기화' 어디까지 할 건가]
고성 화진포(花津浦)
[조용헌 살롱]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에는 유명한 별장들이 있다. 이승만 별장, 김일성 별장, 이기붕 별장이다. 그만큼 풍광이 좋다는 뜻이다. 그 풍광의 핵심은 동해안의 파란 바다, 그리고 바다와 바로 붙어 있는 ‘화진포 호수’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일성 별장은 동해 바다를 보는 전망이고 이승만, 이기붕 별장은 화진포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화진포는 바다와 호수가 모래언덕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는 점이 독특한 매력이다. 호수가 잔잔한 음수(陰水)라면 바다는 거친 양수(陽水)에 해당한다. 음양수를 다 볼 수 있다.
화진포 호수는 바닷물과 산에서 내려오는 민물이 섞여 있는 호수다. 이런 호수를 석호(潟湖)라고 부른다. ‘석(潟)’ 자가 개펄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원래 석호였다고 한다. 그 석호 위에 나무 기둥을 박아 수상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경포대도 원래 석호였지만 지금은 둑을 쌓아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능이 사라졌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남은 석호가 화진포 호수다. 둘레가 16km. 예전에는 호수 주변에 해당화가 둘러싸고 있어서 이름에 꽃 화(花) 자가 들어갔다.
화진포 호수는 동해의 파도가 세게 칠 때는 모래언덕 사이로 난 수로를 통해서 바닷물이 호수로 유입되는 구조다.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차단이 된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모래톱의 수로에 모래가 막히면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파낸다. 짠물이 들어오는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바닷물과 민물이 반반 정도 섞인 석호에서는 어떤 고기가 살 수 있을까? 나는 이 점이 몹시 궁금했다. 민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짠물인 것이다. 정치인 이철승이 70년대 후반에 주장했던 ‘중도통합론(中道統合論)’의 현실적 사례가 이런 호수에서 사는 물고기가 아닐까 싶다.
화진포 앞바다에서 50년 동안 고기를 잡아온 어부 도한섭(73)에게 물어보니까 “광어, 숭어, 도미, 전어가 있고 민물 어종인 가물치도 이 호수에 산다”고 답변한다. “잉어도 사나?” “전에는 살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볼 수가 없다.”
한국의 가물치가 역시 세긴 세다. 민물고기가 짠물고기들하고 같이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가물치야말로 양쪽 진영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물건 고기이다. 가물치는 예전에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산후 조리를 할 때 솥단지에 폭 고아서 먹었던 영양식이다. 한국의 가물치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스네이크헤드’로 불린다. 미국 사람들은 하천 생태계를 박살 낸 골치 아픈 어종으로 여긴다.
-조용헌 동양학자, 조선일보(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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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김일성 별장'까지
경기 포천시가 세금 54억원을 들여 이른바 '김일성 별장'을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여론 뭇매를 맞고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복원 계획 인터넷 기사에 '좋아요'는 스무 건 남짓, '화나요'가 1만 건 가까이 달렸다. 댓글 대부분이 '돌았구나' '미쳤구나'다. 포천시가 말하는 '김일성 별장'이란 산정호수 전망대 근처에 일제가 세웠던 수리조합 건물을 말한다. 그런데 김일성이 6·25 이전 이북 땅이던 이곳에 머물렀다는 얘기가 일부 구전될 뿐 본 사람도 없고 사진 한 장, 기록 한 줄 남아 있지 않다. 이 근처에는 '예전에 김일성 별장이 있었다고 한다'는 팻말만 서 있다.
▶강원도 화진포에 있는 '김일성 별장'은 6·25 전에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을 데리고 와 찍은 사진까지 있으니 그렇다 치자. 느닷없이 포천에 비슷한 별장을 복원하겠다는 건 뭔가. 아무리 정부가 김정은 눈치 보느라 우방까지 팽개치고 있다지만 지자체까지 나서는 건 정도가 지나치다. 김일성 유물까지 국민 세금으로 사들이려고 했다고 한다.
▶그간 친북 좌파 단체들이 선동하자 전국 곳곳 '공산당이 싫어요'의 이승복 동상이 쓰러지고 맥아더 동상이 불에 그을렸다. 배재대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 동상도 철거와 재건이 거듭되다 이 정권 들어 "이승만은 6·25전쟁 때 100만명 넘는 민간인 학살을 지시한 최종 책임자였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과 함께 또 철거 위기에 놓였다. 몇 년 전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도 누군가 불을 질렀다. 보험금으로 복구하려 하자 일부에서 왜 돈을 쓰느냐고 생떼를 부렸다. 그러면서 엉터리 김일성 별장은 세금으로 되살려내겠다고 한다.
▶포천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땅굴 견학 같은 '안보 관광' 덕에 지역 살림에 보탬이 컸다. 이제 수요가 줄자 무엇이든 구경거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아이디어를 고심했을 수는 있다. 아무리 그래도 6·25를 일으켜 국토와 국민을 결딴내고 북한에 시대착오 왕조를 세워 주민을 노예로 만든 자(者)를 내세워 무엇을 하자는건가. 돈만 된다면 인간 백정 스탈린, 히틀러부터 차베스까지 모아 '테마파크'라도 만들 셈인가.
▶100년을 불러온 교가를 하루아침에 바꾸고 학교 설립자 동상과 이름을 없애겠다고 한다. KBS는 "이승만은 미국의 괴뢰다" "묘를 파내자"는 상식 밖 발언을 방송했다. 역사를 왜곡해 같은 국민을 공격하는 무기로 삼는다. 김일성 별장 소동도 그 일환일 것이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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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여순·동학… 역사 '정치 무기화' 어디까지 할 건가
인천시 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인천상륙작전으로 피해를 입은 월미도 주민 또는 상속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전쟁 피해는 인천만이 아니라 전국이 입었다. 그런데 수많은 전투 중에서 인천상륙작전만 꼭 집어서 국가가 피해보상을 하자고 하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상륙작전은 대한민국을 존망의 위기에서 구했다. 그게 싫은 것인가. 맥아더 장군 동상에 불 지르는 사람들과 같은 뜻인가.
대법원은 21일 1948년 10월 '여순 반란 사건' 당시 사형을 선고받고 사망한 피고인들에 대한 첫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사건 71년 만에 '다시 재판하라'는 것이다. 국군도 법원도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극도로 혼란한 시절이었는데 무슨 기록이 잘못됐다고 다시 재판하나. 이런 식이면 당시 모든 사건이 재심돼야 할 것이다. 작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주 4·3 집회에선 '화해와 평화' 대신 "4·3 학살 주범 미국은 사과하라"는 반미 구호가 넘쳤다. 4·3과 여순 사건의 배후는 공통적으로 '남로당'이다.
보훈처는 독립운동 서훈자 1만5180명을 전부 조사해 '친일파'를 가려내고 좌익은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민주당이 장악한 경기도 의회는 284개 일본 기업 제품에 '전범(戰犯) 딱지'를 붙이는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 소속 위원회가 120여년 전 동학농민운동 참가자 '명예 회복'을 한다며 유족 등록 사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임진왜란 유족들도 보상하라"고 비웃고 있다. 반대로 '역사 전쟁'에서 슬그머니 철수한 경우도 있다. 임시정부 100년인 올해를 '건국 100년'이라며 대대적으로 기념할 듯하더니 쑥 들어갔다. 김일성 업적만 신봉하는 북한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건국 100주년' 주장은 없어졌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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