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복귀 막는 의대 선배들 제적해 달라”.. ] [中 21세기 홍위병]
[“수업 복귀 막는 의대 선배들 제적해 달라” 오죽하면… ]
[中 21세기 홍위병]
“수업 복귀 막는 의대 선배들 제적해 달라” 오죽하면…
이달 말 전국 의대의 유급과 제적 처리 행정 시한을 앞두고 동료와 후배들의 막판 복귀를 막으려는 강경파 의대생들의 압박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 “수업 듣고 시험 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 문자를 보내고, 학교 앞에서 스크럼을 짜 학생과 교직원들을 못 들어가게 막는다는 것이다. 급기야 후배들이 학교 측에 수업 복귀를 막는 선배의 제적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학생 14명은 “수업 거부로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3학년 선배의 방해와 협박으로 수업과 시험 참여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가 학칙대로 선배들을 제적하지 않으면 학교와 선배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의 3학년 학생들은 2학년 후배들을 불러내 대화 내용을 녹음하지 못하게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블랙리스트” 운운하며 수업 거부를 강요했다고 한다. 모든 학생이 수업을 거부해야 자신들도 제적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부에는 수업 복귀 방해를 막아 달라는 의대생과 학부모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 국립대 의대는 강경파 학생들이 간담회를 열어 수업 거부를 압박했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을지대 의대는 학생들에게 수업 참여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게 함으로써 수업 거부를 겁박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을지대는 주동자 2명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수업 거부를 강요하거나 복귀 의대생 신상을 유포해 교육부가 의대생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 18건이나 된다.
▷선배와 동료의 수업 거부 강요는 의대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까지 10년 넘게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동고동락하고 졸업 후에도 평판이 중요한 집단 내에서 ‘배신자’로 찍히는 건 제적이나 면허 정지보다 무서운 일이라고 한다. 지난달엔 집단행동을 거부한 의사와 의대생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부당한 정책에 반대한다는 명분이라지만 비동조자에 대한 조리돌림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일 뿐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한 후로도 집단적 수업 거부로 의대생 40%가 유급이나 제적 예정 통보를 받았고, 나머지 60% 중 상당수도 한 과목만 수강하는 등 수업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에 3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을 완화하려면 이번 달 안에라도 복귀해 다음 달부터 계절학기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후배가 선배 제적을 요구할 지경이 되도록 학교와 정부는 무얼 한 건가. 정부는 학생들이 안심하고 복귀할 수 있게 현장을 챙기고, 의료계도 후배들의 수업 복귀를 독려하는 한편 이탈자를 매장해 버리는 비민주적인 집단문화를 돌아보기 바란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6-18)-
______________
中 21세기 홍위병
빅데이터 통계 업체가 중국 2030세대를 ‘Y세대’ 1020세대를 ‘Z세대’라고 부르며 “스마트폰 능통”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중국 모바일 인구는 2007년만 해도 5000만명이었지만 베이징 올림픽 직후 2억명을 넘더니 지금은 9억명에 육박한다. 중국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모바일로 소통해왔다. 아무리 가난해도 스마트폰은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것도 공통점이다. ‘세계 중심이던 중화 민족이 열강의 침략으로 굴욕을 당했지만 공산당 통치와 개혁·개방 덕분에 영광을 되찾고 있다’고 배운다. 중국의 달 착륙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누구든 중국 자존심을 건드린다 싶으면 바로 폭발한다. 이런 인구가 6억명이다.
▶2003년 분홍색으로 꾸며진 여성 문학 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여기에 문학 아닌 맹목적 애국주의에 빠진 젊은 누리꾼들이 몰려들어 중국 비판 인사나 단체를 공격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분홍색 사이트에서 유래한 ‘샤오펀훙(소분홍·小粉紅)’이 지금은 극렬 중국 누리꾼을 뜻하는 말이 됐다. 여성이 많다고 한다. 대만기(旗)를 든 한국 걸 그룹, 티베트 지도자를 언급한 자동차회사, 젓가락으로 피자 먹는 광고를 낸 명품 회사 등을 좌표 찍어 집중 공격했다. 불매 운동도 한다. 무릎을 꿇을 때까지 집요하게 한다.
▶공산당 선전 기관이 직접 지휘하는 ‘댓글 부대’도 있다. 올리는 글 한 건당 5마오(약 85원)를 받는다고 해서 ‘우마오당’으로 불린다. 베이징에만 200만명이 있다고 한다. 공산당에 부정적인 글은 삭제하고 지지하는 댓글만 단다. 요즘은 건당 7마오(약 120원)로 올라서 ‘치마오당’이 됐다. 10년 전에는 ‘우마오당’만으로 여론 조작을 했지만 누리꾼 10억 시대에는 ‘샤오펀훙’을 교묘하게 동원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수상 소감을 트집 잡았던 공산당 매체가 기사를 삭제했다. BTS 비판에 국제적 역풍이 불자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벌떼처럼 달려들던 ‘샤오펀훙’의 기세도 갑자기 수그러들고 BTS를 옹호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공산당이 마음만 먹으면 허위 선동과 인터넷 여론 조작쯤은 일도 아니다.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은 10~20대 홍위병의 팔에 완장을 직접 채워주며 반대파 공격을 부추겼다. 좌표는 대자보로 찍었다. 10~20대의 집단 광기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중국 공산당은 Y·Z세대를 21세기 홍위병으로 만들었다. 숫자는 수억명이다. 이런 나라가 우리 이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