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문재인 합치면 ‘명문’ 될까]
[겹겹이 ‘방탄’ 무장으로 이재명을 지킬 수 있을까]
[지리멸렬한 청년 정치]
이재명·문재인 합치면 ‘명문’ 될까
꼼수·내로남불 바로잡고 ‘팬덤 정치’ 결별해야 혁신
李대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하고 민생 협치 나서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2.8.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민주당에서 10년 만에 당권 교체가 이뤄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친문계가 밀려나고 친명계가 당을 장악했다. 이재명 대표는 첫 일정으로 경남 양산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친명(明)과 친문(文)그룹은 같다” “‘명문’ 정당을 만들자”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민주당이 진짜 ‘명문(名門)’이 되는 길은 문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 속에 답이 있다. 그는 “민주당이 이기는 정당으로 가려면 혁신·통합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을 외친 건 10년도 더 됐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입당 전인 2011년 이해찬 전 대표, 조국 전 법무장관 등과 함께 재야에서 만든 조직 이름이 ‘혁신과 통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당의 혁신과 통합은 이뤄내지 못했다. 그의 재임 시 선거법 날치기로 사상 유례 없는 비례 위성 정당이 탄생했고, 자신들의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문재인 혁신안’도 폐기됐다. 이른바 ‘문빠’들은 5년 내내 비주류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렸다. ‘원팀’을 빙자해 비주류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굴종을 요구했다. 당시 한 의원은 “나를 비문(非文)이라 하지 말고 차라리 비주류라고 써 달라”고 간청했다. 비문이라는 낙인이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그 의원이 지금은 친명계의 핵심 의원이 됐다. 비명(非明)이라는 이유로 같은 당 사람이 배척당하지 않도록 그가 애써주길 바란다. 그게 통합의 시작이다.
친문당이 친명당으로 바뀌면서 지지 그룹도 문빠에서 ‘개딸(개혁의 딸들)’로 교체됐다. 당내에선 “문빠가 하루 문자 1000통을 보낸다면 개딸은 700통 수준”이라며 개딸이 비교적 온건하단 주장도 나온다. 친명계는 전당대회 승리 후 개딸 영향력 강화를 위해 ‘권리당원 전원 투표’ 당헌 신설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팬덤 정치는 통합의 걸림돌일 뿐이다. 친노와 친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듯 개딸도 그러할 것이다.
혁신은 이 대표 본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석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고 다시 두 달 만에 당 대표까지 됐다. 그 과정에서 ‘셀프 공천’, ‘셀프 방탄’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찰·경찰로부터 10여 건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혹시라도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스스로 방탄막을 해체하고 당당히 조사받기 바란다. 이 대표도 불체포특권 제한법에 100% 찬성한다고 했었다. 선제적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당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내분으로 날을 지새우지만 국민의힘은 한때 혁신과 통합을 이뤄냈다.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뽑고, 자신들의 등에 칼을 꽂았던 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민주당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쪼개졌던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쳤고,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까지 끌어안았다. 혁신과 통합 측면에서 지난 대선은 0대2 국민의힘 완승이었다.
마지막으로 문 전 대통령이 말한 ‘확장’은 지지층을 넓히는 것이다. 이는 협치에서 시작한다. 안보·경제 위기 속에 여야가 힘을 모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로소득세 개편, 1가구 1주택 종부세 합리화 등 급한 민생 법안부터 함께 처리하기 바란다. 이 대표도 30일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민생 법안 협조를 약속했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면 이 대표도 성공한 대표가 될 것이다.
-황대진 기자, 조선일보(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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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방탄’ 무장으로 이재명을 지킬 수 있을까
“그래도 ‘방탄’은 너무 나간 표현 아니냐.”
지난 대선 직후 칼럼에 “이재명이 너무 조급하게 정치권으로 돌아오면 ‘방탄 국회의원’ 신분으로 수사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썼더니 이재명을 극도로 싫어하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마저 이렇게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이재명 방탄론’은 국민의힘에서 주로 쓰던 표현이라 “좀 과했나” 싶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나의 정치적 상상력 부족을 반성한다. 그새 그는 ‘이 의원’에서 ‘이 대표’로 두 번 직책이 바뀌었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사실상 ‘셀프공천’으로 당선됐고, 가까운 의원들의 만류에도 전당대회까지 출마해 28일 민주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러는 동안 방탄 논란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의원 배지에 원내 1당 대표로도 부족했는지 ‘개딸’들은 “부정부패로 기소돼도 당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헌 개정까지 청원했다. 이 대표 관련 사건들의 공소시효 종료가 임박했으니 미리 사전조치를 취해 놓으라는 노골적인 요구였다. 덕분에 이제 이 대표는 기소되더라도 자기가 의장을 맡는 당무위원회를 연 뒤 ‘친명’ 최고위원 등과 함께 스스로를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판단만 하면 된다. 그나마 개딸 등 권리당원 투표를 당 최고 의사결정 방법으로 올려 달라는 ‘권리당원 전원투표제’가 최종 관문에서 부결된 게 민주당의 체면을 살렸다. 이 투표제로 말할 것 같으면 2020년 위성 비례정당 창당과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등 민주당이 대형 헛발질을 할 때마다 ‘만능 키’처럼 동원돼 온 제도다.
이 대표는 그동안 개딸들의 집단행동을 사실상 독려해 왔다. 당헌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검찰의 야당 탄압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9일 CBS 라디오)더니 전당대회 직전인 24일엔 개딸들과 직접 만나 “극렬 팬덤 뭐 어쩌고 그러는데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런 수준 낮은 사람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새로 꾸려진 친명 지도부도 출범하자마자 개딸들 못지않게 ‘이재명 지키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첫 공식 최고위원회의부터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카 유용 의혹에 맞서 “그럼 김건희도 특검하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으니 앞으로 볼만할 것 같다. 수석으로 당선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장에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내부 총질 중지, 총구는 밖으로, 이재명 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라’는 메시지”라며 비명계에 대한 공개 경고까지 했다.
이 대표는 그토록 억울하다지만 벌써 1년 가까이 그를 향해 ‘사법 리스크’와 ‘방탄용’이란 비판이 이어지는 건 그만큼 그의 해명이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를 지켜줄 수 있는 건 겹겹이 방탄도, 꼼수로 개정한 당헌도 아니다. 그부터 진실 앞에 초연해질 때 진정으로 그를 믿어주는 동료 의원, 그리고 민심이 그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제 제1야당 수장이 된 이 대표에게 논어 속 공자 말씀 한 구절을 전한다. “자신이 올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저절로 따르고,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하더라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김지현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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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한 청년 정치
청년 정치가 지리멸렬해졌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여야의 간판이 85년생 이준석과 96년생 박지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대선판을 흔든 단문 공약이나 ‘59초 쇼츠’ 영상으로 대표되는 신선함은 사라졌다. 대신 일정한 직업이 없는 청년 정치인을 비꼬는 ‘여의도 2시 청년’ ‘엄마 카드 정치인’ 같은 비아냥만 난무한다. 소수 정당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의당에서는 비례대표 사퇴를 권고하는 당원 총투표가 시작돼 87년생 장혜영, 92년생 류호정이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게 됐다.
“30대 장관이 많이 나올 것”이라던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공수표가 된 것은 두고두고 문제를 제기할 일이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들의 최근 언행을 보면 과연 수권(受權) 능력과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묻게 된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정치를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져놓고 기성 정치인들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시작과 끝이 언어인데, 그들이 쓰는 말은 막말과 혐오로 점철됐다. 소셜미디어(SNS)를 사랑하는 이준석 대표는 현란한 수사(修辭)와 패러디를 동원해 비판자들을 저격한다. 한때 호형호제하던 김병민 서울 광진 당협위원장을 향해서는 “그렇게 빨아주더니 대통령실에 못 가서 어떡하냐”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장 속은 시원하겠지만 실속은 없다. 오히려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막말로 남을 것이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때려라’라고 하는 여의도의 구습도 단골로 등장한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친이준석계인 김용태 최고위원을 저격하며 “2년 만에 20억원대 재산신고를 해 돈 걱정 없고 현실을 모른다”고 했다. 뜬금없는 재산 폭로는 곧바로 부메랑을 맞았다. 국회 직원들의 커뮤니티에선 과거 장 이사장이 타고 다녔다는 고급 차량이나 그의 학벌을 놓고 온갖 ‘카더라’가 난무한다. 여당 부대변인은 “돈이 없어서 그의 카드가 그립다”고 비꼬았다. 청년들이 두 패로 갈려 서로를 저격하고, 공개 토론을 신청해놓고 ‘급이 안 맞는다’며 이를 무르는 우스꽝스러운 행태도 벌어졌다.
청년 정치가 성공하고 더 많은 청년이 정치에 진출해야 할 당위는 차고 넘친다. 당장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 되는 게 중요한 기성 정치인들은 청년에게 절실한 저출산이나 연금 개혁 같은 과제를 해결할 생각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온갖 구호만 외쳐놓고 허비한 수십년 세월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잠시였지만 2030세대가 여야 대표가 되고, 지난 대선에서 이대남·이대녀가 ‘캐스팅 보터’가 된 것은 청년들의 손으로 청년들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이었다. 이런 대의를 생각하면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 세대를 답습하는 구닥다리 방식의 반목과 대립을 넘어설 때가 됐다.
-김은중 기자, 조선일보(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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