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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 불편한 김정은] [‘대동강의 기적’]

뚝섬 2022. 8. 31. 07:49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 불편한 김정은]

[대동강의 기적’]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 불편한 김정은

 

[동아시론]

국체를 재물과 흥정 않겠다는 평양의 거절
경제지원, 北주민 살리지만 정권유지엔 위협
대북정책 방향타, 세심한 재조정 필요하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담대한 구상’에 실렸던 윤석열 행정부의 야심적 대북정책이 출항과 동시에 좌초할 모양새다. 핵 무장을 푼다면 경제 번영을 건넨다는 서울의 제의는 국체(國體)를 재물과 흥정하지 않는다는 평양의 거절 앞에 초라해졌다. 대규모 식량 공급에서 국제 투자 및 금융 지원을 망라한 ‘업그레이드’ 경제 지원책이라는 대통령실의 부연은 이명박 행정부 시절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는 조선노동당의 공박(攻駁) 앞에 색이 바랬다. 누항(陋巷)의 공론장에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린 ‘경제-안보’ 교환이라는 과거 행정부의 대북정책 공식과 ‘담대한 구상’의 내용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미심쩍다는 눈치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맞닥뜨릴 험난한 남북관계의 전조가 이미 뚜렷하다.

기실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 국경을 열어야 살 수 있다는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크게 새롭지 않다.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 노무현 행정부의 ‘평화번영정책’,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모두 한국이 제공하는 경제 유인으로 북한이 우려하는 안보 불안을 해소한다는 ‘경제-안보’ 교환 논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물론 각각의 ‘경제-안보’ 교환 공식에서 그 속도, 순서, 시기와 관련한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큰 줄기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경제-안보’ 교환을 제안할 때마다 북한은 오히려 매번 핵무기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고 경제 국경을 더욱 촘촘히 닫아야 살 수 있다는 선택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 사업, ‘개성 공업지구’ 사업, ‘금강산 관광지구’ 사업 등 한국이 주도한 대표적인 대북 경제 지원 프로젝트는 번번이 좌절했다.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 사업이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의혹 때문에, 금강산 관광지구 사업이 2008년 북한군에 의한 한국 민간인 피격 사건 때문에, 개성 공업지구 사업이 2016년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때문에, 각각 붕괴했다. 한국의 경제 지원이 북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보다는 북한의 안보 불안이 한국의 경제 지원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역대 한국 행정부의 ‘경제-안보’ 교환 논리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연유는 실상 북한체제의 속성에서 비롯한다. 한국이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 국경을 열어야 살 수 있다고 말할 때 염두에 두고 있는 수혜자는 북한 일반 공중(公衆)인 반면, 북한이 핵무기를 움켜쥐고 경제 국경을 닫아야 살 수 있다고 말할 때 상정하고 있는 수혜자는 북한 통치 엘리트이다. 버리고 열면 북한의 시민이 살아나지만 움켜쥐고 닫아야 북한의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민생 발전과 정권 생존이 서로 상치(相馳)하는 가치일 때,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의 선택은 예외 없이 후자일 수밖에 없다.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 국경을 열면 시민에 대한 정권의 우위를 담보했던 억압통제와 정보 조작의 두 축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평양이 말하는 안보 불안의 핵심은 바로 이 정권 생존의 불확실성 증대에 있다. 북한이 역병, 경제난, 자연재해의 삼중고 속에서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을 강조하면서 정보 노출을 차단하는 일에 열성인 이유이다.

북한과 같이 통치 엘리트의 규모가 작은 소위 ‘개인 독재’ 체제에서는 시민과 정권 사이의 자원 배분이 극단적으로 후자에 쏠려 있기 때문에 국가 정책에 전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정치적 유인이 최소화된다. 정권이 일반 공중의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고 민생 발전을 도모할 ‘공공재(公共財)’ 공급에 자원을 투자할 필요성이 낮다는 뜻이고, 통치 엘리트만이 향유하는 소규모 ‘사사재(私事財)’ 공급만으로 정권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수적 사사재 공급 수준을 초과하는 경제 유인의 확산은 정권 생존의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담대한 구상’은 불편한 제안일 터이다. 더군다나 ‘사회주의 형제국’이 정권 생존에 필요한 사사재 공급에 소극적이지 않은 이상 ‘제국주의 괴뢰국’이 제안하는 ‘경제-안보’ 교환 구상을 걷어차는 북한의 ‘담대한 거부’는 이치에 크게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지난 30년의 남북관계를 차근히 뒤돌아보며 윤 정부가 대북정책의 방향타를 세심하게 재조정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동아일보(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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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의 기적’

 

이서현씨가 지난 6월 UCLA에서 열린 강연 플랫폼 테드(TED) 행사에서 북한에서의 삶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낼 발판을 설계하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TEDxTalks 유튜브

 

북한에 백신 지원 사업을 벌였던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얼마 전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줬다. “백신을 주겠다니 북한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백신을 실어 나를 트럭이 없다고 했다. 트럭을 사주니까 이번엔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다며 사달라고 했다. 트럭에 냉장고를 싣고 북한의 백신 접종 현장에 갔더니 이번엔 냉장고를 돌릴 전기가 없었다. 어쩔 도리가 없어 포기하고 돌아왔다.”

 

▶해방 직후 한반도 전기의 92%를 북한 지역의 발전소가 생산했다. 압록강의 수풍 수력발전소는 당시 아시아 최대, 세계 3위 규모였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앞두고 북한이 전기 공급을 끊자 남한 전체가 암흑 천지로 변했다. 이랬던 북한이 한국에 전기를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50년도 걸리지 않았다. 세계 산업사의 미스터리로 꼽힌다.

 

▶비료도 그렇다. 해방 직후 흥남의 질소비료 공장은 아시아 최대, 세계 5위 규모였다. 한반도에 필요한 비료 전량을 공급하고도 남아돌아 매년 18만t가량을 수출했다. 이랬던 북한이 역시 50년 만에 한국으로부터 비료를 지원받아야 했다. 공장을 돌릴 인력도 있었다. 한국과 달리 북한은 일본인 기술 인력을 장기간 체류케 해 필요한 기술을 뽑아냈다. 남한의 사회 혼란과 좌파 사상 유행 때문에 한국 고급 인력도 대거 북한에 유입됐다. 일제 말기 경성제대 이공학부를 졸업한 인재 중 40%가 월북했다.

 

1960년대까지 한반도에서 경제 기적이 일어난다면 한강이 아니라 대동강 중심일 것이라고 했다. 광물 자원이 압도적이었고 만주 경영과 전쟁 물자 공급을 위해 세운 일본의 중화학 설비가 북한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많던 자원과 설비가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월북 인재들도 북한 정권의 눈밖에 나 상당수 흔적 없이 사라졌다. 경제정책을 비롯한 모든 것을 한 사람이 결정하는 신정 체제에선 최대 설비도, 최고 인력도, 퍼주기 지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북한에 억류돼 고문받고 숨진 미국 대학생을 기리는 오토 웜비어 재단의 첫 장학생 이서현씨가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것처럼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낼 발판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김씨 정권에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북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세우는 것이 꿈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했다. 북한을 아는 탈북민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한국이 자유민주 국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동강의 기적 역시 자유민주주의 아니면 일어날 수 없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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