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제왕 권력의 부침]
‘만만디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없다
20여 년 전에 필자가 중국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정의하고 있던 말 중에 지금은 쑥 들어가 자취를 감춰버린 말이 있다. 바로 “중국 사람은 만만디”라는 말이다.
‘만만디(慢慢地)’는 늦다는 말이다. 행동도 굼뜨고 도저히 우리 뜻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주지 않는 중국 사람들을 보고 답답해서 나왔던 말일 것이다. 그러나 딥시크를 만들어내고 사람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날려 보내며, 심해선을 만들어 이제껏 인류가 가보지 못한 깊이의 바다를 탐사하는 현 중국인들의 성과는 이제 더 이상 만만디라는 말이 중국에 어울리지 않게 만들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여 년의 시간 동안 접해본 중국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만만디라는 말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처음에는 만만디였다가 최근의 어느 시점에 들어 만만디가 아니게 된 것일까? 아니면 ‘비단장수 왕서방’이라는 말에서 보듯 중국 사람들에게 상인의 유전자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과거 어떤 일련의 경험에서 만만디라는 편견이 덧입혀진 것일까? 이에 대해선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여전히 중국 사람은 만만디인 측면도 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빨리빨리’이지만 별반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아직도 만만디다. 만만디 역시 철저히 실리 위주로 이해관계에 천착하는 중국 사람의 속성을 나타내는 표현인 것이다. 이제는 역으로 나의 말이나 우리의 제품에 중국 사람의 반응이 만만디이면 오히려 ‘아, 이게 별로 중국에 먹히지 않는 모양이구나’ 하고 돌이켜 볼 일이다.
“중국은 어때?”라는 한국인들의 짧은 질문이 가장 필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선문답 같지만 그 단순한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기에는 중국은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국을 이해할 때는 소거법이 필요하다. 즉, ‘중국이 그렇지는 않다’거나 ‘중국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중국에 대한 보편적인 컨센서스를 통해 그 나라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를 걷어내는 방법이 중국의 실체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이는 거칠디거친 나무, 투박한 옥 덩어리를 산에서 가지고 와서 하나의 작품으로 세밀하게 깎고 다듬고 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다. 옹이를 잘라내고 불필요한 잡석을 갈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중국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느리기도 하고 우리보다 더 빠르기도 하다. 모든 순간에, 많은 영역에서 중국은 두 가지의 모습을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쟁하고 부대끼는 중국은 이제는 더 이상 우리에게 일말이라도 방심을 허용하는 만만디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을 ‘미국과 중국’, ‘중국과 북한’, ‘친중과 반중 내지 혐중’ 등의 프레임에 가둬 우리 스스로를 그 안에 갇히게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그 프레임을 비틀어도 보고 뒤집어도 봐서 중국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창 시절 항상 문제를 꼼꼼히 보라는 당부를 들었다. 그래야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정답을 고를 수 있다. 새 정부 들어 한중 관계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두르지 말고 문제를 찬찬히 읽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만만디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없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베이징대 법학 박사, 동아일보(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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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 권력의 부침
사람이 서 있는 곳을 가리켰던 한자가 위(位)다. 그러나 이 세상 수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자리가 있다. 황제의 자리, 즉 황위(皇位)다. 황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왕의 권좌는 달리 왕위(王位)라고 한다. 매우 특별한 권력의 자리다.
그래서 군주가 권좌에 앉는 일을 즉위(卽位)라고 한다. 자리에 나아가는 일이다. 그 자리를 딛고 선다는 맥락에서는 천위(踐位)라고도 일컬었다. 따라서 임금이 권력을 유지하는 기간을 물을 때는 “재위(在位) 몇 년…”이라고 한다.
최고 권력의 자리는 달리 ‘커다란 보물’이라는 뜻의 대보(大寶)라고도 했다. 임금의 그 자리를 보위(寶位), 보좌(寶座)라고도 적는 이유다. 세상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맥락에서 제왕의 권력 차지를 등극(登極), 어극(御極)이라고 한다.
그런 자리를 남에게 내주는 일은 쉽지 않다. 제 혈육에게도 섣불리 내줬다가는 어떤 재앙을 부를지 몰라서다. 다툼 없이 남에게 그런 권좌를 내주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보통은 ‘고요하다’는 새김을 지닌 글자 선(禪)으로써 이를 표현한다.
선양(禪讓)이라는 단어다. 평화적 정권 교체에 해당하는 일이다. 자리를 내주는 입장에서는 선위(禪位)가 적당한 표현이다. 달리 손위(遜位)라고도 적는다. 임금이나 부모를 해치는 경우는 흔히 대역(大逆)이라고 불렀다.
인류 역사 속의 권좌는 뺏고 빼앗기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권력자의 자리를 뺏어 차지하는 행위는 찬탈(簒奪)이다. 임금의 그 자리를 뺏는다고 해서 찬위(簒位)라고도 했다. ‘대역의 죄’라는 의미를 덧붙여 찬역(簒逆)이라고도 했다.
권력 또한 사라지는 모든 것들처럼 무상(無常)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옛 황제처럼 대단한 권력을 행사했던 공산당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실각설이 자주 나돈다. 그 형식이 ‘선위’일지, 아니면 ‘찬위’일지도 덩달아 큰 관심거리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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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류 금지령’ 해제 움직임 속 명동에 중국인 ‘큰손’ 자금 몰려들어. 미국이 주시하는 ‘안미경중’과는 관계없겠지?
-팔면봉, 조선일보(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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