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큰 '살던 곳에서 통합 돌봄' 그런데 예산이 쥐꼬리]
[의사도 간호사도 없는 보건소 241곳… 무너진 공공의료 보루]
[응급처치, 생명을 살리는 오지랖]
의미 큰 '살던 곳에서 통합 돌봄' 그런데 예산이 쥐꼬리

16일 오전 충북 진천군 생거진천종합사회복지관 돌봄스테이션 의료진이 노인 환자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진료 상담을 하고 있다. 노인 환자 통합 돌봄 사업의 일환으로 진천군은 지역사회 중심의 모범 돌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집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함께 받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27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기존 의료기관·요양시설 중심의 돌봄 서비스 체계를 지역사회, 살던 곳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국민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변화다.
대부분은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한다. 조사에 따르면 지금 사는 집이나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어르신이 85%에 이르고 선호하는 임종 장소도 48%가 자신의 집이다. 그러나 수술 후 퇴원해도 집에서 치료·재활을 이어가기 어려워 요양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퇴원 환자가 곧바로 방문 진료와 간호,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국민의 고통과 불편이 크게 줄 것이다. 영국은 1990년부터, 일본은 2000년 초반부터 고령자가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는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했다.
올해 방문 진료와 치매 관리 등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작해 2030년까지 방문 재활과 영양 관리, 병원 동행 등 다양한 서비스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신청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한 번만 신청하면 개인의 상태를 평가해 필요한 서비스를 묶어 제공받게 된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이를 감당할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특히 퇴원 환자의 경우 방문 진료와 간호가 핵심인데 그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의사들이 방문 진료를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건보 수가를 현실화하는 외에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다른 직종도 지역을 다니며 어르신을 돌볼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재정이 문제다. 올해 통합 돌봄 지자체 지원 예산 914억원을 229개 시군구로 나누면 4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액수다. 복지부는 기존 장기요양보험, 노인복지서비스의 인력과 예산을 같이 쓰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너무 적은 액수다. 첫해부터 제대로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28조원 기초연금 예산의 100분의 1만 써도 제도 정착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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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간호사도 없는 보건소 241곳… 무너진 공공의료 보루
지역사회의 건강을 총괄 관리하는 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 7곳 중 1곳은 의사도 간호사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마다 설치된 보건소와 읍면 단위에 있는 보건지소 1598곳 가운데 상근 의사나 간호사가 없는 곳이 15.1%인 241곳에 달했다. 전북의 경우 그 비율이 28.1%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고, 이어 경남(21.1%) 경기(17.8%) 순이었다.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이 본래 역할이지만 병원이 없는 의료 취약지역에서는 진료 기능까지 맡는 공공의료의 최후 보루다. 하지만 열악한 정주 여건과 낮은 연봉 탓에 보건소의 의사 구인난은 만성화하고 있다. 2014년 2386명이던 보건소 의사 수가 지난해는 1400명으로 40% 넘게 급감했다. 의사 한 명이 여러 개 보건소를 순회하며 진료하거나, 간호사 1명이 1000∼2000명의 지역 주민을 관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주민들로서는 아파도 의사가 근무하는 요일을 기다려 보건소에 가거나 차로 수십 분 거리에 있는 시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읍면 단위에 설치된 보건지소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보건지소는 대개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맡는데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이 1년 6개월로 단축되면서 근무 기간이 3년인 공보의를 지원하느니 차라리 현역으로 복무하겠다는 의대생들이 늘고 있다. 의과 공보의 수는 2020년 1901명에서 올해는 945명으로 5년 새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군 복무를 선택해 공보의 부족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내년 3월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들을 방문해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돌봄제도가 시행된다. 상근 의료 인력이 없어 찾아오는 환자도 감당 못 하는 보건소가 방문 진료까지 맡기는 어렵다. 지역 인구 구조와 병원 접근성을 기준으로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통폐합해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취약 지역 의료진의 처우를 개선하고, 적정 공보의 자원을 확보해 농어촌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공보의 근무 기간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다.
-동아일보(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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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생명을 살리는 오지랖

심폐소생술 골든타임은 단 4분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청에서 2016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는 시민들의 모습. /장련성 기자
주어진 시간은 4분. 시간을 넘기면 뇌 손상 위험이 커진다. 눈앞에는 상반신 모양 마네킹이 있었다. 명치에서 손가락 약 두 마디 위, 가슴뼈 하반부를 5㎝ 깊이로 곧게 압박한다. 명치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마네킹 어깨 부근 센서에 노란 불빛이 둘 켜진다. 기준에 맞게 흉부 압박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폐 소생술 얘기다. 국제 응급처치 자격증(EFR)을 지난달에 땄다. 민간 자격증으로 ‘이머전시 퍼스트 리스폰스’의 약자다. 심폐 소생술과 심장 자동 충격기(AED) 사용법, 기도 폐쇄 상황에서 복부를 밀어 올리는 ‘하임리히법’ 등 국제 표준 응급처치를 배운다.
대단한 결심을 한 건 아니었다. 직장에서 필요한, 취재에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도 아니었다. 단지 취미인 스쿠버다이빙 구조 자격 과정 중 하나의 선행 요건이라 배우기 시작했다. 묘하게도 한동안 개운하지 않았다. 방법을 알면서도 미흡한 처치로 최악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밀려올 죄책감에 겁이 났다.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교육 내내 강사와 교재와 참고용 동영상은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적절한 조치는 무(無)조치보다 언제나 낫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에는 심정지 환자 목격자가 심폐 소생술을 하지 않는 이유로 “모른다” 외에 “잘못할까 봐 두렵다”가 적혀 있다. 처치법을 알고도 망설이는 것이다.

결정적인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비의료인 목격자가 있는 심정지 환자 사례 7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약 10%가 심폐 소생술을 시행하기까지 10분 이상 지연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지난해 미국심장협회(AHA) 계열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남을 위한 기술처럼 보였다. 심장마비나 부정맥, 익수, 질식, 외상성 쇼크, 열사병 등 심정지를 일으키는 수많은 사례를 접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처치를 익혀 봐야 당연하게도 내가 쓰러지면 소용이 없었다. 온전히 타인을 위해 흉부 압박을 실시했을 땐 익히 알던 대로 가슴뼈 골절은 피하기 어려웠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면한다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위급한 상황에 떠오르기나 할까.
그럼에도 배우는 이유는 나처럼 응급처치를 망설이며 익힌 누군가가 내 숨을 붙들어주리라는 믿음일 것이다. 구급대원이 오기 전 괜한 오지랖은 아닌지 고민하는 방관의 관성을 깨기 위해서. 그 망설임의 10분을 1분으로, 1초로 줄이기 위해 알아야 했다. 이후 건물마다 심장 자동 충격기 위치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핼러윈 데이를 앞둔 시점이었다.
며칠 전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순찰하던 군인들이 길에 쓰러진 노인을 심폐 소생술로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인의 의무라서가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이타심이었을 것이다. 안전 불감증 기사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기자이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지금도 자신은 없다. 다만 생명을 살리는 오지랖이 있다는 것을 안다. 골든타임은 포 미닛, 4분이다.
-조유미 기자, 조선일보(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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