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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임종] [자기 결정권 없는 콧줄 영양공급] [우표 마약]

뚝섬 2026. 4. 25. 15:47

[자택 임종]

[자기 결정권 없는 콧줄 영양공급]

[우표 마약]

 

 

 

자택 임종

 

일본인들은 대부분 ‘다다미방’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병원에서 치료받다가도 집으로 돌아가 사망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사실 병원의 목표가 환자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방문 진료와 왕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일본의 의료기관에서 사망률은 2000년 81%에 달했지만 자택 임종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면서 최근 65%까지 낮아졌다.

 

▶살던 집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떠나는 모습은 사람들이 평온한 임종을 떠올릴 때 그리는 장면이다. 병원의 소독약 냄새, 각종 움직임들, 소음은 마지막 순간에 있는 환자를 긴장시킨다고 한다. 평생 살아온 집은 환자에게 ‘안전한 내 영역에 있다’는 심리적 보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다수 한국인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죽음의 모습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기계에 둘러싸여 연명 치료를 받다 숨을 거두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68%의 환자가 마지막 임종 장소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임종 장소는 73%가 의료기관이었다. 자택 임종은 15%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경우와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거의 반반인데 집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점차 느는 추세다. 각국이 환자의 선호를 의료·돌봄 체계에 반영해 자택 임종을 적극 지원한 결과다.

 

▶우리나라 병원 사망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병원 사망이 가족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집에서 사망할 경우 변사로 처리돼 경찰 조사를 받거나 부검까지 해야 할 수 있다. 아파트가 많아 시신을 운구하기 힘든 점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중엔 “자택 임종이 이상적이지만 노후에 집에서 재택 의료 서비스를 받다가 최종 순간 병원에서 임종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성남시가 시민이 자택에서 의료 지원을 받으며 존엄하게 임종할 수 있게 돕는 사업을 시작했다. 의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종 시에는 현장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유족들이 다른 고통을 겪는 문제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엔 이렇게 국민의 삶과 죽음의 질을 개선하는 데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아직 부족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선거용 현금 살포 보다는 이런 서비스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국민 세금을 썼으면 한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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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권 없는 콧줄 영양공급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의식이 희미해지고 기력이 떨어진다. 신체 기능이 하나씩 멈추는 것이다. 그쯤이면 쇠약해진 몸은 음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다. 죽조차 삼키기 어렵다. 의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이런 상태를 ‘곡기를 끊는다’고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길이 60cm 콧줄(코와 위를 연결하는 비위관)을 통해 강제로 영양을 공급한다. 삽관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이물감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고령 환자들이 자꾸 콧줄을 빼려고 한다. 그래서 요양병원에서 콧줄을 뽑지 못하도록 억제 장갑을 끼우거나 아예 손발을 묶어두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의원에서 콧줄을 삽관한 환자는 27만3850명이었다. 이들 4명 중 1명은 임종 말기 영양 공급을 위해서였다. 특히 요양병원은 중환자실도 없는데 콧줄을 쓰는 환자 수는 7만7322명이다. 요양병원, 요양원에선 법적으로 영양 공급이 의무라는 이유로 콧줄을 하지 않으면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쇠약한 고령 환자에게 일일이 음식을 먹이기 힘드니 콧줄을 끼워 두는 편이 환자 돌보는 데 편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가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 행위를 심폐소생술·혈액 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등으로 몇 가지만 인정한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거나, 가족이 환자의 분명한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전달하더라도 콧줄·위루술 같은 영양 공급은 마지막 순간까지 중단할 수 없도록 했다.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당시 종교계를 중심으로 물과 음식을 끊는 것은 생명을 해하는 것이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사후 법적 책임을 우려해 일단 콧줄을 권하고, 한번 꽂게 되면 뺄 방법이 없다.

 

▷콧줄을 쓸지, 말지 결정해야 할 순간 자식은 부모를 굶기는 것 같아 후자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건강한 사람의 사고일지 모른다. 임종기를 연구한 의사들 다수는 생의 말기에 곡기를 끊어도 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본다. 신체 기능이 저하돼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잘 인지하지 못해서다. 임종기에 억지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시간’만 연장하는 것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2000년 일찌감치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한 대만은 한국과 달리 강제 영양 공급을 환자가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 행위로 정해뒀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가이드라인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의료계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임종기 환자의 영양 공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300만 명을 넘어섰다.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죽음을 대하는 사회적 문화가 달라진 만큼 연명의료의 재정의를 생각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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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마약

 

최근 제주도 해안에서 중국산 차(茶) 봉지로 포장된 마약류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신종 마약 케타민으로, 지난해 9월 서귀포시 성산 해변을 시작으로 17차례에 걸쳐 34㎏가량 신고됐다. 국내에 마약이 대규모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해경은 지난해 7월 대만 서부 해상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마약류 일부가 1300㎞ 거리를 떠밀려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 조직들은 밀항으로 마약을 들여오다 단속이 확실하면 바다에 던져버린다고 한다.

 

▶마약은 인신매매, 무기, 야생동물과 함께 인류가 근절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성행하는 암시장 품목 중 하나다. 중독성이 강력하고, 적발만 되지 않으면 높은 수익을 주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필요성이 맞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불법으로 단속하다 보니 기상천외한 유통 방법이 사용된다. 항문 등 신체 일부에 넣거나 밀봉해 삼켰다가 꺼내는 방법까지 있다. 빼낼 때는 구토제나 관장약을 사용한다고 한다.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던져놓는 ‘던지기 수법’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을 통한 온라인 거래 역시 활발하다.

 

▶교도소는 이동 욕구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제한하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금지된 것을 반입하려는 수용자들의 욕망 또한 집요하다. 교도소는 매일매일 이런 욕망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전자담배와 함께 마약도 반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교도관 매수, 우편 이용, 면회인을 통해 몰래 주기, 밖에서 던져주기 등은 고전적인 수법이고 해외에선 드론으로 띄워 보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합성 마약인 LSD를 우표 뒤에 얇게 펴 바르는 방식으로 교도소에 반입한 일당이 적발됐다. 우표 테두리에 순간접착제를 바른 다음 그 가운데에 원통형 밀대로 얇게 핀 LSD를 넣는 수법이었다. LSD는 얇은 필름 형태로 만들어 혀에 녹이는 방식으로 이용 가능한 마약이라 가능한 방법이다. 교정 공무원 수가 부족해 우편물 하나하나를 점검하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미국이 배경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는 마약을 액체로 만들어 편지지에 적신 다음 말려서 교도소에 반입하는 수법이 나온다. 면회 온 애인이 키스하면서 입안에 마약 포장을 넣어주는 장면도 있다. 마약을 없애려면 강력한 단속과 치료·예방이라는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을 정도로 마약이 범람하는 것은 이 두 가지 접근 틀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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