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나프타] [나프타가 뭐길래]

뚝섬 2026. 4. 7. 10:06

[나프타] 

[나프타가 뭐길래]

 

 

 

나프타

 

플라스틱부터 옷감까지… '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죠

 

요즘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비닐봉지나 종량제 봉투를 미리 사두려는 발길이 부쩍 늘었어요. 식당에서도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나 일회용 컵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죠. 대체 나프타가 뭐길래 우리 생활을 이렇게 떠들썩하게 만드는 걸까요? 오늘은 나프타의 정체와,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우리 일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

 

깊은 땅속에는 ‘원유’라고 하는 까맣고 끈적끈적한 기름이 묻혀 있어요. 우리가 자동차 연료로 쓰는 휘발유나 경유, 그리고 오늘 알아볼 나프타도 모두 원유를 정제해서 만든 거예요. 원유 속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뒤섞여 있어요. 그래서 그대로 쓸 수가 없죠. 불순물을 깨끗이 골라내고 필요한 성분들만 쏙쏙 분리해 내야 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원유를 350도까지 가열해 보글보글 끓이는 거예요. 이를 ‘분별 증류’라고 해요. 기름을 끓이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목욕탕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는 것처럼, 기름 속 성분들도 자기만의 ‘끓는점’에 맞춰 지정된 층에 차례차례 도달해요. 위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증류탑에서 아래쪽은 끓는점이 높고 무거운 아스팔트가, 위쪽은 끓는점이 낮고 가벼운 LPG와 휘발유, 나프타가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분리된 성분들을 다시 차갑게 식혀 액체로 만든 뒤 용기에 담으면 우리가 쓰는 여러 석유 제품이 탄생한답니다.

 

나프타(Naphtha)라는 이름은 고대 페르시아에서 발견된 휘발성 액체 연료를 부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어요. 영어식 발음인 ‘납사’로도 잘 알려져 있죠. 분별 증류 과정에서 나프타는 보통 75~150도 구간에서 분리됩니다.

 

나프타는 끓는점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해요. 하나는 끓는점이 100도 미만인 ‘경질 나프타’로, 우리 주변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화학제품의 원료가 돼요. 또 하나는 끓는점 100도 이상인 ‘중질 나프타’예요. 자동차 휘발유의 품질을 높이는 첨가제로 쓰이거나, 벤젠·톨루엔 등 특수한 화학 성분을 만드는 데 사용해요. 

 

변신의 귀재…플라스틱·옷·타이어 등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나프타는 약 18%예요. 나프타는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탄화수소가 얼기설기 뒤섞인 혼합물 상태인데요. 탄화수소마다 탄소 수가 5~12개로 각각 다양해요.

 

나프타를 화학 소재로 탈바꿈하려면 이 혼합물의 탄소 결합을 끊어내야 해요. 이때 900도로 가열하는 방식을 써요. 그러면 뜨거운 열을 견디지 못한 탄화수소들이 잘게 쪼개지면서 탄소 2개짜리 에틸렌, 탄소 3개짜리 프로필렌, 탄소 4개짜리 부타디엔 등으로 분리돼요. 이를 ‘분해 공정’이라고 합니다.

 

탄화수소는 결합 사슬이 길어질수록 단단해지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특수 약품을 사용해 에틸렌을 줄줄이 이어 붙여 분자가 많은 폴리에틸렌을 만들어요. 마치 작은 레고 블록을 연결해 크고 튼튼한 성을 쌓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폴리에틸렌은 플라스틱의 한 종류예요. 플라스틱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는 ‘합성수지’입니다. 폴리에틸렌은 비닐 봉지·비닐 장갑·식품 포장용 랩·쓰레기 봉투 등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이고, 과자 봉지나 우유 팩, 전선의 피복 등에도 쓰이죠.

 

앞서 나프타의 탄화수소가 쪼개지면 에틸렌 뿐만 아니라 프로필렌, 부타디엔도 나온다고 했죠. 이때 프로필렌을 붙이면 폴리프로필렌, 부타디엔을 붙여 폴리부타디엔이 만들어져요. 폴리프로필렌은 합성수지이면서 합성섬유도 될 수 있어요. 본질은 합성수지이지만, 이것을 아주 가늘고 길게 뽑아내면 우리가 옷이나 천으로 쓰는 합성섬유가 되기도 해요. 따라서 폴리프로필렌은 합성수지로 배달 용기·병뚜껑 등에 쓰이거나, 합성섬유로 기저귀나 물티슈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폴리부타디엔은 합성고무입니다. 타이어나 호스, 신발 밑창, 가전 제품 부품 등 내구성이 필요한 곳에 쓰여요.

 

나프타 따라 물가도 휘청거려요

 

따라서 나프타는 흔히 ‘화학 산업의 쌀’이라고 불립니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고 힘을 내어 쑥쑥 자라는 것처럼, 우리 생활에 필요한 수만 가지 물건을 만들 때 나프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나프타가 없으면 생필품을 만들어내는 공장들은 가동을 멈춰 설 수밖에 없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나프타의 약 절반은 국내 정유사가 수입 원유를 직접 정제해서 얻고, 나머지는 중동 아랍에미리트·카타르·쿠웨이트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요. 그래서 중동 전쟁으로 원유 등을 실은 배가 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돼요.

 

원유 가격이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요. 그러면 나프타로 만드는 비닐, 배달 용기, 옷, 물티슈, 타이어, 가전제품 부품 등의 가격까지 도미노처럼 줄줄이 오르게 되지요. 결국 우리 경제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게 되죠. 이처럼 나프타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중동의 평화가 중요한 거예요.

 

앞으로 자동차를 타거나 새 옷을 입을 때, 혹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 “아하! 이건 나프타가 멋지게 변신한 거구나!”라고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물건 하나하나를 조금이라도 아껴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6-04-07)-

______________

 

 

나프타가 뭐길래

 

아침에 눈 뜨고 첫 손에 쥐는 칫솔부터 화장대의 립스틱, 출근길 입는 기능성 셔츠와 코로나 때 생명줄이었던 마스크의 필터까지 모두 나프타가 핵심 원료다. 일상생활뿐 아니다. 조선소에서 육중한 철판을 자르는 산소절단기의 용제, 자동차를 가볍게 만드는 고강도 내장재, 반도체 특수 세정제까지 산업 현장에도 나프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을 정도다.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거의 모든 물건에 나프타의 지분이 있으니 ‘산업의 쌀’을 넘어 ‘문명의 세포’라 불릴 만하다.

 

▶원유(原油)를 가열하면 끓는 점에 따라 각기 다른 얼굴의 형제들이 태어난다. 가장 낮은 온도에서 나오는 LPG를 시작으로 온도가 올라가며 나프타와 가솔린이 섞여 나오고, 이어 등유·경유·중유가 분리된다. 19세기 중반 석유 산업 초기엔 등불을 밝히는 등유만 귀한 대접을 받았다. 끓는 점이 낮아 폭발하기 쉬운 나프타는 ‘쓸모없고 위험한 부산물’ 취급을 받으며 버려지기 일쑤였다. 20세기 화학 공학이 꽃을 피우면서 이 천덕꾸러기는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귀한 몸이 됐다.

 

▶나프타를 다른 물질로 변환시키는 과정은 현대판 연금술 같다. 거대한 가마솥에서 섭씨 800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나프타를 달구면 탄소 사슬이 끊어지며 기초 원료들이 쏟아진다. 여기서 나온 에틸렌은 투명 랩이나 화장품 용기가 되고, 프로필렌은 배달 용기나 가전제품 외장재가 된다. 여기에 파라자일렌(PX) 공정을 더하면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PET)병이 탄생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지며 ‘금(金)프타’로 불리고 있다. 우리는 원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나프타를 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세계 4위권 석유화학 강국이다. 필요한 나프타의 45%를 수입하는데, 그중 70%가 중동산이다. 전쟁으로 나프타 부족에 직면한 플라스틱·섬유 공장들은 문 닫기 직전이라며 아우성이다. 식당 주인들은 배달 용기를 사재기하고, 일반 가정에선 쓰레기 종량제 봉투까지 미리 쌓아두고 있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지난 27일부터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4695억원의 추경 예산까지 편성해 나프타 확보에 들어갔다. 잘못하면 산업의 심장이 멈출 판이다. 탄소 중립 시대라며 ‘탈(脫)석유’를 외치지만 오늘 먹은 도시락 통부터 내일 입을 옷까지 나프타 없는 삶은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프타 파동’은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충격 한 번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디 나프타만 그러겠는가.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