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에너지 전환 대책'에 원전이 빠지다니]
[“탈원전 실수” 독일의 후회… 에너지는 다차원 대비를]
[韓·日 '해저 전력 고속도로' 연결은 어떤가]
[이란, 호르무즈 선별 통행 허용… 기회-위험 속 ‘모험’은 말아야]
'중동 사태 에너지 전환 대책'에 원전이 빠지다니

신월성 원전 1,2호기 /대우건설
정부가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는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조기 달성, 산업단지 지붕 태양광 의무화, 신차 40%를 전기차·수소차로 전환 등의 로드맵도 제시됐다. 국가 핵심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은 보도자료에서 언급조차 없었고 기후부 장관이 구두로 “에너지 믹스 차원의 병행”이라고 원론적 발언을 하는 데 그쳤다.
대책은 ‘원유 공급망이 불안정하니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로선 원유 공급망 불안정성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하고, 재생 에너지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기후 조건이 열악한 한국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통제할 수 없는 ‘기상 리스크’가 크고 효율성도 낮다는 사실이다. 원유 수급이 ‘지정학 리스크’에 흔들리지만 재생 에너지 또한 불안정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다.
이날 ‘원전 없는 에너지 대책’을 두고 정부가 원전 건설 계획을 유지한 데 대한 탈원전 세력의 반발을 달래려는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현재 원전 발전량이 역대 최고라고 하지만 국가 전력 수요가 폭증한 현실에서 원전 발전 비율은 30% 초반대다. 1980년대엔 50%를 상회한 적도 있었다.
세계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미국은 AI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심지어 과거 사고가 있었던 스리마일 섬에서조차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일본과 유럽 역시 원전을 탄소 중립과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복권시켰다. 이들의 원전 유턴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지향해야 할 미래’라면 원전은 그사이와 그 후 에너지를 지탱해 줄 ‘안전벨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택도 다를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져올 현실적 한계와 비용 문제도 직시해야 한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전력은 AI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고품질 전력을 제공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ESS(에너지 저장 장치) 구축 비용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막대하다.
이번 중동 위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는 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원의 확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원전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는 앞으로 계속 연구·개발하고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 맞지만 당장 여기에 우리 산업과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 세운 원전 건설 계획은 더 확대해 나가고, 차세대 원전으로 인정받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과 건설도 더 서둘러야 한다.
-조선일보(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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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실수” 독일의 후회… 에너지는 다차원 대비를
1998년 9월 독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 녹색당은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2000년 6월 독일 연방정부와 전력회사들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하는 ‘원자력 합의’에 동의했다. 기독민주연합으로 정권이 바뀐 뒤 2009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는 원전 가동 시한을 연장하려고 했지만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자 번복했다. 한때 원전을 37기까지 가동하며 전력 3분의 1을 의존했던 독일은 2023년 4월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그렇다면 독일의 탈원전은 성공했을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유럽이 원자력 에너지를 외면한 게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개인적으로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이런 공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할 정도로 현재 심각한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버드인터내셔널리뷰(HIR)는 독일의 경제 위기 중 하나가 에너지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탈원전 이후 에너지 공백을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채우지 못하자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급로가 막혀 에너지 비용이 급증했다. 에너지 비용 부담은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고 독일 경제는 휘청댔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원자력과 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은 늘렸다. 현재 전체 전력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60%에 달하며 2030년 80%, 2035년에는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햇빛이 적고 바람이 불지 않는 시기에는 대체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산지도 널리 퍼져 송전망 설치비, 송전 손실 등도 많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독일의 가정용 전기는 한국보다 3배 이상, 산업용 전기는 2배 이상 비싸다. 부족한 전력은 덴마크 등에서 수입하는데 수입량 20% 이상은 원자력으로 생산됐다. 전력이 부족해진 독일은 급기야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석탄 화력발전으로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원전 신규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탈원전 카드’를 매만졌다.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등 이미 수십 년 전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도 2, 3년 전부터 다시 원전을 재가동하던 상황이었다. 이 국가들은 시설을 해체하지 않아 그나마 재가동이 가능했다. 독일은 몇 년째 원전 시설을 해체 중이라 재가동하려면 신규 건설에 준하는 작업이 필요해 당장 재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친환경, 가격, 안전성, 수급 등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완벽한 에너지원은 없다.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게 이상적인 최선책이겠지만 현실에선 원자력, 가스, 석유, 석탄 등을 적절히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란전 개전 이후에는 에너지 문제가 안보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도 탈원전 과정을 마쳤다면 현재 에너지 위기에선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합리적인 ‘전력 믹스’로 미래 세대가 불안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때다.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동아일보(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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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해저 전력 고속도로' 연결은 어떤가
[한삼희의 환경칼럼]
에너지 안보 취약국끼리 전력망 연결하면
재생전력 변동성 극복과 전력망 신뢰도 향상에 도움
더 큰 협력 관계로 가는 디딤돌 삼을 수도

영국과 덴마크를 잇는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 바이킹 링크는 2023년 상업 운영을 시작했다. /내셔널 그리드
에너지 안보의 절박성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에너지 안보 강화 방안으로 한국~일본 간 전력망 연결을 추진하는 건 어떨까.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안보 면에서 세계 최(最)취약국이다. 미국 기후에너지 전문가 로저 필키가 호르무즈 사태를 계기로 G20국의 ‘에너지 안보 지수’를 작성해 공개했다. 0점(완전 해외 의존)에서 100점(완전 에너지 독립)까지 점수를 매겼는데, 한국(13점)과 일본(17점)이 꼴찌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사우디·러시아·캐나다는 100점, 미국 91점, 중국은 65점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전력망 연결은 두 나라의 허약한 에너지 안보를 보강하는 방도가 될 수 있다. 전기의 안정적 공급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 짓는 시대다. 그런데 전기는 수요와 공급을 매 순간 정확하게 일치시키지 못하면 작동이 정지되는 에너지 시스템이다. 배터리나 수소 등 전력 저장 장치(ESS)를 전력망 안정화 설비로 활용하면 좋겠지만 감당 불능의 비용이 든다. 현재로선 출력 조절이 민첩한 가스발전소를 백업 전력원으로 쓰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국·일본의 전력망이 연결되면 ESS나 백업 설비를 공유하는 효과가 있다. 발전 자원의 설비 이용률을 높이고, 전력 인프라 투자 부담을 더는 방안이 된다.
태양광·풍력은 변동성의 약점을 갖고 있다. 기상 조건과 시간대 차이라는 지리적 한계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최동단과 최서단의 태양 뜨는 시간은 12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일본의 전력망이 연결되면 그 시차는 80분으로 길어진다. 전력 공급 탄력성을 다소라도 키울 수 있다. ‘전력 공유 구역’을 넓히면 풍력 발전의 돌발적 강약 변화를 분산 평탄화할 수 있다. 태풍, 폭염, 혹한 등 악(惡)기상과 불의의 사고로 전력 공급이 원활치 못할 때 두 나라의 예비 전력이 힘을 합하면 전력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바다를 건너는 국가 간 장거리 전력망 연결은 검증된 아이디어다. 영국과 덴마크는 765㎞의 바이킹 링크(1.4GW) 초고압 직류(HVDC) 해저 전력망을 건설해 2023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4년간 19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예산으로 완성했다. 호주~싱가포르, 캐나다~유럽, 모로코~유럽을 연결하는 대륙 간 전력망도 추진 또는 구상 단계다. 동북아에서도 몽골, 중국, 한국, 일본을 하나의 망으로 구성하는 ‘아시아 수퍼그리드’란 아이디어가 있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제안했다. 나중에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구상으로 확장됐지만 정책 담론 수준에 머물렀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LS전선
현재 국내에는 제주~전남 간 3개 노선의 해저 전력선이 깔려 있다. 가장 최근 완성한 제3 연계선(완도~동제주, 200MW)은 96㎞의 HVDC 전력선을 깔고 양끝에 변환소를 짓는 데 4700억원 예산과 2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됐다. 현재 정부는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네 노선(각 2GW)의 서해안 해저 에너지 고속도로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지정학적 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 러시아까지 가담하는 동북아 광역 통합 전력망 구축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에 국한한 전력망 연결은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양국 국민의 상호 호감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 동남권과 일본 규슈, 또는 혼슈 남서부를 잇는 노선이라면 대략 250㎞ 거리가 된다. 전압과 주파수 차이의 기술적 장벽은 큰 문제가 안 된다. 일단은 계통 분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필요 전력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송전망 운영 방식, 요금 정산, 비상시 우선 공급 규칙 등 제도 설계 면에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전력망 공유로 경제의 상호 의존도가 깊어지면 양국 관계는 더 큰 비전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찾을 수도 있다.
지난 1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다보스포럼 연설이 세계적 울림을 줬다. 카니 총리는 규칙 기반 질서가 무너진 강대국 경쟁 시대에 “식탁에 앉지 못하면 메뉴가 된다”면서 중견국들이 연합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견국끼리의) 회복 탄력성에 대한 공동 투자는 각자 요새를 쌓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고도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해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궁극적으로 유럽연합 수준의 경제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예를 들어 세계 2위, 3위 LNG 수입국인 두 나라가 공동 구매에 나서면 가격 협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 산업에 필요한 광물 공급망, 기술 개발도 협력 대응할 수 있다. 유럽연합도 1950년대에 출범한 석탄철강공동체에서 시작해 현재의 경제공동체로 발전했다. 한·일 전력망 연결은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 보강만 아니라, 두 나라의 번영 공간을 크게 넓히는 노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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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선별 통행 허용… 기회-위험 속 ‘모험’은 말아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선박. AP 뉴시스
중동 전쟁이 6주 차에 들어서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제하며 사전 허가를 받은 선박만 통행시키는 ‘선별 통행’ 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 프랑스와 일본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왔고, 5일에도 말레이시아와 인도행 선박 등 15척가량이 해협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협 안 걸프 해역에는 우리 선박 26척과 선원 170여 명이 묶여 있다. 우리 정부도 이란과의 외교 접촉을 포함해 다각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지만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비공개 대책회의에서 ‘이란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우리 선박을 빼 오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 언론이 보도한 데 대해 “이란에 대한 구호품 제공과 선박 통과를 연계하는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우리 선박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우회로를 찾으려고 노력 중인 것은 사실인 듯하다. 외교부는 “(이란 등 관련국과) 다각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선별 통행 허용은 각국 선박에는 해협을 빠져나갈 ‘기회의 창’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각국 또는 각 선사가 이란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 상황이다. 다만 위험은 바로 그 기회에 있다. 이란은 선별 허용을 통해 우방과 적국을 갈라치고 해협 통행료를 부과하는 ‘톨게이트’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제법상 공해(公海)인 해협에 대한 통제를 용인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가 ‘항행의 자유’ 원칙에 따라 공동 대응해 풀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초불확실성에 휩싸여 있고 자칫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하루 더 연장하면서도 호르무즈 개방 등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향후 미-이란 간 휴전이든 일방적 종전이든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더라도 호르무즈 안전은 고스란히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제적 다자 노력에 참여하는 한편 이란과의 물밑 교섭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 그간 이란과는 원유 수입대금 동결로 선박이 나포되는 사건도 있었고, 한-아랍에미리트(UAE) 간 특별한 관계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쉽진 않겠지만 역량을 총동원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선박과 선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무리하게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아일보(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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