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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확대”… 존엄사 보장 첫걸음] [능소화] ....

뚝섬 2026. 5. 13. 11:28

[“호스피스 확대”… 존엄사 보장 첫걸음]

[능소화]

[‘임종 난민’ 6만 명… 갈 길 먼 ‘존엄한 죽음’]

 

 

 

“호스피스 확대”… 존엄사 보장 첫걸음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에겐 남은 날들 중 오늘이 몸 상태가 가장 좋은 날이다. 그런 ‘오늘’이 통증과 불안으로 가득하다면 얼마 남지 않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통증을 덜 느끼며 차분히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심신을 보살펴주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죽으러 가는 곳 아니냐”는 오해도 있지만 ‘호스피스(hospice)’는 손님을 맞이한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삶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손님을 환대하는 곳이란 뜻을 담고 있다.

▷서울대병원 호스피스 병동에는 말기 환자들이 가족에게 못다 한 말을 편지로 쓰도록 돕는 ‘내 마음의 인터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담당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 짧은 게 늘 안타깝다고 한다. 자기 삶을 돌아보고 가족들과 평온하게 작별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병상이 부족해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주로 오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호스피스에 온 지 짧게는 2∼3일, 길어야 몇 주를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짧은 안식조차 일부에게만 허락되는 게 요즘 실정이다. 국내 말기 환자 중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이 인구 100만 명당 최소 50개 이상 병상을 확보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37개뿐이다. 병원 입장에선 적자 사업이다 보니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관련 예산은 인력 한 명 충원하기에도 벅차다. 결국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다 요양병원과 응급실을 전전하는 ‘임종 난민’들이 늘고 있다.

 

품위 있는 죽음은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 가능하다. 통증이 다스려지고 죽음의 공포가 누그러져야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향서를 쓰는 이들이 급증했지만 실제 집행률이 낮은 건 존엄한 죽음을 위한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탓이 크다. 가족들이 무작정 치료를 중단하기엔 죄책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사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여론이 80%를 넘는 것도 고통 속에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호스피스같이 인간답게 눈감을 수 있는 대안이 다양하다면 무의미한 치료에 매달리거나 조력사를 고민하는 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호스피스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호스피스를 요양병원에도 도입하고, 건강보험 재정으로 인력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말기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죽을 땐 얼마나 더 아플까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짐을 덜어주는 건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우선 복지의 하나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삶의 마지막 여행길의 풍경은 얼마든 바꿀 수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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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능소화가 저녁의 관을 길게 울리고

산비둘기 울음이

부풀었다 사그라진다

길 아래 어둠이 천천히 고일 때

운구차 한 대가

빛을 가만히 끌고 지나갔다

 

-문혜진(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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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는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 꽃이 핀다. 나팔 모양의 꽃이 피는 덩굴나무이다. 능소화가 핀 것을 보고 있었을 때 시인은 누군가 관악기를 불고 있는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 보태어 시인은 관악기처럼 생긴 능소화에서 울려 퍼져 나올 법한 소리를 산비둘기 울음소리와 절묘하게 겹쳐 놓는다.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부풀었다 꺼지는 것은 관악기를 부는 사람의 길게 들이쉬었다 내쉬는 호흡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집 담장 아래 피었을 능소화와 먼 산에서 우는 산비둘기 사이에 놓여 있는 원근(遠近)의 거리감을 자유자재로 감각하는 시인의 역량도 잘 느껴진다.

 

저녁이 더 깊어져 어둑어둑해지고, 능소화의 환한 꽃이 떨어지고, 그것을 시인은 운구차가 빛을 끌고 지나가는 것으로 표현한 듯하다. 이 대목은 여러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 텐데, 빛의 사라짐은 꽃의 낙화, 일락서산(日落西山), 계절의 지나감, 한 사람의 별세(別世) 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꽃이든 사람이든 모든 생명은 맑은 음악과 밝은 빛을 지니고 있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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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난민’ 6만 명… 갈 길 먼 ‘존엄한 죽음’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에서 고솔지 호스피스 팀장(오른쪽)과 김영탁 사회복지사(왼쪽)가 환자 김영미(가명·60대) 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김 씨처럼 연명의료 중단 후 호스피스를 제대로 받는 사람은 전체 연명의료 중단자의 30%뿐이다. 나머지 대다수가 호스피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숨지는 ‘임종 난민’이다. 청주=신원건 기자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다사(多死) 사회로 접어든 지 올해로 7년째다. 하지만 고통 없이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지난해 회복 가망이 없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8만1220명이나 이 중 호스피스 시설에서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다 숨진 이는 30%에 불과했다. 나머지 5만7000여 명은 연명의료 중단 후 요양병원, 자택, 응급실을 떠돌다 고통과 불안 속에 사망한 경우다. 편히 죽을 곳을 찾지 못했다는 뜻에서 이들을 ‘임종 난민’이라 부른다.

임종 난민은 증가 추세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호스피스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정체돼 있는 탓이다. 유럽완화의료협회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최소 50개의 호스피스 병상이 필요한데 한국은 37개로 최소 기준에도 못 미친다. 호스피스 병동을 상대적으로 쉽게 내주는 말기 암 환자들만 놓고 보더라도 호스피스 이용을 희망하는 비율은 90%이나 실제 이용률은 23%밖에 안 된다. 그나마 호스피스 시설이 수도권에만 몰려 있어 지방의 사정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정부는 임종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돕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명의료 중단을 권장하고 있는데 연명의료 중단 이후 대안 찾기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84%가 연명의료에 반대하지만 실제 연명의료 중단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순간 집에서 가족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거나 아니면 병원과 응급실을 전전하며 고통 속에 방치될 각오를 해야 하는데 누가 쉽게 포기하겠나.

 

정부가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지원하는 예산은 2024년 69억6600만 원으로 인상된 후 계속 동결 상태다. 호스피스 투자가 줄어들수록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호스피스를 포함해 생애 말기 돌봄과 완화의료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임종기 환자들의 의존도가 높은 요양병원도 호스피스를 운영하도록 허용하고, 가정형 호스피스 비중도 늘려야 한다. 호스피스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 질환도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만성 질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이들을 임종 난민이 되게 할 순 없다.

 

-동아일보(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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