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 이익 단체 보호하는 노동법, 이제 낡은 틀 깨야 한다]
[경제 안보 총력전 시대, 국정원이 기업 도와야]
'6억원' 이익 단체 보호하는 노동법, 이제 낡은 틀 깨야 한다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의 정규직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에 조정을 신청하면서 창사 58년 만에 첫 총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쟁점은 임금 인상 같은 통상적 노사 이슈가 아니다. 사측이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고용하겠다고 하자 노조가 “일방적 결정이자 역차별”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기존의 몫을 나누자고 하니 ‘노노(勞勞)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노동 현장 투쟁의 본질은 노사 대립을 넘어선 노노 갈등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투쟁의 경우 표면상 73%의 찬성으로 타결됐으나, 부문 간 성과급 100배 차이로 인해 DS(반도체) 부문은 대부분 찬성하고 DX(완제품) 부문은 대부분 반대했다. 창사 후 첫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 직원들은 ‘보상 확대’를, 계열사 직원들은 ‘고용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서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노노 갈등이 일어나는 노조는 대부분 억대 안팎 연봉과 많은 성과급을 받는 곳들이다. 이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이나 저임금을 호소하는 노동운동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고 확대하려고 노동법을 이용하고 있다.
1인당 6억~7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삼성전자 반도체나 SK하이닉스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 이익단체다. 이들까지 ‘약자 구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 노동법으로 획일적 보호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 상층부에 오른 이들의 무절제한 탐욕까지 보호한다면 그건 노동법이 아니라 기득권 보호법이다.
이렇게 상황이 바뀌는데도 정부의 노동정책은 여전히 1970년대 노동운동식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 그러니 노동부장관이 삼성전자 초귀족 노조의 파업 위협조차 정당한 것처럼 보는 것이다.
정부는 달라진 시대 상황과 다원화된 노동계 지형을 반영해 노동조합법의 보호 범위를 재정의하고 해묵은 교섭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노조만 만들면 누구든지 파업을 위협할 수 있게 돼 있는 노동법은 바꿔야 한다. 노동법은 노동 약자들을 보호하는 법이지 1년에 6억원을 버는 사람들을 위한 법일 수 없다. 각자의 직무 가치와 일한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개인별 직무급 제도도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삼성 반도체나 SK하이닉스 직원이라는 이유로 개인 성과와 무관하게 누구나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
노동계도 대기업·정규직 위주의 귀족 노조 기득권과 계속 공생하다간 결국 사회적 고립과 공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낡은 노동 운동에서 과감히 벗어나 변화된 상황에 맞게 노동법을 바꾸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조선일보(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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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보 총력전 시대, 국정원이 기업 도와야
세계 경제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첨단 기술 선점 국가가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일본과 유럽 역시 첨단 기술 공급망과 핵심 원천 기술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기술, AI 알고리즘, 로봇 핵심 부품 하나가 국가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다.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기술 선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경제 안보는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 안보의 핵심은 글로벌 기술 협력과 공급망 관리 과정에서 국익을 지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산업 전략과 기술 동향, 공급망 변화를 정교하게 파악하는 정보 수집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의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가 금융망·전력망 등 기반 시설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경제 안보 업무가 긴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민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경제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국가 단위로 움직이기에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외 정보망을 구축하거나 국가 차원의 위협에 대비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정부 당국이 경제 안보 임무를 적극 수행하고, 민간 경제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시스템이 절실하다. 경제 안보를 위해 국가정보기관이 글로벌 추세를 파악하고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는 데 손을 보태야 한다.
미국이 좋은 사례다. 미국은 CIA를 통해 해외 전략정보를 수집하고, 인큐텔(In-Q-Tel)과 같은 전략적 벤처투자 기관을 통해 첨단기술 기업과 국가안보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단순한 산업 영역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 축으로 보고, 국가기관이 적극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
우리도 반도체·AI·로봇·조선·블록체인 등 미래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국가정보원 등 정부 기관이 보다 능동적인 국익 활동에 나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국가정보원법에 경제안보 관련 임무 수행 근거를 명시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미국이 이미 12년전부터 자국 정보기관인 CIA와 FBI에 경제안보 관련 임무를 법령으로 부여 중인 것과 비교하면 늦은 감도 있으나, 민관이 공조한다면 충분히 격차를 줄여갈 수 있다.
결국 첨단기술 보호, 공급망 안보, 글로벌 산업 정보 수집을 국가 차원의 핵심 임무로 제도화하고, 정부와 기업 및 연구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래 산업 경쟁은 더 이상 기업만의 싸움이 아니다. 국가의 총력 대응이 필요한 시대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첨단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경제안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보강해야 할 때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국민경제 안정과 기술우위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박수용 서강대 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 조선일보(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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