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5년간 절대로 죽지 말라" 그 시대의 필수품] ....

뚝섬 2026. 1. 3. 08:46

["5년간 절대로 죽지 말라" 그 시대의 필수품]

[대한민국에서 흙수저로 사는 법]

 

 

 

"5년간 절대로 죽지 말라" 그 시대의 필수품

 

미래학자는 말한다
초장수 시대 곧 온다
'나만 살자' 시대 윤리는?
'체면과 염치'가 그립다

 

집에서 보리차 끓여 마시던 90년대, 500mL 생수병을 사 들고 출근하는 X세대 후배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 물병이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까.’ 그 세상은 육체와 욕망의 시대로, 마침내 ‘자기애 전염병’의 시대로 이어졌다. 입에 좋고 몸에 좋고 기분 좋으면 오케이. 객관은 사라지고, 오로지 호오(好惡)가 가치관이 됐다. 나의 안위, 내 자식, 내 편만이 ‘절대 선’이다. 내 새끼 지상주의, 먹고사니즘, 혓바닥 성불시대 같은 게 그 현상이다.

 

얼마 전 모임에서 유명한 한의사가 말했다. “인공지능 대폭발 시대가 5년 내 도래합니다. 박사 학위가 필요 없어요. 사람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겁니다.” 왁자하게 웃고 그 한의사의 흑염소진액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뻥쟁이’일까. 아니다.

 

과학의 미래를 낙관하는 과학자의 선두에 레이 커즈와일이 있다. 공학 천재이자 미래학자다. 2005년 베스트셀러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 2024년에 나온 후속편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건성건성 읽고, 그의 강연에서 가장 낙관적인 말만 추리면, 대충 그렇게 된다. 생명공학과 나노봇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물리적 1년이 ‘늙어가는 1년’이 아니라 역노화 신기술이 나오는 1년이다. 사는 만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기술 예측만 맞아떨어진다면, 대략 5년 후부터 그런 세상이 온다는 주장이다. 커즈와일이 방송이나 강연에서 자주 말한다. 죽지만 말라(Don’t die).” 

 

다큐멘터리 '트랜센던트 맨'은 레이 커즈와일의 삶을 그렸다. 그는 신시사이저, TTS, OCR 기술을 발명한 천재공학자이자 미래학자, 기술낙관주의자다.

 

이번 세기의 개인주의와 힐링 열풍을 돌이켜보면, 2018년 BTS의 노래 ‘러브 유어셀프’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자기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 이 아이돌 그룹은 ‘MZ세대의 틱낫한’에 등극했다. 자기애와 자존감이 시대의 복음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것들이 ‘병적 자존감’ ‘극단의 이기주의’로 변질되기 쉽다는 거다.

 

몸을 ‘옷’처럼 바꿔 입는 시대와 지금의 ‘이기주의 역병’이 합쳐지면 어떤 세상이 될까. 굳이 상상할 필요가 없다. 벌써 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처럼 염치를 모르는 정치인들이 지배종이 된 적은 없었다. 정치인들 낯이 코뿔소 가죽만큼 두껍다. 우리나라만 보자. 기이한 계엄으로 자신은 물론 진영 자체를 궤멸 직전으로 몰고 간 전직 대통령은 사과와 희생을 모른다. 새 대통령은 범죄 혐의를 가리려는 듯 상상 초월 행각을 벌이면서도 당당하다. 동호회 회장을 했어도 탄핵당했을 인격체들이 카메라만 돌면 ‘의원님’ 코스프레를 한다. 전과자 정치인들이 검사와 판사를 겁박한다. 유권자도 똑같다. ‘팬클럽’의 일원이 되어 ‘정치 아이돌’을 위해 제 인격을 바닥에 패대기친다. 사회는 뭐가 다른가. 할아버지는 노욕, 아버지는 탐욕, 자식은 과욕이다. 이 고리를 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단명 시대’에는 환갑만 되어도 보료에 눕듯이 앉아 손주를 봤다. 먹을 것 앞에서, 이익 앞에서 관심이 없는 듯 행동했다. 일찍 은퇴해 후학에게 길을 터줬고, 평생 지조를 꺾어가며 훼절하는 일도 적었다. 인격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생물학적 조건, 사회적 압박이 그랬다. 생수를 사 마시는 시대가 되었듯, 초장수는 필연이다. 과학은 인간에게 ‘생존 본능’에만 충실한 동물이 되라고 꼬드긴다.

 

어느 때보다 ‘체면과 염치’가 절실해진다. 한때 ‘위선’이라 비난받던 어른의 태도. 돌이켜 보니 그건 ‘문명’의 흔적이었다. 초장수 시대,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공동체를 방어하는 건 문명의 힘일 것이다. 그 문명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졌다.

 

-박은주 기자, 조선일보(26-01-03)-

______________

 

 

대한민국에서 흙수저로 사는 법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혐의로 검찰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 딸 정유라(20∙개명 전 정유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 말(글) 한마디는 나라를 ‘수저론’으로 갈라놓으며 수천만 ‘흙수저’의 공분을 샀다.

부모 ‘덕’에 학교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고, 능력과 자격이 안 돼도 부모 ‘빽'으로 없던 규정까지 만들어 대학에 들어간 당사자의 이 말(글)은 아무리 곱씹어봐도 타인에 대한 배려나 염치는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다.

돈 없는 부모를 원망하라는 몰염치∙무개념 발언을 툭 쏟아내는 사람이 이 나라에 어디 정씨뿐일까. 살펴보면 부모 재력과 빽에 기대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이들은 우리 주변에 꽤 많다.

초등학생만 봐도 아찔하다. 아직 열 살도 채 안 된 아이 입에선 ‘휴거’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임대아파트 브랜드 ‘휴먼시아’와 ‘거지’의 첫 글자를 딴 합성어인데, 임대주택에 사는 학생들을 ‘왕따’시키며 부르는 말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또 나쁜 길로 빠지지 않으려면 임대주택에 사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고 했을 부모의 삐딱한 ‘가르침’이 한몫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에 대한 선 긋기를 일찌감치 배운 탓인지, 젊은 세대일수록 편을 가르듯 ‘숟가락’ 색을 쉽게 구분하고 또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대학가도 ‘계급 집단’이란 말이 꽤 잘 어울릴 정도로 변했다. 예전 학력고사 세대라면 340점 만점(체력장 20점 포함)의 대학입학 학력고사 시험 성적 하나만으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요즘 수학능력평가(수능) 세대는 수시와 정시에 따라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전형 기회가 엄청나게 많다 보니 입학 후에도 ‘출신 성분’에 따라 서열이 매겨진다. 수시와 정시인지, 특목고와 일반고 출신인지, 농어촌 전형이나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등을 통해 입학했는지 등을 따져 같은 학과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서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 사회에 진출하고 내 집이라도 한 칸 마련해야겠다 싶으면 이때부터 암묵적으로 그어진 ‘계급선’을 뛰어넘기 힘들어진다. 3.3㎡당 4000만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 청약은 고사하고, 어지간한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도 혼자 힘으론 버겁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가 월급을 단 한 푼도 안 쓰고 12년 6개월을 꼬박 모아야 서울의 평균 아파트(5억5480만원, 한국감정원 시세 기준)를 살 수 있다. 그나마 이것도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371만원)을 하나도 쓰지 않는다는 불가능한 가정에서 나온 통계지, 생활비와 세금 등을 내고 나면 실제 내 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은 2~3배 이상 늘어난다. 부모가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서는 보통 월급쟁이로서 내 집을 마련하기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에 가까울 정도다.

같은 강남, 같은 단지 안에 살아도 흙수저 임대 가구는 서럽다. 외부에서 볼 때 일반∙임대 가구를 구분할 수 없게 섞어 짓도록 한 ‘소셜믹스’ 제도도 있지만, 분양 받아 사는 사람들은 임대 가구 때문에 집값에 영향을 받는다고 늘 불만이다. 심지어 강남의 한 공공임대 단지가 시공업체 브랜드를 붙여 단지 이름을 바꾸려 하자 같은 시공사의 브랜드를 단 주변 민간분양 아파트 주민들이 “임대아파트는 구별해야 한다”고 구청에 항의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정이 이 정도면 흙수저가 금수저 틈에 끼여 살기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다.

이 땅의 금수저와 흙수저는 도저히 같이 어울릴 수 없는 것일까. 머슴 출신 진승(陣勝)이 진나라 말기 중국 최초의 농민 반란을 이끌며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王侯將相 寧有種乎)”라고 외친 때가 기원전 3세기다. 지금의 우리 모습은 어떤가.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수천만 흙수저들은 21세기판 왕후장상의 씨를 물려받은 금수저들과 힘든 신분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태훤 부동산부장, 조선닷컴(16-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