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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관' 개미] .... [하루살이는 진짜 하루만 살까?] ....

뚝섬 2025. 4. 17. 10:13

['기상예보관' 개미] 

[벌레의 습격] 

[하루살이는 진짜 하루만 살까?] 

[소수 매미] 

[붉은열마디개미]

 

 

 

'기상예보관' 개미

 

개미가 일렬로 움직이면 비가 오고, 흩어지면 맑은 날… 왜 그럴까요?

 

최근 전국에 봄비가 내리며 조금씩 기온이 오르고 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바뀌는 날씨 때문에 우산을 챙기지 못해 낭패를 본 분들도 있을 텐데요. 동물이나 곤충 중에는 예보만큼이나 날씨를 잘 알아맞히는 종이 있답니다. 대표적인 곤충이 개미예요. “개미는 5일 앞의 비를 알고, 뛰어난 장군은 100리 밖의 적을 알아차린다”라는 말도 있는데요. 개미는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기상 변화를 읽고 비가 올 것을 예측하고 대비하지요.

 

고사성어 중엔 ‘의봉혈우(蟻封穴雨)‘란 말이 있습니다. ‘개미 의(蟻)‘ ’봉할 봉(封)‘ ’구멍 혈(穴)‘ ’비 우(雨)‘ 자를 쓰는데, 비가 올 것 같으면 개미가 입구를 막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개미는 비가 오려고 하면 구멍을 막을까요? 땅속에서 생활하는 개미는 날씨 변화에 민감한 곤충으로, 특히 습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질이 있는데요. 비가 오기 전엔 기압골의 영향으로 공기 중 습도가 증가하게 되지요. 공기가 이미 수증기를 많이 머금고 있으면, 땅에서 증발하는 수분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토양 속 수분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되지요. 개미는 이처럼 지하 환경의 작은 변화를 감지해 비가 올 것을 미리 알아차린답니다.

 

개미는 두 가지 방식으로 비에 대비해요. 먼저 흙으로 땅굴 입구를 막아 빗물이 내부로 흘러들지 못하게 합니다. 비가 오기 전엔 수많은 개미가 흙을 입에 물고 와서 틈을 메우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또한 개미들은 고지대에 있는 풀밭이나 나뭇잎 밑처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때 입에 애벌레를 물고 이동하는 개미들도 관찰되는데요. 자신뿐 아니라 새끼까지 함께 피신시키는 모습이지요. 그래서 비 오는 날에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미들이 무리지어 붙어 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얘기가 있어요. “개미가 일렬로 이동하면 비가 내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면 날씨가 좋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단순한 속설처럼 보이지만, 개미의 행동과 기상 변화 사이 관계를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개미는 먹이를 찾거나 자신의 땅굴로 돌아갈 때,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합니다. 한 개미가 페로몬을 남기면 다른 개미들도 그걸 따라가기 때문에 일렬로 행진하는 모습이 나타나지요. 그런데 이 페로몬은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금세 증발해 사라져요. 특히 날씨가 맑고 건조할 때는 페로몬의 증발 속도가 빨라 뒤따르는 개미들이 경로를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죠.

 

반면 비가 오기 전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 페로몬의 휘발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 결과 개미가 남긴 페로몬이 더 오래 유지되고 많은 개미가 일렬로 질서 있게 이동하는 거예요.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조선일보(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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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습격 

 

4일 서대문구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러브버그'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러브 버그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다. 한국에서는 털파리로 불린다. 러브 버그는 건조한 날씨에 약하지만, 최근 수도권에 장마가 이어지면서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연합뉴스

 

2020년 여름은 우리나라가 벌레의 습격을 받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시기였다. 그해 여름 전국은 갑자기 도시를 뒤덮은 매미나방 떼에 시달렸다. 날개에서 떨어지는 가루는 두드러기를 일으켰고 나방이 소복하게 앉은 나무들은 고사했다. 지자체마다 매미나방을 방제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매미나방뿐만이 아니라 나뭇가지처럼 생긴 대벌레, 절지동물인 노래기가 뒤덮인 동네는 악취에 시달렸다.

 

유례없는 벌레들의 습격은 직전 겨울 이상고온 현상 때문으로 밝혀졌다. 곤충의 알은 월동 기간에 많게는 90% 이상 죽는다. 그러나 2019년 겨울은 눈이 오지 않은 데다 평균기온이 3~4도에 이를 정도로 따뜻했다. 이 때문에 해충 알이 죽지 않고 잘 부화해 이상 증식이 발생했다. 이런 조건에서 그해 여름에도 높은 기온을 보이자 알에서 성충에 이르는 기간이 짧아지고 유충의 초기 생존율까지 급격히 높아져 벌레 개체수가 급증한 것이다.

 

▶골치를 썩이는 곤충은 이뿐이 아니다. 꽃매미는 포도나무, 복숭아나무 등 진액이 많은 나무의 가지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먹는다. 강원도 등에서는 미국산 선녀벌레가 크게 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녀벌레로 인한 사과나 옥수수 등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야생화 꽃대 등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흉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이 대개 선녀벌레 약충(어린 벌레)이다.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벌레의 습격은 아직 애교 수준이다. 2015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는 하루살이 떼가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벌레가 집도 뒤덮고 차와 보트 등 물 근처에 있는 거라면 뭐든지 뒤덮어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하루살이 수가 너무 많아 컴퓨터의 기상 레이더가 비구름으로 오인할 정도였다. 중국 등에서는 메뚜기 떼 습격을 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

 

▶서울 은평구·마포구,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 이른바 ‘러브버그’로 불리는 털파리 떼가 대거 등장해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러브버그는 인체에 무해한 데다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졌지만 날파리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애벌레가 빨리 자라는데 얼마 전 장마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유충 발달 속도가 빨라져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곤충들 생태계도 변화하면서 우리나라도 앞으로 벌레들의 습격이 잦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브버그의 습격은 그 예행연습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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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는 진짜 하루만 살까?

 

[서광원의 자연과 삶]

 

어느 날 퇴근길이었다.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예닐곱 살 정도의 꼬마가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왔다. 놀이공원을 다녀온 듯 그날 일을 쉴 새 없이 재잘거리던 꼬마가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내 평생 이렇게 재밌는 날은 처음이에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팍 터졌다. 말대답을 해주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뭐? 지금 뭐라고 했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갑자기 웃자 꼬마는 어리둥절해했다. ‘웃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왜 다들 웃지?’ 이런 표정으로 말이다.

 

할머니가 얼른 상황을 정리했다. “그냥, 네 말이 재미있어서 그래.” 나도 얼른 보탰다. “맞아. 정말 좋았나 보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꼬마는 조용해졌고 우리는 헤어질 때까지 조용히 웃었다. 예닐곱 살 꼬마가 평생이라니. 다음 날에도 녀석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왔다.

 

며칠 후 오가다 만난 할아버지가 해명을 했다. “올해 여섯 살인데 우리가 하는 말을 곧잘 배워요.” 부모가 맞벌이라 자신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신들이 자주 쓰는 말을 아이가 배워서 쓴다는 것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트로트도 몇 곡 정도는 거뜬히 소화한다고 했다.

 

그날 우리가 웃었던 건 웬만큼 나이가 들어야 평생이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기준으로 봐서 그렇지 자연의 다른 생명체들과 비교하면 그 꼬마도 이 말을 사용할 자격이 충분하다. 특히 우리가 흔히 보는 곤충들은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처럼 삶이 길지 않다. 예를 들어 여름만 되면 요란하게 울어 대는 매미는 평생 운다고 해도 길어야 한 달 정도다. 그래서 그렇게 대형 트럭과 비슷한 크기의 소리를 내는 건지도 모른다.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태어나는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역시 한두 달 정도이고 잠자리는 조금 더 길어서 3개월쯤 된다. 1년에 겨우 3개월 살다 간다고 얕보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무려 3억3000여만 년을 살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짧게 살아도 잘 사는 것이다.

 

초파리의 일생은 더 짧아 13주 정도 되고, 개미와 벌 역시 몇 개월에 불과하다. 물론 여왕은 다르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여왕벌은 5년까지 살고, 흰개미와 개미 여왕은 최대 20년까지 산다. 먹는 게 다르면 수명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더 짧은 일생도 있다. 곤충은 아니지만 선충은 18일 정도이고 대장균은 20∼30분 만에 한 세대가 지나간다. 그런데 하루만 산다는 하루살이는 진짜 하루만 살까? 그렇다. 2, 3일씩 살기도 하지만 보통은 아침에 성충이 되어 짝짓기라는 일생일대의 과업을 수행한 후 저녁에 생을 마감한다. 우리가 보내는 이 하루가 하루살이한테는 평생인 것이다.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만일 오늘 하루가 평생이라면 나는 어떻게 보낼까?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동아일보(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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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매미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요사이 미국 동부와 중부 일부 지역은 온통 매미 천지란다. 지금부터 꼭 17년 전인 2004년에 나와 짝짓기하고 굼벵이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갔던 매미들이 성충이 되어 돌아왔다. 17년째 되는 어느 날 지표면 온도가 18도 정도가 되자 죄다 땅을 헤집고 나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하염없이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모두 몇 마리나 될까 가늠해볼 엄두조차 못 내는 곤충학자들은 대충 10조 마리는 넘을 것으로 얼버무린다.

 

노래하는 곤충에는 크게 세 부류가 있다. 귀뚜라미는 딱딱한 앞날개를 서로 비벼, 그리고 여치와 베짱이는 뒷다리로 날개 가장자리를 긁어 소리를 낸다. 매미는 여러 겹으로 주름 잡힌 진동막(tymbal)의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가운데 주름들이 서로 부대끼며 소리가 난다. 매미 암컷도 날개를 부딪쳐 짤막한 소리를 내지만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들이 내는 소리다. 수컷들의 노래는 종종 합창이 되어 때로 80~85데시벨에 이른다. 이는 대형 트럭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내는 소음 수준이다.

 

이번에 나온 매미는 17년마다 나오는 종류지만 13년마다 나타나는 종류도 있다. 이들은 왜 하필이면 이런 유별난 주기의 생활사를 지니도록 진화했을까? 13과 17은 둘 다 1과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소수(素數)다. 천적이 있다면 그들 역시 13년 혹은 17년을 기다려야 한다. 만일 2년 주기로 번식하는 포식자라면 26년이나 34년을 기다려야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소수 매미가 수학적 지식을 갖추고 전략적으로 진화한 것은 물론 아니다. 다양한 주기로 번식하던 매미 중에서 절묘하게 천적을 따돌리며 살아남았을 뿐이다. 이들은 천적만 따돌린 게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소수 매미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곤충학자는 없다. 13년 혹은 17년마다 한 번씩 연구할 수는 없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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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열마디개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개미가 드디어 한반도에 발을 디뎠다. 내가 국립생태원장 시절 남미의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모셔 온 잎꾼개미가 종종 개미 나라 스타로 대접받지만, 정작 개미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한 개미는 단연 '붉은독개미(red imported fire ant)'다. 이 개미에 관해 1984년에서 2008년까지 25년 동안에만 과학 논문이 무려 984편이나 나왔다. 같은 기간 잎꾼개미에 관한 논문은 두 종을 합해도 275편에 불과했다.

남미가 원산인 이 개미는 미국,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심각한 해충이 된 지 오래이며 최근 일본에서도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출몰 소식이 잦다. 일단 정착하면 구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개미라 빈틈없는 초동 대응이 필요하다. 이 개미의 종명(invicta)은 '천하무적의' 또는 '정복할 수 없는'이란 뜻을 지녔다. 가는 곳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이들의 탁월한 적응력이 한몫한다. 개미들은 보통 장마를 대비해 높은 지대로 이사하는데, 몸과 몸을 이어 뗏목을 만들어 가뿐히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이 개미의 영역이 매년 거의 200㎞씩 확장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일단 정착하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 같다.

 

붉은독개미. /조선일보 DB


그런데 다짜고짜 이들을 '독개미'라 부르는 것은 재고했으면 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400만명이 이 개미에게 쏘이지만 심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전체의 1% 미만이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개발한 독성지수로 1.2밖에 되지 않아 성묘하다 쏘일까 두려워하는 작은 말벌이나 꿀벌의 2.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개미에게 덜컥 독개미라는 악명을 부여하면 4.0의 총알개미와 3.0의 붉은수확개미가 섭섭해한다. 중증이긴 하지만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을 일으키는 '작은소참진드기'를 너도나도 '살인 진드기'로 몰아가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퇴치는 철저히 하되 이름은 '붉은열마디개미' 정도로 부르면 좋을 듯싶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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