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웃’… 19세기로 돌아간 스페인-포르투갈] [덜 더울 땐 꺼?.. ]
[‘블랙 아웃’… 19세기로 돌아간 스페인-포르투갈]
[덜 더울 땐 꺼? 계속 켜놔? 에어컨 절전 10계명]
[냉방비 걱정된다면... 에어컨 희망온도는 높게 풍량은 강하게]
[에어컨이 뭐길래.. ]
['전기料 폭탄' 공포]
‘블랙 아웃’… 19세기로 돌아간 스페인-포르투갈
작동하던 것들이 일제히 멈춰 선 건 월요일이던 28일 낮 12시 반쯤이었다. 달리던 전철은 지하터널 한복판에 서버렸고, 덜컹하며 멈춘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혔다. 착륙하던 비행기는 관제탑과 교신이 끊겨 공항 상공을 맴돌았다. 도로엔 신호등이 꺼져 교차로마다 차량들이 뒤엉켰다. 카드 결제 단말기가 고장 나 손님들은 현금을 찾아 헤맸고, 냉동 기능을 상실한 진열대 속 아이스크림은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휴대전화는 인터넷이 끊겨 무용지물이 됐다. 그마저 배터리가 닳아버리자 낯선 이들끼리 전화 한 통을 사정했다.
▷대규모 정전으로 혼돈에 빠진 스페인과 포르투갈 주요 도시들의 풍경이다. 전기가 꺼진 사회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가 안 떠 발이 묶인 관광객들은 호텔을 예약하려 해도 스마트폰이 먹통이라 머물 곳을 찾지 못했다. 이동 수단이 자가용뿐이어서 주유소는 기름을 채우려는 차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도로변에는 목적지를 적은 종이를 흔드는 히치하이커들이 길게 늘어섰다.
▷스페인에서 15GW의 전력 발전량이 갑자기 손실된 게 정전의 발단이다. 스페인 하루 발전량의 60%에 달하는 양이다. 스페인과 전력망을 공유하는 포르투갈도 덩달아 피해를 봤다. 전력 손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스페인은 태양광과 풍력을 통한 전력 생산 비중이 50%가 넘는데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맞게 전력망과 저장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지역 전력망이 복구되곤 있지만 완전 복구까진 일주일 넘게 걸릴 것이라고 한다.
▷유럽 서남부의 이베리아반도를 멈춰 세운 이번 정전은 21세기의 국가도 단번에 19세기로 후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전기가 없으면 병원 수술실과 중환자실이 문을 닫고, 수도 가스 등 기본 인프라가 무력화된다. 운송망이 끊기는 건 한 나라의 혈액순환이 멎는 것과 같다. 정유공장도 돌릴 수 없어 이 상태가 며칠 더 이어지면 연료가 바닥난 차들이 하나둘 길가에 버려지고, 텅 빈 거리만 남게 된다. 정부가 재난 정보를 알리려 해도 인터넷과 TV가 먹통이라 조그만 휴대용 라디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사이 불안한 사람들 틈새로 괴소문이나 가짜 정보가 스며든다.
▷우리에겐 당연해 보이는 일상이 있다. 스위치만 누르면 켜지는 불, 언제든 열리는 인터넷, 시간표에 맞춰 도착하는 지하철, 카드를 긁으면 들려오는 결제 완료음…. 이 모든 것은 전기가 끊기는 순간 곧바로 사라진다. 스마트폰 없인 하루도 버티기 힘들 만큼 ‘연결 사회’가 된 지금은 전기에 더 깊이 의존하고 있다. 갈수록 활용도가 커지는 인공지능(AI)도 전기를 엄청나게 먹는다. 우리의 문명이 깨지기 쉬운 얇은 껍질 위에 아슬아슬 얹혀 있다는 걸 이번 스페인 대정전이 일깨워준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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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탓? 재생에너지 탓? 스페인 대정전 미스터리
모든게 멈췄다, 암흑천지 왜
-파리=정철환 특파원/조재희 기자/김효인 기자, 조선일보(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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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포르투갈 정전되니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 무용지물. AI가 인류 점령하려 하면 전기부터 끄면 되겠네.
-팔면봉, 조선일보(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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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더울 땐 꺼? 계속 켜놔? 에어컨 절전 10계명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폭염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냉방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달부터 전기료까지 인상(1kWh당 5원)되면서, 에어컨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을까 마음 졸이는 이가 적지 않다. 가정마다 “에어컨을 계속 켜느냐 마느냐, 냉방이냐 제습이냐”를 두고 끝없는 논쟁이 이어지기도 한다.
전기료를 최대한 아끼면서도, 무더위를 이길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 삼성전자, LG전자 에어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0가지 노하우를 정리했다.
◇“인버터, 껐다 켰다 하지말고 계속 켜두는게 유리”
가장 먼저 할 것은 “네 에어컨을 알라”는 것이다. 우선 전기료와 직결되는 것은 에어컨 정면·측면에 붙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다. 총 5단계로, 1등급에 가까울수록 냉방 효율이 좋다.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1등급 제품을 사용하면 5등급 대비 전기료를 30~40%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의 2022년형 비스포크 무풍 에어컨의 모습. /삼성전자
현재 쓰는 에어컨이 인버터형인지, 정속형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0년 이전에 구형 에어컨을 샀다면 정속형이고, 그 이후에 샀다면 대부분 인버터라고 보면 된다. 제품에 ‘인버터(Inverter)’라고 적혀 있거나, 겉면 스티커의 냉방 능력 표시에 ‘최소·중간·정격’ 구분이 있으면 대부분 인버터라고 보면 된다. 스탠드형의 경우,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5등급이면 무조건 정속형이다. 인버터는 1~4등급이다. 두 유형은 에어컨 전기료의 95%를 차지하는 실외기 작동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정속형은 실외기를 최대로 돌렸다가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끄고, 다시 더워지면 또 켜서 최대로 돌리는 식이다. 반면 인버터는 꺼짐·켜짐이 아니라,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가 절전 모드에 들어가 속도를 제어하면서 온도를 유지한다.
인버터 에어컨을 쓴다면, 처음 에어컨을 켤 때 설정 온도를 약 20도로 맞춰 강한 바람이 나오도록 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렇게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24도 안팎의 적정 온도에 다시 맞춰놓은 뒤 끄지 말고 계속 가동하는 게 전기 절약법이다. 반면 정속형은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에어컨을 껐다가, 더워지면 다시 켜는 일을 반복하는 게 낫다.
◇제습 기능, 전기료 더 나올 수도
흔히 제습 기능을 ‘절전 꿀팁’으로 활용하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제습은 일종의 ‘약한 냉방’ 기능으로 전력 소모 면에서 냉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온도를 낮추려는 목적일 경우엔 제습이 더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다. LG전자 관계자는 “특히 습도가 높은 날에는 제습이 되려 냉방 때보다 전기료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선풍기·서큘레이터를 동원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에어컨에서 나온 시원한 공기를 실내 곳곳으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 그만큼 실외기 가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설치 위치는 에어컨 송풍구 앞, 시원해지길 원하는 방향을 향해 놓으면 된다. 창문·방문을 꼭 닫아 냉기를 지키는 것도 필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쳐서 공기가 더워지는 걸 막아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외기 관리도 중요하다. 실외기가 그늘진 곳에 있는지, 송풍구 쪽에 장애물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외기가 높은 온도로 달궈지면 냉방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외기에 그늘막을 만들거나 자주 물을 뿌려줘 온도를 낮추면 소비 전력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에어컨 필터를 청소해 냉방 성능을 높이고,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거나 외출할 때는 전원 코드를 뽑아두는 방법도 전기료 절감 방안으로 제시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나 LG전자의 씽큐(LG ThinQ) 앱을 통해 사용 중인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살피며 사용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도 두 회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이송원 기자, 조선일보(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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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비 걱정된다면... 에어컨 희망온도는 높게 풍량은 강하게
에어컨 날개 위쪽·수평으로 하고 선풍기로 찬 공기 멀리 보내세요
무더위가 지속되다 보니 집에 있을 때 에어컨 리모컨에 자주 손이 간다. 이때 전기료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시원함을 느끼는 에어컨 사용법이 있다.
‘희망 온도 20도에 바람 세기 약풍’과 ‘25도에 강풍’, 둘 중 어느 쪽이 전기료는 덜 들고 더 시원할까. 정답은 25도에 강풍 설정이다. 공기 바람이 몸에 닿을 때 체감 온도가 내려가 더 시원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아울러 에어컨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에어컨 냉매로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데 전기를 더 많이 쓰고, 바람을 강하게 하는 데는 그것보다 전기가 적게 든다. 즉 희망 온도를 약간 높이고 에어컨 풍량을 다소 강하게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전기료 아끼면서 시원함 느끼는 방법이다. 여기에 선풍기를 활용하면 찬 공기를 실내 구석까지 보낼 수 있다.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밑으로 내려 간다. 실내서 누워 있지 않은 이상, 상부 공기를 더 자주 접촉하기에 에어컨 바람 방향을 위쪽이나 수평으로 해놓는 게 좋다. 바람 방향을 아래로 하면 실내서 돌아다니면서 아직 덜 시원하다고 느끼고 희망 온도를 불필요하게 더 낮출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실내가 덥다고 바로 에어컨을 켠다. 이 경우 기존 더운 공기와 에어컨 찬 공기가 섞이어 희망 온도로 내려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5분 정도 환기를 시키면서 에어컨을 키면 실내가 찬 공기로 금세 채워진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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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뭐길래..
우선 상업용 전기료에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은 정부 정책에 감사드린다. 집만 나오면 그나마 시원하니까 말이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 아니라, 요즘 더위에 집 나오지 않고는 개고생을 면할 수 없다. 큰맘 먹고 장만한 에어컨은 작동되나 안 되나 확인해보는 시험 운전용일 뿐, 내내 켜놓고 열대야를 버텼다가는 전기료 폭탄에 가계(家計)가 섬멸될 지경이다.
지난 한 달간 정부로부터 폭염특보 문자를 여러 번 받았다. 외출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9일 정부는 또 다른 폭염 관련 지침을 전했다.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 30분만 틀면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합쳐서 요약하면 "더우면 집에서 나가지 말되 에어컨도 웬만하면 틀지 마라"는 것이다. 요즘 더위에 정부 시키는 대로 했다가는 산 채 찜 될 것이다. 폭염특보 안내문은 "가급적 집을 탈출해 근처 마트나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라"로 바꾸는 게 낫겠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에어컨 없는 경로당 6000곳에 냉방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경로당이 '무더위 쉼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경로당에 지원하는 냉방비는 월 5만원이다. 딱 '하루 3시간 30분' 수준이다.
전기료 누진제가 시작된 1970년대는 물론이고, 에어컨 보급률이 3%에 불과했던 1983년만 해도 한국인의 더위 대처법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그 당시 고등학교 교실엔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었다. 학생들은 대야에 물을 받아 발 담그고 공부했고, 남자 선생님들은 러닝셔츠만 입고 강의했다. 시내버스는 에어컨이 없어 여름 내내 창문 열고 달렸다. 지하철 1호선 천장에 회색 선풍기가 돌아가던 시절이다. 그때 한국인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선풍기 앞에서 부채질하다가 정 못 견디면 수돗가에 엎드려 목물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에어컨이라는 사치품을 집에 설치해 여름을 나는 부자들에게 '징벌적 전기료'를 부과하던 시절의 풍경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8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제 에어컨은 냉장고·세탁기에 버금가는 생활 필수 가전제품이다. 설령 집에 에어컨이 없다 해도 집에만 에어컨이 없을 뿐이다.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회사에도 마트에도 극장에도 시원한 냉기가 흐른다. 에어컨 나오는 분만실에서 태어나 에어컨 있는 교실에서 공부하고 에어컨 돌아가는 일터에서 일하는 시대다. 그런데도 정부는 "에어컨 많이 트는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꼴"이라며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손볼 수 없다고 한다. 에어컨에 관한 한 정부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삼성전자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한국전력과 정부의 관계를 음모론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40년 전엔 전기를 많이 쓸 형편도 되지 않았고 많이 쓰면 산업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는다고 해서 국민들이 더위를 참았다. 가정용 전기가 전체 전기 소비량의 13.5%에 불과한 지금도 정부는 "전기료 싸다고 집에서 에어컨 많이 틀면 전력 대란(大亂)이 온다"고 겁을 준다. 국민들이 생필품 쓴다고 대란이 온다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에어컨이 뭐 대단한 물건이라고 40년간 그 수요 예측도 못 한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가.
-한현우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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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料 폭탄' 공포
[폭염에 에어컨 사용 급증… 누진제로 가정용 요금 최대 11배 차이]
-가정용만 누진제 적용
美는 최대 1.1배, 日은 1.4배 차이
월 600kWh 사용할때 전기료… 가정집 21만원, 기업은 5만원
-한전, 기업엔 싸게 전기 팔아
한전, 작년에만 11조 넘게 흑자
영업이익률 삼성전자보다 높아… 전기료 인하는 검토조차 안해
야당 의원들 전기料 누진제 완화 法개정 추진
폭염(暴炎)이 이어지면서 전기 사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8일 최대 전력 사용량은 오후 3시 8370만㎾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냉방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냉방 사용이 급증하면서 다음 달 '폭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을 가정이 대거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집에서 보급형 벽걸이형 에어컨(정격 냉방전력 1.1㎾·에너지 효율 1등급·냉방 면적 29.2㎡)을 하루 12시간씩 틀면 월 전기 사용량은 396kWh에 달한다. 보통 에어컨을 틀지 않는 일반 가정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223kWh이고 요금은 2만7930원이다. 그런데 에어컨을 틀면 월 사용량은 619kWh, 요금은 8배인 23만2680원으로 치솟는다. 이 에어컨을 2대 가지고 있고, 하루 12시간씩 틀면 요금은 20배인 55만2130원으로 폭등한다.
이 같은 '요금 폭탄'은 현재 전기요금 체계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단위 요금이 최대 11배까지 폭발적으로 비싸지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월평균 사용량이 100kWh 이하면 kWh당 요금은 60.7원이지만 사용량이 500kWh를 넘으면 kWh당 요금은 11.7배인 709.5원이다. 여름에 에어컨을 장시간 틀거나 겨울에 난방 전열기구를 오래 가동하다가 한 달 전기요금으로 수십만원씩 얻어맞아 '요금 폭탄'을 호소하는 가정이 매년 늘어나는 이유이다.
◇가정용만 누진제 적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3년 도입됐다. 당시 논리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였다. 그 뒤로 누진제 세부 내용은 약간씩 바뀌었으나 "전기를 많이 쓸수록 비싼 요금을 매긴다"는 '징벌'형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가정 전력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는데 누진제를 그대로 두다 보니 뜻하지 않게 '요금 폭탄'을 맞는 가구가 많아진다는 데 있다. 가구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1998년 163kWh에서 2015년 223kWh로 늘었으며, 평균보다 비싼 요금을 무는 300kWh 이상 사용 가구의 비율은 같은 기간 5.8%에서 29.5%로 증가했다. 지난해 7~9월 전력사용량이 급증,'요금 폭탄'을 맞은 가구는 전국적으로 60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누진제는 다른 나라에도 있긴 하지만 우리처럼 격차가 11배나 되는 곳은 없다. 미국은 최고와 최저 요금이 1.1배, 일본은 1.4배, 대만은 2.4배 차이가 날 뿐이다.
산업용이나 상업용 전기는 누진제가 없다. 아무리 많이 써도 산업용은 kWh당 81원(6~8월 기준)이며 상업용은 105원이다. 만약 일반 가정에서 월 600kWh를 쓰면 전기요금은 21만원 넘게 나오지만 기업은 5만원, 상점은 6만원만 내면 된다. 여름철 냉방을 튼 상태에서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점들이 많은 이유다.
우리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1278kWh로 OECD 34개국(2012년 기준) 중 하위권인 26위다. OECD 평균(2335kWh)의 절반 정도이며, 미국(4374kWh)과 비교하면 3분의 1, 일본(2253kWh) 절반에 머문다. 반면 산업·상업용을 합치면 소비량 순위는 OECD 국가 중 8위로 올라간다.
◇전기 팔아 돈 번 한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보다 높아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주제는 국내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한전이 대기업에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해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100대 기업들이 9조원이 넘는 전기료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11조3000억원, 올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8% 증가한 6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20.4%로 삼성전자(16.2%)보다도 높다. 거래소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5%의 4배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전이나 전기요금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 완화나 전기 요금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있다.
한전 관계자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작년과 올해 흑자를 내고 있지만, 신규 사업 투자와 부채 감축 등 돈 들어갈 곳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에너지 신산업에 3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차입금 4조2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여름철에 한해 일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해 국민에게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줬지만 올해는 이 시책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부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 단전(斷電)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체 전기사용량 중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부가 자주 논거로 인용하는 2011년 9월 '블랙 아웃(대정전)' 소동은 정부가 전력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 하고 원전(原電)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벌어진 일이었지, 가정 사용량과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누진제 완화 개정안 발의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전기 요금 누진 단계를 3단계로 간소화하고 누진율을 현행 11.7배에서 2배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도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6단계 누진세 제도를 개편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윤태연 부연구위원은 "현행 누진제 아래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많은 저소득 가구가 가장 큰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징벌적 전기요금 누진제는 완화하고 취약계층 가구에는 별도 지원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위재/김승범 기자, 조선일보(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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