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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1000원 들고 보톡스 맞으러 피부과 갑니다] [독의 세계.. ]

뚝섬 2024. 7. 6. 20:16

[일요일에 1000원 들고 보톡스 맞으러 피부과 갑니다] 

[독의 세계, 주름 펴주는 보톡스… 근육 풀어주는 '독' 성분 이용]

 

 

 

일요일에 1000원 들고 보톡스 맞으러 피부과 갑니다

 

돈 되는 분야로 몰리는 의사
출혈 경쟁은 이어진다

 

점 제거 100원, 주름 보톡스 990원, 윤곽 주사 3cc가 1000원이라고? 김밥보다 싼 미용 시술이 판을 치고 있다. 대부분은 1회 체험가다. 한마디로 ‘미끼 상품’인데, 실제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다 보면 저 비용이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나 예상 가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침대에 누웠는데 의사가 주사기 혹은 레이저를 들고 “이 점도 빼셔야 해요” “이건 면적이 커서 1만원이에요” 하면 거절할 수 없으므로.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의원급 병원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서울의 한 거리. 최근 이 병원들은 보톡스를 990원에 놔주는 이벤트를 벌이거나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등 환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최근 30대 여성 A씨는 미간에 생긴 깊은 주름을 보고 ‘인생 첫 보톡스를 맞겠다’고 결심했다. 보톡스는 일정 기간 근육을 마비시켜 팽팽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가격이 천차만별 아닌가. 서울 서초구 집 앞 피부과는 전문의가 놔주는데 한 부위당 5만원인 반면,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강서구까지 간다면 단돈 990원이었다. 보톡스 종류가 국산, 수입 등 수십 가지라서 효능 등에 대한 완벽한 비교가 불가능하나 이마와 미간 두 부위에 맞는다면 각각 10만원과 1980원. 친구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보톡스는 큰 기술이 필요 없으니 기계처럼 놓는 공장형이 잘한다”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얼굴에 하는 건데 그래도 강남으로 가라” 등 의견이 엇갈렸다.

 

A씨 마음은 990원짜리로 향했다. 1시간 넘는 거리를 이동해 병원에 도착하자 상담실장이 ‘비밀의 방’으로 인도했다. 요지는 “990원짜리는 내성이 생길 수 있으니까 3만원짜리 국산을 맞으라”는 것. 외국산은 10만원. 무언가에 홀린 듯 카드를 내미는 순간 ‘돈 아끼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그 길로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번엔 명동 클리닉으로 갔다. 한 부위는 1000원, 두 부위부터는 1만5000원. 이마와 미간은 1만6000원에다가 부가세까지 결제했다. A씨는 “한번 맞아보니 싼 곳 찾아다니면서 병원 유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보톡스나 점 빼기, 제모 같은 건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의 가격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A씨 후기를 본 한 네티즌은 “압구정 유명 성형외과에서 30만원 주고 맞았는데 나는 호구인가”라고 썼다.

 

피부과, 성형외과를 내건 클리닉, 의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저가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안전성 등이 제대로 보장돼 있는지 우려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레이저 시술 같은 경우엔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며 “연일 새롭고 더 좋은 기계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미 원금 회수를 하고도 남은 오래된 기계로 시술받을 경우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선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까지 문을 여는 주 7일 의원급 병원도 많아지는 추세다. 인터넷에 ‘성형외과 일요일’ ‘피부과 일요일’ 등으로 검색하면 서울 강남, 명동, 홍대, 영등포, 용산 등에 위치한 병원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평일은 오후 9시, 10시까지도 한다. 일각에선 가정의학과나 소아과, 이비인후과 같은 분야는 6시 땡 하면 닫는 곳이 많은데 돈이 되는 피부과, 성형외과로 의사들이 너도나도 몰리는 바람에 출혈경쟁이 일어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일반 고객이 아니라 의료 시술을 받으러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겨냥하는 경우 일요일 영업은 필수다. 실제 작년 의료 서비스를 위해 서울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18만2166명으로 전년 대비 9배 넘게 늘었다. 진료 과목은 피부과, 성형외과가 압도적이었다. 한 피부과 상담실장은 “일본에서는 울세라 같은 리프팅이 1000만원이 넘는다”며 “우리나라에선 같은 샷 기준으로 100만원 정도로 받을 수 있으니 주말에 시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성형외과 코디네이터로 입사하려면 일본어가 가장 중요한 스펙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병원에선 편의를 위해 ‘택스리펀’ 기계를 설치하거나 인근 관광지 지도까지 제공 중이다. 의사 선생님들, 주말까지 환자 보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김아진 기자, 조선일보(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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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세계, 주름 펴주는 보톡스… 근육 풀어주는 '독' 성분 이용

 

등산하기 좋은 가을이면 "뱀을 조심하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겨울잠을 앞두고 뱀의 독이 강해졌을 때라서 피해야 한다는 거예요. 추석을 앞둔 이맘때 벌초하다 말벌에 쏘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해마다 살모사나 해파리 등 독이 있는 동물에게 물리거나 쏘여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종종 발생해요. 복어나 버섯처럼 독이 있는 동식물을 잘못 먹어서 중독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무시무시한 독이 인류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개발되는 거죠. 주름을 탱탱하게 펴주는 보톡스도 독이라는 거 알고 있나요?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 '독'.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봐요.

피·신경·근육을 공격해요

자연계의 많은 동식물과 미생물은 독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거나 먹이를 사냥해요.

독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제각기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요. 우선 피에 작용하는 '용혈독'이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있는 살모사의 독이 용혈독이죠. 용혈독은 몸에 들어오면 피에 있는 적혈구를 파괴하고 신체 조직에 손상을 입혀요. 피가 굳는 것을 방해해 출혈이 일어납니다.

강력한 독사로 유명한 코브라의 독은 '신경독'이에요. 이 독에 중독되면 신경계에 손상을 입어 근육이 마비돼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아마존에 사는 '독화살개구리'의 독도 신경독이죠. 독화살개구리는 상대방이 공격하면 피부에서 독을 분비해 자신을 보호해요. 원주민들이 이 독을 채취해 화살에 발라 사냥에 써서 '독화살개구리'라는 이름을 얻었대요. 신경독은 피에 작용하는 독보다 효과가 빨라서 더 위험하답니다. 근육 조직에 손상을 주거나 세포를 죽이는 독도 있어요.

최강의 독은?

가장 강력한 독은 무엇일까요? 대상이 어떤 생물인지, 독이 신체 어느 부위로 들어가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순위는 매기기 어려워요. 같은 독이라도 호흡을 통해 곧바로 폐에 흡수됐을 때가 피부를 통해 천천히 흡수됐을 때보다 효과가 크대요. 독을 먹는 경우엔 소화 기관에서 소화액에 의해 분해되어서 효과가 가장 적대요.

그래도 '최강의 독'이라고 할 때 늘 상위권에 꼽히는 것은 '보툴리눔톡신'이에요. 호수나 강의 진흙 속에 사는 보툴리누스균이 만들어내는 독이죠. 이 독에 중독되면 근육이 마비되고 숨을 쉴 수 없게 돼요. 보툴리눔톡신은 단 1g만으로도 사람 1000만명 이상을 죽일 수 있어요. 1㎏도 되지 않는 양으로 지구상 인류 모두를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독이에요.

보툴리누스균은 썩은 통조림에서도 생길 수 있어요. 이 세균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발아해 독소를 분비하는 특성이 있어서 밀폐된 통조림에서 생겨날 수 있는 거죠. 꿀에도 보툴리누스균 포자가 있을 수 있어요. 보통 어른들은 꿀을 먹어도 위에서 이 포자가 죽어서 괜찮은데, 어린 아기는 위산 분비 기능이 덜 발달해 보툴리누스균 포자가 죽지 않고 몸속에서 발아해 독성을 낼 수 있어요. 그래서 돌 전의 어린 아기에겐 꿀을 먹이지 말아야 해요.

해양 플랑크톤이 만드는 '마이토톡신'이라는 독도 대단히 강력해요. 중독되면 약 20분 뒤에 증상이 나타나고 몇 시간 만에 사망해요. 이 독 1g이면 약 10만명을 죽일 수 있어요. 하와이 등지에 사는 산호가 갖고 있는 '팔리톡신'이라는 독도 매우 강력해 1g으로 7만명 가까이 죽일 수 있어요.

독화살개구리의 독인 바트라코톡신은 1g으로 8000명 이상을, 복어 독으로 유명한 테트로도톡신은 1g으로 2000명 가까이 죽일 수 있어요. 반면 추리 소설에서 독살(毒殺)할 때 흔히 쓰이는 청산가리는 1g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불과 몇 명밖에 되지 않아요.

사람 살리는 '독'도 있다

아주 조금만 섭취해도 죽을 수 있는 무서운 독이지만, 때로는 인류에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살모사의 독에서 피가 굳지 못하게 하는 성분을 추출해서 '혈전 치료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혈전은 피가 굳어서 생긴 덩어리로, 혈관을 막아서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죠. 반대로 중남미에 사는 보스롭스라는 뱀의 독엔 혈액을 응고시키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으로 응급 시 피가 빨리 굳게 만드는 지혈제를 만들기도 해요.

뱀독 성분을 이용한 약품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건 고혈압 치료제인 '캡토프릴'이에요. 남미에 사는 하라라카 살모사 독에 있는 혈압 낮추는 성분을 이용해 만든 약이죠.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을 이용해 진통제를 만드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어요.

가장 강력한 독인 '보툴리눔톡신'도 의학적인 용도로 쓰여요. 주름을 펴주는 '보톡스'가 대표적이죠. 보툴리눔톡신을 매우 극소량만 근육에 주사하면 근육을 수축시키는 '아세틸콜린'이란 신경 전달 물질 분비가 차단돼 근육이 이완돼요. 수축됐던 근육이 이완되면 그 위에 붙어 있던 피부도 펴지는 원리죠. 보톡스는 미국 제약회사에서 사용한 상품명인데, 지금은 해당 시술 자체를 뜻합니다.

 

[은수저와 독]

고대부터 현대까지 많은 인물이 '독'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어요. 누군가를 암살할 때 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권력자들이 독살을 두려워하며 끊임없이 주위 사람을 의심했죠. 이때 흔히 쓰인 독은 '비상(砒霜)'이라고 불린 비소화합물이었어요. 과거 죄인에게 내렸던 사약 재료도 바로 비상입니다. 사극을 보면 임금이 먹는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은수저를 넣는 장면이 나와요. 비상에는 황이 들었는데, 황이 은수저를 검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은수저로는 황이 들어 있지 않은 다른 독을 찾아낼 수 없는 한계가 있었어요.

 

-고호관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김연주 기자, 조선일보(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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