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구속 막으려 총력 다한 黨이 영세업주들 감옥행엔 나 몰라라]
[李 구속 막으려 총력 다한 黨이 영세업주들 감옥행엔 나 몰라라]
[“고용 있어야 노동도 존재” 83만 영세업자 위협하는 ‘재해법’ 확대]
[CEO 처벌한다고 산재 막을 수 있나]
[일자리 부족이 로봇 탓인가]
李 구속 막으려 총력 다한 黨이 영세업주들 감옥행엔 나 몰라라
오늘부터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과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다. 정부·여당은 2년 유예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끝내 반대했다. 앞으로 이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83만여 명의 사업주가 추가로 잠재적 범죄자가 된 것이다. 이들은 “영세 사업자를 교도소 담장 위에 올려놓는 법”이라고 하소연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산업 재해를 막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현실이다. 중대재해법을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는 대형 사업장은 이미 2년째 시행 중이지만 산재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87%가 이 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상당수 사업장은 안전 관리자를 별도로 둬야 하는데 이를 하겠다는 사람도, 채용할 여력도 없다. 법도 지나치게 처벌 위주다. 음식점·빵집·카페 등에서는 사업주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직원을 내보내고 고용 인원을 5인 미만으로 맞추고 있다고 한다. 소규모 업소는 사업주가 감옥에 가면 사업장 자체가 끝난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법이 오히려 일자리를 뺏고 있다. 연간 1만 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질소비가 1조원 넘게 줄어들 거란 연구 결과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24일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것 아니냐”며 확대 유예를 간청했지만 원내대표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민주당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확대 시행에 찬성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우군으로 여기는 노동계의 눈치를 본 것이다. 아무리 선거에 이기는 것이 정당의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국민들 사정을 나 몰라라 할 수 있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취임 후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이용하고 있다. 특권 뒤에 숨었다. 이 대표 수사 검사를 탄핵까지 했다. 이 모든 일이 이 대표를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 놓고 힘들게 생업을 이어가는 영세사업주 83만명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안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조선일보(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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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있어야 노동도 존재” 83만 영세업자 위협하는 ‘재해법’ 확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24일 국회를 찾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추가 유예 법안의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사흘 앞둔 24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국회를 찾아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27일부터 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찾아가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2022년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 데 이어 오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확대 시행되면 소규모 기업은 물론 음식점·빵집·카페 등을 포함한 영세 사업장 83만여 곳이 이 법을 적용받는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가 준비 부족 상태라고 응답한다. 이 법은 사업장마다 안전 관리자를 별도로 두도록 의무화했는데, 두 곳 중 한 곳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업자들이 사람을 따로 채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2년 재유예’ 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영세 사업장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을 돕는 예산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경제 6단체는 “이번에 연장하면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내놨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 예방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법을 예정대로 시행하라는 양대 노총과 노동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도입 때부터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 위주여서 논란이 많았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간 시행한 결과, 산재 예방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선진국들은 기업인 개인 처벌보다 기업 벌금형으로 대응한다. 영국의 ‘기업 과실 치사법’은 산재 사고를 낸 기업에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해 기업의 사고 예방 노력을 유도한다. 여야는 조속히 유예 법안을 처리해 영세 사업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추후 문제점 많은 법안의 근본적 개선책도 모색해야 한다.
-조선일보(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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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처벌한다고 산재 막을 수 있나
산재 경제적 손실 30조원 달해…
처벌보다 안전에 투자 유도해 ‘재해 예방=비용’ 생각 바꿔야
안전에 1달러 쓰면 2.2달러 수익
중대재해처벌법 논란에 몇 해 전 들었던 오일 메이저 회사 셸(Shell) 얘기가 떠올랐다. 셸 한국법인은 월요일 첫 회의를 안전 관련 토론으로 시작한다. 셸이 한국 조선소에 주문한 선박 제조 현장은 물론 회사 안팎에서 겪은 소소한 안전 에피소드를 공유한다.
일상에서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외부 사람과 회의할 땐 가장 먼저 재해 발생 때 행동 요령, 대피 경로 등 안전 교육부터 한다. 모든 직원은 계단을 내려갈 때 반드시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대표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키지 않으면 하급자가 그 자리에서 지적한다. 택시 이용법도 독특하다. 안전벨트를 맨 뒤 출발이 원칙이다.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 맘이 급해 손님이 벨트를 매기 전에 출발하다 보니 셸 직원들은 택시 문을 열어둔 채 안전벨트부터 매고 차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인데 이유는 간단했다. 산재 예방이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일 전 세계에서 750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전체 사망자의 5~7% 정도다. 이 중 6500명은 질병, 1000명은 직장 내 사고가 원인이다. 근로시간 손실, 근로자 보상, 생산 차질, 의료 비용 등 산재의 경제 손실은 세계 GDP의 4% 정도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GDP의 배가 넘는 3조7600억달러(4500조원)다. 우리나라의 산재 경제적 손실은 2015년 20조원에서 2020년 29조9841억원으로 50% 급증했다. 산재 노동자의 치료와 요양 등으로 노동을 못 한 날을 합한 근로 손실 일수는 2020년 5534만일로 1.5% 증가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유례없이 강한 처벌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된 2018년 김용균씨 사망 사고부터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채석장 매몰 사고까지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를 막겠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형사처벌만 강화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관행을 그대로 둔 채 처벌만 강화한다고 산재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사고는 사고대로 계속되고, 처벌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 지금처럼 처벌 기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면 아무나 처벌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이 된다.
기업 인식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는 OECD 국가 중 최상위다. 재해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당장 이익에만 파묻혀 안전을 무시해 온 결과다. 셸의 사례에서처럼 선진국에선 이미 작업장 안전 개선, 근로자 건강에 대한 지출은 추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 조건으로 생각한다. 안전을 위한 투자가 기업의 효율성,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국가 경쟁력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 산재 발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경영인이 감옥 갈 위험이 있어도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규모 기업의 경우도 작은 투자가 산재 예방에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국제사회보장협회(ISSA)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 한 명에게 안전을 위해 연간 1달러를 투자하면 2.2달러의 잠재적 경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2020년 국내에서 882명이 직장에서 사고로 숨졌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처벌 1호를 피했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투자 없이는 안전이 없고, 안전 없이는 지속 성장은 불가능하다.
-전수용 팀장, 조선일보(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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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족이 로봇 탓인가
낮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진 날이었다. 뜨끈한 칼국수 생각에 서울 명동 예술극장 근처 한 식당을 찾았다. 1966년 문을 연 이 노포(老鋪)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은 명동의 터줏대감이다. 아낌없이 내주는 면사리와 차조밥, 김치통 든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선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물체’를 발견했다. 칼국수 서빙 로봇이었다. 세 칸짜리 이동식 선반처럼 생긴 이 로봇은 김이 펄펄 나는 칼국수와 만두를 싣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리 학습한 경로를 따라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목표 테이블에 정확히 멈춰 섰다. 공항이나 박물관 로비에서 하릴없이 맴돌던 안내 로봇과는 달리 바빠보였다. 인간 종업원과 한 팀이 되어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이제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과 일자리를 경쟁해야 하는 세상이 온 걸까. 자동화에 따른 인간 소외를 고민하다가 관리자를 찾아 로봇 도입 경위를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요즘 식당일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코로나 전에도 인력난이 심했지만, 지금은 더 힘들죠. 그래서 들여놨어요.” 인간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할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239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최고치였다. 취업 의지는 있지만 구직 활동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62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최대였다. 최악의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그런 ‘일자리 미스매치’의 빈틈을 로봇이 파고들고 있다.
로봇(Robot)의 어원은 노동, 노역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 말 그대로 인간이 하기 싫은 식당 서빙이나 고된 공장 일을 대신 해주는 기계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1000명당 로봇 한 대가 늘어날 경우 ‘제조업·단순 반복 직종’에서 구인 증가율이 각각 2.9%, 2.8%씩 감소한다고 한다. 로봇은 앞으로 우리 일상에 더 가까이 들어올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 행사에 로봇개 ‘스팟’을 대동하고 나와 ‘로봇’이란 단어만 50번 가까이 언급했다. 최근 조선일보 편집국에도 미국 주식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로봇 기자(’서학개미봇’)가 입사했다.
힘든 업무를 로봇에게 미루고 인간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로봇의 진격은 사실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게 문제일 뿐, 근본적으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도록 설계된 건 아니다.
-한경진 기자, 조선일보(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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