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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금’ 깨는 청년들] [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

뚝섬 2024. 1. 26. 11:20

[‘희망적금’ 깨는 청년들]

[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

 

 

 

‘희망적금’ 깨는 청년들

 

2022년 대선을 보름 남짓 앞두고 지난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 만들기를 돕겠다며 내놓은 게 ‘청년희망적금’이다. 만 19∼34세가 매달 50만 원 한도 안에서 2년간 저금하면 연 10%에 가까운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 기본금리에 정부가 주는 장려금과 비과세 혜택이 더해져서다. 급여가 3600만 원 이하인 사람만 가입할 수 있어 “무직, 실직 청년은 어쩌란 말이냐”, “금수저 알바생은 되고 고연봉 흙수저는 안 되냐”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290만 명이 가입하며 히트를 쳤다.

▷한도를 꽉 채워 꼬박꼬박 저축한 청년이라면 만기가 되는 다음 달 1298만 원이 찍힌 통장을 받아들고 꽤나 뿌듯해할 것이다. 스무 번째 저금 날이던 지난해 9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1000만 원을 모았다는 인증샷이 쏟아졌다. 이들과 달리 파격적 금리 혜택을 포기하고 중간에 적금을 해지한 청년도 86만 명이 넘는다. 가입자 10명 중 3명꼴이다. 직장에 들어가면 희망적금과 비슷했던 ‘재형저축’부터 가입해 종잣돈을 모았던 부모 세대라면 혀를 찰지 모른다.

▷물론 중도 해지 청년 중엔 “티끌 모아 티끌”이 싫다며 코인이나 주식 ‘한 방’을 찾아 떠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저축은커녕 생활비도 빠듯하다”며 마지못해 적금을 깬 청년이 대다수다. 번듯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소득은 불안한데 전월세 가격부터 지하철 요금까지 안 오르는 게 없으니 허리띠 졸라매고 적금부터 깨는 것이다. 희망적금의 업그레이드 버전 ‘청년도약계좌’가 외면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 원까지 저축해 5000만 원 정도를 모으는 것인데, 가입자가 정부 예상치의 20%도 안 된다.

 

▷SNS에 ‘거지방’을 만들어 돈 쓰지 않는 것을 서로 독려하고, 생활비를 한 푼도 안 쓰는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저축은 사치일 뿐이다. 취업난 속에 고물가와 고금리의 충격을 온몸으로 맞다 보니 빚 수렁에 빠진 청년도 한둘이 아니다. 2030세대가 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한 돈은 반년 새 40% 넘게 늘었다. 빚 돌려막기를 하며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20, 30대는 142만 명이나 된다.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2030세대를 겨냥한 청년 대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교통비와 아침밥을 지원하고 전월세 대출을 늘려주고 빚을 탕감해주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건 푼돈 얹어주는 적금 통장이 아니라 꼬박꼬박 월급 주는 질 좋은 일자리다. 그래야 자립해서 스스로 돈도 모으고 빚도 갚아 나갈 수 있다. 청년을 ‘희망고문’하는 공약들을 가려내는 건 이제 우리의 몫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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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

 

“벌이가 없다고 적금도 못 드나”, “연봉 적은 금수저는 가입이 되고, 연봉 많은 흙수저는 가입이 안 되는 건 불공평하다”…. 21일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에 가입 신청이 급증하지만 거부되는 사례가 늘면서 온라인상에 불만의 목소리가 쌓이고 있다. 이 적금은 고금리와 비과세, 장려금 혜택을 몰아 넣은 정책 지원 상품이다. 여기에 매달 50만 원씩 2년 동안 넣으면 98만 원 정도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시중은행의 연리 2%짜리 적금보다 77만 원가량 더 버는 구조다.

77만 원에 청년들이 일희일비하는 것은 연초 주가가 폭락하면서 원금 손실 위험 없이 연리 10%의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기대치가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적금 출시 전 사전 조회에서 잠재적 가입자가 200만 명에 달하면서 폭주의 조짐이 보였다. 실제 선착순 가입 신청이 시작되자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은 먹통이 됐다. 일부 외국인까지 가입을 받아주면서 작년에 취업해 소득 정보 확인이 안 되는 내국인은 가입이 거절되자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적금에 몰리고, 가입 조건을 깐깐하게 따지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집값까지 급등한 어두운 터널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이 신청 폭주 현상에 녹아 있다. 지금의 2030세대는 하위 20%와 상위 20%의 자산 격차가 2019년 33배에서 2020년 35배로 벌어진 불평등 사회를 살고 있다. 77만 원이 기성세대에게는 작은 돈일지 모르지만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재테크인 셈이다.

 

현 기성세대치고 ‘재형저축’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드물다. 재형저축은 연리 20%대에다 비과세 혜택이 더해져 3년만 넣어도 원금이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걸 종잣돈 삼아 직장인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기 집으로 갈아타며 계층 사다리를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 비해 청년희망적금은 재산 형성의 마중물이 되기엔 많이 부족하다. 30년 전 고금리 시대만큼 이자를 주긴 어려워도 장려금 규모를 늘리는 식의 보완이라도 해야 또 하나의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적금은 현금 퍼주기와는 다르다. 가입자가 일터에서 꾸준히 일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빈곤층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소득 향상은 어렵다. 2015년 이후 청년 지원 통장들이 쏟아졌지만 눈에 띄는 소득 개선 효과는 없었다. 역시 자산 형성의 기본은 일자리다. 청년들에게 고기를 직접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고, 고기가 많아지도록 고용 여건을 개선하는 건 더 중요하다.

-홍수용 논설위원, 동아일보(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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