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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비리청산, 정치보복인가 시대의 사명인가] ....

뚝섬 2024. 9. 13. 09:02

[문재인 비리청산, 정치보복인가 시대의 사명인가 ]

[손잡은 이재명·문재인을 국민은 무슨 동맹이라 부를까 ]

[文 '진짜 혐의'는 건들지도 못했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의 탈출] 

[문 대통령과 가족들 돈 문제는 왜 이렇게.. ]

 

 

 

문재인 비리청산, 정치보복인가 시대의 사명인가

 

[이기홍 칼럼]

‘방탄동맹’ 맺고 강력 반발하는 문재인-이재명
검찰수사 그렇게 못 믿겠으면 특검 제안하라
조족지혈, 만시지탄, 당연지사인 文 비리 청산
尹, 늦은 만큼 더 확실히 하는 게 국민에의 의무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이 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지난 일요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다혜 씨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문 정권 비리 청산’이 중단되어야 할 정치보복인지, 정의의 복원을 위해 반드시 완수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인지를 판단하는 건 어렵지 않다. 몇 가지 기준점을 따져보면 되기 때문이다.

 

첫째, 정치보복 여부는 비리 의혹의 내용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 기획수사로 주변까지 샅샅이 뒤져 흠결을 찾아내고, 얼기설기 엮어 몰아갈 경우 이는 정치보복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금 사안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야당 내에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드러난 의혹들은 정치적 내용이 아니다. 개인비리 의혹도 정치보복이어서 조사를 못한다면 법질서는 왜 존재하는가. 이 대표도 정치보복 주장만 펼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원전, 통계 조작, 대중(對中) 삼불일한 약속, 대북정책 의혹 등의 주제들 역시 해당 사건의 장본인이 문재인이든 윤석열이든 김대중이든 김영삼이든 덮어주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 결코 아니다.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응당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내용들이고, 묻혀 있는 최종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만 후속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다.

둘째, 전임 정권 청산이 반복되면 국민 분열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미 정신적 내전 상태인 좌우 진영 간 대립이 더 격화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비리를 눈감아주고 넘어가는 걸 관례로 만들 수는 없다. ‘전임정권의 허물을 처벌하는 악순환은 멈춰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진실도 밝히지 않은 채 덮어주고 가는 것이 화해와 용서는 아니다. 서로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건 화해가 아니라 야합이다. 설령 윤 정부가 전임 정권 비리 청산을 하지 않는다해도 야당이 차기 집권할 경우 전임 정권 청산의 수레바퀴는 다시 더 거세게 돌아갈 것이다.

협치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말장난에 가깝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문재인 비리 청산을 뭉개 왔다고 해서 협치가 이뤄졌나. 좌파 진영과 친문 친명계가 보수 정부에 조금이라도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좌파는 압박을 느낄 때 협상장으로 나선다. 비리의 시시비비를 가려 엄정하고 원칙적으로 임하는 게 결과적으로 협치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적폐 청산을 하려면 힘있는 임기 초에 했어야지 이미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둔 시점에 매달리면 소모적 싸움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끝내 뭉개버리면 이는 전임 정권의 비리에 방조범이 되는 것이다. 시대적 과제를 뒤늦게라도 명확히 인식하고 실행한다면 평가받을 것이다. 물론 늦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자꾸 검찰총장 탓을 하지만 통치권자가 명확한 방향 설정을 안 한 탓이 가장 크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자신을 발탁해준 인사권자에 대한 의리 때문에 시대적 과제를 외면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문다혜 건은 본질과 관련 없는 곁가지라는 지적도 백번 맞다. 울산시장 선거, 서해 공무원 사건 등의 최종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는다면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충성 의무를 배신하는 것이다. 청산해야 할 문재인 비리 리스트에는 사법적 정의 차원을 넘어 국가 운영 차원에서도 필수불가결한 내용들이 허다하다. 남북 간에 어떤 내용과 제의가 오갔는지 후임 정부는 모른다. 정의용 당시 안보실장은 무슨 근거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는지,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USB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대북 지원 약속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다 비밀로 봉해졌다. 중국에 삼불일한을 누가 어떤 워딩으로 약속했는지도 비밀이다. 그런 핵심 내용을 모른 채 후임 정부가 어떻게 전략을 짜고 정책을 구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통치권은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통치행위라해서 절대적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명백히 밝혀내야 하며, 결정 과정에서 법률 위반이 있었다면 처벌 받아야 한다. 사법적 심판의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감사원이 나서서 진상을 밝힐 수 있다. 물론 저항도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 지난 일요일 이재명-문재인 간의 ‘방탄동맹’이 구축됐는데 이는 2년 전의 데자뷔다.

2022년 10월 감사원이 서해 피살 공무원 감사와 관련해 서면조사를 요청하자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반발했고, 이 대표는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전 정부에 정치보복을 가한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집권 기간에 임명된 감사원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감사원법을 개정해 특별감사시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겠다고 나섰다.

2년 전의 방탄동맹은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상대의 손을 놓으면 죽는다는 절실함으로 손을 잡을 것이고, 진영 내의 분열을 용납하지 않은 좌파 생태계 특유의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검찰을 흉기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제안하고 싶다. 문재인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그렇게 못 믿겠고 편파 보복수사가 우려되면 특검 도입을 선도하라. 정말 정치보복이면 특검에서 문 전 대통령의 결백이 다 밝혀질 것 아닌가.

국민이 가장 분노하는 점은 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나라의 궤도를 이상한 쪽으로 틀어버리려 한 점이다.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묻지 못하면 자기 멋대로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려는 권력자가 또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국민이 정치 초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밀어준 것은 이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첫걸음을 이제 겨우 뗐다. 조족지혈(鳥足之血)이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당연지사(當然之事)다. 늦은 만큼 더 확실히 해야 한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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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이재명·문재인을 국민은 무슨 동맹이라 부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만나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 수단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이 7개월 만에 만나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맞잡고 나서자 민주당은 곧바로 ‘정치탄압대책위’를 만들었다.

 

이 두 사람은 이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때 친문재인과 비이재명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친문 쪽은 크게 반발했다. 친이재명 쪽은 “문 정부가 정권 창출에 실패한 것”이라며 ‘전 정권 책임론’을 폈다. 문 전 대통령 탈당 요구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임박하자 “우리는 ‘명·문(明文) 정당’” “정치 보복에 함께 맞서자”며 보조를 맞췄다.

 

문 전 대통령은 이상직 전 의원으로부터 사위 특혜 채용 등 뇌물을 받고 그에게 의원직 등 대가를 지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및 위증 교사 사건으로 선고를 앞두고 있다. 비리 수사와 재판을 앞둔 두 사람이 정치 갈등은 뒤로하고 사법 리스크에서 빠져나오려 의기 투합하기로 한 듯하다.

 

대장동과 쌍방울 대북 송금 등 각종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아온 이 대표는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을 강행 처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의결·공포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전 사위 특혜 채용 등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문 정부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로 전직 대통령 2명을 비롯해 200여 명을 구속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 예우가 아닌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 “이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 놓고서 막상 자신들이 수사받게 되자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묻게 된다. 문 정부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몰락, 부동산 대란, 가짜 비핵화 쇼,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로 점철됐다. 그 결과는 민주화 후 처음으로 5년 만의 정권 교체였다. 국정을 잘못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장본인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준비 부족’을 말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부터 성찰해야 한다.

 

-조선일보(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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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진짜 혐의'는 건들지도 못했다

 

[박정훈 칼럼]

'특혜 채용'은 새 발의 피에 불과…
文의 중대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나
尹 정권의 수사 칼날은 文 앞에만 가면 꺾이고 있다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의 피해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몸통'인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의 ‘뇌물 수수 피의자’로 수사 대상에 올리자 민주당과 문 전 대통령 측은 강력 반발했다. “먼지 털기” “정치 보복” “해괴망측한 궤변”이라며 “하늘 무서운 줄 알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문 정권 시절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정반대 의미로 검찰에 불만이다. 문 전 대통령이 연루된 범죄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닌데 검찰이 여태 무얼하다 이제서야, 그것도 여러 의혹 중 중대한 것은 놔두고 가장 가벼운 사건에만 손을 댔냐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사위가 이스타항공의 태국 자회사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야당에 의해 제기된 것은 2019년이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 간 불투명한 관계를 뒷받침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내부자 폭로까지 나왔지만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문재인 검찰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정권이 바뀐 뒤 윤석열 검찰까지 팔짱 끼고 있었던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사건은 올해 초 전주 지검이 전 사위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비로소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의혹 제기 후 거의 5년이 지난 뒤였다.

 

게다가 이 사건은 문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른 의혹들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새 발의 피’다. 예컨대 문 정권 청와대가 저지른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반(反)헌법 중범죄였다.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려 청와대가 총출동해 맞춤형 공약을 짜주고, 당내 경쟁자를 다른 자리로 회유하며 주저앉혔다. 청와대 하명을 받은 경찰은 허위 첩보로 상대 당 후보를 수사하고 투표일 직전 압수 수색을 벌여 비리 이미지를 덮어씌웠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정치 공작이었다.

 

선거 개입은 청와대 비서실 8개 부서가 역할을 분담해 군사작전하듯 진행됐다. 정무수석실이 공천을 챙기고, 국정상황실과 민정비서관·반부패비서관실이 하명 수사를 지휘했으며, 사회수석비서관·균형발전비서관실이 공약 수립을 지원했다. 윗선 지시 없이 불가능했음은 누구 눈에도 분명했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던 검찰은 비서관·행정관급 중심으로 기소하면서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에겐 면죄부를 주었다. 두 사람까지 기소하면 대통령에게 불똥 튈 것을 우려해 밑 선에서 잘랐다는 분석이 파다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증언들이 나오자 검찰은 임종석·조국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번복하고 재수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여전히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울산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문 전 대통령 이름이 14번이나 나올 만큼 재판부도 관련성을 인정했지만 검찰은 별다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범죄의 수족들은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이를 지시한 ‘몸통’은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모양이 되고 말았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도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언제 가동 중단을 결정하냐”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멀쩡한 원전의 셧다운이 결정됐고, 이를 뒷받침하려 수치를 조작하는 전대미문 범죄가 자행됐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등이 대놓고 산업부에 조작을 지시했다. 대통령 의중을 확인한 산업부 장관이 말 안 듣는 부하에게 “너 죽을래” 하며 협박하는 사달까지 벌어졌다. 이들이 자기 판단으로 이토록 무리한 일을 저질렀을 턱은 없다.

 

경제성 조작을 제보했던 한수원 전 노조위원장 등은 문 전 대통령 퇴임 다음 날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법적 절차 없이 월성 1호기 폐쇄를 지시함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무너트린 이적(利敵)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단 한 번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고발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뭉개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역시 문재인 청와대의 범죄와 관련돼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공무원 피살 3시간 전 북한 해역 표류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국제 상선 통신망을 통해 북한과 교섭했으면 살릴 수도 있던 사건이었다. 그렇게 우리 국민이 죽도록 방치해놓고는 청와대 안보실장이 주도해 ‘자진 월북’으로 조작했다. 피살 공무원의 형은 2022년 12월 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하지도, 사건을 종결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지금껏 붙들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정권의 수사 칼날이 문 전 대통령 앞에만 가면 꺾여 버리는 기이한 현상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키워준 문 전 대통령에게 ‘의리’를 지키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사적 인연에 얽매어 국가적 중범죄를 덮는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선거 제도를 흔들고, 에너지 대계를 파괴하고, 국민 생명을 희생시킨 혐의가 특혜 채용보다 몇천 배, 몇만 배는 엄중하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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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청와대에서의 탈출

 

[박정훈 칼럼]

너무도 비현실적인 권력 내부의 일화들이 전해질 때마다
청와대 저 깊은 속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네티즌들이 정리한 김정숙 여사 의상 목록의 일부. /디시인사이드

 

김정숙 여사 옷값에 대한 청와대 해명은 2년 전 법원에 제출한 서면 진술과 배치된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해명에 나선 청와대는 정부 예산으로 옷·장신구를 구입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협찬 같은 극소수 예외를 뻬면 모두 대통령 사비(私費)를 썼다며 “정부의 어떤 비용으로도 옷값 등을 결제한 적이 없다”(탁현민 의전비서관)고 단언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2019년 12월 한국납세자연맹의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 이렇게 적었다. ‘대통령과 영부인 내외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의전 비용은 (중략) 정상회담·해외 방문·외빈 초청 등 공식 행사 부대 경비로 최소한의 수준에서 일부 지출이 될 수 있습니다.’ 옷·장신구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일부는 예산으로 구입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2018년 7월 납세자연맹에 보낸 답변서에도 똑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 청와대는 재판 내내 ‘일부 예산 지출’이란 입장을 유지했고 재판부도 이를 전제로 판결을 내렸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전액 사비”라고 말을 바꿨다. 어느 쪽이 거짓말인가. 기자 개인적으론 언론에 등장한 것만도 코트 24벌, 롱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한복 노리개 51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에 달하는 의상비를 다 대통령 월급으로 샀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사비냐, 예산이냐는 지엽적 문제일 수 있다. 핵심은 국민 눈을 가리고 심지어 속이려 드는 권력자의 행태다. 옷값 논란은 2018년 6월 납세자연맹이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내역을 밝히면 끝날 일이었으나 청와대는 공개를 거부하고 소송까지 하면서 4년 가까이 버텼다. 하루 4번 옷을 갈아입은 일이 있을 정도인 대통령 부인의 패션 집착증이 끊임없이 입방아에 올랐지만 청와대는 모르는 양했다. 어떤 행사에선 진주 반지를 낀 김 여사가 반지 알을 손가락 안쪽으로 돌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였다. 지루한 재판 끝에 옷값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청와대는 항소했다. 그리고 최장 30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운 걸까.

 

‘문재인 청와대’에선 우리가 모르는 일이 참 많이 벌어졌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때는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려 비서실 8개 부서가 총동원돼 개입했다. 윤석열의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일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은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되냐”는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이 역시 최재형의 감사원이 밝혀낸 사실이다. 해외에 나갔다던 대통령 딸 가족이 귀국해 1년 넘게 청와대 안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청와대 비서실장은 “확인해 드릴 수도,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저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통령의 언동엔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자리 참사에도 “고용의 양과 질 모두 개선”이라 하고, 미친 집값 앞에서도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했다. 소득 주도 성장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데도 “정책 성과가 나고 있다” 하고, 핵·미사일로 협박하는 김정은을 향해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결단력 있다”고 했다. 대통령 혼자 상상해서 지어냈을 리 없다. 누군가 대통령의 귀를 잡고 왜곡된 정보를 입력시켰을 것이다. 측근들의 세계관은 조선 왕조를 방불케 했다. 대통령을 ‘세종대왕’에 견주고 ‘문재인 보유국’ 운운하는 숭배와 찬양을 쏟아냈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권력 내부 일화들이 전해질 때마다 청와대 저 깊은 속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문재인의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란 표현이 딱 맞았다.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채 국민 인식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을 공간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청와대에서 근무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단절감’을 말한다. 들어가는 순간 세상과 동떨어져 외부와 차단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 공간적 속성이 권력자와 측근들을 현실에서 고립시키고 국민과 괴리시켰을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굳이 세금 써가며 옮길 이유가 뭐냐고 한다. 그러나 공간을 바꿈으로써 문재인 청와대가 범했던 숱한 판단 오류 중 하나만 시정될 수 있어도 비용은 뽑고도 남을 것이다.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을 못 도와주겠다며 내세운 ‘안보 공백’ 논리가 기막힐 뿐이다. 적어도 구중궁궐 속에서 ‘북한 비핵화’의 환상에 빠져있던 청와대가 그런 말 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 왜 청와대를 탈출해야 하는지, 문재인의 청와대가 말해주고 있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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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가족들 돈 문제는 왜 이렇게 불투명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2008년 청와대를 나온 뒤 머물렀던 경남 양산시 매곡동 사저.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 살았던 양산시 매곡동 사저를 매각해 17억4000여 만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한다. 2009년 8억7000만원에 사서 13년 만에 3배인 26억1000여 만원에 팔았다. 부동산으로 돈 벌지 못하게 하겠다던 문 대통령이다. 사저는 마을에서 2㎞가량 떨어진 계곡에 있다. 그런데도 26억원이나 받았다. 시세보다 비싸게 팔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저 주차장과 도로 등을 뺀 주택(329㎡) 매각가는 20억6000만원이다. 이 집 공시가격은 작년 2억9400만원이었다. 주변의 다른 주택(290㎡) 실거래가는 2020년 4억6000만원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거래는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은 사인 간 직거래였다. 누군가 시세보다 높게 사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등기 이전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산 사람이 누군지도 알 수 없다. 청와대는 “정상 거래”라면서 누구에게 어떻게 팔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엔 서울 홍은동 사저를 팔았다. 집을 산 사람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딸 다혜씨는 2018년 남편 소유이던 구기동 집을 자신이 증여받아 매각했다.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었고, 주변 시세보다 8000만원가량 높았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불법은 없었다”고만 했다. 다혜씨가 2021년 서울 양평동에 대출 없이 매입한 집을 1억4000만원 차익을 얻고 팔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혜씨 가족은 2108년 태국으로 이주했고, 남편은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을 서준 회사에서 일했다. 자녀는 한 해 수천만원이 드는 국제학교에 다녔다. 왜 해외로 갔고 무슨 돈으로 생활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사생활”이라며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공공기관장을 거쳐 의원까지 됐고 수백억대 횡령 범죄에도 수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개인 카드로 결제했다” “세금계산서도 발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옷과 신발 판매 업체들은 “비서관이 5만원권 현금으로 지불했다” “영수증을 발행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문 대통령과 그 가족과 관련된 거래는 항상 의문투성이다.

 

-조선일보(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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