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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1조원] .... [보험사의 금리 이중잣대]

뚝섬 2024. 3. 7. 06:10

[보험사기 1조원] 

[보험 범죄 전성시대] 

[보험사의 금리 이중잣대]

 

 

 

보험사기 1조원

 

보험사기 금액이 해마다 늘어 작년에 1조1000억원을 넘고,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도 11만명에 육박한다고 금융감독원이 발표했다. 적발하지 못한 금액까지 합하면 한 해 4조~5조원의 보험금이 보험사기로 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적은 돈을 불입하고 사고 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보험의 특성 때문에 보험 범죄의 역사는 보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세계 최초의 보험 살인은 1762년 영국에서 오늘날과 같은 생명보험사가 설립된 그해에 벌어졌다. 이네스라는 사람이 양녀를 거액의 보험에 가입시킨 후 독살하고 보험금을 타내려다 적발돼 사형에 처해졌다. 우리나라 보험 범죄 역사도 100년이나 된다. 1924년 매일신보에 “보험 가입 후 허위 사망 신고를 했다가 적발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남편 사망 보험금 8억원을 노린 이은해의 계곡 살인 사건을 비롯해 끔찍한 보험 살인이 1년에 5, 6건씩 일어난다. 하지만 실제 강력 보험 사기 범죄는 적고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이 ‘보험빵’ 같은 자동차 관련이다. 보험금을 타려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것을 ‘보험빵’이라고 한다. ‘뒤쿵(차를 뒤에서 쿵 들이받는) 알바단’이라는 보험사기단도 있다. 인터넷 카페나 텔레그램으로 “하루 일당 100만원” “고액 알바”라고 광고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차선을 위반하는 차량 등을 노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는 보험금을 나눠 갖고 흩어진다.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는 이제 흔하다.

 

▶강원도 태백에서 병원장과 보험설계사, 가짜 환자 400여 명이 150억원대 보험사기를 벌이다 들통났다. 보험모집인과 병원 브로커가 군인 800여명에게 접근해 보험을 여러 개 가입시킨 후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끊어 건당 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가게 한 조직적 보험사기도 있었다. 공짜 성형수술을 해주겠다고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모집한 후 서류를 조작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암보험에서 보험사기는 날로 진화한다.

 

▶10만명 넘는 보험사기를 직업별로 분류했더니 회사원(21.3%)이 가장 많고 무직·일용직(13.2%), 전업주부(9.3%), 학생(5.0%) 순이었다. 20대는 자동차 관련 사기가 많고, 60대 이상은 병원 관련 사기가 빈번했다. 조직적 보험사기가 널려 있어 누구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반대로 보험의 특성상 보통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새 보험사기를 저지를 수 있다. 사고를 부풀려 보험금을 더 타내려는 작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다 적발되면 누구든 보험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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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범죄 전성시대 

 

투자 고수 워런 버핏의 초창기 자금줄은 보험사였다. 그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이자 한 푼 안내고 고객 돈을 활용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재무구조에 주목했다. 보험사의 ‘잠자는 돈’을 기업사냥 종잣돈으로 활용한 것이다. 보험사의 ‘눈먼 돈’은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몇 달간 쥐꼬리 보험료를 내고 수백 배 보험금을 타내면 로또 같은 횡재가 된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도 ‘로또 보험금’을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 탓에 계획이 꼬였다. 사망보험금 지급 거절에 화가 난 이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그것이 통하지 않자 방송사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보험사의 횡포’를 제보했다가 살인 사건 용의자 신세가 됐다.

 

▶보험은 선의에 기반해 다수의 십시일반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제도다. 하지만 악용에 취약하다. 도덕적 해이를 뜻하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 보험 용어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세계 1위다. 보험에도 숱한 범죄 사례가 있다. 1975년 언니, 형부, 조카를 방화로 살해하고 시동생마저 우유로 독살한 박분례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첫 살인 사건이다. 2000년대 초 남편 2명, 어머니, 오빠를 실명케 하고 살해해 보험금 5억8800만원을 타낸 전직 보험설계사 엄씨 사건은 역대 최악의 보험범죄로 분류된다.

 

▶보험사가 부실한 상품 설계로 모럴 해저드를 자초하기도 한다. 1990년대 말 삼성생명은 여성 요실금 보험을 내놨다가 2조원대 손실을 봤다. 중년 여성 사이에 ‘돈도 벌고 남편 사랑도 받는 일석이조 보험’이라고 소문나면서 200만명이 가입해 이른바 이쁜이 수술을 받았다. 요즘엔 27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골칫거리다. 보험료를 매년 13%씩 올려도 보험금 지급액이 더 커 10년간 100조원대 적자를 떠안아야 할 판이다.

 

▶취업난 탓인지 20대 청년들의 보험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에 붙잡힌 보험사기꾼 5명 중 1명이 20대였다. 1년 새 33% 급증했다. 10%대 낮은 적발률이 보험사기를 더 부추기는 요인이라는데 강력한 방패가 부상하고 있다. 전직 경찰 수백명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AI)이 떠맡았다. 사고 이력 수천만 건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보험금 청구자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분석해 사기 용의자를 색출해 낸다. 이런 시스템이 진작에 개발됐다면 이은해 사건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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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금리 이중잣대

 

한국은행이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에 나서자 생명보험사들은 즉각 보험료를 인상했다. 당시 보험료를 올린 근거는 금리 인하 때문에 생보사가 보험료를 채권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 즉 예정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생보사는 보험료가 곧 오를 테니 서둘러 보험에 들라는 ‘절판 마케팅’까지 했다. 생보사 입장에서 2년 전 저금리는 가입자도 늘리고, 보험료도 올린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2020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떨어진 뒤 생보사별 보험료는 5∼10% 올랐다. 반면 올 들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른 뒤에는 보험료에 별 변화가 없다. 금리와 보험료의 관계를 돌이켜보면 금리 인상기에는 기대수익이 오르는 만큼 보험료를 내리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대다수 생보사는 금리가 오른 것만 보고 보험료를 인하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보험사들이 그때그때 다른 기준으로 금리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다.

▷금리 관련 보험사들의 이중잣대는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예금금리를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를 대폭 올리는 행태와 비슷하다. 다만 은행권의 예대마진 영업은 이미 널리 알려져 당국의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반면 보험사의 예정이율 조정은 사각지대에 있어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생보사들은 재무 상태 악화, 내년 새 회계기준 도입 등 보험료를 동결해야 하는 갖가지 논리를 만들고 있다. 실적 잔치 때만 해도 장밋빛이었던 보험사의 미래가 보험료 인하 압박에 잿빛으로 변한 듯하다.

 

▷생보사들과 달리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보험료 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더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린이보험, 암보험, 치아보험 등을 박리다매로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더 유리하다고 봤을 뿐이다. 반면 생보사들은 장기 저축성보험, 종신보험처럼 만기가 긴 상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고 본다. 보험료를 일괄적으로 내릴 경우 고객 수가 늘어서 생기는 이득보다 건당 보험료 수입이 줄면서 생기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생보사의 자본 확충이 시급하며 가격은 기업의 자율에 맡길 영역”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 동결의 명분인 새 회계기준은 이미 2017년부터 예고된 제도다. 지금 생보업계와 당국의 태도는 5년 동안 상품 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소비자더러 부담을 떠안으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금리 등락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보험사, 이들을 감싸고도는 금융당국 모두 소비자가 빠진 한국판 관치금융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홍수용 논설위원, 동아일보(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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