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대 혐오 범죄’ 공천 기준, 당대표에게 적용한다면] ....
[민주당 ‘5대 혐오 범죄’ 공천 기준, 당대표에게 적용한다면]
[“출마” “불출마” “지역 바꿔 출마” 한 의원이 보여준 한국 정치]
[며칠 새 민주당에서 벌어진 혀를 찰 일들]
[이재명 私黨의 그림자]
[야당이 북한·노동에서 뻔한 말만 하는 이유]
[방탄 국회 열리자마자 외유 나간 민주당 의원들]
[마침내 시작된 이재명 재판, 대형 의혹의 진실 다 밝혀져야]
민주당 ‘5대 혐오 범죄’ 공천 기준, 당대표에게 적용한다면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의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성범죄, 음주 운전, 직장 갑질, 학교 폭력, 증오 발언을 ‘5대 혐오 범죄’로 규정하며 공천 심사 때 이와 관련된 도덕성을 집중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5대) 혐오 범죄를 저지른 인사는 국민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 중”이라며 “공관위 도덕성검증소위가 컷오프 대상으로 판단하면 내가 책임지고 컷오프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천 기준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엔 큰 걸림돌이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과연 이 기준에 적합하냐는 의문이다. 이 대표는 2004년 성남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구금된 후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0.158%면 심각한 만취 상태다. 이 대표는 2021년 관훈토론회에서 “음주 운전 경력자보다 초보 운전자가 더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 지사 시절에 도청 공무원을 자신과 배우자의 개인 심부름에 동원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당시 도청 7급 공무원은 매일 아침 이 지사가 벗어 놓은 속옷, 양말을 세탁기에 돌리고 와이셔츠는 세탁소에 맡기는 등 사적인 일에 동원됐다. 이 지사가 즐겨 쓰는 일제 샴푸가 떨어지면 판매처인 서울 청담동에 가서 사오기도 했다. 전형적 직장 갑질이다.
이 대표는 여성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형수에게 반복해서 했다. 성남시장 시절 인터넷에 “이 멘션(언급) 보고 기분 나쁜 님들, 그대들이 곧 강아지니라”와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이 대표의 전력에 대해 임혁백 위원장은 자신이 밝힌 5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임혁백 위원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 비리와 관련된 후보자에 대해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기 전까진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4년 전 21대 총선 때는 “하급심에서 재판 중인 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고 했던 데서 후퇴한 것이다. 임 위원장이 이 기준을 밝힌 것은 이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7개 사건에서 10가지 혐의로 재판받는 이 대표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체포 동의안이 청구됐던 노웅래 의원 등 현재 재판 중인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친명, 이젠 친문 핵심 노려... 지역구 표적 출마
-조선일보(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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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불출마” “지역 바꿔 출마” 한 의원이 보여준 한국 정치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시 중원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2/연합뉴스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하겠다며 어제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래 이 의원은 ‘30여 년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출신’임을 강조하며 지난 1년간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해 왔다. 지난 11일엔 정식으로 출마 회견도 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서대문갑 공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 열흘 만이었다. 그래 놓고 다시 하루 만에 지역구를 바꿔 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지난 11일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 차례나 섰는데 ‘출마’ ‘불출마’ ‘다시 출마’로 극과 극을 오갔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너무 심하다” “염치도 없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 의원이 아무 연고도 없는 성남중원을 택한 이유 역시 혀를 차게 한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은 민주당 비이재명계 윤영찬 의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의원에 맞서 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개딸’들의 지지를 업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천이 어려울 것으로 본 윤 의원은 탈당이 기정사실처럼 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현 부위원장이 성희롱 논란에 휘말려 공천 가능성이 낮아지자 윤 의원은 갑자기 탈당 대열에서 혼자 이탈해 당에 남았다. 함께 탈당하기로 했던 동료 의원들에 대한 배신이었다. 민주당 내에선 이런 윤 의원의 돌변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이수진 의원이 ‘내가 진짜 친이재명’이라며 “이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영찬 의원, 이수진 의원, 현근택 부위원장이 얽혀 벌어진 일은 이들 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신도, 원칙도, 신의도, 최소한의 염치도 없이 그저 금배지를 달겠다고 충혈된 눈으로 달려드는 부나방들의 아귀다툼, 바로 한국 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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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 민주당에서 벌어진 혀를 찰 일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 /이데일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9일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두 사람은 성희롱 발언을 한 친이재명계 현근택씨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이 대표가 심하게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자 핵심 의원은 곧바로 ‘공천 탈락’에서 ‘엄중 경고’로 조치를 수정했다. 거의 180도 뒤바뀐 것이다. 당 차원 윤리 감찰, 최고위원회의 징계 논의 등을 다 건너뛰고 당 대표와 측근 의원 둘이서 징계 수위를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당원 징계를 논의할 어떤 당직도 맡고 있지 않다. 이번 일을 보면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私黨)이 됐다”는 비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현씨는 최근 같은 당 정치인의 여성 비서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여성위원회가 엄중 조치를 요구할 정도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성범죄는 공천을 원천 배제하도록 돼 있다. 이 대표에겐 이 당헌·당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당헌·당규는 모두 고쳤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른바 ‘개딸’의 권한을 강화해 다른 당원들이 자신에게 도전할 생각조차 못 하게 했다. 당헌 당규가 있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이날 비이재명계 의원 3명은 “비정상 정치에 끌려가는 건 양심상 더는 못 하겠다”며 탈당했다. 정대철·문희상 등 원로들도 당 운영의 비민주적 행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갔다. 이낙연 전 대표도 11일 탈당한다. 그런데 누구보다 이 대표를 비판하며 비이재명계 의원 3명과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던 윤영찬 의원은 돌연 당 잔류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서 현근택씨의 도전을 받고 있었는데 현씨 관련 이 대표 문자 메시지가 폭로되며 현씨 대신 자신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생기자 태도가 돌변했다. 비이재명계의 탈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조차 그의 변심에 기막혀 했다.
우리나라 정당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비를 보조 받는 대신 민주적 내부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당내 민주주의’는 그냥 구호가 아니라 법에 정해진 것으로 각 정당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자기 금배지 보존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가 책무다. 그런 점에서 며칠 새 민주당서 벌어진 일은 혀를 차게 한다.
-조선일보(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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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親明 경쟁 후보 성희롱 논란에 탈당 직전 보류. ‘원칙과 상식’으로 시작해 ‘공천과 생존’으로 마무리.
-팔면봉, 조선일보(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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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私黨의 그림자
민주, ‘개딸’ 앞세운 홍위병식 압박전
자기 쇄신 없는 대여 투쟁은 역주행
정치권에서 여야는 다투지만 그 강도는 내부 계파 싸움에 못 미친다. 내부의 적에게 쌓인 앙금은 오래갔다. 옛 한나라당 시절 친이, 친박의 날 선 공방부터 과거 친노-비노 전쟁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싸운 뒤에도 뒤풀이를 하지만 같은 당내 파벌은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사정이 그렇게 보인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 같은 부결’로 끝나자 사실상 내전 상태로 들어갔다. 이 대표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강경파 지지자 ‘개딸’들은 비명 세력을 겨냥한 총공세에 나섰다. 친명 핵심들은 “배신자들의 반란”이라며 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이 대표가 “단합이 우선”이라고 자제를 요청해도 이중 플레이로 비치는 이유다.
배신자를 색출한다며 ‘살생부’ 명단이 나돌고, 의원실에 연락해 ‘심한 배신감이 드는 하루. 찬성표 맞는지 답을 달라’는 문자 폭탄도 쏟아졌다. 무기명 투표인데도 주눅이 든 의원들이 ‘가결표 안 던졌다’고 답하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당명을 바꿀 때도 ‘민주’ 간판은 꼭 살리던 정당에서 벌어지는 이런 장면이 정녕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 문화혁명 시절 홍위병들의 ‘비투(批鬪)’가 있었다. 마오쩌둥 노선에 반대한 내부의 적들을 공개 비판하면서 조리돌림도 서슴지 않았다. 그 어떤 반론이나 항변의 기회도 없이 벌어진 인민재판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무대는 길거리였지만 50∼60년이 지난 지금 사이버 공간으로 진화했다. 민주당 내전은 ‘비투’ 시즌2를 방불케 한다.
당원 중심주의. 친명 주류가 휘두르는 요술방망이다. 당원이라지만 사실상 친명 강경파들이 든든한 뒷배여서다. 몇몇 비명 의원은 공개적으로 맞서지만 상당수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친명 강경파들은 파상 공세다. 대표 거취 결정을 위한 전(全) 당원 투표를 비롯해 ‘개딸 여론조사 공천 반영’ 등 카드까지 거론하고 있다. 비명계를 이끌 만한 구심점이 없고, 당의 기반인 호남 표심이 버텨준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대선에서 졌으면 왜 졌는지 원인부터 진단하고, 새롭게 정비하는 ‘뉴 플랜’을 준비하는 게 상식이다. 김대중(DJ)도 ‘뉴DJ 플랜’으로 전면 쇄신에 나섰고, 문재인도 중도층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강경파들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논리에만 기댄 채 거꾸로 갔다. 압도적인 당심을 무기로 개딸이 총대를 멨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대표의 인천 보궐선거 출마를 시작으로 당 대표 선출, 친명 일색 지도부에 이어 당헌 80조(기소 시 직무정지) 무력화까지 일사천리였다. 누가 봐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대비한 행보였다. ‘이재명=민주당’이라는 이재명 사당(私黨)의 그림자는 짙어져 갔다.
야당은 집권세력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수권역량을 키우는 반대당(opposition party)이다. 동시에 자기 쇄신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당에선 두 날개 중 한 날개가 꺾였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대선 자금 수사 직후 천막당사로 옮겼고,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당 소속 의원들을 공천비리 의혹으로 노무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결기를 보였다.
체포동의안 사태 이후 개딸들의 입당 러시는 이어지는데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친명 당원들의 결집이 국민들의 신뢰 기반을 허무는 역설이다. 이 대표 측의 강력한 대여 투쟁과 비명계 공격이 당 지지율의 발목을 잡는 이유를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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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북한·노동에서 뻔한 말만 하는 이유
[朝鮮칼럼]
견결·총화 낯선 북한 말.. 은연중 쓰는 586
북한과 노동.. 화석처럼 굳은 사고
친명, 반명은 권력투쟁.. 근본 변화 나설 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참모들이 준비한 발언 자료를 많이 고친다고 한다. 발언에 흐트러짐이나 사고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원고 없이 “국민과 견결(堅決)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즉흥 발언이었다. ‘견결’이 낯설었던 현장 기자들은 ‘박홍근, 격렬하게 싸울 것”이라는 속보를 썼다. 당 공보국은 “격렬이 아니라 견결”이라며 수정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자들의 문해력 탓일까. ‘견결하다’는 의지나 태도가 굳세다는 뜻으로 국립국어원 사전에도 나와 있지만 일상에선 안 쓴다. 보통 ‘굳세다, 꿋꿋하다’라고 한다. 남북 언어 차이를 가르치는 ‘우리말 통일사전’에는 ‘견결하다는 굳세다는 뜻의 북한 말’로 돼 있다. 즉흥 발언에서 견결하다고 말한 것으로 짐작하건대 일상에서도 사용하는 것 같다. 전대협 간부를 지낸 다른 중진은 자신을 ‘견결하다’고 평했다.
북한 헌법에는 “후대들을 사회와 인민을 위해 투쟁하는 견결한 혁명가로 키운다”는 문구가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영토 완정을 견결히 수호하려는 중국 정부를 지지한다”고 했고, 김정은도 김정일 사망 7주기에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해 견결히 투쟁해왔다”고 말했다. 탈북민은 “북에선 견결하다는 말을 모르면 간첩이지만, 남한에선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북한 말 중 하나가 ‘총화’다. 전체 화합을 뜻하는 총화는 ‘총화단결’ 이럴 때 쓴다. 그러나 북에서는 ‘사상총화’ ‘생활총화’처럼 상호 비판, 자아 비판을 뜻한다. 대학 때 선배들이 총화 시간을 갖자고 해 술 마시는 단합회인 줄 알았는데 밤새워 반성 토론을 했다. 그 뒤로 ‘총화의 자리’를 멀리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신의 한 의원은 라디오에서 북의 대남 정책 변화를 설명하며 “대남 기관들의 총화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식으로 정확하게 쓴 것이다.
주사파 이야기가 아니다. 기자가 만난 상당수 운동권 정치인은 혁명을 일으켜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하겠다는 과거 생각에서 멀어졌다. ‘강철서신’의 김영환처럼 사상 변화를 공개적으로 밝히면 좋겠지만 이를 강요할 필요도 그럴 수단도 없다. 대신 자신의 말과 정책을 통해 변화를 증명하면 된다. 그런데 아직도 북핵을 자위권으로 이해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친일·매국으로 규정하고,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모습에서 진화하지 못한 ‘퇴화 흔적’을 읽는다. 견결,총화 같은 말도 이런 ‘흔적’이다. 변한 것도 안 변한 것도 아니고 어정쩡하다.
북한 문제처럼 ‘반란표’ 없는 또 하나가 노동이다. 민주당은 아직도 ‘탐욕스러운 자본과 힘없는 노동’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년마다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가져온 악법을 만들었다. 이 문제를 알면서도 비정규직법 개정에 나서자는 ‘반란표’가 없다. 비정규직이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기업의 숨통도 틔워주는 일인데도 말이다. 민주노총 대변인 역할에 매몰돼 2030들이 왜 새로운 노조 운동에 나섰는지 이해할 수도 없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에서 ‘반란표’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는 내부 권력투쟁일 뿐 변화의 몸부림이 아니다. 친명, 비명 대립은 과거 여권의 친이, 친박처럼 그들만의 권력투쟁이다. 집권을 위해 변화하려면 화석처럼 굳은 북한과 노동에서 이탈표와 돌연변이가 쏟아져야 한다. 그간 돌연변이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때마다 변절자로 몰아 추방했다. 고민하지 않는 자들이 속 편하게 사는 방법이 생각의 감옥에서 탈주하려는 사람을 변절자로 낙인찍기다. 최근 문재인 정부 핵심 참모가 “김정은이 6•25 남침에 대해 사과하는 용기를 내라”는 글을 썼다. 그러나 이 ‘반란표’는 민주당 진영에서 아무 호응도 얻지 못했다.
다윈의 진화론 핵심은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이 아니라 돌연변이다. 강하거나 다수종이어서 산 게 아니라 변해서 살았다. 안 봐도 뻔한 정당은 뻔하게 진다. 이 말은 여당에도 적용된다. 야당이 고통스러운 돌연변이 없이 ‘포스트 이재명’의 얼굴만 바꾸려 한다면 당내 투쟁에서도 패배하고 국민에게도 외면받게 될 것이다. 답은 이재명 저 너머에 있다.
-정우상 정치부장, 조선일보(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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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국회 열리자마자 외유 나간 민주당 의원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관련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2023.2.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3·1절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놓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해외로 나갔다고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에도 “산적한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공휴일 개회를 강행했다. 하지만 1일 국회는 종일 비어 있었다.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법안을 처리할 본회의는 23·30일로 잡혀 있다. 그사이 의원 30여 명이 해외로 나간 것이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20여 명은 2일 베트남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모임 대표 강훈식 의원은 “당의 진로, 총선 준비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비로 간다”고 했다.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국회를 열어 놓고 왜 당의 진로와 총선 준비를 논의하나. 그것도 베트남까지 가서 해야 하나. 같은 계파끼리 친목 도모를 위한 외유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청래 위원장과 고민정·조승래 의원 등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한다며 출장 중이다. 이동통신 분야 주요 전시회여서 참관해야 한다고 하지만 같은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가지 않았다. 민주당 안민석·무소속 윤미향 의원도 3·1절을 맞아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8일부터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순방을 떠난다고 한다. 이럴 거라면 왜 국회를 열었나.
민주당 지도부가 굳이 3·1절부터 국회를 연 것은 이 대표 방탄에 단 하루의 빈틈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되고 단 하루도 국회 문을 닫은 적이 없다. 민주당은 지난 1월에도 굳이 열 필요가 없었던 임시국회를 열었다. 그때도 국회를 닫으면 민생이 파탄 날 것처럼 하더니 소속 의원 20여 명이 무더기로 외유를 나갔다. 이제는 방탄국회라는 지적을 들어도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민생을 위해서’라는 거짓말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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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작된 이재명 재판, 대형 의혹의 진실 다 밝혀져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대장동 비리 의혹 등 이 대표에 대한 각종 수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의 출석이다. 첫 재판은 이 대표가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받다 극단 선택을 한 고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대표 변호인은 이 대표가 김씨를 몇 차례 만났더라도 ‘알지 못했다’고 한 것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를 몰랐다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몇 번을 만났어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김씨가 극단 선택을 한 것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김씨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고, 김씨와 대장동 사건의 총책임자인 이 대표는 어떤 관계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대표 말대로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김씨가 대체 왜 극단 선택까지 했느냐는 것은 상식적 의문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휴정 후 재개된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3.03.
이 대표는 나중에 김씨와 함께 해외 출장을 갔고, 골프까지 한 사실이 나오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선 성남시장 시절 김씨에게 수차례 대면 보고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사람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 관계인데도 ‘알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국민 상식과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 이 대표의 ‘모른다’는 해명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그 해명과 다른 정황이 드러났다. 쌍방울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해외로 도피했던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압송되자 “누군가 술 먹다가 (김 전 회장) 전화를 바꿔줬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빠져나갈 여지를 만드는 발언이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여러 차례 통화했으며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이 대표 방북을 위해 300만달러를 북에 보냈다는 진술도 했다. 쌍방울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북에 돈을 보냈다. 내복 하나 사 입은 인연밖에 없는 관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이 대표는 이전에 경기지사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발언을 해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지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TV 토론에선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황당한 대법원 판결이었다. 그런데 또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 사회가 거짓말에 관대하고 정치인의 거짓말은 흔하지만 이 대표는 너무 많은 사건에서 너무 많은 거짓말 의혹을 받고 있다. 극단 선택을 한 김문기씨를 ‘모른다’는 이 대표 말의 진위가 단순히 한 사건이 아닌 이유다. 이 대표 의혹이 시작된 이후 직간접 관련자가 사망한 사례가 3건에 달한다. 이 사건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재판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앞으로 이 대표 재판은 본류인 대장동 사건과 백현·위례 사건, 성남FC 사건 등으로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체포 동의안이 다시 제출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정치가 요동치게 된다. 민주당은 이 문제에 내내 끌려다녀야 되고 국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개인의 의혹이 일파만파를 만들고 있다.
-조선일보(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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