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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뒤 화성에 태극기?] [슬기로운 화성 생활] ....

뚝섬 2024. 6. 1. 06:49

[21년 뒤 화성에 태극기?] 

[슬기로운 화성 생활]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21년 뒤 화성에 태극기? 

 

2018년 2월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팰컨 헤비 로켓으로 테슬라의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실어 태양 궤도에 띄웠다. 이 희한한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거주할 우리 후손들이 우주를 떠도는 로드스터를 가져다 화성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화성 이주의 꿈을 담은 퍼포먼스인 셈이다. 현재 로드스터는 지구에서 1억㎞, 화성에서 3억㎞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고 한다.

 

▶인류의 첫 화성 탐사선은 1960년 옛 소련의 마스닉 1호였지만 발사 실패로 끝났다. 1965년 미국 매리너 4호가 처음으로 화성에 접근했을 때도 궤도 진입은 못 했다. 1976년 미국 바이킹 1호의 화성 첫 착륙 이후 우주 선진국들이 20여 차례 무인 탐사선을 보냈지만, 임무 성공률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은 ‘인류의 화성 이주’를 목표로 내세우고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5310만~4억㎞로 달라진다. 태양을 도는 공전 주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점이 지구~화성 간 ‘지름길’이 열리는 때다. 이 시기를 잡아도 8개월이 걸리고, 이때를 놓치면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나흘 만에 달에 도착해 인류 첫 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11호(1969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유인(有人) 탐사가 어려운 이유다.

 

▶최단 항로로 가더라도 화성 도착 전에 우주선 안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우주 방사선 노출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우주 방사선을 장기간 쬐자 뇌의 신경세포가 심하게 손상돼 이상 행동을 보였다. 방사선을 막아내고 화성 상공에 이르더라도, 번지 점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험이 남아 있다. 화성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해 궤도 진입 속도가 시속 1만㎞ 이상이다. 그 마찰열을 견뎌내야 한다.

 

▶이렇게 위험한데 인류가 화성 이주의 꿈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고,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과정까지 가는 도전이 주는 열매일 것이다. 2021년 화성 무인 탐사를 성공시킨 아랍에미리트 책임자는 “아랍 청년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 정신을 가지게 하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정부가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는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허황돼 보이기도 하지만 도전 자체가 줄 열매가 클 것이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 조선일보(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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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화성 생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토탈 리콜’의 무대는 2084년 인류가 화성에 만든 대형 식민 기지다. 그런데 기지 공기를 지구처럼 만드는 장치의 통제권을 쥔 식민지 독재자가 자기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하 세계로 내몬다. 쫓겨난 이들은 화성의 유독한 대기를 마셔 돌연변이를 앓는다. 반란군 지도자가 오래전 외계인이 화성에 설치한 대기 제조 장치를 찾아내 작동시키면서 화성 전체가 비로소 파란 하늘과 산소가 풍부한 대기를 갖게 된다.

 

▶화성에서 인류가 살려면 대기 말고도 여러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화성은 영하 60도에 이르는 저온도 문제지만, 지구와 달리 행성 자기장을 만들지 못해 전자파로 범벅이 된 태양풍을 그대로 맞는다. 대기 95%는 이산화탄소다. 살인적 모래 폭풍은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고 기온을 단숨에 50도나 떨어뜨린다. 방사선도 지구의 50배나 돼 사람이 3년만 거주하면 평생 허용되는 방사선량을 초과한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은 이런 화성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탐색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모래 폭풍에 휩쓸려 낙오한 남자는 다음 탐사팀이 올 때까지 4년을 버티기 위해 과학 지식을 총동원한다. 유독한 과염소산염으로 가득 찬 흙을 가져다 해독해 미니 농지를 만들고, 실험용 농작물 중 가장 빨리 자라는 감자를 골라 심는다. 우주선 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태워 물도 만든다. 지구와 교신도 시도한다. 평균 2억3000만㎞라는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20분 통신 지연으로 애를 먹는 장면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일론 머스크는 2000년대 초부터 인류의 화성 이주 가능성을 타진했다. 2029년 화성에 첫발을 디디고 2050년까지 자급자족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화성 극지방에 핵폭탄을 터뜨려 지표면 온도를 인간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엔 비록 실패했지만 인류를 화성에 실어 나르는 우주선도 두 번 발사했다.

 

▶NASA(미항공우주국)도 동참했다. 지난해에 이어 다음 달 2일까지 화성 거주 모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다. ‘마션’ 주인공처럼 과학자여야 선발된다. 식사와 통신을 극도로 제한하는 등 실제 화성 개척에 나설 이들이 겪을 어려움을 미리 알아보려는 목적이다. 인류는 밀랍 날개를 달고 하늘에 올랐던 이카로스처럼 실패를 거듭하며 우주에 도전하고 있다. 달을 정복한 것처럼 언젠가 화성도 인류 영토로 만들 날이 올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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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2년간 15㎞ 이동하며 화성의 생명체 흔적 찾고 있어 

 

'우주, 최후의 미(未)개척지.'

1966년 처음 전파를 탔던 SF 시리즈 '스타트렉'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을 단 한 문구로 표현합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 문구는 여전히 지구 밖을 향하는 인간의 도전을 상징합니다. 인류는 제2의 지구가 될지도 모르는 화성으로 시선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 선두에는 2년 전 착륙에 성공한 뒤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화성 탐사 로버(차량)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2020년 7월 30일(미국 동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아틀라스 V 로켓에 실려 지구를 떠난 퍼서비어런스는 6개월이 넘는 여정 끝에 이듬해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합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의 뒤를 잇는 네 번째 이동형 화성 탐사 로버입니다. 큐리오시티 이후 발전한 최첨단 지구의 기술을 싣고 화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은 퍼서비어런스 착륙 2주년을 기념하며 그동안 이뤄낸 업적을 정리했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2021년 착륙한 이후 2년 동안 약 15㎞를 이동했습니다. 바퀴 여섯 개를 이용해 최대 시속 25㎞까지 낼 수 있는데,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주변 환경을 꼼꼼히 탐색해 정보를 모으며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무게가 1t이나 되는 데다, 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하는 곳을 모두 갈 수 없습니다.

그 단점은 소형 드론 기술을 이용해 극복했습니다.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드론 '인저뉴이티(Ingenuity)'는 1.8㎏에 높이가 49㎝인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입니다. 지구보다 희박한 화성 대기에서도 날 수 있도록 회전날개는 1분에 2500번 돌도록 설계했습니다. 일반 헬리콥터의 회전날개가 분당 250~ 600회 회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빠른 겁니다.

지금까지 화성 탐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앞으로 진행할 탐사 계획을 돕습니다. 퍼서비어런스에는 화성의 흙이나 자갈, 대기 중 먼지 같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시료 용기 38개가 있습니다. 이 중 18개는 지표에 있는 먼지나 자갈·암석을 담았습니다. 나머지는 화성 대기를 채집하고 있는데요. NASA는 퍼서비어런스를 계획하면서 이 시료 용기를 지구로 갖고 돌아오기 위해 2027년, 2028년 두 차례 탐사선 발사 계획을 함께 세웠습니다. 2033년 시료는 지구에 도착합니다.

지난 2년의 업적

퍼서비어런스는 2년 동안 그동안 알지 못했던 화성의 모습을 지구로 전달해왔습니다.

① 2021년 9월 암석을 뚫고 시료 채취에 성공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한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는 과학자들이 고심 끝에 선정한 착륙 위치입니다. 화성 탐사의 중요한 목적은 과거 화성에서 살았던 생명체가 있는지, 어떤 생명체가 살았는지 찾아내는 일이거든요. 이곳에는 30억~40억년 전에 강물이 흘렀을 것으로 보이는 네레트바강 삼각주 지대가 있지요. 퍼서비어런스는 이 삼각주 하부 지역에 무사히 착륙했고, 2021년 9월 처음으로 암석을 뚫고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합니다.

② 2022년 4월 화성의 소리 공개

그동안 화성 탐사는 무성 영화를 연상케 할 만큼 눈에 보이는 탐사 위주로 공개됐습니다. 소리를 녹음하려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퍼서비어런스에 와서야 성공합니다. 화성에서 전달되는 소리의 특성은 퍼서비어런스가 암석을 분석하고 채집하는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로봇팔에 있는 '셜록'이 레이저로 바위를 쏠 때 나는 소리나 인저뉴이티가 날아가는 소리 등이 녹음됐지요. 화성의 음속은 초속 240m로 지구의 3분의 2 수준이며, 고음은 저음보다 음속이 빠르지만 멀리 퍼지지는 못합니다. '레이저로 바위를 쏠 때 나는 소리나 인저뉴이티가 날아가는 소리 등이 녹음됐지요. 화성의 음속은 초속 240m로 지구의 3분의 2 수준이며, 고음은 저음보다 음속이 빠르지만 멀리 퍼지지는 못합니다.

③ 2022년 9월 유기물 대규모로 발견 발표

화성에서 대규모 유기물을 발견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가능성이 없다면 NASA에서 25억달러나 투자할 리가 없겠지요?

강 하구에 퇴적물이 쌓이는 삼각주는 지구에서도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상류에서부터 비옥한 토지 덕에 식물이 잘 자라고, 더불어 동물도 모여듭니다.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지난해 퍼서비어런스가 발견한 삼각주 퇴적암 지역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기물은 과거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생명 활동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서 실제 단서를 찾은 것이기 때문이죠.

④ 2022년 12월 화성의 회오리바람 소리 공개

화성은 사막 행성입니다. 물이 없고 마른 땅에 모래와 암석이 바람에 날립니다. 먼지가 많아 바람이 불 때면 바람을 따라 먼지 회오리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퍼서비어런스가 회오리바람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녹음된 소리는 폭은 25m, 높이는 118m짜리 회오리의 소리로 추정됩니다. 육안으로 보이는 회오리 외에도 중심부에 먼지 구름이 더 있다는 것도 발견됐죠.

과학자들은 왜 화성의 소리에 주목하는 것일까요? 대기의 움직임은 화성의 기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구에서 날씨가 좋을 때 로켓을 발사하는 것처럼, 화성에 날씨가 좋을 때 탐사선을 착륙시킬 수 있게 되는 거죠. 게다가 바람에 날리는 입자들이 지구에서 보낸 기기를 망가뜨릴 수 있기에 화성의 환경을 꾸준히 연구해야 한답니다.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기획·구성=안영 기자, 조선일보(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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