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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무기] [한방에 드론 격추 “가성비 높인 게임체인저”] ....

뚝섬 2024. 3. 18. 06:10

[레이저 무기]

[레이저 한방에 드론 격추 “가성비 높인 게임체인저”]

[“드론만 제발 띄우지 말라”]

[바이락타르, 한 엔지니어가 바꾸는 국운]드론만 제발 띄우지 말라”] 

 

 

 

레이저 무기 

 

지난해 하와이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미국에서는 ‘레이저’가 화재 원인이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로 퍼졌다. 무장 단체가 산을 겨냥해 레이저를 발사해 불이 났다는 소문이었다. 1960년 당시 미국 휴즈 연구소의 연구원 시어도어 메이먼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원자에 빛 에너지를 가하면 더 강한 빛을 낼 수 있다는 이론에 착안해 광자(光子·빛의 입자)를 생성하고 증폭해 쏘는 장치를 개발했다. 영어 약자로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증폭’을 뜻하는 ‘레이저(LASER)’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훨씬 전부터 공상과학(SF) 소설에서 광선총이 등장했다. 1898년 나온 H. G.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에서 지구를 침공한 화성인들은 번개처럼 빛을 내며 상대를 태워버리는 히트레이(Heat Ray)라는 무기를 쓴다. 오늘날 레이저 무기로 대표되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의 첫 구상으로 평가받는다. 광선검을 선보인 스타워즈를 비롯해 SF 영화에서도 레이저 무기는 단골 소재다.

 

프레젠테이션 때 쓰이는 저출력 레이저의 초록색 포인터와 달리, 군용 레이저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고출력 레이저를 기반으로 한다. 수술이나 용접 같은 의료·산업용으로 쓰이던 고출력 레이저가 기술 발달로 먼 거리까지 표적할 수 있게 되면서 무기의 영역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 국방부가 레이저를 발사해 공중의 무인기를 타격하는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약 1㎞ 밖의 100원 동전 크기 표적을 맞힐 수 있고, 한 발 쏘는 데 1만7000원밖에 들지 않는다. 전력이 공급되는 한 계속 발사할 수 있어 레이저 무기는 ‘무한 탄창’으로 불린다. 이미 미 육군은 50kW(킬로와트) 레이저를 보병 전투 차량 일부에 시범 장착했고, 해군도 구축함에 60kW 레이저 무기를 달았다. 러시아와 중국도 앞다퉈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 무기의 한계는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 공군의 항공기 장착용 레이저 무기는 1MW(메가와트) 이상 출력이 필요하다. 전자레인지(1kW)보다 1000배 강한 출력이다. 전장에서 지속적 전원 공급이 쉽지 않은 점과, 엄청난 폐열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레이저 빔을 산란시키는 비·안개 같은 기상 상황도 변수로 작용하고, 움직이는 표적에 수 초 이상 레이저를 맞혀야 하는 점도 한계다. 그럼에도 레이저가 방공 무기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 떼처럼 등장한 무인기 자폭 때문이다. 21세기 ‘가미카제’와 레이저 무기의 한판 승부가 멀지않았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 조선일보(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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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한방에 드론 격추 “가성비 높인 게임체인저”

 

英 ‘1발 1만7000원’ 신무기 공개
1km 밖 100원 동전 맞힐수 있어
기존 요격미사일 1발 수십억 넘어
“기상 악화땐 효과 떨어져” 지적도

 

영국 국방부·국방과학기술연구소 X 캡처


‘1발 1만7000원’에 드론 요격, 英 레이저 신무기 공개 

 

영국 국방부가 스코틀랜드 영국군 시험장에서 요격용 신무기 ‘드래건파이어(Dragonfire)’로 레이저를 발사해 적의 무인기(드론) 등 공중 표적을 타격하는 시연 영상을 11일(현지 시간) 공개했다(큰 사진). 이 무기에서 표적인 포탄을 겨냥해 10초가량 레이저를 쏘니 금속이 녹으며 관통하는 구멍이 뚫렸다(작은 사진). 영국 측에 따르면 레이저를 한 번 쏘는 데 10파운드(약 1만7000원)에 불과해 방공 체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이 10파운드(약 1만7000원)면 적의 무인기(드론)를 격추할 수 있는 레이저 신무기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요격 미사일 1발의 가격이 통상 수십억∼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방공 체계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11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레이저를 이용한 무기인 ‘드래건파이어(Dragonfire)’의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이 무기는 영국이 올 1월 발표한 레이저 지향 에너지 무기(LDEW)로, 에너지가 담긴 고출력 레이저를 빛의 속도로 발사해 목표물을 타격한다. 목표물에 10초가량 레이저를 쏘면 관통되는 방식이다. 드래건파이어는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기술연구소와 유럽 최대 미사일 제조사인 MBDA 등이 1억 파운드를 투자해 개발했다.

영상은 올 1월 영국 스코틀랜드의 영국군 시험장에서 찍힌 것으로, 지상에서 발사된 레이저가 공중에 떠 있는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레이저가 상공의 목표물에 도달하는 데에는 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국방부는 “(드래건파이어는) 공중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방공 체계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소개했다.

 

영국 국방부가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레이저 무기 ‘드래건파이어(Dragonfire)’의 모습. 에너지가 담긴 고출력 레이저를 목표물을 향해 10초가량 발사해 타격하는 방식이다. 전자 광학 카메라(왼쪽 원)를 통해 목표물을 포착 및 추적해 레이저를 발사한다. 영국 국방부 X 캡처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드래건파이어는 1km 떨어진 곳에서 1파운드짜리 동전(100원 크기와 비슷함)을 맞힐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사거리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한 발에 10초 정도 레이저를 쏘는 데 드는 비용은 10파운드에 불과하다. 미 해군이 드론 등을 격추하는 데 사용하는 미사일 SM-2의 한 발당 가격인 200만 달러(약 26억 원)보다 최소 15만분의 1로 저렴한 셈이다. 국방부는 “장기적으로 현재의 요격 미사일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도 레이저를 이용한 무기를 개발해 왔지만 아직 실전에 배치하진 않았다. 이에 레이저 무기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CNN은 13일 “비, 안개, 연기는 레이저를 산란시키고 효과를 약화시킨다”, “움직이는 표적에 10초 동안 고정해 쏴야만 관통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또 레이저 무기 특성상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키기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과 레이저 충전 문제 등도 한계라고 CNN은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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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만 제발 띄우지 말라”

 

지난해 7월 이른 아침 테러 단체 알 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의 은신처 발코니에 잠시 나왔을 때였다. 갑자기 상공에서 나타난 미군 드론에서 발사된 ‘닌자 미사일’ 헬파이어에서 6개의 칼날이 펼쳐지며 그를 덮쳤다. 알자와히리는 즉사했다. 그의 가족들이 같은 건물에 있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드론 대 드론의 전쟁’으로 불린다. 양측 모두 드론을 주요 무기로 사용, 우크라이나 상공엔 매일 수 백대의 정찰·공격용 드론이 날아다닌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가 “매달 1만대 가량의 드론이 쓰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약 500달러, 50㎝ 크기의 ‘가미카제’ 드론을 많이 쓴다. 러시아는 작전 반경 약 2000㎞의 이란산 자폭용 무인기 샤헤드-136 드론을 주로 활용한다. 양측 모두 적군 탱크가 움직이면 5분 내에 드론을 띄운 후, 3분 내에 공격한다고 한다. “기갑부대가 질주하던 전쟁은 끝났다”는 평이 나온다.

 

▶중견 국가 중에서 ‘드론 시대’를 가장 잘 예측한 나라로는 단연 튀르키예가 꼽힌다. 튀르키예는 이스탄불대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바이락타르가 20대부터 개발한 무인기를 2014년 실전 배치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스텔스 무인전투기 ‘크즐레마’는 터보 제트엔진을 장착, 공대공 전투까지 가능하다. EU 시민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증, 러시아군이 쩔쩔매는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도 튀르키예가 만든 것이다.

 

▶미국의 드론 기술은 퀀텀점프를 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호크, 프레데터에 이어 지난 9월 AI를 탑재한 무인 전투기 ‘XQ-58A 발키리’의 시험 비행 성공을 선언했다. 항속거리가 약 4000㎞인데, 제작비는 3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이 장점. 발키리는 유인기 F-35, F-22 와 한 팀이 되어 활동하다가 적진에 먼저 들어가 정찰하며 자체적으로 레이더망 파괴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인질 석방 협상에서 ‘가자지구 상공에 감시 드론 띄우기 중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드론을 통해 하마스의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파악, 공격해대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9·19 군사 합의로 군사분계선 기준 서부 10㎞, 동부 15㎞까지 우리 군은 무인기도 띄울 수 없다.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북측도 “드론만 제발 띄우지 말아 달라”고 매달렸던 모양이다.

 

-이하원 논설위원, 조선일보(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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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락타르, 한 엔지니어가 바꾸는 국운

 

[양상훈 칼럼]

튀르키예를 깜짝 드론 강국으로 만든 한 명의 엔지니어
우리 ‘바이락타르’들도 병원과 약국만 아닌 산업 현장에 있어야

 

북 무인기 도발을 보면서 북한에 바이락타르 같은 청년이 아직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셀추크 바이락타르는 올해 44세의 튀르키예(옛 터키) 엔지니어다. 셀추크는 튀르키예 민족의 이름이자 옛 국명이고, 바이락타르는 ‘기수’라는 뜻이라고 한다. 민족의 기수’라는 이름인 셈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공 분야 정밀 기계 가공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술은 있었지만 하도급을 하는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터키에서 제작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지난해 8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열린 독립일 기념 퍼레이드의 예행연습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레이저 유도 폭탄을 장착한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초기 놀라운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2022.3.18 /AP 연합뉴스

 

바이락타르는 이스탄불 공대에서 전자 통신 공학을 전공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무인 항공기 분야를 공부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국에 돌아와선 아버지에게 업종 자체를 무인 항공기로 바꾸자고 설득했다. 아버지는 세상이 무인 항공기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아들의 말을 받아들였다. 온 세계를 놀라게 한 바이락타르 무인기 신화의 시동이 걸린 것이다. 바이락타르가 서른 살이 되기 전이다.

 

당초 튀르키예군은 무인 정찰기와 공격기의 성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처음으로 ‘프레데터’라는 무인 공격기를 사용하는 정도였으니 튀르키예군이 바이락타르의 말과 기술력을 믿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쿠르드족 탄압을 이유로 미국이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급해진 튀르키예군은 2014년 바이락타르의 무인기를 채택하고 대량 배치하기 시작했다. 2년 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딸과 결혼하기도 했다.

 

바이락타르라는 이름은 캅카스 지역 작은 나라들이 벌인 전쟁을 통해 뜻하지 않게 전 세계에 알려졌다. 2020년 아르메니아군은 숙적 아제르바이잔의 공격을 예상하고 분쟁지 곳곳에 방어 거점을 만들어 나름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바이락타르 TB2 무인 공격기가 한꺼번에 날아들면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아르메니아는 2차원 전쟁을 준비했는데 3차원 공격을 받은 것이다무인기로 승패가 완전히 갈리자 군사 전문가들은 이 작은 전쟁을 세계 전사를 바꾼 전쟁으로 평가한다. 그 주역이 바이락타르였다.

 

바이락타르보다 뛰어난 엔지니어는 많다. 그가 남들과 다른 것은 바뀌는 세상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비전과 그 비전을 실천할 열정과 창의성이다. 바이락타르 무인기의 핵심 부품 상당수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엔진, 정찰 카메라, 통신 장치 등은 외국제다. 하지만 이런 부품들을 절묘하게 조합해 값싸고 실용적인 무인기를 만들어냈다.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무인기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탱크, 포, 장갑차, 레이더들을 족집게처럼 파괴했다. 심지어 러시아군 헬리콥터까지 격추했다.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 격침 작전에서도 공을 세웠다. 우크라이나 가수는 ‘바이락타르’라는 노래를 작곡했고, 많은 국민이 애완견 이름을 바이락타르라고 지었다. 유럽인들은 모금 운동을 벌여 바이락타르 무인기를 우크라이나에 기증했다.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는 바이락타르에게 국가 훈장을 수여했다. 훈장 아니라 더한 것도 주고 싶을 것이다.

 

바이락타르는 돈 이상의 것을 추구하고 있다. 튀르키예 안보에 누구보다 헌신한다. 튀르키예는 F-35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할 소형 항공모함을 구입했는데 미국이 F-35 판매를 거부했다. 그러자 바이락타르는 이 항모에 탑재할 무인 공격기 버전을 만들었다이 경항모는 세계 최초의 무인기 전용 항모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모두 프로펠러 무인기였다. 바이락타르가 무인 제트전투기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필자는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정도의 기술까지는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최근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바이락타르는 이 무인 제트전투기를 항모에 탑재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이 말도 믿지 않을 수가 없다. 튀르키예가 드론(무인기) 강국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의 모험 정신과 두려워 않는 용기, 과감한 실천력 앞에 놀랍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다. 바이락타르는 제트 무인기 시험 비행에 성공하고 “국가적 드론 모험에서 20년의 꿈이 오늘 실현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 엔지니어의 모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제 청소년 과학 교육과 상업용 드론,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반도체학과 합격생 69%가 등록을 포기하고 의대로 간다는 뉴스가 있었다. 의료는 중요한 분야이지만 나라를 지키고 국운을 개척하는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1997년 외환 위기 사태 이후 자격증을 숭배하는 한국식 인력 왜곡은 정도가 너무 심해져 거의 병적으로 되고 있다. 바이락타르보다 뛰어난 인재가 많아도 다 병원과 약국에 있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학교와 기업, 사회, 정부 모두 생각해야 할 문제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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