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서독은 끝까지 동독의 2국가 체제 요구를 거부했다] ....

뚝섬 2024. 1. 24. 09:04

[서독은 끝까지 동독의 2국가 체제 요구를 거부했다]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

[남풍(南風)에 흔들리는 북한의 생존전략] 

[北이 핵이냐 생존이냐 택하도록 안보국론 결집해야] 

[“김정은 제거, 언제든 가능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서독은 끝까지 동독의 2국가 체제 요구를 거부했다

 

[朝鮮칼럼]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급변 사태 때 우리 개입 근거 없어
좌우 모두 통일 포기 요구해도… 정부, 이럴 때일수록 중심 잡아야
2500만 동포 희망 박탈할 건가… 중대한 결정 졸속으로 하면 안 돼

 

김정은이 작년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와 통일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의 정식 국호를 사용하면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의 폐지를 결정하고 북한의 영토 범위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한 개헌 의지도 밝혔다. 이는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전면 부정하고 두 개의 주권국가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3대에 걸쳐 일관되게 견지해온 ‘하나의 조선’ 원칙에 입각한 통일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남북 간 체제 경쟁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과 흡수통일에 대한 실존적 공포심에 있다. 남북이 서로 주권국가로 인정하면 통일의 명분이 없어지고 수단과 방법도 대폭 제약되므로 흡수통일을 막을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김정은 연설의 행간에는 ‘우리는 이제 적화통일이든 평화통일이든 다 포기할 테니 당신들도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을 포기하라’는 속내가 읽힌다.

 

우리는 자유 민주 체제에 의한 통일을 당연시하고, 핵무장한 북한에 대한 억지와 방어 차원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강화하고, 심지어 참수 작전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만, 김정은에게는 정권 종식을 겨냥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자유분방한 한국의 대중문화도 체제를 위협하는 악성 ‘바이러스’로 인식되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제정하여 한류의 유입을 중형으로 다스려야 하는 정권에는 어떤 통일이든 한류 ’바이러스’의 수문을 여는 것이고, 그 홍수가 종국에는 김정은 체제를 삼킬 악마로 보일 것이다.

 

김정은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 운운한 부분만 보면 평화통일 대신 무력 적화통일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착각하기 쉬우나 이는 한미 양국의 “북침 도발 책동”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적화통일을 위한 핵 선제 사용이나 남침은 북한 체제의 종말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사실을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적화통일이 아무리 중해도 정권의 존속보다 우선할 수는 없고 생존을 희생하면서 추구할 만한 가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주눅 들고 불안할수록 허세를 부리고 언행이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고 말로는 못할 짓이 없다. 그러나 아직은 선제 핵 공격으로 장렬한 집단자살을 시도하기 보다는 변신을 통한 생존에 희망을 거는 것 같다.

 

적화통일이나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평화통일이 불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 흡수 통일될 ‘위험성’만 더 높아진다면 통일을 아예 포기하고 2국 체제로 가는 것이 북한에게는 실리적 선택이다. 그러나 통일의 결정적 기회가 오더라도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재앙이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 관계를 국가 관계가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은 남북이 상대방을 무제한의 자치권을 보유한 지방정부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이는 북한이 자치 능력을 상실할 경우 대한민국이 중앙정부의 자격으로 자치권을 회수하고 직할 통치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1991년 9월 유엔 동시 가입으로 남북이 국제적으로는 별개의 주권국가로 공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간에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북한 안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때 제3국의 시비를 차단하고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국제법상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는 자위권의 범위를 벗어난 군사 개입이 불가능해지고, 대량학살 중단과 인도적 참사 수습을 위해 우리가 개입하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에 막혀 손발이 묶일 수 있다.

 

북한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겠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을 개정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당장 통일의 가망이 보이지 않고 통일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식어가고 있다고 통일의 기회가 기적처럼 찾아올 때 이를 놓칠 결정을 졸속으로 하면 안 된다. 2500만 동족에게 폭압 체제에서 해방되어 인간다운 삶을 누릴 희망을 박탈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 될 것이다. 좌우 양 진영에서 차제에 통일을 포기하고 2국 체제로 가자는 주장이 분출하더라도 정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서독이 동독의 집요한 국가 승인과 2국 체제 전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한 이유 속에 답이 있다.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조선일보(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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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조앤 롤링 ‘해리포터’

 

해리는 지나가는 역무원을 불러 세웠지만 9 4분의 3 승강장이란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역무원은 호그와트라는 곳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고, 해리가 그곳이 나라 어느 지역에 있는지조차 말하지 못하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해리가 절망감을 느끼며 11시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역무원은 그런 열차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역무원은 시간을 낭비했다느니 어쩌니 투덜거리며 성큼성큼 가버렸다. 이제 해리는 공황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조앤 롤링해리포터중에서

 

2021년 8월 15일, 육군은 ‘광복군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포스터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한창 반일 감정을 부추길 때여서 한국은 식민지, 국군의 주적은 일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정권은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주적이라는 지우고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 침해하는 세력 적이라고 고쳐 썼다. 북한을 주적으로 재명시한 건 2022년, 6년 만이었다.

 

북한은 우리를 ‘불변의 주적’이라 선포하고 전쟁 시 남한을 점령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한반도 위기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위협과 실행은 다르다. 최근 실시한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처럼 우방과 이룬 동맹은 허술하지 않고 북한의 남침은 현실적이지 않다.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은 해리포터를 꿈과 모험의 세계로 데려가는 통로다. 평화를 남발하던 시절, 종북, 친북, 간첩에게만 열리는 문이 있었다. 북한의 적국 규정은 정권을 공격할 구실을 주는 것이지만, 평화 놀이에 동참하지 않고 비밀의 문을 닫겠다는 공식 선언이기도 하다. 이에 야당 대표가 ‘우리 북한, 김정일,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다.

 

김정은 부부가 후계자로 내세운 어린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전쟁일까? 경계를 풀어선 되지만 군사적 도발이나 러시아 방문, 동족 관계 부정은 대한민국에 흡수되어 사라지느니 독립국으로 인정받아 권력을 세습하려는 북한의 필사적 자구책일지 모른다. 체감하지 못해도 지구가 시속 1670km로 자전하고 초속 30km로 공전하듯, 세상은 매 순간 변한다. 북한조차 예상 밖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구태의연한 종북과 친북에 함몰된 우리나라 정치뿐이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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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풍(南風)에 흔들리는 북한의 생존전략

 

[김대중 칼럼]

김정은의 통일·민족 포기, ‘대한민국 주적’ 협박 발언은 심각한 내부 이완 보여주는 것
北 MZ세대, 드라마 보며 한국 동경.. ‘南風’ 방치할 수 없는 지경
지금 북한은 도발할 여건 아니지만 핵무기 쓸 가능성은 남아 있어
우리도 핵무기 가져야 할 이유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연초 한반도 앞날에 관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북한 “헌법에 명기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며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 발언은 이중 구조로 돼 있다. 하나는 한국을 집어삼키려는 허세를 더 이상 부리지 않겠다는 ‘뜻밖의’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하지만 한국이 그것을 북한의 열세로 보고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 단호히 대처해 한국을 초토화하겠다”는 ‘구태의연한’ 것이다.

 

북한에서 2022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 '한국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소년 2명에게 12년 노동형을 선고하는 모습./BBC

 

우리도 두 갈래로 대처해야 한다. 하나는 북한이 이제 비로소 세상 돌아가는 형세를 긍정하고 더 이상 한국을 침략하는 등의 허장성세를 버리는구나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초토화’ ‘대사변’ ‘주적’ 등의 표현을 쓰는 ‘협박’에도 대응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북한의 양동작전에 시달려 온 우리는 김정은의 말 몇 마디에 홀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학습 효과를 터득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우리는 김정은이 왜 이제 와서 우리를 ‘대한민국’ 정식 국호로 호칭하면서 통일 포기, 민족 포기의 표현을 써가며 남북 공존의 개념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는가를 살펴야 한다. 동시에 왜 굳이 가정법(假定法)을 동원해가며 ‘한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하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 북한은 심각한 내부 변화에 직면해 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 주적(主敵)으로 간주하도록 교육 교양 사업을 강화할 것”을 언급했다. 한국을 주적으로 지목하는 대목에서 왜 난데없이 ‘교육 교양 사업’이 등장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교육 교양 사업은 북한의 인민, 특히 청소년들이 한국의 자유로운 생활상과 문화에 크게 심취해 북한 사회가 흔들리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씨는 10여 년 전 “북한의 미래는 영영 암울하기만 한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에도 밀레니엄 세대가 있다”며 “그들이 사회의 중심적인 구성원이 될 때 북한의 독재 체제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했었다. 태 의원은 엊그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지금 북한의 MZ세대는 몰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한국을 동경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며 “김정은이 헌법에서 ‘민족’ 개념과 ‘평화통일’을 빼면서 MZ세대에게 ‘통일은 없다’고 단념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TV 프로에 나온 탈북민들의 증언을 봐도 지금 북한 사람, 특히 젊은 세대는 한국 열풍에 빠져있다. 철저한 단속과 과도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온갖 기기를 동원해 ‘한국’을 학습하고 동경하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의 부정부패는 이런 상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제 이 남풍(南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래서 통일, 민족 또는 그 어떤 것을 포기하고라도 ‘한국의 모든 것’과 결별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마침 북한 청소년 2명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죄목’으로 12년의 감옥형이 내려지고 북한 여성의 두발과 복장이 문제가 되는 뉴스가 등장한 것은 북한 당국이 사회 이완 문제에 얼마나 신경질적인지를 말해준다.

 

나는 지금 북한은 한국을 도발할 여건에 있지 않다고 본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앞서 지적한 내부의 이완과 남한 동경심이다. 아무리 군대가 강해도 전 사회적, 전 국민적 결속이나 각오가 없으면 전쟁할 수 없다. 게다가 김정은은 러시아 푸틴의 방북을 앞두고 있다. 푸틴은 동아시아에 러시아의 전쟁 동력을 분산하는 또 다른 전선이 조성되는 것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특히 그 ‘전쟁’이 미국의 초토화 전력을 불러올 것이 뻔한 마당에 푸틴은 그런 일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친미 반중 노선을 택한 대만의 총선 결과는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시선과 여유를 앗아갔으며 김정은의 러시아 밀착이 달가울 리 없다. 김정은의 도발 우려를 트럼프의 재집권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는데 트럼프는 김정은을 끌어들여 자기 손아귀에 넣는 것을 바라지 김정은의 전쟁 쇼에 들러리 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주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핵무기는 전쟁을 한 방으로 해결한다. 현대전에는 전선(戰線)이 없다. 미사일, 드론 그리고 거기에 얹혀진 핵탄두가 대세를 가른다. 막다른 골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쓸 가능성은 언제나 남아있다.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현재로서 북한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오로지 핵무기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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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핵이냐 생존이냐 택하도록 안보국론 결집해야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14일 평양 일대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저서 ‘핵의 변곡점’에서 자신이 ‘핵 기술자’라는 점을 내내 강조한다. 2004∼2010년 일곱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영변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핵 심장부’를 관찰한 기록과 자신의 견해가 정치적·이념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북한의 입장에 과도하게 치우치거나 핵 개발의 정당성을 두둔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북-미 핵협상 초기부터 북측 요구를 수용했다면 북핵 문제가 이처럼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한다. 제네바 합의 무산과 하노이 회담 결렬 등 북핵 문제의 주요 변곡점마다 미 강경파의 이데올로기와 오판으로 북핵을 억제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김씨 정권이 오로지 핵 개발의 시간을 벌기 위해 외교의 장에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북한은 애초부터 핵 개발과 외교적 합의라는 ‘이중 경로’를 채택했지만, 미국이 협상에 미온적이고, 합의도 깨버리는 바람에 핵 고도화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북핵의 실체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울인 외교적 노력이 실패를 거듭해온 이유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쓰며 거들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북한이 그를 누차 초청한 의도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필자뿐일까. 객관적 분석이 아닌 북한의 입장, 소위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핵을 바라보면 모든 책임은 미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당연한 수순이라는 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핵은 실제 사용 목적이 아닌 대미 협상용 수단이고, 핵·미사일 도발도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이벤트로 순화된다. 미국이 한국과 상의 없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없고, 북한이 핵 개발 이유로 내세우는 ‘안보 우려’도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 영속화를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는 ‘팩트’는 발붙일 자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과거 동맹보다 민족을 앞세운 대북 유화기조의 진보정권에서 “북한의 핵은 자위적 수단이자 방어용” “5000개의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무기를 갖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나” 등 일부 정치인의 발언 논란이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필자는 본다.

북핵 위협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재적 접근을 넘어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경찰 대신 납치범을 편드는 현상) 관점으로까지 오독하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인식은 ‘더러운 평화가 이긴 전쟁보다 낫다’는 평화지상론으로도 이어진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숱한 기습 도발로 우리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빼앗고, 영토를 유린한 북한 정권에 굴종해서라도 평화를 구걸하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북한 김정은이 최근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점령·평정·수복해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지난해 12월 말 당 전원회의에 이어 한국은 핵을 사용해서라도 괴멸시킬 대상이지 이 더 이상 ‘민족, 동족’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협박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집권 전후로 북한이 저지른 일련의 무력도발은 ‘민족’ ‘동족’이라는 단어가 사탕발림이었음을 진즉에 증명한 터다. 군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긴장 고조의 책임을 현 정권에 전가하는 동시에 한국 내 북한 옹호 세력을 부추겨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방적 전면 파기 선언에 이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과 경의선 일대 지뢰 대량 매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쇄 포격 등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도 이런 저의가 깔려 있다.

대남 핵 공격용 단거리미사일과 ‘핵 어뢰’,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미 전략폭격기 출동기지인 괌을 사정권에 둔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개발 중인 김정은은 4월 총선과 11월 미 대선을 겨냥해 7차 핵실험 등 전례없는 도발 폭주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어선 비핵화도, 진정한 평화도 요원할 뿐이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영토를 향해 도발하면 단호히 응징하고, 여야와 이념적 진영을 떠나 국론을 결집해 대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이야말로 북한 정권과 그 추종 세력에게 핵이냐 생존이냐를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동아일보(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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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거, 언제든 가능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北 도발로 거론되는 김정은 제거론

 

⊙ 軍, 戰勝 위한 戰時 제거 작전·‘전쟁 방지’ 위한 平時 제거 작전 보유
⊙ 韓에도 美 SIA 유사 조직 존재… 특수 공작 통해 北 내부 소행으로 위장 가능
⊙ 군사적으로 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불가능… 제거 이후 대안 없다는 지적도
⊙ “10세 딸 방패 삼는 김정은… 어차피 당뇨 합병증으로 2030년 못 넘길 것”(정보기관 북한 파트 관계자)
 

 

2023년 8월 28일 한미 양국 특수전사령부 장병들은 강원도 양양군 해상침투전술훈련장에서 ‘UFS/TIGER’의 일환으로 침투 작전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조선DB

 

북한의 도발 수위가 심상치 않다. 김정은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인 교전국(交戰國) 관계’로 규정하며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1월 8일에도 남한을 주적(主敵)으로 지칭하면서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군사적 위협도 뒤따랐다. 12월 17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이어 연초에는 1월 5~7일 사흘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포격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남북 해상완충구역은 사실상 무력화(無力化)됐다.
 
군사·안보 관계자들은 “향후 도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이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주역인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과 목함지뢰 사건을 주도한 이영길 총참모장·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을 일선에 복귀시킨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정은이 언급한 ‘대사변’은 전면전(全面戰)을 의미한다. 전직 정보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연초 도발은 핵 전면전 준비와 연계된 도발이라는 것을 상정해야 한다”면서 “2024년은 북한 핵 폭주의 원년(元年)이 될 것으로, 어느 때보다 실전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2023년 10월 미국 랜드(RAND)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핵탄두 보유 수는 최소 180기다. 여기서 2030년대까지 300~500기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괌은 물론 한반도 주변 미군 전략 자산들을 요격할 핵미사일까지 고려한 수치다. 올해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7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에서 채택된 ‘핵 무력 정책’ 법령 6항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 핵 공격이나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핵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전쟁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도 핵을 동원할 수 있다. 사실상 김정은 자의적(恣意的) 판단에 의해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셈이다. 김씨 체제가 무너지지 않으면 비핵화(非核化)가 요원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김정은 제거론
 
이것이 한반도 안보 위기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북(對北) 문제 해결 방안으로 ‘김정은 제거론’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도발 원점타격,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론에서 나아가 김정은과 수뇌부 세력을 직접 제거하는 작전까지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전직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비핵국가가 핵국가에 대항하려면 상대방이 핵 발사 버튼을 누르기 전 적 지휘부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연말 신원식 국방장관은 북한의 도발 확대 움직임에 ‘참수(斬首)’라는 용어도 꺼냈다. 신 장관은 12월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참수 작전 훈련이나 전략 자산 추가 전개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참수(작전 훈련)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두 가지 다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참수는 말 그대로 목을 벤다는 뜻으로 편의상 사용하는 말이다. 순화해 쓰면 ‘적 지휘부 제거’나 ‘적 지휘부 무력화’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적극 고려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 군(軍)은 전시(戰時)는 물론 평시(平時)에도 김정은 제거 작전을 수행할 전력(戰力)을 보유 중이다.
 
전시 상황에서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은 지난 2017년 12월 1일 출범한 특수전사령부(특전사)의 제13 특수임무(특임) 여단이다. 특임여단의 적 지휘부 무력화 임무는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의 일환으로, KMPR은 북핵에 대비하는 3축(軸)체계 중 킬 체인(Kill Chain)과 함께 공격에 해당한다. 1000명 안팎으로 알려진 이들은 전시에 수중 및 지상 공동작전이 가능한 소총과 특수수송헬기, 폭파 장비, 특수무기 등을 이용해 지도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전쟁 방지·통일 위한 평시 제거 작전

 

2017년 4월 15일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특수작전군. 사진=연합뉴스

 

평시 제거 작전을 펼치는 곳은 ○○사령부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특전사가 특수작전부대라면, 이곳은 비밀작전부대다. 규모는 대령급 부대 기준 특전사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사령부 장교 출신 한 인사는 “전시에 제거 작전을 수행하는 특전사와 달리 평시에 제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게 ○○사령부”라면서 “침투, 교란, 폭파, 암살, 납치, 공작 등 군사작전 및 블랙옵스(Black operation·흑색작전: 대외적으로 외교적, 국제법상 마찰이 일어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공식적으로는 인정·인증되지 않는 비밀 작전)에 특화된 부대”라고 했다.
 
물리적 전력 사용에 앞서, 휴민트(HUMINT·인간정보)를 통한 ‘특수공작’ 역량이 이들의 주 무기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전면전은 전비(戰費) 소요, 인명피해 등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북핵 위협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시 작전적으로 활용 가능한 특수공작 역량이 필수”라면서 “이들 공작요원은 미국의 정보지원단(ISA)과 CIA의 특수공작단(SOG)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ISA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의 주역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산하 비밀정보부대다. 당시 작전에서 JSOC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SOG는 CIA 내 준(準)군사부서인 비밀공작국(SAC) 예하 단체로, 냉전 시대부터 제3세계권에서 각종 쿠데타를 유도하는 것을 비롯해 요인 체포와 암살 등의 업무를 담당해오고 있다.
  
北 내부 소행으로 완벽 위장 가능
 
전시 제거 작전이 ‘전승(戰勝)’을 목표로 한다면, 평시 제거 작전은 ‘전쟁 방지’와 ‘통일’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군 정보 소식통은 “흔히 군인을 전시 전투 병력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방(國防)의 본뜻처럼 군의 존재 제1목적은 전쟁의 방어”라면서 “전쟁을 막으려면 ‘정보’가 필수”라고 했다.
 
수집한 정보 등에서 김정은의 전쟁 결행 의지가 읽힐 경우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소식통은 이어 “평시 제거 작전은 전쟁 전(前) 타격이 목적”이라면서 “그러나 선제타격 후 만일 전쟁이 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도발한 게 돼버리기 때문에 고도의 정보전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때 제거 방법은 극비(極祕)다. 다만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러시아 장비를 이용해 북한 내부 소행으로 완벽히 위장할 수 있는 전략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가령, 러시아산 인명 살상용 화학무기의 사용과 출발 지점이 모호한 무인기 공격 등으로 추정되지만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지난 2019년 5월 미국 또한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사령관을 MQ-9 리퍼 무인공격기로 암살했다. 해당 사령부 장교 출신 한 인사는 “흔히 쓰는 ‘자살당한다’는 표현처럼, 흔적 없이 제거하는 병술(兵術)을 갖추고 있지만, 이미 실행됐거나, 공개된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실행에는 정예부대 인력이 동원된다고 한다. 부원들을 한 번 써먹고 잡아먹는다는 의미에서 ‘▲▲부대’로 불리는 인원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들은 북침 대비 훈련 시 인민복을 착용하고, 매일같이 북한의 혁명 찬양가를 부른다고 전해진다. 이 인사는 “해당 부대는 이른바 ‘가미카제 자폭부대’로 가는 계획만 있고, 오는 계획은 없다”면서 “대원들은 애초 ‘있어서는 안 될 조직’의 업무를 수행하므로 국제협약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제거 작전, 가장 중요한 건 ‘정보력’
 
평시 제거 작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정보자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북한 수뇌부의 동태(動態)와 동선(動線)을 알아내 타격 시점과 위치를 정확히 짚는 게 핵심이라서다.
 
우리 군은 자체 정찰기를 운용 중이고, 휴민트나 테킨트(TECHINT·기술정보), 시긴트(SIGINT·신호정보)를 통해 김정은 동선 정도는 수집이 가능하지만, 한·미·일 정보 협력을 통하면 좀 더 정확한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은 수백 대의 군사정찰위성이 있고, 그중에서는 해상도가 5cm인 것도 있다. 우방국(友邦國)인 일본도 정찰 위성을 7개나 가지고 있다. 김정은은 평양 외 지방에 30여 개 특각(별장)을 보유 중이고, 지하 100m 깊이의 대피소와 유사시 중국으로의 도주를 위한 터널까지 파놨다고 한다.
 
반면 북한의 정찰 감시 기능은 다소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5년 만에 한국 영공을 침범, 서울 상공까지 비행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당시 한국 군 당국은 그날 오후 즉각 유·무인 정찰기를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급파해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강경 대응을 했다. 정보기관 북한 파트 한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은 우리 군의 이 같은 대응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한국 신문 보도를 통해 이를 알게 된 김정은이 방공 및 경계 책임자들을 모두 숙청했다는 정보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위치가 파악되면 본격적인 잠입이 이뤄지는데, 이에 앞서 내부 협조자 구축은 필수다. 한국의 수도방위사령부에 해당하는 평양방어사령부와 김정은의 신변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를 뚫고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소식통은 “우리 정보기관에서 포섭 후 장기간 관리 중인 북한 내부 반체제 인사와 북한 군 고위 관계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내부 협조자가 ‘이중간첩’일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북중(北中) 접경지에서 장기간 블랙(흑색공작) 요원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심복(心腹)에게 언제든 칼을 맞을 수 있는 게 이 세계”라면서 “이 바닥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누가 아군(我軍)이고, 누가 적군(敵軍)인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했다. 실제로 심복의 배반으로 작전 실패는 물론 북한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 사례도 있다. 이 인사는 이어 “일반인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공작 기술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남북통일 이전에는 절대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거 후 대안이 없다’
 
군 정보 소식통은 현재 기조는 북 도발에 대해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에 더해 두 배 이상의 응징을 하는 것으로, 아직까지 제거 작전 수행은 시기상조라면서 그러나 북의 도발이나 위협 강도에 비례해 (평시 제거 작전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수단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처럼 남북한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는 전시 정규전 무력보다는 평시에 활용 가능한 전력이 훨씬 중요하고 의미 있다”면서 “이를테면 ○○사령부 외에도 △△사령부, □□사령부의 전력 등으로, 이런 전력들이 평시 북한 수뇌부 제거에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사적으로는 가능한 얘기지만, (국군 통수권자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정치적으로는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어떤 종류의 제거 작전이든 결국 일종의 위협 수단이자 억제전략(抑制戰略)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은 군의 당연한 의무”라면서도 “다만 군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겁먹은 개가 짖는 꼴’인 북한에 똑같이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군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초토화(焦土化)된 전력으로는 애당초 제거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했다.
 
막상 제거 후 대안(代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은을 ‘핀셋 제거’한 후 개혁 세력이 응집한다면 이상적이지만, 강경파 군부 등에 의한 핵 무력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제거 후 북한 권력을 장악할 민주화 대안 세력이 불분명하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월레스 그렉슨(Wallace C. Gregson)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김정은 제거 후 만일 김여정이 권력을 승계받는다면 과연 실익(實益)이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면서 “또한 김정은의 제거가 중국에 도발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 내 친중(親中)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땐 중국과 더 큰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 
 
보위부, 10년간 김정은 암살 미수 사건 26회
 
굳이 제거 작전과 같은 극단적 방안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보기관에서 심리전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전단’”이라면서 “김씨 일가의 실상을 알리는 대북 전단을 적극 활용한다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김씨 일가를 축출(逐出)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김정은 체제 출범 후 고위 간부의 숙청과 처형이 반복되면서 평양 군 간부 포함 핵심 세력들 또한 김정은에 대한 반발심이 크다”면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제거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19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모(某)씨에 따르면, 2009년부터 10년간 김정은의 암살 미수 사건이 26차례나 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정은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 둘이 있는데, 아들(첫째)이 변변치 않고, 막내딸은 너무 어려 둘째 딸인 김주애를 늘 공개 대동한다”면서 “열 살짜리 딸을 지근거리에 두는 이유 중 하나는 암살 등 공격으로부터 방패 삼으려는 속셈”이라고 했다.
 
머지않아 자연사(自然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보기관 북한 파트 한 관계자는 “평양 핵심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다리를 가끔 절뚝거리는 이유가 발에 당뇨 합병증이 왔기 때문”이라면서 “이대로라면 2030년을 못 넘길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고 했다.⊙

 

-박지현 월간조선기자, 조선닷컴(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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