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가 무서운 진짜 이유] [중국 직구 ‘유해 물질’ 범벅.. ] ....
['알테쉬'가 무서운 진짜 이유]
[중국 직구 ‘유해 물질’ 범벅, 국민 보호 대책 서둘러야]
[중국 기업의 한국 공습]
[중국 ‘지름신’의 공습]
[마라탕과 중국의 우월감]
[中 쇼핑앱의 공습… ‘헐값의 역습’ 대비해야]
[제조업 이어 온라인 쇼핑몰,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중국산 공습]
'알테쉬'가 무서운 진짜 이유
[특파원 리포트]
2000년 3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대학원(SAIS)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당시 그는 "중국 당국이 인터넷을 단속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4년 지난 현재 중국은 전 국민들의 온라인 이용을 상시 추적하는 온라인 '감시 장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CSPAN
중국이 이토록 집요할 줄 미국은 몰랐다. 2000년 3월,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검열하겠다고 한다. 행운을 빈다”고 비꼬았다. 황당하다는 듯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직후 그는 미 정가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발언을 내놓는다.
“젤리를 벽에 못 박겠다는 것 아니냐.” 급속도로 팽창하는 온라인을 단속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중국 인터넷 주소 수가 900만개”라며 “전화 모뎀을 통해 (중국에서) 자유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주소 수는 3900억개다. 24년간 4만2000배 늘었다. 모뎀은 광케이블로 바뀌었다. 그러나 중국의 독재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
민주·공화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미 지도자들은 인터넷 기술 발전이 중국의 내부 시스템도 함께 개혁할 거라고 믿었다. 아들 부시는 2002년 “중국은 인터넷의 정보 흐름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7년 뒤 오바마도 중국을 찾아 인터넷을 통한 ‘개혁’ ‘개방’을 이야기했다. 미국이 20년간 낙관하는 동안 중국은 은밀하게 반대로 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은 전 국민을 ‘상시 감시’하겠다는 목표를 이행하고 있었다. 자국민들의 온갖 온라인 정보를 취합했고, 해외 사이트 접속을 틀어막았다. 이를 통해 개인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웹페이지 방문 기록까지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중국은 이제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다른 나라 국민들 정보를 엿보고, 타국 여론도 조종하겠다는 심산이다.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최고경영자(CEO)인 추 쇼우즈(왼쪽)가 작년 3월 23일 미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하원이 틱톡의 안보 위협을 논의하려고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미국 사용자 정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접근 가능성과 위험한 동영상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등에 우려를 제기하며 추 CEO를 몰아붙였다. 이로부터 1년 뒤 미 의회는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 연합뉴스
뒤늦게 미국은 “다시는 오판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미 의회가 지난달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킨 데엔 이런 다짐이 작용했다. 틱톡은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틱톡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영상이 과도하게 퍼지자, 반(反)서방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중국의 ‘선전 도구’라는 대중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미 의회의 다음 타깃은 중국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알테쉬를 통해 미국인들의 데이터를 무차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3억4000만 미국인들 정보를 바탕으로 여론을 감시하고, 중국의 정치·사회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다. 저가 공세로 유통 질서를 파괴하고, 유해 상품을 반입하는 것보다 ‘정보 종속’이 더 위험한 지점이라고 미국은 보고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알테쉬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고 철회했다. 중국발 대형 플랫폼들에 대한 대책이 일차원적 ‘해외 직구 금지령’이어선 곤란하다. 우리 국민들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의 손아귀로 향하는 시스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처럼 실수할 여력도 없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조선일보(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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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직구 ‘유해 물질’ 범벅, 국민 보호 대책 서둘러야
서울시가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40% 이상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제품 71개를 조사했더니 29개(41%)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해 물질 중에는 어린이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과 ‘가습기 살균제’ 성분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서울시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어린이 신발을 꾸미는 데 쓰는 플라스틱 장식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기준치의 348배 검출됐다. 이 첨가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학물질로, 어린이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이 장식품에선 암을 일으키는 중금속인 납이 기준치의 33배가 넘게 검출됐다고 한다. 어린이 점토에는 피부 염증과 가려움증·두통·설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붕소가 기준치의 39배가 넘게 들어 있었다.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은 저가 공세에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 2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818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국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정식 수입품은 국내 시험 기관의 인증을 거쳐 들어오지만 알리 등에서 산 직구 제품들은 별도 검사 없이 들어온다. 많은 국민이 싼값이라고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다 유해 상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도 가격 외에 안전성도 따져서 소비해야겠지만, 정부가 하루 빨리 해외 직구 실태를 파악해 유해 물품 차단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비자 보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가 중국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서 쓰다가 건강상 피해를 봐도 보상을 받을 관련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 중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조선일보(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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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의 한국 공습
지난해 8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신형 전기차. BYD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처음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뉴시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습이 시작됐다.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비야디(BYD)는 올해 한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할 전망이고, 지난해 세계 TV 시장 2위에 오른 TCL은 작년 말 한국 법인을 세웠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의 이커머스 시장 공세는 거세고, 중국의 로봇 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35.5%)에 올랐다. 중국산 소셜미디어 틱톡의 한국 사용자 수는 600만을 돌파했고, 중국 게임 회사 텐센트의 한국 매출은 조 단위다.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은 공식이 있다. 자국서 1위를 차지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곧장 한국 상륙을 추진한다. 미국·유럽 시장의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은 접근성과 규모를 갖춘 귀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新)품질 생산력’을 외치며 기술 제품의 해외 수출을 독려하고, 생산 과잉이 중국 경제의 고질병이 되면서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2013년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과 승용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각각 1위(삼성전자)와 3위(현대·기아차)를 기록했지만, 10년 새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불공정한 ‘경기’를 벌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백 번 양보해서 기술과 낮은 가격으로 무장한 이들의 한국 시장 공습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하자. 하지만 우리는 뭘 하고 있나. 중국이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호혜 관계’를 실현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우리는 합심해서 요구할 줄을 모른다. 지난달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한국 경제 대표단은 소수 기업만 참여한 반쪽짜리였고, 중국의 홀대를 받았다. 중국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경쟁 속에 눈치만 보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는다. 일본 재계가 올 초 대규모 대표단을 꾸려 방중하고, 총리까지 직접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등을 강하게 요구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과 정면으로 겨루는 미국조차 팀 쿡·일론 머스크 등 스타 기업인들이 수시로 중국에 와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중 관계가 개선될 때를 기다리면 늦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양국 관계를 상수로 놓고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의 논리로 힘써야 맞지 않나. 지금이야말로 중국에서 잘하는 우리 기업을 보호하고 독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진출이 제한된 한국의 게임 등 콘텐츠는 이제 중국이 문을 열어준다 해도 시장점유율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이 순간에도 우리 시장에 상륙 중이고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탈중국만 외칠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경제적, 정치적 지렛대를 찾아야 한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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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름신’의 공습
최근 지인이 “결혼 30년 되도록 쇼핑 가는 것도 싫어하고, 집 인테리어는 관심조차 없던 남편이 갑자기 욕실 용품 등 온갖 싼 생활용품을 사들이고 있어 황당했는데 알고 봤더니 중국 초저가 직구(직접 구매) 앱에 꽂혀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남성이 “실은 지금 내가 찬 시계도 그 앱에서 산 초저가 제품”이라며 그간 사들인 물품 목록과 가격을 죽 읊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쇼핑하러 가서 이것저것 사들이면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한다. ‘지르다’에 신(神) 내리다”를 붙여 만든 유행어다. 소비 욕구가 자기 의지로 억제하기 힘들 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중국의 초저가 직구 앱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평소 쇼핑 다니기를 귀찮아하던 중년 남성들에게도 지름신이 강림했다. 국내에서 파는 가격의 절반 이하나 4분의 1, 심하게는 10분의 1까지 있다. 싸도 너무 싸니 호기심에 이것저것 구매하는 것이다.
▶초저가를 내세운 중국 직구 앱의 성장세가 거세다.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세 업체, 이른바 ‘알·테·쉬’의 사용자 수를 다 합하면 1509만명으로, 국내 1위 쿠팡(2982만명)의 50%가 넘는다.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는 1년 새 사용자가 2배 늘었다. 작년 8월 뒤늦게 상륙했는데도 테무는 5개월 만에 사용자가 11배 늘었다. 쉬인도 1년 새 4배 늘었다.
▶알리나 테무에서 산 제품을 개봉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을 ‘알리깡’ ‘테무깡’이라고 한다. 1000원, 2000원짜리까지 해외 직구를 하게 됐으니 초등학생들까지 ‘알리깡’ 동영상을 틱톡에 올릴 정도다. 발 빠른 소비자들은 저가 제품도 더 합리적으로 쇼핑하려고 손가락 검색이 바빠졌다.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후기가 좋은 제품을 사진 캡처한 뒤 알리에서 검색하면 동일한 제품이 거의 다 나오던데요. 어차피 쿠팡이나 알리나 다 중국산 아닌가요.” ”알리에서는 불량이거나 좀 쓰다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만 삽니다.”
▶”저 어쩌죠? 직장 그만두고 쇼핑몰 창업했는데 중국 직구 앱 때문에 망할 판입니다.” 국내 온라인 유통 업체도 비상이지만 중국산 생활용품, 패션 잡화 등을 수입해서 쿠팡 네이버 등에서 팔던 국내 1인 사업자들이 울상이다. 반도체 등을 둘러싼 미·중 패권 전쟁이 공중전이라면, 중국 초저가 직구 앱의 세계 공습은 개미 사업자들까지 유탄 맞는 육탄전이다. 어느 쪽이 최후 승리자일지 예측하기 힘든 세계 유통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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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과 중국의 우월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전란을 피해 지금 쓰촨(四川)으로 쫓겨 갔던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고생 끝에 초가를 하나 짓는다. 그러나 음력 8월의 가을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는 설움을 겪으면서 “빗발이 삼 줄처럼 끊기지 않는다(雨脚如麻未斷絶)”고 읊는다.
아주 유명한 시다. 두보가 이 시를 지은 쓰촨은 이제 마라(麻辣) 맛으로 유명하다. 차가운 빗줄기를 아주 질긴 삼[麻] 줄에 비교했지만, 맛으로 따질 때 이 글자는 다른 뜻이다. 산초(山椒)의 일종인 마초(麻椒)의 맛이다.
우리의 매운맛 느낌은 대개 고추[苦椒·苦草]에서 비롯하지만 중국 쓰촨의 매운맛은 고추에 이 마초를 더한 상태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얼얼한 매운맛’인데, 사실은 한자어로 적을 때 ‘마비(麻痹)’에 가깝다. 혀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두텁고 무거운 매운맛이다. 이 쓰촨 지방의 음식 맛은 이제 중국 전역을 넘어 한국 등 이웃 국가들에서도 크게 유행한다. 중국식 샤부샤부[火鍋]를 비롯해 마라탕(燙), 마라향과(香鍋) 등으로 말이다.
이 음식들은 중독성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마라’의 맛에 홀려 여러 지역 사람들이 이 음식에 빠져들고 만다. 정신 등이 흐릿해지는 마취(麻醉), 무뎌지다가 아예 굳어버리는 마목(麻木)이 관련 단어다.
마목불인(麻木不仁)이라는 병증이 있다. 신체 반응이 사라져 바깥의 자극 등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몸의 이상을 넘어 외부 세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안으로만 감겨드는 폐쇄적 행위도 함께 일컫는다.
이런 증상에 가까운 중국인의 자국 중심적 세계관이 늘 화제다. “이제 우리가 세계 최강”이라고 공공연하게 소리친다. 세뇌에 가까운 공산당의 애국 교육 탓이다. 마라탕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럴까. 덩달아 그 맛 좋아하는 우리도 생각해 볼 글자가 ‘마(麻)’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조선일보(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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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쇼핑앱의 공습… ‘헐값의 역습’ 대비해야
‘운동화 청바지가 1000원대, 그것도 무료 배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들이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앱에 들어가 보면 국내 플랫폼 가격의 절반 이하인 물건이 수두룩해 진짜 이 가격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로 ‘알리 지옥’ ‘테무 지옥’이라는 유행어까지 나왔다. 쇼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중년 남성들까지 해외 직구 시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알리의 한국 월평균 이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717만 명으로 1년 전 336만 명과 비교해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 2위인 11번가 앱 사용자(759만 명)를 위협할 정도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진출 직후인 지난해 8월 52만 명이던 이용자 수가 지난달 571만 명으로 11배가 됐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비를 쏟아붓고, 각종 할인 및 쿠폰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 플랫폼의 경쟁력은 초저가를 넘어선 ‘극초저가’다. 치솟는 물가에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생활용품, 소품, 의류 등은 1만 원 이하인 경우가 많고, 1000원대 상품도 따로 모아 판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중간 유통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니 국내 업체는 경쟁이 안 된다. 경기 침체로 국내 소비가 급감한 중국이 자국 생산품을 해외에 헐값에 내다 판다고 ‘디플레 수출’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충전기를 구매했는데 충전이 안 되고, 이동식저장장치(USB)는 저장이 안 된다는 식이다. 옷이 사진과 달리 사이즈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등의 불만도 있다. 국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위조한 ‘짝퉁’도 여과 없이 판매된다. 제대로 된 고객센터를 갖추지 못해 반품, 환불 등 민원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신고는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새 5배로 늘었다.
▷소비자들은 싸게 사서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 플랫폼의 저가 공습은 국내 유통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관세·부가세, 안전인증(KC) 비용 등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국내 유통업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소비재시장을 장악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제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이야 초저가와 각종 혜택을 앞세워 유혹하지만 국내 유통산업 기반을 잠식하고 나면 언제 포식자로 돌변할지 모른다. 중국 플랫폼발 ‘헐값의 역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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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이어 온라인 쇼핑몰,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중국산 공습
/알리 익스프레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인터넷 쇼핑 기업들이 무서운 기세로 국내 소매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해외 직구 용도로 사용되는 관세청의 통관 고유 번호 발급 건수가 작년에만 260여 만명 늘어나 2500만명을 넘어섰다. 제조업에 이어 유통업 분야에도 중국세의 공습이 본격화된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쇼핑몰보다 많게는 70~90% 싼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각종 공산품을 ‘해외 직구+무료 택배’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물가와 맞물리면서 알리 익스프레스의 국내 이용자는 700만명, 테무는 35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업체들도 해외 직구 대상 품목을 확대하며 맞대응하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 절대 강자인 쿠팡조차 고전하는 양상이다.
값싼 저부가 가치 소비재만이 아니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시장이 급팽창하는 전기 버스는 중국 제품이 국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 화물차도 중국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섰다.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가 한 번에 되는 중국산 로봇 청소기는 삼성·LG를 제치고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했다. 최근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테슬라 모델 Y를 앞세워 전기 승용차 시장까지 중국세가 잠식하고 있다.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 재수출하는 한·중 분업 구조 덕에 5년 전만 해도 중국은 우리에게 매년 500억달러가 넘는 무역 수지 흑자를 안겨주던 나라였다. 그런데 중국이 중간재를 자급자족하게 되면서 작년엔 한국이 중국에 180억달러 무역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파상공세가 계속되고, 국내 소비재 시장까지 잠식하면 대중 적자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엔 국내 중소기업들과 경합하는 제품들이 대거 망라돼 있어 자칫 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온라인 쇼핑몰 직구 상품을 무관세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검토 중인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인 해법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이 경쟁력을 더 높이고,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조선일보(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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