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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돼 귀향하는 중공군] [우리가 공자를 한국인이라 주장?]

뚝섬 2024. 2. 6. 07:41

[‘영웅’이 돼 귀향하는 중공군]

[우리가 공자를 한국인이라 주장한다고?]

 

 

 

‘영웅’이 돼 귀향하는 중공군

 

지난 2022년 9월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에서 발굴된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중국군 전사자 유해 88구에 대한 인도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2.9.16/국방일보

 

린청왕(林成旺), 스완충(史萬忠), 천한관(陳漢官).... 지난달 26일 중국 관영 매체들이 “열사(烈士)들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면서 열 명의 이름을 재한중국인민지원군열사(在韓中國人民志願軍烈士)라고 소개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6·25 전쟁 때 한국 땅을 침공한 중공군이다. 행방불명 상태였던 유해가 70여 년 만에 주인을 찾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가열사유해DNA감식실험실 설립 뒤 처음 발표하는 성과라고 했다. 실험실은 유해·유품을 분류한 뒤 실종 병사 가족들로부터 제공받은 DNA 정보와 비교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방식과 거의 똑같다. 미국은 1973년부터 1·2차 세계대전, 6·25, 베트남전, 걸프전 등 자국이 파병한 전쟁에서 실종된 희생 장병 유해를 발굴하고 최신식 기법으로 신원을 확인해 각별히 예우하며 유족에게 돌려보내고 있다.

 

한국도 2007년 ‘한국판 DPAA’ 격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했다. 이후 한미는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6·25 전장에 잠들어 있던 두 나라 장병들의 늦은 영면을 도왔다. 한미와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던 중국도 따라하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의 협조가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이 2014년부터 적군묘지와 격전지 등에서 발굴한 중국군 유해를 매년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938구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한중 관계가 나쁘지 않던 시절 협력 심화와 인도주의 실천 취지로 진행된 이 발굴·송환 사업은 사드(THAAD)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는 등 막무가내로 한국을 괴롭힐 때도 중단 없이 진행됐다. 이런 선의의 대가는 날로 진화하는 중국의 6·25 ‘성전화(聖戰化)’다. 중국은 6·25를 “우방 조선(북한)을 도와 미 제국주의에 저항한다”는 의미의 ‘항미원조(抗米援朝)’로 칭하며 영화 등 문화 콘텐츠로 미화해 왔다.

 

첫 성과”라는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한국이 보내줬거나 보내줄 유골의 신원을 감식한 뒤 ‘영웅의 귀향’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안보 지형이 한국·미국·일본의 자유 진영과 북한·중국·러시아의 권위주의 진영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의 6·25 성역화는 더욱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70여 년 전 국군과 유엔군이 피 흘려 싸워가며 눈앞에 뒀던 6·25 승전과 통일을 무산시킨 당사국의 행태에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외교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연례 적군 유해 송환 중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은 무력 적화통일 야욕을 대놓고 드러내며 연일 협박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는지, 조국 땅을 짓밟고 파멸시키려 한 적은 누구인지, 국민들의 안보 인식은 이대로 괜찮은지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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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공자를 한국인이라 주장한다고?

 

중국인 상당수 그렇게 믿어
세계 곳곳 외국인 혐오 극성
자극적 선동이 조회 수 보장
민간 자발적 팩트 체크 우대를
 

 

인천 개항장거리에 있는 거대한 공자상. /박종인 기자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서 유학한 동생을 둔 덕분에 종종 중국 이야기를 귀동냥한다. 주로 중국인들의 생활양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또래 중국인 친구들 사이에선 뭐가 유행한다더라 하는 것이다. 국제 뉴스가 전해주지 않는 중국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 세대) 이야기는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낯설다.

 

최근 동생과 대화하며 충격받은 일이 있었는데, 바로 공자(孔子) 때문이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국인들은 우리가 공자를 한국인이라고 우긴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봤다. 동생에게 진짜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중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이따금 들은 말이라고 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는 어이가 없어서 중국인 친구에게 “정말 그런 소문이 도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너도 공자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해?” 하고 심각하게 되묻더란다. 내가 국제 정세에 너무 둔감했나. 중국이 새삼 먼 나라처럼 느껴졌다.

 

공자라니. 그동안 “명란젓은 일식”이라던 일본인 유튜버에게 항의한 사람은 많이 봤어도 공자를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지만 문제는 이런 뜬소문이 중국이나 대만에 꽤 퍼졌다는 점이다. 2011년 마잉주 대만 총통이 신베이에 있는 성요한과기대학을 방문했을 당시 한 한국인 유학생이 “대만에서 공자와 더우장(대만식 두유)을 한국이 훔치려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며 “오해를 풀어달라”고 요청하자 마잉주가 대신 해명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 ‘비정상회담’ 포맷을 수입한 중국의 ‘세계청년설’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인 출연자가 “공자는 중국인이다”라고 말해 나머지 출연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런 공자 논란의 진원은 정계나 학계가 아니다. 공자가 동이족이었다는 우리나라 일부 사학계의 주장이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다더라’ 하는 뜬소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를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는 건, 이런 낭설이 쌓이고 쌓여 상대국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고 외국인 혐오 정서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판 X(옛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웨이보에는 지금도 ‘공자 한국인설’을 비난하는 게시 글이 올라오며 중국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도 떳떳한 건 아니다. 지난해 신림역 칼부림 사건 당시 범인으로 조선족을 지목한 게시 글이 수없이 쏟아지지 않았나. 범죄율이 높을 거라는 편견과 달리 인구 10만명당 조선족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처럼 자극적 선동과 허무맹랑한 루머가 난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분노를 유발하는 자극적 소재는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조회 수를 보장한다. 사실이 아니어도 잃는 건 별로 없다. 고작해야 경고나 계정 정지다. 위험 대비 보상이 크니 갈등으로 재미를 보는 ‘어그로(aggro)꾼’이 설친다. 이 지점에서 고민할 거리가 생긴다. 민간에 서동요처럼 떠도는 풍문에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과도한 통제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런 일에 일일이 나서기도 우습다.

 

모순적으로 해결 실마리 또한 온라인 공간에 있었다. 친한파 중국인 유튜버들은 직접 우리나라 시민들에게 공자에 관해 물어본 뒤 “한국인들이 공자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는 건 오해”라며 사실을 바로잡아 주었다. 웨이보에서도 루머를 비판하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거짓 선동을 하는 사람만큼 팩트체크를 위해 힘쓰는 사람도 많음을 느꼈다.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는 민간의 노력이 우대받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거짓 뉴스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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