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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관찰기] [아이디어는 화이트보드에 그려 설명하고.. ] ....

뚝섬 2025. 6. 1. 06:16

[젠슨 황 관찰기]

[아이디어는 화이트보드에 그려 설명하고, 직원 신상정보 다 기억] 

[AI 승자가 추천한 의외의 미래 전공]

 

 

 

젠슨 황 관찰기

 

[특파원 리포트] 

 

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테크 전시회 '컴퓨텍스 2025'의 대만 기업 '페가트론' 부스를 방문한 젠슨 황. 그는 이날 전시관에 구름같은 인파를 몰고 다녔다./류재민 특파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6~23일 대만 타이베이를 찾았다. 덕분에 며칠 동안 그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생겼다. 컴퓨터와 인공지능(AI)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정치·경제·국방·안보 등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그의 현재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중국·대만 지도자들의 ‘역린’을 거침없이 건드리는 언행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을 향한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금지에 대해서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대만을 ‘국가(country)’라고 지칭해 화제가 됐던 적이 있는 그는, 이번에도 가는 곳마다 “대만 파이팅(Bring up Taiwan)!”을 외치며 대만인들의 자부심과 독립심을 자극했다. 대만 정부에 대해서는 “원자력발전이 반드시 필요하고, 에너지에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라며 민주진보당 정권이 9년간 추진해 온 탈원전 기조를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황 CEO의 언행에 세 정부 모두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빌 게이츠·스티브 잡스 등 유명한 스타 경영인들은 많았지만, 황 CEO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서양인 같은 여유로운 분위기와 유머 감각을 갖춘 동시에, 동양인의 특성인 소탈하고 겸손한 인격도 지녔다. 그는 ‘AI 시장 독점’이라는 청사진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빼어난 연설가인 동시에,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 소통하고 융화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팬들을 향해 일일이 미소 지으며 사인을 해주는 그의 모습은 CEO라기보다는 팝 스타 쪽에 가까워 보였다.

 

그는 엔비디아가 컴퓨텍스에 30년 동안 참여해 왔다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했다. 황 CEO가 대만에 느끼는 특별한 유대감은 단순히 그가 대만인 혈통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엔비디아가 평범한 컴퓨터 부품 업체였던 시절, 대만의 다른 컴퓨터 관련 기업들과 함께 그곳에 부스를 차리며 바닥부터 구르던 예전 기억이 황 CEO에게 있었던 것이다. 대중 앞에 스스럼없이 설 수 있는 내공, 대만과의 단단한 결속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한 기업가가 세계 전체의 흐름을 뒤바꿔 놓는 사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수차례 경험했다. 앞으로 당분간은 황 CEO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전인적 인격은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완벽히 장악할 준비가 됐다’는 확신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기업하기 좋은 산업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탁월한 기업가를 키워내는 것이 부국(富國)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이 과연 가까운 미래에 황 CEO 같은 혁신가를 배출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생각해 보니,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타이베이=류재민 특파원, 조선일보(2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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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화이트보드에 그려 설명하고, 직원 신상정보 다 기억

 

미국 저널리스트가 본 '엔비디아'
젠슨 황 등 100여 명 인터뷰해 분석
 

 

엔비디아 레볼루션

태킴 지음|김정민 옮김|서삼독

 

2007~2008년 엔비디아 주가가 1년 만에 80% 폭락했다. 월가에 있던 애널리스트 50여 명이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앞에 세웠다. 이들은 주가 폭락의 원인이 당시 엔비디아가 개발 중이던 소프트웨어 ‘쿠다(CUDA)’라고 봤다. 쿠다를 엔비디아가 만드는 3D 게임용 그래픽 카드(GPU)와 연계시키는 과정에서 칩 생산 비용이 급증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오전부터 투자자들은 쿠다를 포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젠슨은 점심 시간 주차장 텐트에 설치된 테이블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까지 설득했다. 젠슨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며 “잠재력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15년이 흘러 젠슨의 확신은 현실이 됐다. 쿠다는 전 세계 AI 개발자들이 쓰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쿠다 덕분에 엔비디아는 AI(인공지능) 시대 가장 중요한 기업이 될 수 있었다.

 

혹자는 엔비디아의 성공이 ‘우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젠슨 황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AI 시대 최고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그 근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의 수석 기자인 저자는 젠슨 황을 비롯해 엔비디아 관계자 100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1년 이상 취재하며 엔비디아의 31년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데이터 센터용 AI 가속기 칩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저자는 “엔비디아의 혁신적인 기업 문화는 젠슨 황에게 의지한다”고 썼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엔비디아 상징은 ‘화이트보드’

 

어딜 가나 ‘록스타’ 취급을 받는 젠슨 황의 상징은 흰머리와 검정 가죽 재킷이다. 하지만 저자는 가죽 재킷보단 엔비디아 본사 회의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주목했다. 화이트보드는 젠슨 황이 가장 좋아하는 도구. 젠슨 황은 회의를 하다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보드 마커를 들고 문제를 도식화하거나 아이디어를 그려 보여준다고 한다.

 

젠슨의 그림은 상당히 정확해서 기술 문서에 바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텅 빈 화이트보드를 채우려면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혁신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건 화이트보드인 셈이다. 회사 내에서는 화이트보드 활용에 능한 젠슨 황을 ‘젠슨 교수’라고 부른다.

 

책은 AI 시대의 본질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게 해 준다. 오픈AI, 미스트랄AI, 딥시크 등 주목받고 있는 AI 기업들은 모두 10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다. 날마다 새로운 기업과 기술이 등장하다 보니 흐름을 따라가기도 버겁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엔비디아가 만든 칩을 쓴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AI 시대를 읽어낼 수 있다. 30여 년간 엔비디아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젠슨 황이 없는 엔비디아는?

 

젠슨 황은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색인종에 왜소하다 보니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온몸이 문신과 흉터로 가득한 여덟 살 많은 룸메이트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보답으로 운동을 배웠다고 한다. 근력을 키우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젠슨은 “나는 싸움을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 그의 말은 엔비디아에도 투영됐다. 엔비디아는 몇 년 만에 세계를 장악한 회사가 아니다. NV1, NV2 등 초기 제품은 기업을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갈 정도로 재앙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때마다 물러서지 않고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극복했다. 젠슨은 “엔비디아의 가장 큰 적은 엔비디아”라고 믿으며 내부 저격, 평가 지표 싸움, 정치적 암투를 경계했다. 4만명에 가까운 엔비디아 전 직원의 이름과 경력을 머리에 넣고,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고 있다. 직원들을 일일이 직접 압박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엔비디아 천하(天下)’가 곧 끝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젠슨 황이 건재한 이상 엔비디아 천하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엔비디아의 가장 큰 위험은 오히려 젠슨 황이다. 엔비디아의 혁신적인 기업 문화는 젠슨 개인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떠났을 때의 애플을 비롯, 아마존·MS·구글도 같은 위기를 겪었다. 젠슨 황이 떠났을 때도 여전히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수식과 그림이 가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윤진호 기자, 조선일보(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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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승자가 추천한 의외의 미래 전공 

 

최근 미국 증시의 강세장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 엔비디아다. 주가가 파죽지세로 올라 아마존을 제치고 시가총액 4위가 됐다. 곧 3위 알파벳(구글 모회사)도 추월할 기세다. 그렇게 되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글로벌 빅3 기업’이 된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야말로 AI시대 최고 승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나는 항상 30일 뒤 망한다고 생각하면서 일해왔다.”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의 말이다. 그는 친구 둘과 1993년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 기업을 세웠다.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교육열 덕에 9세 때 형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오리건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온갖 실패를 겪었지만 컴퓨터와 AI 시대를 한발 앞서가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 10여 년 전부터 딥러닝 시장을 보고 딥러닝용 GPU를 개발해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됐다.

 

▶지난해 국립대만대 졸업식 축하 연설에서 젠슨 황은 “걷지 말고 뛰어라. 여러분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뛰거나 아니면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모든 산업을 AI가 혁신할 것이며 지금 그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에 머뭇댈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이 열렬한 ‘AI 전도사’가 최근 한 공개행사에서 “지난 10~15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배우라고 권했을 텐데 내 의견은 정반대”라고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생물학, 그중에서도 인간 생물학을 택할 것이라고 한다. AI 혁명으로 기술 격차가 완전히 해소돼 세상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이제는 AI를 활용해 혁신을 앞당길 수 있는 분야에 뛰어들라는 조언이다. 그 대표 분야로 꼽은 것이 바이오다. 실제로 인간 질병 극복을 위한 전진은 길고도 더뎌 신약 개발만 해도 10~15년이 족히 걸리고 90%가 실패한다. 단백질 구조 예측만 해도 지난 50여 년간의 난제였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젠슨 황은 이미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었다.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구축하고 대형 제약사 암젠과 손잡고 아이슬란드에 수퍼 컴퓨터를 구축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메타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빅테크들도 AI 기반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AI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가 어디까지일지 아직은 가늠이 안 되지만 세상은 놀랍고도 무섭게 바뀌고 있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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