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만남 한번도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낙·준 파국’] ....
[1대1 만남 한번도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낙·준 파국’]
[‘개혁’ 야합 11일 만에 파탄, 남은 건 6억 국고 보조금]
[11일 만에 쪼개진 개혁신당… 빛바랜 “거대 양당정치 극복”]
1대1 만남 한번도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낙·준 파국’
갈라선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11일 만의 파국, ‘결혼 사기극’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이번 개혁신당 사태 때 이낙연(72)·이준석(39) 대표는 일대일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낙연 대표는 자타 공인 막걸리 애호가. 이준석 대표 역시 폭탄주를 마다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통합 전부터 ‘DJP 연합’ ‘비빔밥 정치’ 같은 미사여구를 늘어놨다. ‘양당 기득권 타파’ 약속이 정말이었다면 아버지와 아들뻘인 두 사람은 당장 만나 수습을 논의했어야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양측에선 ‘총리 대사’ ‘대표 칙사’만 오갔다고 한다.
양당제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는 저주받은 땅이다. 두 사람은 이 불모지에 다당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진심보단 자신의 체면과 자의식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DJP보다 우리가 더 가깝다”(이낙연) “제가 함께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이준석). 그럴듯한 선언은 거짓말로 판명됐다. 11일 동거가 남긴 건 김종민·양정숙 의원의 개혁신당 당적, 그리고 환불조차 어려운 위장 결혼식 축의금 6억6000만원뿐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에서 대표까지 지낸 두 사람의 어처구니없는 결말에 유권자들은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한다. 앞에선 ‘새로운 미래’와 ‘한국의 희망’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안락한 거대 양당에서 하던 방식과 똑같았다. 과거 이재명 대표와 ‘명낙 회동’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거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선거 주도권 다툼을 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윤석열·이재명 심판’을 끝낸 뒤 친정에 금의환향할 생각이라면 앞으로 제3지대를 옭아맨 저주의 주문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직장 동료·상사가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아침마다 꾸역꾸역 출근해 얼굴 보고 얘기하고 때론 밥과 술도 같이해야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일반 시민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낸 세금으로 여의도 고관 대작들은 최대 수백억 정당 보조금을 받으며 당직자를 거느리고, 현역 의원은 억대 연봉을 수령하며 보좌진을 9명까지 둔다.
대리석 바닥에 레드 카펫 깔린 의사당, 사우나·헬스장·한의원까지 딸린 의원회관에 회의실이 못해도 수백 개다. 잘 소통하라고 세금으로 지어준 건물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이나 계파가 다르면 대면은커녕 전화·문자조차 하지 않는 때가 허다하다. 소셜미디어 극단 정치 시대엔 이견을 경청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정치가(스테이츠맨)보다 지지층 입맛에 맞추는 정치꾼(폴리티션)의 생명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1일 불공정 공천에 따른 불만이 폭발하는데도 의원 총회에 대놓고 결석했다. 대통령들의 기자 회견 횟수 역시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이번 개혁신당 사태는 제3지대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나아가 오늘날 한국 정치인들의 소통 능력이 얼마나 박약한지, 그들이 하는 일이 과연 정치(政治)가 맞기는 한지 묻게 되는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다.
-원선우 기자, 조선일보(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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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야합 11일 만에 파탄, 남은 건 6억 국고 보조금
이준석(왼쪽)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당사에서 각각 합당 철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가 어제 개혁신당과의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이름으로 전격 합당을 선언한 지 11일 만이다. 이들은 “거대 양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양당 극한 정쟁의 폐해에 공감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11일 만의 결별은 이들을 허탈하게 했다. 한국 정당사에 전례가 없을 기록일 것이다.
개혁을 내건 이들이 짧은 동거 기간 보여준 것은 꼼수뿐이었다. 부동산 문제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의원을 선거 보조금 지급 기준일 하루 전 입당시켰다. 현역 의원이 5명 이상이면 보조금이 크게 오른다. 개혁신당엔 이제 현역 의원이 4명 남게 돼 6억6000만원 국고 보조금 지급의 근거가 사라졌지만 보조금은 반환할 법적 규정이 없다. 형법을 적용한다면 ‘보조금 사기’란 말을 들을 수도 있다. 11일간 개혁신당 공동대표로 활동한 이낙연 대표가 실제론 개혁신당에 입당도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를 각각 지낸 두 사람에게선 애당초 ‘반(反)윤석열’ ‘반(反)이재명’ 말고는 어떤 공통점도 찾기 어려웠다. 이념과 철학, 정책과 지지 기반이 딴판인 이들이 뭉친다고 할 때부터 ‘총선 기호 3번을 노린 야합’이란 지적이 많았다. 합당 선언 이후에도 통합 노력보다는 반목·충돌하는 모습만 노출했다. 선거 주도권 문제로 갈등을 빚다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지휘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결정되자 파국을 맞았다. 이제 와서 이낙연 대표는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했고, 이준석 대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했다. 정치 이념과 정책이 딴판인 사람들이 선거 투기를 하듯이 뭉쳤다. 이런 사람들이 ‘개혁’을 내걸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을 우롱했다.
-조선일보(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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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만에 쪼개진 개혁신당… 빛바랜 “거대 양당정치 극복”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어제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개혁신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기존에 창당했던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원칙과상식, 새로운선택 등 제3지대 정치세력이 설날을 앞두고 전격 통합을 선언한 지 불과 11일 만이다. 전날 이낙연 대표는 4·10총선 캠페인과 정책 결정을 이준석 대표에게 위임하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결별을 예고했다.
이번 개혁신당 분열 사태는 이낙연 대표계가 주도권 싸움에 밀려 떨어져 나가는 모양새지만 단순히 일부 세력의 이탈을 넘어 제3지대 빅텐트의 해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대양당의 대결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제3의 대안 통합정당을 만들어 중도층의 마음을 잡겠다던 개혁신당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 전반의 극한 대결 못지않은 갈등의 축소판 양상을 보이면서 그간 내세우던 정치 개혁의 대의는 크게 퇴색하고 말았다.
사실 이번 사태는 이념과 가치가 다른 세력 간 급조된 통합의 예견된 결말일 것이다. 제3지대 깜짝 통합은 설 밥상머리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조급함에서였다. 이들에게 기존 양당에 대한 반감 외엔 공동의 비전도 정책도 없었다. 중도보수와 중도진보의 결합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서로의 다름을 대화와 타협으로 극복하고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뤄내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정치는 기성 정당과 다르지 않았다. 총선 지휘권 다툼을 벌이며 사사건건 충돌했고 불신만 키웠다. 결국 누가 먼저 깨고 나가든, 그 시기가 언제든 개혁신당의 분열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번 결별로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각자도생의 길을 가게 됐다. 제3의 대안정당을 기대했던 중도층 유권자들에겐 실망을 안기는 씁쓸한 결과다. 아직 총선까지 50일이 남은 만큼 갈라진 두 세력이 거대양당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보여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기존 거대정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을 받아들여 후보를 냄으로써 양당 대결정치의 틈새나 노리는 생존전략에 골몰한다면 존재 가치도 잃고 생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동아일보(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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