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24조 원전 수출, 암흑기 떨치고 부활한 K원전] ....
[15년 만의 24조 원전 수출, 암흑기 떨치고 부활한 K원전 ]
[체코 원전 '30조 잭팟' 노리는 한국, 입찰서류 마감 하루 전 낸 까닭은 ]
[치열한 원전 수주전, 한미 원전동맹으로 앞서가자]
[15년 만의 최대 원전 수출, K원전 재도약에 총력전 펴야]
15년 만의 24조 원전 수출, 암흑기 떨치고 부활한 K원전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원전 건설 수주액만 200억달러로 중형 승용차 100만대 수출 규모와 맞먹었다. /현대건설
체코 정부가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1000메가와트급 원전 최대 4기를 짓고, 공사 규모는 최소 24조원 이상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20조원 규모였던 UAE 원전 수출보다 규모가 더 크고, 유럽 시장에서 원전 강자인 프랑스를 제치고 따낸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프랑스는 수주전에서 ‘유럽에서 원전 운용 중인 프랑스’ 대(對) ‘유럽 밖에서만 원전 운용하는 한국’ 구도를 만들어 여론을 공략했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유럽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인 중동 사막에 원전을 건설하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운용하며 높은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보여준 K원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수주 성공은 탈원전에서 원전으로 속속 회귀하는 유럽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유럽에선 영국·스웨덴·네덜란드·폴란드·루마니아·헝가리 등이 원전 건설에 나서는 등 가히 ‘원전 르네상스’라 불릴 만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탄소 제로(0) 규제가 확산하고 있어 원전이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한 번 연료를 채우면 2년을 가동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중시하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강점이 크다.
몇 년 새 급변한 국제 정세는 한국 원자력 산업에 다시 없는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입찰에서 배제되고 있다. 중국도 미국 등의 견제로 발이 반쯤 묶여 있어, 실질적 경쟁자는 프랑스 정도다. K원전은 15년 전 UAE 원전 수주전에서 프랑스를 이긴 데 이어 유럽 원전 건설 시장에서도 프랑스를 또 이겼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목표 조기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한국 원자력 산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암흑기를 벗어나,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에 뒤이은 또 하나의 주력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선일보(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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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30조 잭팟' 노리는 한국, 입찰서류 마감 하루 전 낸 까닭은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속도와 신뢰 강점 어필하러 일부러 미리 제출"
입찰 결과 7월 중순 예상…프랑스전력공사와 2파전
SMR 투자…캐나다 아크 인수나 테라파워 투자 검토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8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회 원자력원로포럼'에서 "체코 원전 수출 계약과 관련해 저렴한 비용과 빠른 건설 속도를 지킬 수 있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병철 기자
30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사업자가 다음 달 중순 결정된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경합 중이다. 한수원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원전 ‘잭팟’을 고대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18일 “한수원은 EDF보다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원전 건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체코 정부에 어필하고 있다”며 “기존 원전 수출 프로젝트를 함께 한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기한 내 사업을 끝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체코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200㎿급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다음 달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면 2029년 건설에 착수하고, 이르면 2036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황 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4 제1회 원자력원로포럼’에서 ‘Nuclear, Powering up Korea(원자력, 대한민국의 동력)’라는 제목으로 40여분에 걸쳐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 조선비즈와 만나 “체코 원전 수주 결과는 7월 중순에 나올 것 같다”며 “이번 경쟁 입찰에서 한수원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건설 속도”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지난주에도 체코를 다녀왔다. 12일에는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부 장관을 만나 한수원이 최고의 파트너라는 걸 강조했고, 13일에는 체코 현지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가졌다. 14일에는 체코 원전 건설지역 인근의 아이스하키팀과 후원 계약을 맺고 지역 사회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황 사장은 지난 4월 입찰서류를 낼 때도 마감일보다 하루 먼저 제출했다고 말했다. 체코 측은 서류를 왜 일찍 내냐고 물었다. 황 사장은 “‘엔지니어링은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1만㎞ 떨어진 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기 때문에 사고가 날 리스크까지 감안해서 먼저 제출하러 왔다’고 설명했다”며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번 입찰 경쟁에서 떨어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사례도 소개했다. 황 사장은 “웨스팅하우스는 건설사와 신뢰 관계가 크지 않아 건설사와 따로 서류를 제출해 체코 정부의 신뢰를 잃었다”며 “한국은 설계부터 건설까지 모든 과정을 한수원이 직접 책임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체코 외에도 폴란드·네덜란드·핀란드·스웨덴 같은 유럽 국가와도 원전 수출이나 협력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폴란드는 신규 원전에 대한 기술타당성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포럼에서 황 사장은 원전 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설명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의 증가로 공급량 확대가 필요한데,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이 이런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AI와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오픈AI는 직접 원전 기업에 투자하거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현재 3세대 SMR(소형모델원자로)을 넘어 4세대로 발전하면 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철강, 금속 산업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도 SMR 전략팀을 만들어 4세대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며 “캐나다의 아크를 인수할지 아니면 미국 테라파워에 투자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SMR 추진 상황도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 17일 대구광역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경상북도 군위 지역에 국내 첫 SMR을 짓기로 했다. 한수원은 SMR을 중심으로 ‘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황 사장은 “신도시 건설 패러다임을 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체코 정부에도 SSNC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인수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 기자(조선비즈), 조선닷컴(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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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원전 수주전, 한미 원전동맹으로 앞서가자
인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는 우리 후손들의 삶과 지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일이다. 탄소 중립 달성은 크게 신재생 발전과 원자력발전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원자력은 지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작년 12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주요 참가국들은 2050년까지 원전 3배 확대에 합의했으며,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건설 러시가 진행 중에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공사 중인 원전은 66기, 공사 계약된 원전은 111기, 공사를 계획 중인 원전은 318기로 집계된다.
이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와 안보적 이유로 인해 배제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미국 웨스팅하우스사, 프랑스 EDF 등 3사 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원전의 가성비와 공기 준수는 정평이 나있다. 지금 진행 중인 체코 원전 입찰에서 체코 정부는 지난 1월 31일 웨스팅하우스사를 사실상 탈락시켰고, 수주전은 한수원과 프랑스 EDF사 간 이파전으로 변했다. 웨스팅하우스사는 공사 완공 기한, 책임 주체 등을 잘 제시하지 않았으며, 이는 자체 원전 공급망이 미흡하고 원활한 사업 수행이 어려움을 암시한다. 미국 정부도 미처 이러한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불가리아에서는 웨스팅하우스사가 원전 2기를 수주한 뒤, 건설 공사는 입찰로 진행하여 우리 현대건설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한미 양국 정부는 그간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서 해외 원전 공동 진출 협력과 원전 동맹에 합의한 바 있다. 양국 정상과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 등에 대항해 한미 원전사들이 서로 긴밀히 협력, 공동 공급망을 이루고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협력 과실을 공유하고 양국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방향을 이미 제시했다.
이제 기업 간 협력이 구체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웨스팅하우스사는 한국 원전 공급망을 활용하는 것이 사업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안임을 잘 알고 있다고 보인다. 여기에 한미 원전 동맹을 완성할 길이 있다. 웨스팅하우스사 다수 지분은 캐나다 자산운용펀드가 소유 중이다. 동사는 또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원전 여러 기를 수주하고 있다. 우리가 한전과 한수원을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축으로 웨스팅하우스사와 우리 민간 기업들이 기업 결합 형식을 통해 수직 계열화와 공급망을 이룬다면 양국 원전 동맹이 완성된다.
이와 같은 민관 한미 원전 동맹의 완성은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 커다란 먹거리 내지 선물을 물려주는 셈이 될 것이다. 국가 간 치열한 원전 수주전이 전개되는데,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지원하면 수주가 한결 수월할 것임은 물론이다. 가치 공유국으로서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해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유럽 지역에서 상업적 가치가 높은 원전 입찰이 네덜란드, 스웨덴, 슬로베니아, 영국 등등 향후 줄줄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 원전 동맹이 주도할 수 있다. 우선 체코와 폴란드에서 원전 수주를 이루고, 유럽·아시아·중동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한미는 기후변화 위기 해소에 기여하고, 공동 유산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우리 기업인들의 전략적 마인드가 작동해 한미 원전 동맹 완성이라는 꿈이 실현될 것을 기대한다.
-문하영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 초빙교수, 전 주 체코대사, 조선일보(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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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최대 원전 수출, K원전 재도약에 총력전 펴야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14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2.22/ 대통령실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건설사가 해외 원전 건설 사업자로 낙점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이다. 불가리아에 원전 2기를 짓는 이 공사의 총사업비는 140억달러에 이른다. 한국형 K원전이 암흑기를 벗어나 원전 강국의 국제적 위상을 되찾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를 맞았던 원전 생태계는 점차 경쟁력을 복원하고 있다. 2022년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비 원전의 기자재 공급과 구조물 건설 사업을 수주했고, 폴란드와는 한국형 원자로를 건설하는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번 불가리아 원전엔 미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가 적용되지만, 우리가 원전 수출에서 계속 성과를 내면 전체 설계와 원자로 제작, 핵연료 공급, 운영·보수까지 책임지는 ‘UAE 바라카 모델’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15년 전 UAE 원전 4기 수출은 승용차 100만대, 유조선 180척 수출에 맞먹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원전 건설로만 20조원을 벌었고, 앞으로 60년간 부품과 핵연료를 공급하면 10조원을 더 벌게 돼 있다.
몇 년 새 급변한 국제 정세는 한국 원자력 산업에 다시 없는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유럽·중동 등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입찰에서 배제되고 있다. 중국도 미국 등의 견제로 발이 반쯤 묶여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해 민관 총력전으로 ‘K원전 르네상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탈원전 5년의 공백이 아쉽지만 늦지 않았다. 문 정부 5년간 5900억원 수준으로 추락했던 원전 설비 수출액이 윤 정부 출범 후 2년간 4조원대로 늘어났고, 원자력 전공 대학생·대학원생이 다시 늘어나는 등 원전 생태계가 점차 복원되고 있다. 정부는 미래 원전 모델인 소형모듈원전(SMR)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고, 민관학 협업 체제를 구축해 미래 원전 산업도 한국이 이끌 수 있다는 비전을 꿈나무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원전 산업계가 아직 ‘정치 리스크’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원전 산업 중장기 로드맵을 다룬 민생 토론회에서 한 원자력공학 전공 대학원생은 “정권이 바뀌면 원전 산업이 또 배척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 정부처럼 과학적 근거도 없이 원자력 정책을 뒤집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에너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
-조선일보(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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