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위기 맞은 韓기업… 정부, 네이버 구하기 나서야] ....
[日서 위기 맞은 韓기업… 정부, 네이버 구하기 나서야]
[라인 사태는 국제 통상 이슈, 정부 방치도 반일 선동도 안 돼]
[日 정부는 한국을 적성국으로 보겠다는 건가]
[日 “네이버 ‘라인’ 지분 팔라”… ‘해킹 핑계’로 경영권 뺏으려 드나]
[‘이해진·손정의’가 시동 건 韓日경협 확대… ‘1석 4조’의 황금 카드]
日서 위기 맞은 韓기업… 정부, 네이버 구하기 나서야
자국기업 해외자산 지키는 게 국력
네이버, 日정부 압박에 지분 매각땐
韓정부 ‘경제 오점’으로 남게 될수도
필자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 전수를 모아 조사업체별 경향성을 보정한 지지율을 추정하고 있는데 이달 4일을 기준으로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화면접 조사만 보면 25.7%다. 4월 2주 차 이후 3주 이상 20%대 지지율이 계속되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모두가 지적하는 ‘소통 부족’은 사실 실체가 불분명하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기획한 ‘도어 스테핑’ 당시에도 30%대가 무너졌다. ‘소통’의 대명사 노무현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을 이어가다 역대급 표차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에 자리를 내줬다.
진짜 문제는 바로 경제다. 특히 보수 정부에는 그렇다. 진보는 ‘평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복지’라는 달콤한 약속도 함께다. 솔직히 ‘자유경쟁’을 내건 보수가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다. 필자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 조사와 월드밸류서베이(World Value Survey)를 문항반응이론(Item Response Theory)으로 분석하여 유권자들의 이념 성향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큰 정부 △복지 확대로 요약되는 ‘평등주의’ 성향이 비교국 중 가장 강했다. 결국 보수는 ‘경제’에서마저 우위를 인정 못 받으면 설 곳이 없다. 산업을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세수를 늘려서 복지도 제공하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하는 것은 보수의 숙명이다.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야후라인에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3월과 4월 두 차례 연속으로 내렸다. 네이버도 이미 소프트뱅크 측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사 네이버가 이사회 영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따르는 방식이 되면 높은 지분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고 동남아 사업마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첫 번째 행정지도 후 무려 한 달이 지난 지난달 27일에야 외교부가 “네이버 입장 확인 후 필요하면 일본 측과도 소통”,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제공해 나갈 예정” 등 원론적이고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이달 3일 “일본 정부가 라인 강탈 의도를 노골화하는데 윤 정부는 손을 놓고 일본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KAIST 교수 출신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에게 이슈를 선점당하고도 일주일이나 지난 10일에야 과기정통부 2차관이 나서 유감 표명을 했다. 그것도 “일본의 행정지도가 지분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유감”이라는 과도하게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말이다. 과기정통부가 아닌 외교통상부 차관의 논평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늑장 대응의 원인이 무엇일까. 외교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한일 관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지만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필자의 렌즈로 보면 보수 진영이 네이버에 가져온 오랜 불만이 일조하지 않았는지 의심이 든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네이버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비난해 왔다. 여당 입장에선 네이버 임원 출신 전직 언론인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직행한 것도 불만이었을 것이다. 반면 언론인 출신 김의겸 민주당 의원 등도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신문법 개정안 등 네이버의 편집을 완전히 제한하는 법안을 수차례 발의한 바 있다.
필자도 지난 10년간 수차례에 걸쳐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네이버의 뉴스 유통 방식이 언론 생태계를 붕괴시켜 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네이버는 현재 그나마 유일하게 국제 경쟁력을 가진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네이버의 국내 영업 모델상 언론시장을 왜곡시킨 측면이 있지만 이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고쳐 나갈 일이다. 언론학자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네이버가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해야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뉴스 유통을 통한 트래픽 유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언론 생태계 정상화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행정지도를 내린 일본 총무성 장관이 이토 히로부미 손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일감정 고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내 반한 세력이 한국은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역공을 펼 빌미를 제공하기에 딱 좋다. 그런 민족주의적 논리로는 국제사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국익은 물론 네이버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기본이 무엇일까. 자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자산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국력이고 국격이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동남아 시장을 잃게 된다면 이미 약화된 ‘경제=보수’라는 인식이 무너지고 윤 정부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동아일보(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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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태는 국제 통상 이슈, 정부 방치도 반일 선동도 안 돼
라인야후 사태 일지/뉴시스
일본 정부 개입으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가 꼬여가고 있다. 라인야후의 공동 대주주인 네이버는 일본 측 압박에 지분을 내놓을 상황에 몰렸고, 민주당 등은 반일(反日) 몰이에 나섰다. 이러자 정부가 뒤늦게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히고 대통령실도 “엄정 대응”을 언급했다.
기본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자본 관계 재검토’까지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 기업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 이를 근거로 소프트뱅크 등이 네이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한국인 이사를 해임했다. 민·관이 역할을 분담해 ‘네이버 밀어내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 쪽은 정부·기업·정치권이 제각각이다. 네이버의 태도부터 이상하다. 지금까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는 우리 정부와의 의사 소통에도 소극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정부와 정보 공유조차 꺼린 것은 일을 잘못 키운 큰 원인이 됐다.
정부는 초기에 상황을 잘못 본 것 같다. 정부가 외교 공적으로 내세우는 한일 관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외교부가 사태를 보도한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일이 커지자 뒤늦게 과학기술부가 일본 비판에 나섰지만 민주당 등이 반일 몰이를 할 기회를 줬다.
라인 사태 해결의 대전제는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는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소프트뱅크와 매각 협상 중이라고 한다. 지분을 판다면 가장 좋은 조건에 팔고 그 재원으로 더 효과적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네이버의 최우선 고려 사항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실상을 정부와 공유하면서 소통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민간 기업 이슈가 아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이자, 국제 규범 위배 소지가 있는 통상 이슈다. 정부가 민간 기업 하나의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일본에 네이버에 대한 특혜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당한 피해를 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이 대원칙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외교·통상 카드를 써야 한다. 이 문제로 정치권이 ‘제2의 죽창가’를 선동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네이버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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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는 한국을 적성국으로 보겠다는 건가
일본 정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네이버에 대해 현지 법인 라인야후의 지분을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나눠 설립한 회사로, 현재 네이버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 작년 11월 라인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상 서버)가 해킹당해 고객 51만명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일본 총무성이 해킹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면서 네이버와 맺은 지분 관계를 정리하라고 행정 지도에 나선 것이다. 일본 측 파트너인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 요구에 따라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모(母)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해킹으로 개인 정보가 새는 사고가 나면 정부가 벌금을 물리고 보완 조치를 요구하는 게 통상적 방식이다. 지분 정리까지 압박하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다. 미국 의회가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은 적대국의 ‘정보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한국과 일본은 적대국 아닌 우방국이다. 일본과 한국 민간 기업 간 계약에 따라 성립한 동업 관계를 정부가 깨려는 것은 반(反)시장적 행위로, 2003년 발효한 한일투자협정 위반 가능성이 크다. 협정은 양국 투자 기업에 대해 ‘내국인 최혜국 대우’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 소송감이 될 수도 있다. 자국민 개인 정보가 외국계 기업 손에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지만, 세계화한 시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더구나 자유 시장 국가가 외국 투자 기업의 재산권을 힘으로 침해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 시절 파탄 직전까지 갔던 한일 관계를 복원하려고 최대 걸림돌이었던 징용자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안’ 제시로 풀었다. 국내적 반발과 비판을 무릅쓴 큰 결단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파기 선언한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가 정상화되고,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풀었다.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되는 등 양국 관계가 크게 호전됐다.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 매각 압박은 양국 우호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표 기업에 경영권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한국이 적성국이라고 선언하는 꼴이다. 한국민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는 심각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부당한 압력을 중지하고, 우리 정부도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었으면 한다.
-조선일보(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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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네이버 ‘라인’ 지분 팔라”… ‘해킹 핑계’로 경영권 뺏으려 드나
일본 정부가 한일 기업이 절반씩 소유한 메신저 앱 ‘라인’의 한국 측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한국 쪽 네이버의 서버가 해킹당해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심은 자국민 대다수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의 절반을 한국 기업이 갖고 있다는 게 못마땅해 경영권을 뺏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인 96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라인은 한국 네이버의 일본지사인 NHN재팬이 2011년 개발했다. 이후 2021년에 네이버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측 야후재팬이 절반씩 출자한 지주회사 A홀딩스가 출범했고, 이 회사가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하며 라인을 공동으로 경영해 왔다.
문제는 지난달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 조치를 하면서 벌어졌다. 작년 11월 해킹으로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문제 삼았다. 유출 책임이 한국 측 네이버 클라우드(가상서버)에 있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경영 체제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후 라인야후 측이 네이버에 대한 시스템 위탁 규모 축소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놨는데도 일본 정부는 다시 소프트뱅크에 ‘자본 관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보유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일본 측이 경영권을 갖는 ‘일본 기업’으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해킹을 당했다는 이유로 한 나라의 정부가 민간 기업에 지분 변경을 요구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작년 사고로 인한 직접적 피해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관치가 강한 일본에선 기업의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한국 기업이 투자하고, 장기간 공들여 키워낸 일본 내 플랫폼을 자국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적대국도 아닌 우방국 기업끼리 맺은 공정한 협력 관계를 끊고 지분을 팔도록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불합리한 처사다.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 기업에 대해 자국 기업과 같은 ‘최혜국 대우’를 하도록 규정한 한일 투자협정에도 위배된다. 일본 정부는 부당한 압박을 당장 멈춰야 한다.
-동아일보(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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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손정의’가 시동 건 韓日경협 확대… ‘1석 4조’의 황금 카드
[송의달 선임기자의 Special Report]
불붙는 韓日 경제 협력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야후재팬은 한지붕 식구이다. 두 회사가 절반씩 지분을 소유한 A홀딩스가 작년 3월 출범하면서부터다. A홀딩스 밑에 Z홀딩스가 있고, 그 아래 라인과 야후재팬이 자회사로 작동한다.
한국과 일본 경제 동맹의 물꼬를 연 이해진(왼쪽)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일본명 마사요시 손)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조선일보DB
2019년 11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맹 결의를 불씨로 한·일(韓日)이 합작한 일본 최대 빅테크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라인 관계자는 “중국 알리바바·텐센트 연합을 능가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인공지능(AI), 전자상거래, 블록체인 등에서 일체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A홀딩스의 아시아 지역 월간 사용자는 2억3000만명에 달한다.
제2, 제3의 한·일 기업 동맹도 줄을 잇는다. LG화학과 일본 도레이가 총1조원 이상 투자하는 2차전지 합작사, SK이노베이션과 일본 화학전문기업 도쿠야마의 반도체 소재 합작기업 등이 작년 하반기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경협 확대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효과를 내는 한국 경제의 황금 카드”라고 말한다.
한·일 1인당 GDP 추이
◇청년 일자리 해결 돌파구 열려
원동력은 혐한(嫌韓)과 반일(反日) 와중에도 봇물처럼 늘어나는 경제·문화 교류이다. 지난해 양국간 무역규모는 전년 대비 18% 늘었고 일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는 25% 증가했다. 2021년 일본 넷플릭스 최상위 TV프로그램 10개 가운데 6개가 한국 콘텐츠였다. 한국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鬼滅)의 칼날’이 큰 인기였다.
이런 흐름을 살리면 한국 경제의 최대 고민인 청년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의 대졸 취업률은 5년 넘게 60%대인 반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같은 기간 매년 90%를 웃돈다. 일본 청년 구직자 한 명당 직장은 1.18개이다.
(좌) 2018년 11월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8 일본 취업 박람회’ 모습. 소프트뱅크·닛산자동차·전일본공수항공(ANA)과 일본 3대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 세계 LCD 유리 20%를 생산하는 일본전기초자 같은 우량 기업들이 한국 청년 700여명을 뽑기위해 왔다. 6200명이 넘는 한국 청년들이 이 행사에 몰렸다./(우) 2018년 11월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8 일본 취업 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일본 기업 부스를 돌며 일본 취업 정보를 얻고 있다./조선일보DB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작년 11월 한일경제인 회의에서 “양국 경제계가 구인(求人) 플랫폼을 공동운영하고 취업 박람회를 활성화하자”고 말했다. 외국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조직 충성도가 높은 한국 젊은이들은 일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인 인재이다.
◇中 경제 과잉 의존 막는 버팀목
양국간 문턱을 낮추면 한국의 4배 면적에 1억 2500만명의 새 내수 시장이 창출돼 우리 제조·서비스업의 전면적 확장이 펼쳐진다.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일본학)는 “매년 100조엔(약 1036조원)이 넘는 일본 실버 산업 시장이 한국 기업들의 유력한 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총인구의 30%에 달하는 세계 최대 노인 국가이다.
일각에선 양국 경제 통합시 자동차·농업 같은 분야에서 한국의 피해를 우려한다. 하지만 1998년 일본 문화 개방 당시 ‘한국이 왜색 문화로 뒤덮일 것’이라는 비관론과 정반대로 한국 ‘K팝’은 세계 최강(最强)으로 도약했다.
기업분석연구소인 ‘CEO스코어’의 김경준 대표는 “한국인은 문을 열수록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한다. 일본 개방을 ‘매기 효과’로 활용하면 경제 전반이 선진국 수준으로 확실히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으로선 한국의 IT와 스피드, 젊은 인력을 흡수해 노쇠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잇점이 있다.
(좌) 2019년 12월 4일 낮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가 열린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돔 인근에 K팝을 즐기는 일본 팬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우) 2019년 5월15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CBS방송 인기 토크쇼 '더 레이트 쇼'에 BTS가 출연해 1964년 비틀스의 미국 첫 데뷔 방송 무대를 재연하고 있다. BTS는 55년 전 비틀스가 섰던 바로 그 무대에서, 비틀스 초기 패션인 바가지 머리와 검은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드럼 중앙에 'THE BEATLES'란 로고 대신 'BTS'가 적혀 있다./조선일보DB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준(準)경제 동맹 형성 효과도 생긴다.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양국 합계 GDP 7조달러의 경제권이 가시화하면 미국이나 중국 어느 나라도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이 경제 제재를 가해도 이겨내는 강력한 맷집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역과 소재·부품·장비에서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의존도는 25%, 3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경제의 긴밀한 통합은 거대 중국으로 쏠림을 막는 버팀목이자 균형추가 된다는 분석이다.
-송의달 선임기자, 조선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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