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인 처신’ 뒤늦은 사과, 부인 문제 재발 방지가 관건] ....
[尹 ‘부인 처신’ 뒤늦은 사과, 부인 문제 재발 방지가 관건]
[특검 충돌도, 의정 갈등도, 연금개혁도 해법 못 낸 尹 회견]
[尹 대통령, 바꿔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尹 ‘부인 처신’ 뒤늦은 사과, 부인 문제 재발 방지가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해선 “저의 국정 운영이 많이 부족했다는 국민 평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하고 총선 패배도 ‘내 탓’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날 회견은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으로 내·외신 기자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즉석에서 문답이 오갔다. 특별히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나 쟁점에 대한 구체적 설명, 특검 등에 대한 파격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늦지 않게 이런 자리를 가졌다면 윤 정부에 대한 국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만시지탄이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로 진상 규명이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경찰과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국민이 ‘봐주기 의혹이 있고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다.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비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해병대의 진상 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경위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해서도 “정치 공세”라며 거부했다. 주가조작은 문재인 정부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못했던 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잘못된 처신이 거듭되고 윤 대통령이 이에 잘못 대처하면서 국민들 의구심과 반감이 커졌다. 앞으로 이 문제는 계속 현안이 될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연금 개혁 문제를 방치했다”며 임기 안에 대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야당과 공감 속에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징벌적 과세로 인한 부동산 시장 왜곡을 막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와 지원 의지도 밝혔다. 연금·노동·교육·의료·규제 개혁은 나라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도 협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이날 회견을 보고 그동안 왜 회견을 피해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정도라도 설명을 하면 국민 분노나 의구심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것을 꽉 막아왔고 쌓인 압력이 총선에서 터진 것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다시는 김 여사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문제가 재발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내부 감시 체제를 만드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을 것이다.
-조선일보(24-05-10)-
______________
○ 1년 9개월 만의 尹대통령 기자회견에 “왜 진작에 하지 않았느냐” 댓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
-팔면봉, 조선일보(24-05-10)-
______________
특검 충돌도, 의정 갈등도, 연금개혁도 해법 못 낸 尹 회견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정치 공세”라며 거부했다. 나아가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이 봐주기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제가 먼저 특검 하자고 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다소 달라진 언어와 태도를 보였지만 그 내용에선 바뀐 게 없었다. ‘매정하게 끊지 못해 좀 아쉬웠다’던 명품백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은 처음으로 “사과드린다”고 했고, ‘국정 방향은 옳았는데 국민 체감이 부족했다’던 4·10총선 참패 결과에 대해서도 “많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모두발언에선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 듣겠다”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현안들을 두고선 그간의 기조에서 달라진 게 없었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든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나 논의할 일’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한 질문에는 엉뚱하게 “사고 소식을 듣고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질책했다”며 동문서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인식에 머무는 터에 당장 시급한 정치의 복원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야당과의 협치는 국정 운영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윤 대통령도 “여야 정당과의 소통을 늘리고 민생 협업을 강화하겠다”며 말로는 협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치에 ‘과잉 갈등’이란 진단을 내리며 여전히 내려보는 듯한 윤 대통령의 태도에서 협치를 위한 진지한 열의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도 윤 대통령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간 해왔던 대로 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고물가에 대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을 밝히지 못했다. 그러면서 “농수산식품 물가는 큰돈을 안 써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쉬운 일이라면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는 과일·채소값을 왜 방치했는지 의문이다. 기초연금을 40만 원까지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연금과의 충돌 해소 방안이나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연금개혁을 임기 내에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추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백지나 다름없는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던져 놓고는 “대선 때 약속한 대로 국회가 거기서 고르기만 하면 될 정도의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했다. 말로만 개혁을 강조할 뿐 의제 설정과 사회적 토론에선 빠진 채 뒷짐 지는 모양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의료계 단체들이 통일된 입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대화의 걸림돌”이라며 “정부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출구 없는 무한 대치를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1년 9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견은 여러모로 부족했다. 총선 참패 한 달이 돼서야 나온 사과는 옆구리 찔러 절 받은 듯했고, 말로는 바뀌겠다는데 그 변화를 체감하기 더욱 어려웠다. 다만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에게서 이념과 갈등의 언어가 줄었고 앞으로 소통을 늘리겠다고 다짐한 만큼 답답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이런 기회는 더욱 많아져야 한다. 낮은 자세에서 불편한 질문을 받으며 불통의 리더십을 떨쳐내는 과정이야말로 변화의 시작이어야 한다.
-동아일보(24-05-10)-
______________
尹 대통령, 바꿔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이기홍 칼럼]
국민이 尹에 요구한 변화는 脫오만과 부인 문제 공정성 회복하라는 것이지
野에 굽히고 인사권 넘기라는 게 아냐
좌파 잘못 분명히 맞서 국정방향 지켜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더 이상 오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만이라는 그 뿌리에서 2년간 숱한 썩은 가지들이 뻗어났다. ‘내 부인은 예외’라는 오만이 여사 문제를 산사태로 키웠고, ‘여당은 대통령 직속 부대여야 한다’는 오만이 당 대표를 쫒아내고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꼼수정치로 이어져 당을 풍비박산 냈다. ‘당신이 뭘 알어’라는 오만이 주변의 언로를 막았고, ‘당신들이 검사보다 똑똑해?’라는 오만이 편중인사, 검찰공화국 프레임을 키웠다.
총선 참패 한달. 대통령은 ‘겸손한 윤석열’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가. 고개를 흔들 사람이 많을 것이다. 21개월 만의 기자회견에서도 근본적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겐 두 번의 거듭날 기회가 있었다. 강서 보선 참패 직후와 연초 KBS와의 대담이었는데 다 놓쳤다. 특히 KBS대담에서 핸드백 문제에 대해 “정말로 죄송하다. 절대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진솔하게 사과하지 않고 “아쉽다”며 눙치고 넘어감으로써 국민 마음 속에 “그래? 두고 보자”는 응어리를 맺게 해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 문제는 핸드백 자체가 아니라 그걸 풀어가는 자세였는데 몰랐던 것이다.
이번 회견에서도 부인 문제에서 태도의 대전환을 이뤄 공정과 상식의 솔선수범자로 돌아가려는 진심을 느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꼼수정치, 비선정치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소식들이 들려온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 홍준표 대구시장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당선인 등도 따로따로 불러 만났다고 한다. 기존에 윤 대통령은 온 나라가 엑스포 유치에 올인하는데 오 시장은 대통령실과 협의 없이 서울올림픽을 유치하겠다며 따로 뛰어 상당히 불쾌하게 여겼다고 한다. 오 시장이 지난해 초 한남동 새 시장 공관에 입주한 뒤 대통령을 초대했으나 윤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로 오라고 했고 여기에 권영세 의원 등 다른 사람들도 불러 독대 자리를 자연스레 무산시켰다고 한다. 나경원 당선인과도 전당대회 때 핍박했던 역사가 있다. 오 시장, 나 당선인과의 면담 이후 나 당선인이 당 대표로 오 시장의 대권 도전을 지원하고 오 시장은 나 당선인의 차기 서울시장 도전을 돕는다는 동맹 구축설이 여권 내에서 돌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에게 절실한 정치의 복원은 이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 함성득 임혁백 라인이 일정 부분 관여했다는 것도 대통령이 비공식라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야당 대표와의 회담은 당연히 여당 지도부를 통해 이뤄져야 마땅하다. 박영선 총리설 파동에 이어 비선라인 의혹이 또 일게 된 것이다. 게다가 총선에 나갔던 이원모 비서관을 복귀시킨다는데, 그가 아무리 유능해도 부인이 김건희 여사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사실이 온 나라에 각인된 인물의 회전문 등용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 국민이 총선에서 버리라고 요구한 ‘작은 정치’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총선민심은 대통령의 환골탈태를 요구했고, 윤 대통령도 여러 변화 시도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바뀌어야 할 ‘작은 정치’, 부인 감싸기는 큰 변화의 기미가 없는데 정작 엉뚱한 데서 변화의 조짐들이 보인다. 한 예로 육사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백지화하려 한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로서의 홍 장군을 높이 기리고 추모’하는 것과, ‘독립군이 몰살 당한 자유시 참변 관련 의혹과 소련공산당 경력 등이 육사 생도의 전범(典範)으로 삼기에는 적절치 않으니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모시자’는 주장은 배치되는 게 아니다. 민간·학계에서 문제제기와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채 문제제기 방식이 관 주도로 된 것은 아쉽지만, 문재인 정권이 육사의 정체성을 바꾸려는 의도로 벌인 일을 바로잡겠다는 취지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데도 총선에서 지니까 발을 빼려는 것은 뚜렷한 철학과 역사관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기조전환을 국정방향과 국정태도로 구분해 보자. 연금개혁 노동개혁 원전정책 가치동맹외교 등 국정방향은 전환 대상이 아니다. 전환해야 하는 것은 정책 변화를 이끌어가는 윤 대통령의 소통방식 등 태도일 뿐이다. 국정방향을 전환하라면 문재인 때처럼 낡은 좌파이론 실험장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공중파를 진영의 도구로 삼아 극단으로 치닫는 좌파 방송의 횡포를 방치하자는 말인가. 좌편향된 균형추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너무 당겨 우편향을 범하는 우(愚)는 철저히 경계해야 하지만 방향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철학 소신은 확고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이재명 대표와 야당이 잘해서 찍어준 게 아니다. “야당도 형편없지만 윤 대통령 당신이 더 잘못하고 있다”며 등을 돌린 것이다. 야당과 좌파의 잘못을 덮어주라는 게 총선민의가 아니다. 야당 편들고 총리 인사권 등 권한 다 넘겨주라는 게 아니라 대통령 당신이 바뀌라고 회초리를 내리친 것이다.
대선 때 윤 후보에게 표를 주며 국민이 맡긴 소명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전 대통령 문제다. 가족 관련 의혹들,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대(對) 중국 3불1한의 전말, 남북정상 USB의 실체 등등의 진실을 밝혀야 정의가 복원된다. 정치보복이 아니라 유권자에 대한 책무다. 중도는 이념 때문에 떠난 게 아니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떠난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지적과 경고를 무시하다 총선을 그르쳤음에도 진솔한 반성과 뼈저린 현실인식이 없다면, 다음 대선은 물론이고 장기간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수에 상처를 입힌 정치인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4-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