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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탄핵서 드러난 ‘이재명 유일 체제’의 봉건성] ....

뚝섬 2024. 7. 10. 10:22

[검사 탄핵서 드러난 ‘이재명 유일 체제’의 봉건성 ]

[이재명 대선 가도 방해되면 다 탄핵, 국기 문란 수준]

[군 미필자가 장군에게 호통치는 분단국가]

 

 

 

검사 탄핵서 드러난 ‘이재명 유일 체제’의 봉건성

 

[송평인 칼럼]

‘유일 지도자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지도자를 잘못이라고 하는 쪽이 잘못’
검·판사 탄핵은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
정치 민주화 이후의 새 정치 민주화 필요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는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 경제적 사회적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쓴 말이다. 한국 정치학계에서 보기 드문 적절한 개념화이긴 하지만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같은 착각도 없지 않다. 정치적 민주화가 1987년으로 끝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정치는 한번에 영구히 민주화되지 않는다. 정치는 전진할 수 있듯이 퇴행할 수도 있다. 헤겔적 의미의 자유의 확산으로서의 역사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끝나지 않고 독재자가 된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퇴행하고 있듯이, 또 심지어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였던 미국에서조차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퇴행하고 있듯이, 한국의 정치도 그렇다는 걸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한다는 정치를 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검찰 수사가 지나치다는 것과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는 것은 다르다. 검찰의 수사나 혐의 적용이 지나칠 때가 있다. 윤석열 한동훈 때 국정농단 수사가 그랬다.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외과수술식 수사를 지향해 가던 검찰이 윤석열 한동훈 때 옛날 식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조작이나 하는 집단이라는 건 아니다. 대체로 검찰은 수사기관이 조작한 증거를 거르든가, 미처 거르지 못하든가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조작하는 집단은 아니었기에 민주화 이후 득세할 수 있었다.

 

검찰 수사를 조작으로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문재인 정권 때 한명숙에게서 시작됐다. 다만 그때도 검사 탄핵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작이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증거력을 다투는 것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억지였다. 검사 탄핵 추진은 억지의 최대치를 넘어 사악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탄핵 소추를 추진하는 것은 탄핵을 다투고자 함이 아니라 이 대표를 건드리면 검사든 판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라는 걸 민주당 의원들도 잘 알고 있다.

검사 탄핵 소추는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검사의 직무가 정지된다고 해서 재판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판사 탄핵은 다르다. 판사가 탄핵되면 판사 교체 등으로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재판이 지연되면 이 대표는 주요 혐의에 대한 유무죄 확정 판단을 받지 않고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공직자는 탄핵 소추됐다가 헌재에서 기각 결정을 받고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판사 탄핵으로 재판이 지연되면 회복할 수 없는 부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은 검찰이 발동을 건 것이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 측이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백현동 등 나머지 개발 의혹은 유사 사건으로 따라 나왔다. 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의혹은 대선 토론에서 액면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말 좀 했다고 대선 출마를 막는 건 지나치지만 그로부터 파생된 위증 교사 의혹은 다르다. 쌍방울 대북송금 연루 의혹도 검찰이 그림을 그리고 접근한 게 아니다. 이재명 변호인들이 받는 수임료의 실상을 확인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이 대표에 대한 법인카드 불법 사용 수사는 분명 지나치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했던가. 법인카드 불법 사용 수사는 이 대표 부인 선에서 그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지나치다고 하는 건 자제하라는 뜻이지 조작됐다는 뜻은 아니다. 법인카드 불법 사용도 증거는 명백해 보인다.

이 대표와 배후의 원탁회의 세력은 이른바 ‘촛불’ 혁명의 완수를 위해 민주당에서 ‘이재명 유일(唯一) 체제’를 확립했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자들이 ‘김건희 문자’를 놓고 다투는 모습은 졸렬하기 짝이 없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유일 체제는 위험하다. 유일 지도자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잘못이 있다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있어야 한다. 검·판사 탄핵은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이다.

탄핵 제도는 도둑이 들고 설치라고 있는 몽둥이가 아니다. 헌법 교과서에는 헌법 수호를 위한 저항권의 발동은 정당하다고 쓰여 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걸 국회도 정부도 법원도 막지 못하면 국민이 힘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2027년이면 민주화 40주년이 된다. 그 전에 또 한 번의 정치적 민주화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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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가도 방해되면 다 탄핵, 국기 문란 수준

 

더불어민주당 전용기(오른쪽부터),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검사 엄희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도 밀어붙여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도록 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이재명 대표 사건을 담당해 온 검사 등에 대해서도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정부 고위직과 검사들에 대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탄핵을 추진한 경우는 없었다. 방통위를 마비시키고 이 대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의 도 넘는 탄핵 공세에 국정은 흔들리고 법적인 수사의 차질까지 빚어지게 됐다.

 

김홍일 위원장은 2일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밀려 결국 사퇴했다. 전임자인 이동관 전 위원장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개월 간 방통위 업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뚜렷한 위법도 없는 사람이 취임 6개월여 만에 물러나야 했다.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 공세는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 방송을 해온 MBC를 제 편으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다. 방통위가 8~9월 임기가 만료되는 MBC·KBS 등 공영방송 관련 이사진 선임 계획을 의결하자 이를 막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을 고발하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다. 법률상 탄핵 대상이 아닌 부위원장도 함께 고발하면서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작년 말에도 같은 이유로 이동관 전 위원장을 탄핵하려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고 구체적 법 위반도 없는데 자진 사퇴해야 했다. 이로 인해 방송 재허가 업무가 마비되면서 MBC·KBS 등 34개 방송국이 한 달간 면허 없이 방송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당은 국회 몫 방통위원(3명) 추천·표결도 거부해 ‘위원장·부위원장 2인 운영 체제’를 초래했다. 그러고선 ‘2인 체제’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바꾸지 못하도록 식물 위원회로 만들려 한 것이다.

 

후임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7월 말~8월 초 취임할 수 있다. 하지만 MBC 사장 교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민주당은 새 위원장에 대해서도 어떤 이유를 대서든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방통위원장 3명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미 공영방송 이사진을 자기들 뜻대로 임명하고 사장 교체도 못하게 하는 방송 3법을 국회 상임위에서 일방 처리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이 법안 내용과는 정반대로 공영방송 사장들을 폭력적 방법으로 쫓아냈다. 그런데 다시 야당이 되자 ‘언론 개혁’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 검사 3명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당론으로 발의했다. 박상용 검사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강백신·엄희준 검사는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사람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검찰이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이 전 대표를 추가 기소하자 바로 검사 탄핵을 추진했다. 이 전 대표 수사를 방해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들이 13년 전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재판 때 재소자를 불러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김만배·신학림씨의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때 위법하게 압수수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았고 김만배·신학림씨는 최근 구속됐다. 억지 탄핵이라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도 알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1차례나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 소추 전 사퇴한 방통위원장까지 합치면 13차례다. 이 가운데 자진 철회한 2건을 포함해 9건이 검사를 겨냥한 것이다. 안동완 검사 탄핵안은 헌재에서 기각됐고,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은 헌재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검사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더라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일 것이다. 헌재 심판 중에는 해당 검사의 업무가 정지돼 추가 수사나 재판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해당 검사들을 국회 법사위로 불러 위법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한다. 법사위 증언대에 세워 피의자처럼 추궁하고 모욕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피의자가 수사관을 잡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판사 선출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검사 탄핵에 이어 사법부까지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출마를 위한 것이다. 철저히 정략적이라는 뜻이다. 국기 문란은 헌법의 기본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국기 문란이라고 불러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조선일보(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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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미필자가 장군에게 호통치는 분단국가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나는 사람들 앞에서 엄중한 심문과 가혹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그의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권리인 상호 간의 인격 존중, 심지어 자유까지도 맡겨놓고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외투처럼 되었다는 사실에 피고인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던 것이다. 나는 피고인의 그 두려움, 극심한 좌절감, 처절한 외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연약한 감정들 대신 굳건한 의무감이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이것이 내가 할 일이다. -스콧 터로 ‘무죄추정’ 중에서

 

요즘은 경찰과 검찰도 피의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교사도 개인 감정을 앞세워 아이들에게 교실 밖에 나가 서 있어라, 벌주지 못한다. 그런 일이 드러나면 부모와 인권위원회가 가만있지 않는다. 그런데 국회의원 앞에 서는 증인에게는 최소한의 인권이나 자기 보호 권리조차 없는 모양이다.

 

소설 속 수석 부장 검사 러스티는 재판정에 설 때마다 국가를 대변한다는 자부심과 정의감으로 피고인을 매섭게 몰아세웠다. 그런데 그 자신이 살인 혐의를 받고 피의자석에 앉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황상 범죄를 확신한 동료 검사들은 법정에서 러스티를 가혹할 만큼 몰아붙인다. 그제야 러스티는 자신이 심문할 때 피의자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돌아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권력이 하늘을 찌른다. 지난 6월 21일, 그는 증인으로 나온 군 장성들에게 입 다물라, 일어나라, 나가라, 반성하라, 명령하고 호통쳤다. 그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에 빠져 있었을까? 그러나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이었을 뿐, 그에겐 검사나 판사처럼 죄의 유무를 추궁하고 판결할 자격은 없었다. 더구나 증인들은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일생을 바친 군인들이었다.

 

법사위원장은 1989년 주한 미 대사관저를 점거, 폭탄 투척과 방화 미수로 징역 2년을 살았고 그 때문에 군대에 가지 못했다. 그가 근엄한 표정으로 “사단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입니까? 제가 보기엔 부끄럽고 비굴한 군인일 뿐이에요”라며 현역 장군을 비난하는 장면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병역 의무를 마친 사람만 피선거권을 갖게 하는 법이 생길 리는 없겠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서 군인이 어떤 이유로든 전과자나 군 미필자에게 조롱거리가 되는 일이 허용돼선 안 된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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