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율 98% 韓·日 운명 공동체, 尹·韓은 몇% 일치할까] ....
[싱크로율 98% 韓·日 운명 공동체, 尹·韓은 몇% 일치할까]
[안영의 화(和)]
싱크로율 98% 韓·日 운명 공동체, 尹·韓은 몇% 일치할까
[김창균 칼럼]
유엔 결의안 표결 완벽 일치
가치관과 안보 위협 공유에 자원 의존 등 여건 같기 때문
러·북·중에 공동 대응 절실
野 탄핵, 核 위협 수준인데 與圈은 치고받고 內戰할 땐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지난주 일본에서 2박 3일 동안 열린 ‘한일미래비전 포럼’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관용구였다. 한국에서 김성한 전 안보실장,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일본에서 야치 쇼타로 전 국가안보국장, 사사에 겐이치로 전 외무사무차관, 기하라 세이지 전 관방장관,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대신 등 양국의 정치인, 외교관, 기업 관계자, 언론인 등이 참석했다. 양국 정상의 결단이 지난 2년 새 두 나라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켰다는 게 한결같은 평가였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 공동 여론조사에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찬성 응답이 한국 79.2%, 일본 86%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권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수치다. 일본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느낀다는 우리 국민 응답은 2015년 61% 최고치보다 절반 이하인 29.7%로 떨어졌다.
양국 국민의 태도 변화는 특히 젊은 층에서 두드러졌다. 한국의 20대는 한·미·일 안보 협력 필요성에 대해 92%로 가장 높았고, 일본의 군사적 위협 걱정은 22%로 가장 낮았다. 일본 측 참석자는 “일본 10대 중 38%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큰딸과 대화가 거의 없는데 BTS 표를 구해달라, 블랙핑크 표를 구해달라, 뉴진스 표를 구해달라고 할 때만 말을 걸어 온다”고 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훼손하는 모험까지 감수하며 양국 관계를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그 의지를 충분히 일본 국민들에게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일본 산업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로부터 이제 일본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서 화답해야 하는데 왜 기업들이 이렇게 호응해주지 않느냐는 책망을 들었다”고도 했다.
러시아·북한·중국 세 나라가 핵(核)을 움켜쥔 주먹을 휘두르며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는 정세가 한·일 두 나라가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전문가들은 “생각이 같은(like-minded) 나라끼리 뭉쳐서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 일본이 생각이 같다고?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대목이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구분 짓는 객관적인 기준은 각종 법안에 대한 표결 기록이다. 마찬가지로 각 국가의 정체성은 다양한 국제 이슈가 다뤄지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 표결로 드러난다.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입장을 취해 온 나라는 어디일까. 일본이다. 두 나라의 유엔 결의안 표결이 같았던 경우가 무려 98%다. 몇 년 전 유엔 전문가는 논문을 통해 이 수치를 제시하며 “두 나라의 싱크로율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왜 그럴까. 국가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지정학적 환경이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선진국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두 나라 모두 한반도 주변 지역의 안정과 평화가 최우선 과제다. 에너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두 나라 모두 95%에 가깝고, 그래서 교역을 통해서만 생존이 가능하다. 두 나라 사이의 굴곡진 과거사에 가려졌을 뿐 한·일은 완벽한 운명 공동체라는 뜻이다.
일본의 경제적 위상은 과거만 못하고, 한국은 부쩍 힘을 키웠지만 아직 독자적으로 국제사회를 움직일 만한 역량에 못 미친다. 그러나 두 나라가 한목소리를 내면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일본 정치인은 “트럼프가 재집권했을 때 아시아 안보 질서를 헝클어트릴까 걱정된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하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귀국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하면서 핸드폰을 켜자 국내 뉴스가 최다 조회 순으로 화면에 떠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명품 백 대(對)국민 사과 용의’를 담은 김건희 여사 문자를 묵살했다는 기사, 국회에서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는 기사가 차례로 상위권에 배치됐다. 러·북·중 못지않은 위협이 국내에서 윤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거듭 밀어붙이는 건 윤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다.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야당의 핵실험이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입장이 100% 가깝게 일치하는 운명 공동체라면 당연히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 이미 참담한 패배로 끝난 총선 때 과거사로 진흙탕 내전을 벌일 때는 아닌 듯싶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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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의 화(和)
화이부동(和而不同), 동이불화(同而不和)는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지침임과 동시에 상하 관계의 두 가지 유형이기도 하다. 이 점은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가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나라 경공이 사냥에서 돌아오자 재상 안영(晏嬰)이 경공을 모시고 있었다. 그때 마침 양구거(梁丘據)가 달려와 경공에게 인사를 올렸다. 경공이 말했다.
“오직 양구거만이 나와 맞구나[和]!”
안영이 말했다.
“양구거는 실로 맞추는 것[同]이지 맞는 것[和]이 아닙니다.”
경공이 말했다.
“화(和)와 동(同)이 다른가?”
안영이 말했다.
“다릅니다. 맞는 것은 맛있는 국을 끓이는 것과 같아서 물, 불, 식초, 젓갈, 소금, 매실을 써서 생선이나 고기를 삶는 것과 같습니다. 장작으로 불을 때고 요리사가 간을 맞추어 그 과한 맛을 덜어내면 좋은 국이 됩니다. 군신(君臣)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임금이 옳다고 한 것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신하는 그 잘못된 것을 아뢰어 그 옳은 것을 이루게 해주고, 임금이 잘못됐다고 한 것에 옳은 점이 있으면 신하는 그 옳은 것을 아뢰어 그 잘못된 것이 없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정치가 평안해져 서로 침범하지 않아 백성들은 다투는 마음이 없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양구거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물로 물의 간을 맞춘 것과 같으니 누가 제대로 먹을 수 있고, 거문고 줄이 똑같아 오직 한 가지 음만 나니 누가 제대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동이불화(同而不和)의 큰 그림자가 우리 정치권을 뒤덮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이재명을 위한 양구거 되기 경쟁이 한창이며 국민의힘 쪽 양구거들은 ‘배신’ 운운하며 전 비대위원장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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