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교훈은요] [항공업계 30조 먹거리 될.. ]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교훈은요]
[항공업계 30조 먹거리 될 ‘지속가능항공유’]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교훈은요
나는 올림픽 덕후다. 내 나이에는 올림픽 덕후가 꽤 있다. 소년기 서울 올림픽을 목격한 세대라면 덕후가 되지 않는 게 더 힘들다. 그 시절 올림픽은 정말이지 상징적 행사였다. 그거 말고는 세계가 모여 뭘 같이 하는 일도 잘 없었다. 위성방송으로 중계하는 일도 잘 없었다. 옆집 학생 먹방도 중계되는 그놈의 초연결 사회가 되기 전의 일이다.
올림픽 덕후들은 뭘 그렇게 모은다. 나도 모은다. 서울 올림픽 기념 티셔츠도 있다. 쌍방울 제품이다. 가장 아끼는 건 모스크바 올림픽 마스코트 ‘미샤’ 조각상이다. 이베이 등에서 미샤 관련 상품 파는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사람이었다. 소련 잔재 팔아치워 전쟁 자금 버는 중인가 보다. 애국적 선택이다.
덕후들은 뭘 또 그렇게 점수를 매긴다. 영화 덕후 별점 매기듯 올림픽의 모든 것을 비교한다. 최고의 마스코트는 무엇인가? 내 속의 애국자는 호돌이라 외치고 있다. 미안하다. 역시 미샤다. 완벽한 디자인이다. 최고의 개막식은? 아테네다. 혹은 런던이다. 파리가 순위를 뒤집을 거로 예상했다. 경기장을 벗어나 센강에서 하는 개막식이라니. 그런 건 나쁠 리가 없다.
개막식 보다 마카롱 먹고 체한 기분이 됐다. 아방가르드 운동 발원지에서 아방가르드 개막식이 뭔지를 보여줄 모양이었다. 레이디 가가와 마리 앙투아네트와 음란한 스머프(?)가 마구 튀어나왔다. 마지막에는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이 등장했다. 프랑스는 세계에 내세울 자국 가수도 없는 지경이 됐구나. 한탄했다.
노래가 끝나자 눈물을 흘리며 손뼉을 쳤다. 셀린 디옹이 에펠탑에서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순간, 모든 것이 잊혔다. 생각해 보면 정권이 갑자기 바뀌며 급히 치러야 했던 평창 올림픽도 그랬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라는 태도로 케이팝 아이돌을 투척하던 폐막식의 결기를 떠올려 보시라. 교훈은 이거다. 모든 행사는 마지막 초대 가수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매주 누군가에게 글을 바치고 있다. 이 글은 전국의 모든 고심하는 이벤트 담당 직원들에게 바친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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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30조 먹거리 될 ‘지속가능항공유’
2024 파리 올림픽은 ‘탄소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과거 올림픽보다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선수단 버스의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수촌 식단을 채식 위주로 꾸린 것 등이 대표적인 노력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스테판 외스틀링 스웨덴 린네대 교수는 독일 언론에 “파리로 몰려드는 항공기들 때문에 탄소 중립 올림픽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가 항공기를 콕 집어 지적한 건 항공기가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하는 데 배출되는 각종 탄소 배출량은 비행기 255g, 버스 104g, 철도 41g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갈 때의 탄소 배출량은 항공편 약 248.6kg, 자동차 약 114kg, 철도 약 26.2kg이라는 실험 결과도 있다.
비행기도 할 말은 있다. 항공기 1대가 뿜어내는 탄소가 많을 수 있지만 각 교통수단의 수를 감안하면 항공기가 뿜어내는 탄소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항공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항공기는 전기나 수소,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항공기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와 허가 기준도 엄격하다.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A350-1000 항공기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급유하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항공업계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탄소 저감 방법은 항공기 엔진의 효율성을 높여 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이 중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분야가 SAF다.
SAF는 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 합성 원유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SAF 사용은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항공사와 국가들은 SAF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SAF 사용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320여 개 공항이 SAF 급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그 숫자는 매년 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은 SAF 생산 시설 건설에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생산된 SAF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SAF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가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SAF 시장 후발 주자다. SAF 생산을 위한 법적 근거가 다음 달인 8월부터나 시행된다. 국내에 SAF 급유 및 저장시설을 갖춘 공항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나 한국에도 기회는 있다. 한국은 2022년 기준 항공유 수출 세계 1위 국가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원유를 항공유로 만들어 내는 정제 기술과 생산 기반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SAF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비율을 현 3%에서 더 높이거나, SAF 공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등의 지원이 조금만 더해진다면 SAF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항공업계는 SAF 시장이 2027년 30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SAF는 탄소 저감 노력의 최전선이면서, 한국의 또 다른 먹거리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동아일보(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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